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에일리 - 눈물이 맘을 훌쳐서
「김종대,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의 갈림길」
Baby J
十二
- 찬열 시점 -
‘찬열씨, 잠깐 만날 수 있어요?’
“…그래요, 병원으로 갈까요?”
‘아니요, 퇴원했어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씨와 종대가 다시 만난 후 일주일이 지난 오늘. 방에 틀어박혀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 시끄럽게 벨소리가 울려왔다.
이것저것 복잡한 마음에 받지 않으려 하자 룸메이트인 백현이가 시끄럽다고 소리를 질러버려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아들었다.
낮은 음성으로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해오는 ○○씨의 목소리에 의해 한숨을 한 번 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주일 만에 만나는 건데 옷을 차려입어야 할까, 이젠 아무 사이도 아니니 아무렇게나 입어야 할까….
많은 고민 끝에 대충 세수를 한 번 하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컴퓨터 게임 소리로 인해 시끄러운 방을 나왔다.
“어디 가?”
“아니, ○○씨가 여기로 온데.”
“아, 그래? 집에서 얘기하게?”
“응, 일단 데리러 가야지.”
“…그래.”
시끄러운 방 안을 나오니 이번엔 티비 소리로 인해 시끌벅적한 거실이 날 반겼다.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날 본 종대는 소파에 엎드린 채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씨의 일로 인해 약간은 서먹해져서일까, 대화를 나누는 게 불편해져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아파트 복도로 나오니 겨울철의 서늘한 공기가 제일 먼저 날 반겨왔다.
후, 하고 숨을 내뱉을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입김 또한 내게 반갑다는 듯 인사를 해오는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나왔다.
서서히 손이 차가워짐을 느낌과 동시에 엘리베이터에 오른 후 바지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 넣었다.
아, 이거….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자 딱딱한 무언가가 손에 집혀 그대로 끄집어내곤 작게 탄식을 흘렸다. 이것도 돌려줘야겠구나.
손바닥 위에 올려진 금빛 반지를 보곤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반지를 새끼손가락에 끼워 넣곤 그대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젠 정말 ○○씨와 종대의 행복을 빌어줄 때가 온 것 같다. 더이상 내가 끼어들면 더욱 힘들어질 사람들이니.
“찬열씨!”
“아, 들어가요.”
웅덩이에 고인 물까지 얼려버린 날씨여서인지 숙소 앞에 사생팬들이 없다.
웬일로 없는 걸까, 간만에 해방된 느낌을 받고 저벅저벅 발걸음을 돌려 아파트 입구까지 마중을 나섰다.
아파트 입구에서 서성이며 핸드폰을 만지고 있을 때, 택시에서 내린 것인지 입김을 잔뜩 뿜어내며 나에게로 절뚝거리며 오는 ○○씨가 보인다.
○○씨를 발견하자마자 ○○씨에게로 달려갔다. 뭘 그리 많이 사온 것인지, 가방을 어깨에 메곤 양손 가득 비닐봉지와 종이봉투를 잔뜩 들고 있다.
다리도 아프면서 뭘 이렇게 사왔어요. ○○씨의 손에서 짐을 빼앗듯 건네받고선 그대로 천천히 ○○씨의 발걸음을 맞춰 걸어갔다.
칭칭 감고 있는 목도리 사이로 보이는 두 볼이 발갛게 물들어있다. 날씨가 많이 춥긴 하네.
“어? 괜찮아요, 금방 가잖아요.”
“금방 가니까 주는 거에요.”
천천히 걷던 발걸음을 멈추곤 손에 들려져 있던 짐을 모두 내려놓은 후 야상 점퍼를 벗어 ○○씨에게 덮어주었다.
괜찮다며 다시 나에게 돌려주려 하는 ○○씨의 손을 저지시키곤 그대로 먼저 숙소로 향했다.
이게 내가 해주는, 남자로서의 마지막 배려일 테니 이번만큼은 거절당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두 번 다시는 남자로서가 아닌, 남자친구의 친구로서, 친구의 여자친구에게 해주는 배려일 테니.
엘리베이터 잡고 있을게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드는 먹먹한 기분에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겠다는 핑계를 대며 먼저 숙소 입구로 들어섰다.
아, 반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놓곤 마른세수를 하며 한숨을 쉬어냈다. 마른세수를 하다 잊고 있던 반지가 눈에 띄어 새끼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곧바로 빼내었다.
이게 ○○씨의 손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내 마음 역시 ○○씨를 만나기 전으로 돌이켜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거, 이제 돌려줄게요.”
“아…. 사실, 이 얘기 하려고 왔어요.”
“들어가요 일단. 추우니까,”
엘리베이터 앞에서 ○○씨가 오기만을 멍하니 기다렸다. 아, 추워서요. 얼마 있지 않아서 자동문 틈으로 들어오는 ○○씨가 보였고,
○○씨의 놀란 표정을 보곤 그 시선을 따라가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꽉 쥐어져 있던 반지가 들린 주먹을 보곤 어색하게 웃으며 대충 둘러대며 상황을 빠져나왔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하얗게 질려버린 손을 펴 ○○씨에게 반지를 건네곤 ○○씨의 말을 회피하듯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버렸다.
숙소에 도착해서 해도 늦지 않은 얘기니까,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남자로서 ○○씨의 옆에 있고 싶었다. 물론 나 혼자서만 느끼는 거지만.
“왔어?”
“응!”
“추웠지,”
“아냐, 찬열씨가 이거 벗어줘서 하나도 안 추웠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문소리를 들은 것인지 종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대의 목소리를 들은 ○○씨 역시 나와 있었던 것이 불편했다는 것을 말해주듯, 해맑게 웃으며 종대에게로 달려갔다.
현관에 멍하니 서서 그 둘을 바라보니 저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은 언제 또 보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름다웠다는 말을 이런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구나, 하고 처음으로 생각이 들었다. 저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다시 한 번 새삼 느껴졌다.
이젠 정말 내가 발을 뺄 순간이 온 거구나. 둘의 행복을 빌어줘야지.
현관에 멍하니 서서 씁쓸한 표정을 한 채 한번 웃어 보이곤 ○○씨와 종대의 머리를 동시에 헝클인 후 거실로 들어왔다.
“오늘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멤버분들도!”
“오랜만에 먹겠네- ○○이 요리!”
“뭐야, 왜 갑자기 그렇게 호들갑이야.”
“사실, 부러웠거든…저번에 백현이 여자친구가 와서 밥해주고 갔어.”
“으이구, 기다려. 손 씻고 와서 해줄게.”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날 보곤 눈치를 보던 두 사람은 평소와 같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소파에 기대앉아 티비에 시선을 고정시키곤 두 사람에게 두 귀를 집중시켰다.
예쁘네, 보기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아니, 불과 1분 전까진 내가 좋아하던 사람이었지만 저렇게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걸 보니 나 역시 웃음이 난다.
화장실로 쫄래쫄래 걸어가 손을 닦고 나오는 모습을 보아도, 인상을 팍 쓰며 종대에게 꾸지람을 하는 모습도. 어찌 저렇게 예쁘고 귀엽게만 보이는지….
이젠 내가 애원할 것 같다. 제발 친구의 여자친구로만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씨. 우리 얘기 좀 해요.”
“네? 아…. 네.”
한참을 그렇게 지켜보다 앞치마를 두르고 칼질을 하던 ○○씨를 불러냈다. 이 타이밍이라면 얘기하기 편할 것 같아서.
종대는 백현이와 함께 거실에 있던 노트북을 붙잡고 소파에 앉아 모니터를 하고 있고, 다른 멤버들은 방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으니. 조심스레 ○○씨를 내 방으로 불러냈다.
○○씨가 먼저 관계 정리를 위한 말을 꺼내면 더욱 불편하고 말하기 힘들게 눈에 훤했다. 차라리 내가 먼저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내가 먼저 내 멋대로 좋아한 거니까 내 멋대로 끝내버리는 게 ○○씨에게는 더욱 편할 것 같았다.
“무슨….”
“아, 저 이제 ○○씨 안 좋아해요.”
“네?”
“말이 좀 이상하게 됐나…?. 이제 ○○씨 여자로서 안 좋고 친구로서 좋다고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 좋아하는 여자 있어요.”
“아…. 다행이다. 난 또, 아직 찬열씨가 아직도 나 좋아하는 줄 알고 엄청 불편했는데….”
“에이, 불편해하지 마요. 이젠 정말로 ‘친구’로 밖에 안 보여요.”
응, 알겠어요. 내 방으로 살짝 불러내 ○○씨에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곤 장난스럽게 웃으며 방을 나왔다.
좋아하는 여자, 있지. 아직도 ○○씨를 좋아하는 건 끝내지 못했으니까. 앞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속마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꼭꼭 감춰야겠다.
그 어떤 누구도 이 마음을 들춰보지 못하도록. 혼자서 이런저런 다짐을 하고 있을 때,
같은 방에서 나오는 걸 본 종대가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날 쳐다봤다, ○○씨를 쳐다봤다,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그런 종대에게 다가서서 픽, 웃으며 등을 토닥였다.
“걱정하지 마, 이 자식아. 이제 마음 정리했다.”
종대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인 내 말을 들었는지 종대의 표정은 금세 밝아졌고, 나에게 부리지도 않던 애교를 부리기 시작한다.
등에 폭, 안겨 고마워 친구야를 몇 번이나 반복 한지 모르겠다. 이렇게도 착하고 밝은 자식이 여태껏 그런 그늘 아래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젠 안 봐도 알 수 있겠다.
계속해서 내 등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종대를 소파에 패대기치듯 눕혀놓곤 가만히 방에 틀어박혀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던 경수를 깨워
게임방이나 가자, 하며 질질 끌고 나와버렸다. 이 상황에선 이게 내 최선이니.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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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J |
또 이렇게 늦게야 찾아왔네요. 연말이다보니 이것저것 바쁜 일이 늘어나서 늦어진것 같습니다. 분명 10화에선 1일 1편이라고 굳게 다짐을 해놓고 이렇게 또 약속을 어겼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1일 1편 최대한 지킬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 김종대, 갈림길도 몇 편 남겨두지 않았네요. 공집오보단 빨리 끝나는 느낌에 꽤 섭섭하긴 한데 연재한 시간만을 보면 이게 더 긴것 같네요. 그만큼 제가 소홀해졌다는것을 느꼈으니 앞으론 더욱 자주오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