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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가게로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들어가니 시끄러운 소음들 사이로 네가 보였다. 

 

• 

 

그날은 정말 별다른 게 하나 없었어.  

그저 새학기가 시작 돼 새로운 친구들과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아 방학 때 뭘 했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여느 고등학교와 별다를 게 없던 그저 평범한 교실이었고, 선생님의 등장으로 조용해졌던 교실이 선생님의 자리를 바꾸자던 얘기에 다시 신이 나선, 제비뽑기로 하자며 다시 한번 시끄러워지던, 그런 평범한 고등학교 풍경이었어. 

 

 

그렇게 자리는 제비뽑기로 하게 되었고 나는 13번을 뽑았고 넌 14번을 뽑아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지 

우린 21명이라 꼭 한 명은 혼자 앉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자리를 정하는 날마다 아팠던 난 항상 혼자 앉게 되었었어. 그날은 아프지 않았던 탓에 난 짝꿍이 생겼고, 정말 너무 설레면서도 긴장이 됐었어. 

아, 지금 생각해보니 그날은 평소와 뭔가 다르긴 했던 것 같아. 

가을치곤 정말 따뜻한 바람이 정말 좋은 향기와 함께 불어왔던 것 같아. 

 

 

• 

 

 

들어가니 모두가 날 보며 정말 반가워했다.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네게로 걸어가 너를 한번 툭 치자, 

넌 자신의 어깨를 툭 치는 느낌에 고개를 돌리며 날 바라보았다. 놀라는 표정도 어쩜 그렇게 그때와 똑같은지. 

 

'어? 뭐야 언제 왔어!' 

'어휴 전원우, 얘가 온 지가 언제야.' 

 

부승관의 호들갑에도 넌 왜 연락을 하지 않았냐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여전히 넌 변한 게 없었다. 

항상 나보다 큰 키 탓에 내 머리를 쓰다듬던 그 버릇, 인사는 생략하고 할 얘기만 하는 그 버릇과 그 잘생긴 얼굴도 여전했다.  

네가 보는 난 좀 변했으면 하는데, 좋게 말이야. 

 

• 

 

 

'네가 내 짝꿍이야?' 

 

너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지 정말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왜 그랬을까, 싶지만 그땐 정말 남자 짝꿍이 생긴 건 처음이라 너무 부끄러웠어. 

 

내 앞에 앉은 부승관과 권순영이 투닥거리는 소리 속에도 넌 내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어.  

와, 쟤네 너무 시끄럽지 않냐? 야야, 너네 조용히 좀 해 

넌 그럼에도 꿋꿋하게 시끄럽던 승관의 의자를 발로 툭 쳤고, 그런 널 째려보던 승관을 아는지 모르는지, 넌 내게 이제 좀 조용하다 그치? 하며 날 보며 웃었지. 난 그저 네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네, 하곤 웃을 수밖에. 부끄러웠거든. 

 

 

• 

 

 

'여주야, 너 진짜 예뻐졌다.' 

'민규야, 너 많이 취한 거 같은 건 알고있니?' 

'아, 부승관! 우리 민규가 나 칭찬해준다는데 왜 그래' 

 

네가 내게 해줬으면 했던 칭찬을 민규가 먼저 해줬다. 

전혀 설레지도 고맙지도 않았다. 네가 해줬으면 했는데, 그 예쁘다는 칭찬. 그럼 나도 말해줬을 텐데 우리 원우가,라고 말이야. 

그럼 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예전엔 참 좋아했었는데 넌, 우리라는 단어를. 

 

 

• 

 

 

나는 부승관, 권순영, 이지훈, 김민규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넌 부승관, 권순영과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났다고 했어. 과를 이과로 오면서 같은 반이 됐다고 좋아했지, 

그게 참 귀여워서 널 보고 웃으면 넌 우리, 친하게 지내자. 하며 내 머리를 쓰담곤 했었지. 

 

넌 내가 우리 순영이, 우리 승관이가 하고 얘길 할때마다 우리 여주 그랬어? 근데 누가 우리 승관이고, 누가 우리 순영이야? 하곤 했어. 

내가 우리 원우 라고 불러주면 넌 그 예쁜 웃음을 보이곤 했지. 

그게 보고싶어서 난 일부러 계속해서 우리 원우라고 불렀던 것 같아. 

 

 

• 

 

 

'김여주 연애는 하냐?' 

'연애는 무슨,' 

'하긴, 그냥 예의상 질문이었어.' 

 

이지훈이 손에 낀 반지를 들며 말하는 게 얄미워 한껏 째려봤다. 쟤 나 놀리려고 그런 거 맞지? 

다시 원우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쟤, 다음 달에 결혼한대. 하고 말했다. 

 

'야, 이지훈, 애 기 좀 죽이지마.' 

'맞아, 여주 고등학교 때 남자친구 있던 거 모르냐?' 

'아, 그러고보니, 걔는 왜 안 왔대?' 

 

 

• 

 

 

'야, 너 고백받았다며?' 

'아, 또 이석민이 말했지?' 

'나 아니야, 여주야.' 

 

언제 왔는지 자긴 절대 아니라며 내 책상에 딸기우유를 올려놓는 이석민을 쳐다보며 그래? 하자, 웃으며 그래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말해줘! 하며 이석민이 우유에 빨대를 꽂아 내게 건넸어. 뭐야, 너 맞잖아! 

 

그냥 별게 없었어. 

자꾸만 커지는 내 마음이 너무 미웠고, 내게 잘해주는 네가 좋은데 그 배려를 착각을 하는 내가 싫어서 그 마음을 숨기고 모른 체 하려고 했어,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데 내가. 

그 관계를 깨트리기가 너무 싫어서, 그래서 남자친구를 소개받았어. 

그러면 우리가 친구로, 그렇게라도 남을 수 있을까 해서,  

그렇게 그 애가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고백을 했고, 

너와 멀어지는 게 싫었던 나는, 내게 남자친구가 생기고, 그렇게 내 마음을 숨기면 우리가 친구는 계속할 수 있을 거 같았어. 그래서 사귀었었던 거지. 

 

오래갈 관계라곤 생각 안 했어. 

금방 헤어질 거라고 생각 했어, 나도. 

 

'김여주랑 최승철이랑 사귄대요!' 

'최승철이랑 김여주랑 사귄대요!' 

'아, 부승관, 권순영, 그만 좀 해라 제발.' 

 

온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던 권순영과 부승관을조용히 시켜줬던 거도 너였었는데. 

어떻게 조용히 시켰는지 참 의문이었는데 계속 까먹고 있었지 뭐야.  

 

그렇게 넌 내게 축하한다. 한마디를 건넸어. 

내 착각이었는지, 그냥 타이밍이 그랬던 건지  

넌 내가 남자친구가 생긴 이후로 머리를 쓰다듬는다던가 내 이름 앞에 항상 붙여 부르던 우리라는 이름을 빼고 부른다던가 하는 일들을 하지 않았어. 

 

그래도 매일 아침마다 우리 집에 데리러도 왔고, 야자가 끝나고 나면 편의점에 들려 꼭 딸기우유를 내 손에 쥐여주고 선 집에 데려다줬어. 

 

최승철은 매일 11시 야자를 했고, 아침엔 반장이라 일찍 나가봐야 한다며 나를 데리러 온다거나, 데려다주지 않았어. 

그렇다고 해서 섭섭하다거나 서운하지 않았어. 

항상 네가 있어줘서 난 괜찮았어, 

집을 데려다주며 넌 항상 내게 서운하지 않느냐며 물었지만 난 전혀 서운하지않았어. 

항상 네가 있어줘서 난 괜찮았어, 

집을 데려다주며 넌 항상 내게 서운하지 않느냐며 물었지만 난 전혀 서운하지 않았어. 

너랑 가는 길이 더 좋아서, 그렇게 말도 못하고 그저 조금 서운해, 그렇게 거짓말을 했어. 

 

그 뒤로 넌 여자친구가 생겼고, 항상 나를 데리러 오던 네가 오질 않았어. 

네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연락이 온 뒤로 아침엔 문 앞엔 최승철이 서 있었고, 학교가 끝나면 교실 문 앞엔 최승철이 있었어. 

난 최승철과 등하교를 했고, 너와 함께 하지 않는 게 정말 서운했어.  

그래도 어쩔 수 없었지 뭐, 

넌 여자친구가 있고, 난 남자친구가 있는데. 

 

최승철은 너처럼 섬세하지 못했어. 

신발 끈이 풀린 날 보곤 신발 끈 풀렸네, 하며 먼저 간다거나 

조금만 늦게 나와도 먼저 가버린다거나 

이어폰을 꽂은 체 내게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지조차 않았고, 

내가 걸음이 느리다며 빨리 오라며 화를 내곤 했어. 

다시 너랑 등교를 하게 됐을 때 넌 내게 걸음이 빨라졌다며 너무 빠르다고 천천히 걸으라며 내 가방을 잡곤 했었는데 말야. 

 

 

모든 일에 자꾸 네가 생각이 나는 거야. 

너라면 이럴 텐데, 너라면 이렇게 말해줄 텐데. 

자꾸 비교하는 게 최승철한테도 미안하고, 

여자친구가 있는 너한테도 미안했어. 

그렇게 헤어졌어, 최승철하고. 

 

너랑 등교하는 아침에 

나 헤어졌어. 하고 말하자 넌 내게 왜?라고 묻지 않고 

잘했어.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어. 

 

너랑 하교하는 길에 

네가 나한테 나 헤어졌어. 하고 말하자 나도 네게 왜?라고 묻지 않고 잘했어. 하며 네 등을 토닥였지.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된 건 너의 책임도 있었어. 

넌 뭐든 내가 우선이었지. 

내가 너한테 생긴 감정이 무서워, 우리 사이가 멀어질까 두려워서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도 넌 내가 먼저였고, 네가 여자친구가 생긴 그때도 넌 내가 먼저였어. 

 

• 

 

'김여주?'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니, 최승철이 서 있었다. 

나도 모르게 네 눈치를 살폈다. 여전히 난 나보다 네가 먼저다. 

넌 뭐가 그렇게 맘에 들지 않는지 잔뜩 인상을 썼다. 

인상 쓰지 마, 원우야. 네 이마를 펴주고선 최승철에게 응, 맞아. 하고 대답해주자 최승철은 웃었고, 넌 내 손을 꽉 잡았다. 

 

'여전하네, 많이 예뻐졌네?' 

'응, 고마워.' 

'이렇게 예뻐진 줄 알았으면 그때 더 잘해줄걸, 남자친구는 생겼고?' 

'어? 아..' 

'그게 네가 왜 궁금한데? 야, 홍지수! 여기 네 친구 데려가.' 

'둘 사이도 여전하네, 여주야, 잘 놀다가 가!' 

'야! 홍지수! 최승철 데려가라고!' 

 

미친놈이, 지가 인사는 왜 해? 원우에 투덜거림에 그게 또 귀여워 웃자, 넌 내게 우리 여주 머리 나쁘니까 금방 잊지? 하며 잊으라며 레드 썬을 외쳤다. 

부승관, 권순영, 이석민 가만 안 둬. 애를 얼마나 망쳐놓은 거야. 

 

 

• 

 

 

 

체육대회 때는 운동신경이 없는 난 이 년 내내 응원만 죽어라 했었어. 

부승관, 이석민, 권순영= 부석순은 항상 응원단장이었고, 아니, 권순영은 게임을 꽤 나갔었지. 

체육부장답게 김민규와 함께 축구에서 꽤 좋은 점수를 내기도 했었어. 

난 축구를 하던 순영과 민규보단 농구를 하던 네가 좋았어. 

고2 체육대회 땐 축구와 농구를 동시에 경기했었는데  

부석은 순영과 민규를 응원 가고, 나와 지훈이는 너를 응원하러 갔었어. 

그날 자기들을 응원하러 오지 않았다며 삐친 권순영과 김민규를 달래느라 우리 둘이 햄버거 사주며 달랬었는데, 그걸 애들은 기억할까? 

 

 

 

• 

 

 

 

'그거 기억나? 권순영, 김민규 자기 축구 응원 안 오고 전원우 응원 갔다고 삐쳐서 김여주랑 전원우가 햄버거 두 개씩 사고 그랬잖아.' 

'맞아, 응원 간 나랑 이석민은 뭐가 되냐!' 

'너희들은 여자가 아니잖아.' 

 

나 여자로 봐줘서 고마워, 하는 전원우 말에 모두가 웃었다. 정말, 부석순 가만 안 둬. 

 

'그럼 그건 기억나? 전원우 전학 간다고 여주 울고, 밥도 못 먹어서 삼 일 동안 학교 못 나온 거.' 

 

권순영 정강이를 발로 툭 치자 아, 하며 날 쳐다보는 권순영에게 조용히 하라며 눈치를 주자 승관아, 김여주가 나보고 조용히 하라고 하고 막 발로 차고 그랬어! 하며 날 째려봤다. 어쩌라고. 

 

우리 여주, 진짜 그랬어? 하며 물어오는 전원우에 그 정돈 아니었다며 고개를 흔들자 오빠, 좀 감동인데. 했다. 부석순 죽었어. 전원우 이런 애 아니었는데. 

 

•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어. 

너무 기분이 축축 처지는 거야. 

우산을 학교에 두고 와서 우산도 없고, 넌 오늘 학교에 못 간다며 연락이 와서 이걸 어쩌나 하다가 결국 이지훈을 불러서 같이 등교를 했었어. 

그렇게 걸어가는데 이지훈이 날 보더니 너, 이제 어떻게 하냐. 하는 거야. 뭐가? 그랬더니 원우, 네가 전학을 간대. 

그 말 듣자마자 너무 서러운 거야. 왜 나한테는 말을 안 했지? 

이지훈한테 나 너무 아파서 학교 못 가겠다고 그러고선 그 비를 쫄딱 다 맞고 집에 와서 펑펑 울었어. 

몸살에 걸려서 삼일 내내 아팠어.  

널 보러 가야하는데 하는데도 일어나질 못했어. 

그렇게 아픈게 나아서 학교를 갔는데 넌 이미 전학을 간거야. 

그렇게 네게 내 마음 말도 못 했는데 넌 이미 가버렸지. 

네게 연락 할 생각도 못 했어. 너무 서운해서 

좀만 기다리면 오겠지? 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변했더라고. 

애들한테도 못 물어봤어. 혹시 원우랑 연락하느냐고 

그렇다고 하면 너무 섭섭할까봐, 물어보지도 못하다가, 네 연락을 기다리다가 졸업을 했어. 

졸업 때 꼭 말하려고 했는데 좋아한다고. 

 

• 

 

오늘 나를 본 네가 아무렇지 않아 하는게 속이 상해 화를 잔뜩 내려고 했는데 널 보자마자 다 풀리는거야. 

그래도 그게 너무 괘씸한거지. 

그래서 너게 물었다. 왜 그랬느냐고.  

 

'그때, 너 왜 말 안 하고 갔어?' 

'무슨 소리야, 난 말하고 갔는데?' 

 

 

 

 

 

 

 

 

 

 

 

 

 

 

 

 

 

 

 

 

따스한 바람이 불어온다면, 

바람에게 내가 그대에게 보낸 마음이라 생각해주오. 

오늘 밤 별이 떠 그댈 비춘다면, 

별에게 그댈 사랑한다 말한 내 마음 알아주오. 

그대에게 사랑한다 말하면, 

그저, 그대 날 보며 사랑한다 말해주오.
 

 

 

 

 

 

 

 

 

 

 

 

 

 

 

 

 

 

 

 

 

 

 

 

 

 

 

 

 

 

 

 

 

 

 

아마 달님, 소원을 들어주세요. 는 화요일쯤 올라올꺼 같고, 이건 기다리시는 분들 심심하실까봐 데려왔어요! 이 글은 내일 원우의 편으로 여주가 몰랐던 원우의 마음들과 원우의 상황들이 나올 예정이에요ㅎㅎ 애들로 쓰고싶은 내용은 많은데 글이 정리가 안되네요 ㅠㅠ 할 말은 많은데 정리가 잘 안돼! 도와줘 S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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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17.150
꺄ㅠㅜㅜㅜㅜ 원우야ㅠㅠ 원우는 얘기를 했는데 여주가 못 알아들었던 걸까요?? 얼른 원우편도 보고싶네요ㅠㅠ
8년 전
순아리
감사합니다! 원우편 오늘내로 가지고 올께요 ! ㅎㅎ❤️
8년 전
독자1
달빛천사입니다!!!!
8년 전
독자2
아련한 분위기 ㅜㅜㅜ
다음 원우편도 기대할게요!!

8년 전
순아리
매번 와주시는 ㅠㅠ 감사해요!
이 글이랑 달님이랑 글이 달라서 암호닉 써야하나 고민했어요 ㅠㅠ
이따 글 올릴때 꼭 써드릴께요! ❤️

8년 전
독자3
ㅎㅎㅎ 네 감사합니다!
글보다 건강이 중요하니 건강 꼭 챙기세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8년 전
순아리
달빛천사님도 건강하세요 ❤️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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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순아리
감사는 제가 하죠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8년 전
순아리
감사해요 ❤️❤️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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