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부터 꽤나 큰 소리를 내며 비가 내렸다. 난 유난히 잠귀가 밝았다. 내 천둥소리에 놀라 깨면 넌 어떻게 알았는지 날 끌어 자기 품으로 끌어 당기고선 등을 토닥이며 자다 깨 낮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줬다. 그렇게 네 품속에서 네 향기를 맡다가 잠에 들면 네 꿈을 꿨다. 꿈은 가끔 행복하기도, 한없이 슬퍼 잠에서 깨도 우는 꿈을 꾸기도 했다. 행복한 꿈을 꾸고 잠에서 깨면 넌 어떻게 알았는지 눈을 감은 채로 "우리여주, 행복한 꿈 꿨나보네?" 하며 내 허리를 와락 끌어당겼다. 그러면 나는 한참을 꿈 내용을 설명했다. 그럼 너는 한참을 아무말 없이 들어주다가 내가 "정말 행복한 꿈이였어!" 하면 두 눈을 천천히 뜨고서 날 바라보곤 슬쩍 웃으며, 정말 행복했겠네, 우리 공주님. 했다. 또 슬픈 꿈을 꾸고 내가 일어서 앉아 "원우야," 하고 부르면 넌 팔을 쭉 펴고선 자기 팔을 툭툭 쳤다. 자다 깬 그 낮은 목소리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 목소리로 "팔베게 해줄께, 누워." 했다. 내가 네 팔에 머리를 데고 누워 한참을 울면, 넌 그저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 울고 난 뒤 꿈 얘기를 해주면 넌 그랬구나, 슬펐겠네. 하곤 했다. 슬픈 꿈은 대부분 네가 날 떠나가는 내용이였다. "오늘은 내가 넘어졌는데도 내 손을 놓고 그냥 가버렸어!" 하면 "나 엄청 나빴네, 다친데는 안 아팠어?" 하곤 내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아 빙빙 돌렸다. 그럼 난 눈물이 흘렀던 눈가를 비비며 "아팠는데, 네가 날 두고 간게 더 아팠어!" 했다. 그럼 넌 한손으론 내 왼손을 잡고서 너의 다른 손으로 내 눈가를 꾹꾹 눌러 닦아내며 내가 우리 공주를 버리고 어딜가겠어, 절대 안갈께. 하며 잡고 있던 내 손을 들어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약속. 그렇게 새벽에 깼다 다시 네 품에 안겨 잠이 들때 넌 한참을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장가를 불러줬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벽에 잠을 못 잤는지 자고 있는 널 보다 스트레스가 많았던 탓인지 수척해진 네가 안쓰러워 침대 위 누워있는 네 옆에 가만히 앉아 네 머리를 쓰다듬으면 넌 언제 깼는지 "잘잤어?" 하며 내 다리에 머리를 베고 누웠다. 그럼 난 네 눈,코,입을 쓸며 "우리 원우 잘생겼네." 했다. 그럼 곧 내게 "어디가 제일 예뻐?" 하고 묻는 네게 눈 하고 대답하면 넌 내 목을 끌어당기곤 "넌 여기가 제일 예뻐." 하며 뽀뽀를 했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면 보통 1시는 기본적으로 넘었다. 시계를 보니 3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깜짝 놀라 밥을 챙기려 부엌으로 가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재료들을 꺼내고 있으면 파란 칫솔을 입에 문 네가 분홍 칫솔에 치약을 묻혀 내 입에 넣어주며 그래도, 양치는 해야지. 한다. 내 어깨를 잡고 끌어 화장실로 데려가고 서로 양치도 하고 세수를 마친 우리가 두 손을 꼭 잡은 채 다시 부엌으로 오면 넌 된장찌개를 하려고 했던 재료를 다시 냉장고에 정리 해 넣으며, 나는 자몽쥬스에 핫케이크 먹을래. 하며 커다란 그릇에 핫케이크 가루를 비우며 넌 어때? 하고 물었다. 그래, 좋아! 하고 웃으면 넌 날 안아 식탁위에 앉혀놓고선 핫케이크를 담은 그릇에 우유를 부으며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런 네가 귀여워 웃며 다리를 흔들면 넌 그러면 복 날아가요. 하며 날 돌아봤다. 그 말에 난 알겠다고 대답했다. 윗옷도 입지 않은 채 후라이팬에 핫케이크를 붓는 네 모습에 쪼르르 달려가 나와 커플로 샀던 파란색 파자마를 가지고 와 네게 건네주면 넌 웃으며 옷을 입었다. 다시 의자에 앉아 너의 뒷모습을 보다 네게 다가가 와락 끌어안으면 넌 아가야, 잠깐만. 하고 날 안아올려 싱크대 옆에 앉혀놨다. 딱 좋네. 어디 가지말고 여기에 앉아있어. 네가 만든 핫케이크는 정말 맛있다. 메이플시럽 대신 꿀을 작은 접시에 담아 네가 잘라 준 핫케이크를 찍어먹었다. 넌 자몽쥬스에 빨대를 꽂으며 내게 건넸며 많이 먹어. 했다. 설거지를 미루고 쇼파에 앉아 영화 한편을 다 보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앉아있으면 넌 내게 우리 만화책 빌려다 읽을까? 하며 방으로 들어가 모자와 검정 츄리닝 두 벌을 들고 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면 여전히 내리는 비에 우산 하나를 쓰고 팔짱을 낀 채 만화방으로 가선 만화방 안에 들어가 앉아 그렇게 세시간을 내내 만화책만 읽다 문득 휴대폰을 켜면 벌써 일곱시가 되어있었다. 원우야, 벌써 일곱시야. 집에 가자. 하면 넌 알겠다며 읽던 책을 덮고 일어섰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넌 한손엔 우산을 들고 한손엔 내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길을 걷다 분식집이 보이자 넌 내게 떡볶이 먹을래? 하며 묻는다. 고개를 끄덕였다. 튀김도! 분식집으로 들어가 떡볶이랑 튀김을 시켜 놓고 앉아있으면 주인 할머니께서 음식을 가져다주며 신혼부부? 하고 묻는다. 네, 하고 웃으면 잘 어울리네. 맛있게 먹고 가요. 하는 말에 기분이 좋아 웃으면 넌 내게 귀여워. 하며 내 입에 떡볶이 떡을 넣어주었다. 다 먹고 나오며 길을 걸으면 보이는 편의점에 너와 난 동시에 빠삐코! 하고 외쳤다. 통했다는게 좋아서 웃고 있다가 네 손을 잡고 편의점으로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고 손에 쥔 채 먹었다. 그렇게 집에 가는 길에 집 앞에 있는 빵집에 들려 케이크를 하나 사고서 집에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오면 어느새 시간은 11시가 넘어있었다. 쇼파에 앉아 원우야,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하고 말하면 넌 내게 나도. 했다. 12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초를 켠 케이크를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12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리면 난 생일축하한다는 노래를 부르고 넌 소원을 빌고서 촛불을 후-하고 불었다. 무슨 소원 빌었어? 말 안해줄래. 그런게 어디있어. 말해줘! 우리 여주 매일 내 꿈 꾸라고, 그렇게 빌었어. 그 말에 네가 너무 예뻐, 우리 원우, 생일 축하해. 하고 말하면 넌 내게 그 예쁜 웃음을 보이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실은 무슨 꿈이던 상관없어. 그냥 너만 내 곁에 있어주면 난 그걸로 충분할꺼 같아. 생일 축하해, 우리 원우야. 원우야,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