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혜령 - 반지하나
「 김종대,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의 갈림길 」
Baby J
三
[○○아, 너가 종대 좀 이해해줘….]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중 모르는 번호로 문자 한 통이 왔다. 내용을 보고선 경수라는 직감이 와 코웃음을 날리곤 그대로 무시해버렸다.
종대 좀 이해해줘, 김종대를 내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날 처음 보는 사람마냥 대해버리는 종대에게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헤어진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종대를 잊지 못해 등신처럼 커플링을 화장대 서랍 속에 넣어뒀던 내가 한심하다. 오늘은 기필코 종대와의 추억거리를 다 잊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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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렇게 힘든 거구나,”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가방과 겉옷을 소파에 던져놓고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향해 의자에 앉아 화장대 위에 있던 종대의 액자도, 화장대 서랍 깊숙한 곳에 있던 종대와의 커플링도,
내 방안 곳곳 종대의 흔적이 묻어있는 물건들을 하나둘 치우기 시작했다. 장롱까지 뒤지다 문득 곰 인형과 커플티를 발견하곤 그대로 멍하니 서 혼잣말을 되뇌었다.
나만 이렇게 힘든 거였구나, 나만. 종대와 만난 지 1년째 되던 날 받은 곰 인형과 그동안 맞춰왔던 여름 커플티며 겨울 커플티며, 야상 점퍼 등.
하나도 빠짐없이 침대 위로 꺼내놨다. 종대와의 추억이 이렇게나 많이 있는데, 종대는 내가 한번 훑고 지나간 파도와 같았나 보다.
[○○○님. SM엔터테인먼트 아트디렉터 합격하셨습니다. 내일 오전 8시까지 정식 출근해주십시오. - SM엔터테인먼트 - ]
종대의 흔적들은 한참 동안 매만지다 결국 큰 상자 안에 다 넣어버렸다. 아직 버리지 못하는 내가 그저 웃기기만 하다.
상자를 장롱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 화장대 앞에 앉으니 핸드폰이 지잉- 하고 짧게 울린다.
혹시나 종대일까, 아니면 그 문자의 주인공일까, 되지도 않는 기대를 하고 문자를 확인했다. ‘합격’ 문자에서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합격이라니, 놀란 마음에 그대로 동상처럼 굳어버렸다. 합격해서 좋긴 한데 종대와 더욱 자주 마주칠 테고…, 머릿속이 또다시 복잡해져만 간다.
계속해서 꼬여가는 종대와 나의 사이로 인해 이미 머리는 터질듯했다. 오늘 역시 수면제의 힘을 빌려 잠이 들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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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keeps my memories. - AM 7 : 30 - ]
사랑은 내 기억을 지킨다. 준비를 다 마치고 신발을 신고 있던 순간 온 문자를 보고 머뭇거리다 그대로 방으로 향했다.
기억을 지킨다, 이 문자가 종대에게 온 게 맞다면 아직은 날 잊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젠 왜….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장롱 깊숙이 있던 상자를 꺼내 그 안에서 종대와 맞춘 커플링을 꺼냈다. 이 반지를 본 종대의 모습이 궁금했다.
아니, 내가 반지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종대가 날 잊었는지, 아직 못 잊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모험을 하는 것 같다. 결국에 포기할 것도, 힘들어할 것도 나인 걸 잘 알면서.
“어, ○○씨! 어젠 많이 바빴나 봐요?”
“네?”
“경수한테 급한 일이 생겨서 간다고 전해달라 했다면서요.”
“아…. 네, 어젠 죄송했어요.”
“죄송하면 밥 한 끼 같이 먹어요.”
“그래요, 오늘 점심에 연락해요.”
커플링을 낀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을 계속 매만지며 회사로 들어왔다. 회사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내 이름을 부르며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하니 찬열씨였다. 찬열씨와 몇 마디 주고받곤 바로 2층으로 향해 내 소개를 마친 후 구석 공간에 마련된 자리에 착석했다.
내 자리를 정리하던 중 반지가 눈에 띄어 넋을 놓고 바라보기 바빴다.
이렇게 반지를 끼고 온건 잘한 것인지, 또다시 내 가슴에 생채기만 내는 게 아닌지 나 홀로 깊은 생각에 잠겨버렸다.
늘 이렇게 혼자 생각에 잠기는 내가 웃기지마는 생각에 잠기는 이유는 늘 종대라는 사실을 깨닫곤 표정을 굳히곤 한다.
“○○씨, 나랑 같이 이번 엑소 앨범 작업할래요?”
“ㄴ, 네?”
“내가 하고 싶은 컨셉이랑 ○○씨 포트폴리오에 있는 몇몇개랑 비슷하더라고. 해볼래?”
“저야 감사하죠, 시켜만 주시면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표정을 한 채 한참을 있던 순간, 내 어깨를 살짝 건드리는 손길에 의해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보인 것은 민희진 실장님이었고, 깜짝 놀라 토끼 눈을 한 채 실장님을 바라보니 예쁘게 웃으시며 작업을 같이 하자 신다.
나같은 말단 사원에게 작업을 같이 하자며 제안해주시는 실장님께 너무 감사해 그 자리에서 일어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해버렸다.
그런 내가 웃겼는지 실장님은 살짝 미소를 지으시며 실장실로 들어가버리셨고, 난 또다시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민희진 실장님과의 작업은 너무나도 기쁘지만, 엑소라니. 앞으로 더 어떻게 꼬여버릴지 예상도 할 수가 없다.
[12시 정각 딱 맞춰서 1층으로]
당장 오늘 할 일은 없으니 좀 쉬어요. 멍하니 있던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 학연씨에게 꾸벅 인사를 하곤 그대로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를 켠 후 그동안 하다만 작업을 마저 하고 있을 때 즈음 지잉- 하고 문자 한 통이 왔다. 문자의 주인공은 찬열씨였으며, 같이 점심을 먹자는 듯 1층으로 오라는 문자였다.
문자를 확인하곤 시계를 한번 보니 벌써 시간이 11시 20분이었다. 왠지 모르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인 것 같다.
마치 사내연애를 하는 회사원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느낌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핸드폰을 그대로 손에 쥔 채 무엇인지 모를 미소를 한껏 짓곤 그대로 다시 태블릿 팬을 손에 쥐었다.
태블릿 팬을 손에 쥐고 한 획씩 그림을 그려 나갈수록 찬열씨와 종대의 사이에서 갈등이 생겨버린다.
이번 작업의 이미지가 애절함, 안타까움이어서 그런지 더욱더 갈등이 생가고 종대가 미워지는 것 같다.
찬열씨와 나의 사이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설레임만 가득했고, 종대와 나의 사이는 시간이 갈수록 삭막함만이 가득했으니,
“○○씨, 점심시간인데 같이 점심 먹을래요?”
“아…어떡하지….”
“왜, 약속 있어요?”
“네…. 진짜 죄송해요. 대신 제가 내일 점심 살게요.”
“그래요, 맛있게 먹고 와요-”
한참을 생각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다들 오늘은 뭐 먹을까? 하며 일어나는 게 보인다. 작업하려 펜을 들었지만 정작 한 작업이라곤 한 획뿐이 없었다.
이리도 깊게 생각을 했었나, 하고 태블릿을 정리하고 있을 때 옆자리에 앉은 학연씨가 말을 걸어왔다.
피부는 까맣고, 성격을 밝고, 서글서글한 학연씨의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짓자 약속 있느냐며 물어온다.
그런 학연씨에게 죄송하다며 내일 점심을 하겠다는 말을 마치곤 그대로 겉옷을 들고 디자인실을 나와버렸다.
핸드폰을 손에 꼭 붙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마자 바로 온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김종대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종대 혼자만 있었고, 고작 한 층을 내려가는 것이지만 지금이라도 말을 꺼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 눈을 피해버리는 김종대의 옷자락을 살짝 붙잡아버렸다.
“놔,”
“왜 그러는데? 우리가 처음 보는 사이야?”
“박찬ㅇ….”
왼손으로 옷자락을 잡는 순간 표정을 굳히며 놔, 하고 짧게 말하는 김종대. 그런 종대에게 우리가 처음 보는 사이냐며 묻자 입을 열려 했다.
종대가 입을 열려던 순간 엘리베이터가 열려버렸고, 엘리베이터가 열림과 동시의 내 손을 자신의 옷자락에서 떼어내 버린다.
계속해서 나에게 차갑게만 대하는 종대가 낯설어 화가 치밀어올라 버린다. 도대체 내가 잘못한 게 뭐길래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먼저 이별을 선고한 건 종대였고, 난 아무것도 모른 채 그렇게 버려졌던 것 뿐인데….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묻잖아! 난 병신같이 아직까지 이런 것도 못 버렸어, 네가 알긴 해?”
“갈게.”
“김종ㄷ….”
엘리베이터를 등진 채 종대에게 바락바락 화를 내버렸다.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들어 보이며.
내 행동을 본 종대는 싸늘한 표정을 유지한 채 그대로 간다는 말을 하고 닫히려던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차갑게 나를 지나치는 종대를 잡으려 뒤를 돌아 종대의 이름을 부르던 순간, 엘리베이터 앞에 서 벙찐 표정을 한 채 날 보고 있는 찬열씨가 보인다.
결국, 그렇게 종대의 이름을 다 부르지도 못하고 굳어버렸다. 이미 종대는 저 멀리 밖으로 나가는 게 보이고,
찬열씨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얼떨떨하고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는 게 보인다.
암호닉 |
『 웬디 〃 짱구 〃 폭립 〃 맥심 〃 둉글둉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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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J |
Q&A는 정리한 후 다음편에 올려드리겠습니다. 항상 댓글남겨주시는분들 매우 감사합니다. 이해되지 않는부분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필력이 딸리지만 최대한 이해하실 수 있도록 댓글 남겨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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