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김윤아 - 야상곡
「복수를 위해 홈마스터를 자처하다.」
Baby J
一
사랑니를 뺐다. 지독히도 아리고 아팠던 사랑니를 그대로 방치한 지 어느덧 수개월이 지났다.
사랑니를 빼고 나니 시원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한 이상한 느낌에 괜스레 인상이 찌푸려졌다.
마치 김종인과 이별했던 그 날이 떠올라서일까,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은 사랑니 자리를 계속해서 혀로 쓸어내려 버렸다.
이렇게라도 한다면 김종인에 대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게 쓸려갈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네가 원하는 데로 끝내줄게. 먼저 간다.’
처음엔 애걸복걸 매달렸다가 내가 완전히 자기의 것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 즈음부터 김종인은 변해갔다.
무뚝뚝했던 성격은 더욱 무뚝뚝해졌고, 급기야 바람을 시도때도없이 피워왔다. 난 그런 모습을 보고도 너무 사랑했기에 아무런 말조차 하지 못했다.
급기야 김종인의 행동은 날이 갈수록 대담해졌고, 아예 내 앞에서 대놓고 여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가끔은 나에게 다른 여자를 소개시켜주며 이제 그만할 때 됐지? 하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서서히 지켜가던 내 속은 문드러질 대로 문드러졌고, 독하디독해졌다.
김종인과 마지막 대화를 나눈 그 날, 차갑게 말을 내뱉고 김종인을 뒤돌아섰다. 그리곤 결심했다. 언젠간 반드시 복수를 해주겠다고.
그렇게 다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김종인은 엑소라는 가수로 데뷔를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나의 복수는 시작되었다. 홈 마스터를 하면서.
욱신거리는 볼을 부여잡고 그대로 행사 현장으로 왔다. 작년 이맘때 즈음에도 임진각 공연을 다녀왔는데, 오늘은 그때보다 더욱 추운 것 같다.
하늘에선 새하얀 눈을 들이붓기라도 하는 듯 미친 듯이 쏟아내리고 있다. 설령 카메라가 젖기라도 할까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카메라를 덮었다.
겉옷을 벗어서인지 겨울 칼바람이 더욱 차갑게 몸속으로 스며드는 기분이다. 되도록이면 사진 몇 장만 건지고 바로 집으로 가야겠다.
김종인의 얼굴을 오래 본다고 좋을 건 하나도 없고 그저 증오심만 더욱 불타오를 테니.
“야, 저 언니 또 왔다.”
“저 언니 사진 진짜 잘 찍더라…. 한번에 탑시드 갔다면서?”
“근데 저 언니 옛날에 종인 오빠랑 사귀었었다면서”
“헐…진짜? 대박….”
뒷자리에 앉은 팬들이 수근거리는 게 들린다. 이미 몇몇 사생들 사이에선 유명하리만큼 내 이름이 언급되었다.
김종인 옛 여자친구, 김종인에게 매달렸던 여자, 헤어졌는데도 김종인을 못 잊어 홈 마스터를 자처한 여자 등등 난 팬들에게 수많은 설명을 붙여가며 이름이 거론됐다.
이젠 익숙하다. 데뷔 초부터 들어왔었으니까. 작게 소곤거린다고 소곤거렸겠지만 이미 내 귀에 들린 이상 난 또다시 김종인에게 목매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네,
“춥죠, 어우. 진짜 춥다.”
“옷 따뜻하게 입었어요?”
“어, 저기 얇게 입은 분 보이는데- 왜 이렇게 얇게 입고 왔어요.”
팬들이 날 가리키며 욕을 하던 뭘 하던 신경을 쓰지 않고 있으니 벌써 엑소의 차례가 왔다. 한참 이슈가 된 으르렁을 멋있게 추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난 묵묵히 김종인만을 찍고 있을 뿐이었고, 팬들이 응원하는 소리에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쭈뼛쭈뼛 서 있던 열 두명은 백현의 말로 인해 긴장이 좀 풀렸는지 팬들의 안부를 묻고 있다.
김종인은 옷 따뜻하게 입었어요? 하는 질문을 남기곤 천천히 다른 홈 마스터들의 카메라에 눈을 맞춰왔고, 이제서야 나의 카메라에도 눈을 맞춰준다.
이젠 익숙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자길 잊지 못해 홈 마스터를 하는 거냐는 건지 내 카메라를 보곤 무표정이던 표정을 풀어 살며시 웃어준다.
더러워, 가식 덩어리 같은 자식.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가 김종인의 표정을 보곤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런 가식 웃음 따위 수없이 많이 봐왔다. 김종인이 나에게 애걸복걸할 때.
“저희는 Christmas day 부르고 이만 물러날게요”
“추운데 와줘서 고마워요”
마지막 멘트를 날릴 때까지도 김종인의 시선은 내 카메라에서 떠나질 않았다. 항상 이래 왔기에 내가 바로 탑시드에 올라갔는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카메라를 보고 있는 김종인이 역겨워 카메라를 내려놨다. 내려오는 눈을 맞으면서도 내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던 김종인 급기야 이젠 나와 눈을 맞추려 한다.
역겹다 못해 이젠 토기가 올라오려 한다. 저렇게 증오하고 경멸하는 김종인의 홈 마스터를 자처하다니. 약간의 후회는 있지만, 나중을 위해 후회는 미뤄두고 있다.
이제 딱 두 장만 더 찍고 일어나야겠다. 늘 무대가 끝나기 전에 일어서는 게 버릇이 되어 버렸다.
미친, 역겨워. 마지막 두 장을 찍을 때까지도 눈을 맞춰주던 김종인에 의해 욕지기나 나와버렸다.
두 장을 모두 찍고 카메라를 가방에 넣은 후 겉옷을 챙겨입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팬들은 날 의아하게 쳐다봤고, 그런 시선에도 굴복하지 않고 꿋꿋하게 행사 자리를 나왔다.
“피가 안 멈춰요.”
행사자리에서 먼저 빠져나와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입속에서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피 맛에 의해 입안을 확인하니 사랑니를 뽑은 곳에서 피가 하염없이 흐르고 있다.
계속해서 고여버리는 피를 삼키다 못해 뱉어내며 야간진료를 하는 대학병원으로 찾아갔다.
내 사랑니를 직접 발치해주었던 선생님을 찾아 피가 안 멈춘다는 말을 하니 그런 분들 자주 있어요. 하며 이리저리 내 잇몸을 살폈고, 솜을 다시 끼워주었다.
잇몸 속을 가득 채운 솜 때문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빨리 가서 사진 업로드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도 잠시,
입안을 재차 확인하던 의사 선생님의 말에 의해 픽, 하고 감정 없는 웃음이 나버렸다.
“피가 안 멈추네. 입원해야겠어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곤 곧바로 입원 수속을 마쳤다. 작은 2인 병실엔 내 자리만 덩그러니 차 있을 뿐 다른 자리는 휑했다.
병원복으로 갈아입고 입엔 솜을 가득 끼운 채 안내 데스크로 향해 온갖 사정을 다 하며 외출증을 겨우 받아내 집으로 향했다.
당장 필요한 USB, 노트북 등 생필품을 챙겨 신발을 대충 구겨 신었다. 신발을 대충 신은 채 휑한 집을 한번 둘러보았다.
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 결혼 한 언니. 집 안은 항상 그래 왔다는 듯 휑하고 차갑고 적막했다. 입원 사실을 알릴 사람도 없었다.
언니는 육아로 바쁘고, 부모님은 내 곁에 없고, 김종인으로 인해 친구들마저도 내 곁을 떠나갔으니.
집을 한 번 더 둘러보곤 씁쓸한 미소를 가득 채운 채 집을 나왔다.
차가운 공기만 가득한 집보단 따뜻한 공기가 남아있는 병원 생활이 더욱 좋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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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출 도(韜) 그리워할 동(憧) 넋 백(魄). 그리워하는 넋을 감추다. 혹은 홈마스터가 도경수와 김종인의 커플링을 좋아한다.
그래서 동백꽃과 엉뚱한 도경수의 성을 합쳤다. 해서 두 가지의 의미를 갖고 있는 홈페이지. 팬들은 각기 다르게 생각을 한다.
처음 김종인의 홈 마스터를 할 때는 김종인을 그리워하는 넋을 감추고 복수를 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었지만, 지금은 별다른 뜻이 없다.
그저 김종인을 처참히 짓밟고 싶을 뿐. 홈페이지의 첫 대문을 장식한 문구는 항상 똑같았다.
‘기다림,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계절이 변해도 항상 기다린다.’ 이 문구에도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팬들이 생각하는 의미는 언제나 김종인을 기다리며 응원한다. 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의미는 언젠가는 김종인이 나에게 빌고, 처참히 짓밟힐 날을 기다린다. 하는 의미이다.
대문 글의 의미가 현실로 이뤄지는 날이 있겠거니 하며 항상 복수를 위해 넘어지고, 다치고 상처를 입어도 다시 일어섰다.
그렇게 서서히 난 독하디독해져 독이 바짝 오른 독사처럼 변해갔다.
암호닉 |
『 웬디 〃 짱구 〃 폭립 〃 맥심 〃 둉글둉글 |
Baby J |
너무 빠르게 찾아왔나요? 음..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빠르게 활동하고 끝내려 합니다. 중간에 마음이 바뀔수도 있지만 현재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끝내려 합니다. 항상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암호닉 정리 + 암호닉 신청 글을 마지막으로 올린 후 이 글로 마지막까지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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