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EXO-K - 너의 세상으로(Angel)
「 김종대,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의 갈림길 」
Baby J
十一
“앞으론 아무 데도 가지 마.”
“안 갈 테니까 네나 가지마.”
병실 침대에 나란히 앉아 서로 마주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헤어진 후 문자는 왜 보냈느냐, 어떻게 제시간에 맞춰 보냈느냐, 하며 질문을 하는 나에게 종대는 예약문자! 하며 싱글벙글 웃어 보였다.
그런 종대의 머리에 콩, 하고 아프지 않도록 꿀밤을 먹이곤 서로 눈을 맞추며 웃어 버렸다.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어도 이렇게 행복한 건 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종대와 헤어진 후론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이런 설렘을 다시 느끼니 너무 기분이 좋다.
한참을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웃고 있을 때, 종대가 나에게로 가까이 다가오며 아무 데도 가지마. 하고 이마에 입을 맞춘다.
이런 풋풋한 감정을 느끼고 있으니 꼭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고등학생 때로.
“근데 자기야. 찬열이는 어떻게 하게?”
“으,응? 찬열씨?…….”
“확실하게 대답을 해. 찬열이 내색은 안 해도 많이 힘들어해.”
“그래야지, 확실하게 대답하고 친해질 수 있을까?”
박찬열이라면, 종대의 어깨에 기대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있을 때 종대가 조심스럽게 찬열씨의 이야기를 꺼냈다.
찬열씨와 어색해지는 게 싫어 괜찮을까? 하고 종대에게 물으니 박찬열이라면, 하고 내 머리를 헝클어 버린다.
그런 종대를 뾰로통한 표정으로 바라본 채 머리를 정리하기 바빴다.
머리도 못 감았는데 이렇게 헝클어 놓으면 더 지저분해 보이잖아. 머리를 정리하며 종대에게 우씨, 하며 말을 하니 내 머리를 헝클어뜨린 손을 바라보곤 입을 떡 벌려 버린다.
“아, 자기야…. 아파도 씻긴 해야지…. 아… 내 손….”
“허, 됐다! 가서 머리 감고 올 테니까 더러워진 손이나 닦으세요.”
“헤헤- 장난이야- 머리 감겨줄까? 응? 응?”
내 머리를 만진 손을 환자복에 슥, 닦으며 말하는 종대를 보곤 삐친 표정을 지은 채 협탁 위에 올려져 있던 샴푸와 린스를 들고 샤워실로 향했다.
깁스를 한 발을 제대로 딛지도 못하고 일어서자마자 그대로 협탁을 잡으니
헤헤- 웃으며 목발을 나에게 건네주곤 내 손에 들려져 있던 샴푸와 린스를 가지고 병실 문을 활짝 열어버린다.
어휴, 하고 한숨을 한번 내쉰 뒤 목발을 잡고 일어서자 내 옆으로 쫄래쫄래 쫓아와선 머리 감겨줄까? 하며 깐족거리는 종대.
항상 회사에서 볼 때마다 입을 꾹 닫고 굳혀진 표정을 하고 있던 아이가 맞나 싶다.
“우리 자기- 내가 머리 감겨주는 거 엄청 오랜만이다. 그치?”
“그러네…. 한 3년만인가?”
“그렇지! 자기 졸업 기념으로 쌍수 했을 때 내가 감겨줬었잖아.”
“그런 말은 안 해도 되거든?”
뭐가 그리 신나는 건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샤워실로 먼저 후다닥 뛰어들어가 날 위해 문을 열어주곤 문을 쾅, 닫아버린 김종대.
그리곤 옆에 있던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휠체어를 끌고 와 날 앉히곤 머리를 감겨주기 시작했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머리를 감겨주며 안 해도 되는 말까지 신나게 뱉어버리는 종대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퍽, 하고 쳐버렸다.
쌍꺼풀 수술 한 건 현아랑 종대, 경수 말곤 아무도 몰랐는데 이젠 저 김종대의 입방정 때문에 일파만파 퍼질 것 같다.
어휴, 도경수가 알게 된 것도 김종대 때문이었지 아마.
“뭐야, 또 쌍수 할 때 처럼 감겨주고 있는 거야?”
“헐, 도경수 옆구리 조심해. ○○이 그 얘기 하면 주먹으로 때린다.”
“아직도 어린애냐, 때리긴 뭘 때려.”
도경수, 이리 와 한 대 맞아. 샴푸를 다 한 후 린스를 쭈욱, 짜서 두피에 안 닿게 천천히 머리를 감겨주던 중, 샤워실 문이 벌컥, 열리곤 도경수가 들어와 버렸다.
다른 사람이면 어쩌나 하고 잔뜩 웅크려져 있던 맘이 경수의 목소리를 듣고 쫙 펴져 버렸다. 그리고 도경수의 입에서 나온 ‘쌍수’ 로 인해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지.
눈 위에 수건을 올려놓고 미용실에서 샴푸를 해주는 것 처럼 머리를 감겨주는 종대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경수를 부르니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왜, 왔다. 인기척이 느껴지던 것도 잠시, 내 몰을 쭉, 늘어뜨리며 대답하는 도경수 때문에 손을 들어 올려 눈을 가리고 있던 수건을 내리며
그대로 경수의 옆구리를 퍽, 하고 쳐버렸다.
“아오, 겉은 철든척하더니만 아직도 철 안 들었어.”
“너는 참…. 어휴,”
가자미 눈을 한 채 도경수를 한참 동안 째려보며 혀를 끌끌 차니, 옆구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푹, 쉬어 버린다.
그런 나와 경수가 웃겼는지 종대는 머리를 감겨주다 말고 그대로 쭈그려 앉아서 신나게 웃어 젖힌다.
빨리 감겨줘. 배를 부여잡고 신나게 웃고 있는 종대를 손으로 툭툭 건드리며 빨리 감겨달라고 하니 훌쩍거리며 머리를 마저 감겨주기 시작했다.
김종대 쟤는 왜 도경수랑 내가 장난만 치면 저렇게 웃다가 우는지 모르겠네.
“그래서, 김종대가 다시 만나자고 고백은 했어?”
“어? 그러고 보니 안 했네…. 고백도 안 하고 뽀뽀했어!”
머리를 다 감은 후 병실로 돌아오니 경수가 의자를 끌고 와 우리의 앞에 앉아서 고백은 했느냐고 물어왔다.
경수의 말을 듣고 생각을 해보니 김종대, 다시 만나자는 말 안 했잖아? 종대의 허벅지를 팍, 치곤 고백도 안 하고 뽀뽀했어! 하며 소리를 치니
김종대는 또 뭐가 그리 좋은지 해맑게 웃다가 내 볼에 뽀뽀를 쪽, 하곤 아무 말도 없이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경우야, 아무 말도 없이 날 쳐다보기만 하는 종대를 쳐다보며 이게 무슨 경우냐며 물으니 그제야 나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 우리 이제 꽤 많이 친해졌고, 서로 호감도 있는 것 같으니까 나랑 사귀자.”
“뭐?”
“바보야, 그때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 처럼 풋풋하게, 새롭게 시작하자고.”
“그래, 좋아.”
어우, 토하기 전에 가야겠다. 나와 눈을 진득하게 맞추며 두 손을 맞잡은 채 처음 사귈 때 처럼 고백을 해오는 종대를 보고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내 표정을 보고선 종대는 입꼬리를 잔뜩 올려 웃으며 풋풋하게 새로 시작하자는 말을 했고, 그런 종대의 말에 씩, 웃으며 그래, 하고 대답했다.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우리를 본 경수는 꼴사납다는 표정을 지으며 일어서서 병실을 나가버렸다.
아싸, 도경수 한 방 먹였다. 경수가 나가버린 병실 문을 바라보며 종대는 한 방 먹였다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어휴, 이건 남자친구를 사귀는 게 아니라 애 하나를 키우는 기분이야.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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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J |
좀 늦었죠. 죄송합니다. 며 칠 전부터 블로그와 글잡을 함께 연재하다보니 시간이 늦춰졌네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시간을 쪼개서라도 빨리 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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