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Robin Thicke - Stupid Things
「복수를 위해 홈마스터를 자처하다.」
Baby J
三
사인회장을 나오니 시계는 6시를 훌쩍 넘어 7시를 가리키고 있다. 한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짧아 벌써 날은 한밤중 마냥 어둑어둑해졌다.
차를 너무 멀리 주차해놨나, 날이 어두워지며 더욱 세차게 몰아붙이는 바람에 옷을 단단히 여미었다.
바람은 나에게 이곳을 빨리 벗어나라는 듯 더욱 세차고 매몰차게 불어왔다. 싸늘한 기운에 발을 동동 구르며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렸다.
신호가 바뀌기만을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을 무렵, 내 손목을 휙 낚아채는 손에 의해 몸이 틀어졌다.
“너 형이랑 뭐 한 거냐.”
“픽, 왜, 다른 남자랑 웃고 떠드니까 기분 나쁘니?”
“어.”
“너한테 찌질하게 매달리다가 다른 남자한테로 가버리니까 아깝고 아쉬워? 남 주긴 아깝고 너 갖긴 싫은가보다?”
“어.”
“미친놈, 정신 차려. 내가 언제까지 너한테 매달리면서 찌질하게 살 거라고 생각해?”
“쭉?”
“너랑 말장난하고 싶지 않고, 말 섞기도 싫으니까 딱 잘라 말할게.”
“……….”
“너, 역겹고 추잡해. 이젠 너한테 병신처럼 매달리던 내가 아니야. 네 홈마를 하는 건 널 처참히 무너뜨리고 밟아 짓이기고 싶어서야.”
“허….”
“착각하지 말고 꺼져. 거치적거려. 내가 허락한 네 역할은 나한테 짓밟히고 무너져 비는 거야.”
사인회는 어쩌고 쫓아 나온 것인지,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내 손목을 휙, 낚아챈 사람은 다름 아닌 김종인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따지듯 말하는 김종인이 어이가 없어 웃어 버렸다. 끝까지 당당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뜨리는 김종인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쏟아냈다.
내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김종인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고, 급기야 홈마를 하는 이유를 말하니 실소를 터뜨렸다.
아직 이건 시작에 불과해 김종인, 김종인을 한번 바라본 뒤 신호가 바뀐 횡단보도를 건너 버렸다.
복수를 하는 이유는 별거 없다. 그저 날 더러운 개새끼 보듯 봤던 김종인이 싫어서?. 아니면 날 장난감 가지고 놀듯 놀다 실증이 나버려 버려버린 김종인이 역겨워서?.
딱히 이유는 없다. 김종인에게 빼앗긴 게 너무 많고 받은 걸 갚아주고 싶었을 뿐이다.
김종인에게 받은 거라곤 상처, 아픔. 잃은 건 친구, 진심, 감정. 준 것은 사랑, 헌신, 믿음. 김종인과 헤어진 후 난 크나큰 후회와 고통에 몸부림 쳐야 했다.
단 한 번도 남자를 진심으로 만나지 않았던 내가 김종인을 진심으로 대했던 것. 그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서 한동안, 꽤 오래. 발버둥 쳐야 했다.
온갖 잡생각들로 인해 머릿속이 지끈거린다. 지끈거리는 머릿속을 달래보려 아무리 스피커 볼륨을 크게 틀어도 소용이 없었다.
밝은 노래 따윈 없으니. 밝은 노래, 들어서 뭐하나 싶다. 아무리 즐겁고 신나는 노래를 들어도 감정이 바뀌지 않는데.
김종인, 그의 노래도 다 듣기 싫은 것 뿐이다. 전부 통통 튀거나 쿵쿵거리는 시끄러운 음악뿐이 없으니 말이다.
야상곡, 유일하게 듣는 한국 노래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가사, 멜로디. 어느 하나 빠짐없이 내 상황과 비슷했었기에 그 노래만은 듣는다.
그 노래가 아닌 다른 노래들은 모두 팝송이니.
“어디 다녀오시나 봐요.”
“……….”
“아, 소개를 안 했구나. 오늘 입원한 박경리라고 해요.”
“아, 네.”
“나이가 어떻게 돼요? 전 올해 스물둘인데.”
“죄송한데 말 걸지 말아주세요.”
“ㄴ,네? 아…. 네.”
병실로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한 여자가 보였다.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내 주변을 맴돌던 여자는 급기야 자신의 소개를 하며 내 나이를 물어왔다.
김종인에 의해 친구를 잃어서인지 더이상 잃을 친구도 없지만,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았다. 친구를 사귄다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반복할 게 뻔하다.
여태껏 그래 왔듯 나에게 다가온 그 여자에게 딱딱한 말투로 말을 걸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내 말을 들은 그 여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난 그 여자를 애써 무시하며 노트북을 켜버렸다.
[동백 맞아요? - 010 - xxxx - xxxx - ]
잔뜩 찍은 사진을 노트북에 연결해 잘 나온 사진만 고르던 와중에 핸드폰 진동이 짧게 울렸다.
동백 맞느냐는 문자에 김종인의 팬들이 내 번호를 공유해 문자를 보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홀드를 눌러버렸다.
이런 일 종종 있었으니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김종인과 사귀었었다는 그 수식어, 그것 하나 때문에 참 많은 손해를 본 것 같다. 지긋지긋 하리만큼.
[동백 아니에요? 번호 겨우 알아냈는데, 맞으면 .이라도 보내봐요! - 010 - xxxx - xxxx - ]
잘 나온 사진들을 추려내고 다른 사진들을 삭제한 후, 보정을 시작했을 때 또다시 같은 번호로 문자가 왔다.
어쩜 이리 끈질긴지, 짜증스러운 마음에 정말 점 하나를 보내버렸다. 이제 욕을 한다거나, 팬이라며 보내는 문자가 오겠지.
답장이 오면 스팸등록을 하려 핸드폰을 가만히 붙잡고 있었다. 그치만 오길 바랐던 답장은 5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이제서야 포기했나? 싶은 마음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보정을 하기 시작했다. 보정을 하며 한 번 더 생각했다.
그동안 억눌렸던 내 감정을 터뜨릴 그런 시기를 찾는 중이다. 엄청나게 커다란 사건과 복수, 그리고 나락까지.
“여보세요.”
‘동백! 나 변백현이에요.’
“제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응모권 뒤적거리면서 겨우 찾았죠.’
“아, 네. 용건 있으세요?”
‘ㅇ,아니 그냥…. 반가웠다고….’
“아….”
‘내일 시간 있어요?’
“아뇨, 입원 중이어서 없어요.”
‘…그럼 내가 병원으로 갈게요. 문자로 남겨줘요. 나 연습 들어가야 해.’
생각을 하면 할수록 보정의 색은 내 속과 같이 시커멓게 변해갔다. 넋을 놓고 보정을 하던 순간, 핸드폰 진동이 길게 울리기 시작했다.
진동 소리가 거슬려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버리니 수화기 너머로 변백현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모권을 뒤적거리며 번호를 찾아냈다는 변백현에게 용건 있느냐고 물어버렸다.
용건이 없으면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통화도 나누지 않았던 버릇 때문일까, 변백현에게 싸늘하게 대해버렸다.
내 대답에 변백현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곧이어 병원으로 간다는 말을 마치고 대답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야….”
끊긴 전화를 멍하니 바라보다 문자를 남기곤 남은 보정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보정을 모두 끝낸 후 업로드를 시작했고, 사진 아래에 짤막한 글을 또 하나 썼다. ‘갈 길이 험난해도 이쯤에서 그렇겐 못한다.’ 엑소 노래 중 한 곡의 가사를 따 왔다.
여전히 중의적인 표현을 갖고 있는 문구에 팬들은 응원 댓글을 달고 있다. 복수를 하기 위해 갈 길이 험난해도 이쯤에서 그만두는 건 못한다.
이미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발을 뻗었기 때문에. 변백현이 내 복수에 이용되는 그 순간부터 복수는 탄탄대로로 흘러갈 전망을 보일 것 같다.
나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김종인의 심보엔 변백현이 꼭 필요한 카드이니.
변백현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면 내 복수는 그저 그런 이야기일 뿐, 복수가 아니다.
암호닉 |
『 준짱맨 〃 라인 〃 웬디 〃 고구마감쟈 〃 둉글둉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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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J |
영 감정이 잡히지도 않고 필체 또한 감이 잡히지 않아 부족한 점 죄송합니다. 다음편에선 Q&A 답변을 해드릴테니 궁금한 점 댓글로 남겨주세요. 항상 까먹지 않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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