너와 맞잡은 손이 점점 뜨거워진다. 그 온기는 긴장하고 있는 내가 뜨거운 걸까, 아니면 네가 이렇게나 뜨거운걸까.
그 온기는 도대체 누구의 것 일까.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말해"
솔직히 한자 내뱉기도 참 힘이 들었다. 숨이 턱 막히는 이 긴장감에 말을 내뱉는건 쉬운일이 아니여서 꽤나 긴 적막 끝에 나는 너에게 물었고,
"내가 널 좋아해"
너의 대답은
짧고
달았다.
*
"되게 웃기네"
"..."
"몇 년동안 준비한 이 말이"
"..."
"이렇게 간단한 줄은 몰랐어"
*
"..ㅁ...미ㅊ...ㅣ...ㄴ..읍.!!!"
"잘됐네"
어젯밤 있었던 일들을 다음날 학교오자마자 친구와 김지원을 복도로 불러 나는 신나게 떨들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소리를 지르려고했고 그 입을 막은건 김지원이였다. 그러고선 김지원은 아무감정없이 잘됐다며 나에게 축하해줬다. 하지만 이게 한간지 걸리는게 있다면
"근데...이게..."
"...근데?"
"굳이 네 대답을 기대하고 한 고백은 아냐"
"..."
"듣고싶지도 않고"
"..."
"그냥.."
"..."
"오래 알고 지낸 내가"
"..."
"너에 대한 감정이 이만큼 성숙해졌다. 이정도로만"
"..."
"기억해줘"
조금 찝찝한 끝맛이였다. 예 아니오 라고 해야되는 내 대답을 듣지않은 구준회는 자기 할말만 줄줄이 내뱉었고,
"너는 어떤데"
"...나?"
"그건 너 수능 끝나고 물어볼게"
"...어?"
"아직 내 고백이 끝나지 않은거야."
이런식으로 아에 내 대답은 들을 생각 조차 없었다지. 그렇게 구준회는 집으로 들어갔고.
"그럼 수능끝나고 대답하면 되겠네"
"왜 하필 수능 끝나고야? 난 지금도 대답할 수 있어!"
"구준회가 네 생각한거네. 너 공부하라고"
"아니! 답답해! 나도 대답해고싶어!"
"뭘"
"나도 네가 좋다! 너랑 사귀고싶다! 오래전부터 좋아했다!"
"..."
"아니 남녀 둘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왜 사귀지를 못하냐고!"
"
"진짜 재수없어 자기 할 말만 하고 간거잖아"
"..."
"누군 이런 고백 할 생각 없었는 줄 아나"
"..."
"대답은 듣고 가야될..."
내가 목에 핏줄을 세우며 말을 해대는데도 그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두 사람이 점점 이상함을 느꼈다. 뭘 그렇게 웃냐는 내 물음에 두 사람은 아무 대답없이 똑같은 미소를 보여줬고, 나는 계속 왜 그러냐고 물었는데, 그 대답은 이상한 방향에서 들려왔다.
"네 생각해서 그런거야"
뒷 편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순간 오싹함을 느꼈다. 뒤 돌아 보기 싫었는데, 내 손을 잡으며 나를 돌려세우는 너 때문에 나는 민망한 이 상황에 너를 마주했다.
"나 좋자고 네 대답을 미루겠어?"
"...어?"
"나도 마음 같아선 빨리 네 대답 듣고싶은데"
"..."
"넌 수능도 남았고 심지어 실기도 아직 많이 남았잖아"
"..."
"그러니깐 나도 참는거야"
"..."
"나도 네가 좋아! 너랑 사귀고싶어! 오래전부터 좋아했어!!!!"
*
"그땐 더 크게 해줘"
"..."
"아 안돼"
"..."
"아주 작게해야겠다."
"..."
"나만 듣게"
아까 복도에서 했던 구준회의 말들이 떠올라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이건 고문이야..."
"뭐가?"
"구준회말이야.."
"걔 또 왜"
"이렇게 설레는게 어디있어...!!"
구준회 딴엔 자기 신경쓰지 말라며 나를 위해 준거라치겠는데, 이게 더 나를 괴롭힌다. 하루종일 구준회가 머릿속에서 떠나지않아. 필기를 하다가도. 구준회 이름 석자를 적고있잖니, 나도 어지간히 구준회가 좋은가보다. 처음에 구준회가 나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줬을때 말도안돼라는 생각이 컸었는데, 이제야 달라진 구준회의 행동과 눈빛 말투 표정을 보니 확실히 와 심장 떨려 죽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건 이렇게나 달콤한거구나 싶을정도로.
"보고싶다..."
"미쳤네"
"...보고싶어.."
"적당히해"
"너는 이렇게 존나 많이 보이는데..!"
"뭐"
"구준회는 왜 보이지 않냐고!!!!"
"미친년"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 구준.. 아니 평상시와 같은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는데 확연히 구준회 얼굴을 더 못본거 같은건 기분탓이겠지 몇 번 마주친적 없는 김지원에게 괜한 화풀이다.
"보채지 좀 마 걔 야자하잖아"
"...야자.."
"또 뭐가 문제야"
"...야자시간에 공부해야되는데.."
"근데"
"구준회가 앞에 있으면 어떻게해!"
"씨발 진짜 왜 이래"
욕짓거리와 함께 극혐의 눈빛을 보내는 김지원을 무시했다. 그래, 구준회도 나에게 솔직해졌는데 나라고 이제 숨길건 뭐야.
탁,
"으악"
욕하는 김지원을 뒤로한채 야자를 시작하기 위해 열람실로 들어가려 뒤로 도는 순간 뒤쪽에서 걸어오던 누군가와 부딪혔다. 덕분에 나는 뒤로 넘어졌고 부딪힌 사람은 들고있던 물건들을 떨어트렸다. 잘풀린다 잘풀린다 했던 하루가 마지막이 조금 아쉬운 모양인지, 그 사람이 들고있던건 몇가지의 책들과 텀블러였고, 텀블러 안에 있던 내용물이 내 위로 쏟아져 금세 내 교복을 젖혔다.
"...아"
쌀쌀한 날씨에 춘추복을 입고있었는데 와이셔츠와 치마가 젖어가며 꽤나 찝찝함에 인상을 썼다.
"아..어떻게"
"..."
"죄송해요.."
부딪힌 남자아이가 건내준 몇가지의 티슈를 받아들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니야 괜찮..."
자리에서 일어서자 옷사이에 고여있던 물들이 주르륵 떨어지면서 옷을 더 적셨다. 한숨밖에 안나오는 상황에 나는 뒤돌아 김지원에게 체육복을 물어보았는데,
"없어"
싸가지가 없는 김지원은 진짜 싸가지없게 대답하곤 열람실로 들어가 버렸다.
"체육복도 없는데.."
꽤나 찝찝함에 치마와 와이셔츠를 탈탈 털어보지만 꽤나 많은 면적이 젖어 한숨만 푹푹내쉬고있자
"저..."
그 남자아인 아직도 가지 않은 모양인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제 체육복있는데 그거라도 빌려드릴게요. 입으세요"
그닥 낯선 남학생 체육복을 빌리고싶진 않았지만 과장포함 반이나 넘게 젖어버린 교복이 찝찝해서 빨리 체육복으로 갈아입고싶었다.
"어딨는데?"
"교실에요"
교실에 있다는 남자얘의 말에 내 가자라는 대답에 몇반인지도 모르는 남자아이의 반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2-6
남자아이의 반 앞에 도착해 교실로 들어섰다.
"이학년이야?"
"네"
"오.. 근데 야자하네?"
"이학년 때 부터 야자하는 얘들 많아요. 아 여기있다"
사물함에서 체육복을 꺼내 내게 건내주었다 나는 체육복을 받아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체육복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나를 기다려 준 모양인지 화장실앞에 남자아이가 서있었다.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겠고 처음본 후배 얼굴이여서 이름도 몰라 체육복에 적힌 이름을 보니 김한빈이라고 세글자가 적혀있다.
"김한빈? 이름이 한빈이야?"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한살 밖에안 어리지만 그게 또 어리다고 되게 귀엽게 보이네,
"이름 예쁘네~ 체육복 고마워 나 김ㅇ..."
"알아요 여주 누나"
"어? 어떻게 알아?"
내 이름을 알고있는 한빈이가 신기해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자, 그저 어깨만 누나 유명하죠 라는 장난스러운 대답으로 웃어보인다. 그렇게 둘이 열람실로 향했고, 거의 열람실에 다다랐을때.
"야 여주야"
라는 듣고싶은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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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늙은재주꾼입니다.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너무 중요한 순간에 제가 오랜시간동안 오지 않은 것 같네요. 전편 댓글에 답글도 달아드리지 못하고 이제서야 댓글도 하나하나 읽어봤어요. 여전히 댓글은 너무 고마운것...! 이제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조금 여유가 생겨서 이 새벽에 고마운 독자님들이 생각나서 조금 끄적였어요. 마음에 드는 분량과 내용이 아닐지라도. 조금이라도 반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이제서야 글을 올리네요.! 언제나 고맙고 감사하는 독자님들게 늘 보답하는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해야되는데.. 그르므로. 이제. 조금. 많이. 더욱. 더 열심히. 그 신념을 가지고 글을 끄적일게요. 본편은 볼품없어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제 완결이 얼마 남지 않은거 같으니까요..! 사랑합니다! |
암호닉은 늘 소중하게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