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 우리 둘만 아는 길
「 김종대,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의 갈림길 」
Baby J
七
“김종대, 얘기 좀 하자.”
“…연습 중이야. 나중에 해”
“지금 아니면 안 되니까 당장 나와.”
후,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를 뒤로하고 무작정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쾅, 하고 크게 소리를 내며 닫히는 문소리에 의해 멤버들의 시선은 나에게로 쏠렸고, 다들 의아하게 날 쳐다보기 바빴다.
단, 김종대와 도경수만이 묵묵히 아무런 표정변화도 하지 않고 보고 있을 뿐.
○○ㅆ…. 문을 닫고 그대로 멤버들에게 다가갔을 때, 날 반가운 목소리로 반기려던 찬열씨가 보인다.
지금은 그런 찬열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인지 찬열씨의 말을 자르고선 김종대의 팔을 붙들고 얘기 좀 하자며 잡아끌었다.
처음엔 끌려오나 싶던 종대는 연습중이라며 내 팔을 뿌리쳤고, 더욱 표정을 매섭게 굳히며 당장 나오라는 내 말에 한숨을 푹 쉬고선 따라 나왔다.
“할 말이 뭔데, 용건만 간단히 해.”
“김종대 너, 미련해. 미련 곰탱이야. 진짜 짜증 나. 그 바보 같은 성격 언제 고치려고?”
“뭐? 알아듣게 말해.”
“무조건 그냥 너만 다치면 끝이지? 네가 아무리 상처받고 다쳐도 네 주변 사람만 괜찮으면 너도 괜찮은 거지? 병신처럼.”
“알아듣게 말하라고!”
“도경수한테 다 들었으니까 모르는척하려고 하지 마. I'll be there, Love keeps my memories, That is why can't forget you. 내가 모를 것 같아?”
나를 따라 나와서도 꿋꿋하게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는 종대를 보니 답답한 마음에 얼마 가지 않아서 소리를 쳐버렸다.
연습실 앞도, 비상계단도 아닌 복도 한가운데에 서서. 정확한 내용을 말하지 않고 빙빙 돌려가며 말하니 그도 화가 났는지 알아듣게 말하라며 소리쳐 온다.
도경수한테 다 들었어. 라는 내 말을 들음과 동시의 종대의 표정을 점점 굳어져 갔다. 미련하게 혼자서만 아파하고, 혼자서만 힘들어하고.
예전부터 갖고 있던 종대의 성격을 계속해서 탓하는 날 본 종대는 자신의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버렸다.
“사생팬? 나 그딴 거 하나도 안 무서워. 그까짓게 뭔데, 그냥 너만 있으면 괜찮았어. 아니, 괜찮아.”
“그만해.”
“근데 뭐? 이유는 하나도 말 안 하고 다짜고짜 불러내서 그만 만나자?”
“그만하라고.“
“너가 힘든 거 다 말했었으면, 나. 진짜…하…. 그냥 난 그만 만나자는 말 듣고 네가 너무 짜증 나고, 증오스럽고…. 아프고 미친 듯이 힘들었는ㄷ….”
“너가 힘들고 아픈 만큼 나도 힘들었어, 도경수한테 다 들었다면서!”
“힘들었는데…. 널 싫어하고, 증오하고, 친구한테까지 널 나쁜 놈으로 만든 게 너무 미안하잖아…. 나보다 더 힘든 건 너였을 거 아니야….”
주저앉아있는 종대를 내려다보며 종대의 말은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내 얘기만 해버렸다.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종대를 보니 더욱 감정이 북받쳐 울음을 참으며 말을 이어가던 도중, 듣다 화가 났는지 갑자기 일어서서 소리를 지르는 종대.
그런 종대를 보니 도저히 울음을 참을 수가 없어 주저앉아서 끅끅거리며 울어 젖혔다. 우리 둘만의 일에 제삼자들이 개입되면서 너무 크나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누구든 용기를 냈다면 이렇게까진 되지 않았을 텐데, 모든 걸 바쳐서 지켜왔던 사랑이 용기를 내지 않았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이렇게나 멀리 돌아왔지.
“하…. 그만 울어.”
“제발…. 앞으론 웃음을 잃어 가식 웃음을 짓지도,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네가 희생하지도 마”
“진짜 그래도 괜찮겠어?”
“네가 살고있는 삶은 전부 네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이란 걸 잊지 마. 어딜 가던 네 삶에선 네가 최고니까.”
“그럼 앞으로 나도 내 마음대로 하고, 주변 사람 신경 안 쓰면서 살아도 돼?”
“그렇게 하라고. 힘든 거 싫어하잖아 너.”
한참을 주저앉아 펑펑 울고 있을 때 가만히 날 내려다보던 종대가 쭈그리고 앉아 날 다독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종대 품에 안겨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다 울고선 종대와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네 삶은 네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야. 하고 말하며 종대와 눈을 맞춰가며 이야기하자 종대는 픽, 웃으며 일어서서 날 일으켜줬다.
끝나고 경수한테 전화해. 할 얘기 있어. 날 일으켜준 종대는 나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며 경수한테 전화해. 하곤 그대로 연습실로 향했다.
“이젠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아…. 후,”
종대에게 건네받은 핸드폰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디자인실로 향하며 기지개를 켰다. 기지개를 켜며 혼잣말을 했다가 문득 비친 내 얼굴을 보곤 화들짝 놀라버렸다.
울어서 그런지 화장은 번져버렸고, 눈은 팅팅 부어버렸다. 이제야 엉킨 실타래가 풀려가는 느낌이 들어 가벼워진 마음을 안고 그렇게 화장실로 향했다.
가져오지 못한 폼 클렌징을 대신해 물비누를 이용하여 세수를 하고 나니 나름 괜찮아진 듯 하다.
[김종대, 내가 말했잖아. 혈서랑 죽은 쥐. 2년 동안 잘 참았으면서 갑자기 왜? ㅋㅋㅋㅋㅋㅋㅋ 미친놈.]
세수를 마친 후 디자인실로 향해 내 자리에 앉은 후 파우치에 있던 로션을 꺼내 바르던 중, 띠링- 하고 울린 종대의 핸드폰 속의 문자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패턴 또한 걸려있지 않는 핸드폰 속 문자들은 누가 봐도 가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직접 만든 것도 갖다 바치나 보네? 우렁각시도 아니고ㅋ’ , ‘우산? 저거 아직도 안 버렸네.’ , ‘아ㅋ이젠 걱정까지 해주는 거야? 적당히 해. 언제든 준비되어 있어^^’
여태껏 이런 문자들을 받으며 살아왔던 종대를 생각하니 또다시 앞길이 막막해져 온다.
이렇게 심한 내용의 문자를 받아놓고도 신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참아왔을 종대.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풀려나갈지, 아니면 더욱더 억세게 엉켜져 버릴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다.
암호닉 |
『 웬디 〃 짱구 〃 폭립 〃 맥심 〃 둉글둉글 |
Baby J |
오늘은 좀 많이 심하게 짧네요.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게 생겨버린 중요한 약속으로 인해 짧게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일은 더욱 길게 번외와 함께 찾아올 예정이니 이번 한번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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