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와블 - 사르르 (또 오해영 OST)
차 속에서 나눈 대화는 정말 평범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일러 고치는 건 매일 뉴스로만 보다가 실제로는 처음 봤는데 진짜 신기하더라고요. 막 이렇게 슉슉 하니까 고쳐지더라고요."
그 광경이 정말 신기했던 이름이 손발짓을 동원하며 석진에게 설명을 했고 석진은 미소를 띤 채 일일이 반응해주었다.
"그래요? 신기했겠네."
"네. 정말 신기했어요. 근데..."
보일러가 또 터지면 내 팔근육도 터지겠지?
신이 나서 열심히 얘기하던 이름이 갑자기 시무룩해지며 말이 없자 석진은 이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왜 그래요?"
"아니요... 그냥... 두 번 다신 그걸 보고 싶진 않아서요. 그럼 저희 집 또 물 빼야 되잖아요."
보일러 고치는 건 신기했지만 또 바가지로 물을 푸고 싶진 않아.
이름이의 심각한 표정에 무슨 일일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석진은 이름이의 대답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네요. 또 터지면 안 되겠네."
그런 석진의 말에 이름이는 오늘 바가지로 물을 퍼내느라 팔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며 석진에게 근 1시간 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말했고 석진은 간간이 맞장구를 쳐줄 뿐 웃으며 듣고만 있었다.
어쩜 저렇게 사람 말도 잘 들어주고 대답도 잘 해주지?
정전국 씨는 매일 내가 무슨 말만 하면 틱틱 대고 그랬는데.
이름이의 말이 끝나자 타이밍 좋게 석진이 예약했다는 식당에 도착했고 저번처럼 비싼 집에 가면 어떡하나, 하며 걱정했던 이름이는 저번보다 작은 식당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 진짜 이번에도 엄청난 곳이었으면 그대로 택시 타고 집에 갔을 거야... 는 거짓말.
그냥 눈치 보면서 맛있게 먹었겠지 뭐.
"들어가요."
이름이의 어깨를 감싸는 석진의 손길에 몸이 얼어붙은 채 펭귄 걸음으로 식당 안에 들어선 이름이는 작은 외관과 달리 궁중에 온 듯 화려한 내부에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거기서 뭐 해요?"
석진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 이름이의 손목을 잡고 자리에 앉혀주었다.
어떡해.
내 손목을 잡았어.
나 살쪄서 지금 손목 엄청 말랑말랑할 텐데.
내 살... 느껴졌을까? 에이. 몇 초 잡지도 않았는데 설마.
아니지. 촉감을 잘 느끼는 사람이면 어떡하지?
예상치 못한 스킨십에 이름이는 자리에 앉아서 석진에게 잡혔던 손목을 주물럭거리며 혼자 별별 생각했고 그렇게 슬슬 생각이 산으로 갈 무렵 음식이 도착했다.
그리고,
"어? 혹시... 성이름?"
"정전국씨?"
이유는 모르겠지만 옆집 남자도 도착했다.
"누구... 에요? 친구?"
어리둥절한 표정의 석진을 보며 이름이는 대체 저 남자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냥 친구라고 하면 되지. 왜 나는 대답을 못 하는 거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는 석진을 보며 입이 떨어지지 않는 자신이 원망스럽던 이름이는당
"친구입니다."
당히 친구라고 말하는 정국을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그렇지. 친구 맞지. 근데 왜 난 놀라는 거지? 왜?
"아하하. 그, 그렇죠. 친구죠. 치, 친한 친구."
"아- 그러시구나-"
석진은 옆집 남자를 향해 악수를 청했고 정국은 그의 악수를 깔끔히 무시하곤 이름이의 옆자리에 앉았다.
보는 사람이 다 민망할 정도로 석진을 투명 인간 취급하는 정국의 팔을 찰싹 때리며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뭐 하긴요. 친구 옆자리에 앉았잖아요."
당당하게 대답하는 정국에 말문이 막힌 이름이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정국의 팔을 때리며 말했다.
"아니, 악수해줘야죠."
"난 남자랑 손 안 잡아요."
이건 그게 아니잖아요, 이 사람아.
당당하게 석진에게 악수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하는 정국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입만 떡 벌리고 있던 이름이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석진에게 해명하기 위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얘, 얘가 원래 이, 이런 애가 아, 아닌데... 낯을 좀 가려서... 절대 석진 씨가 싫은 건 아닐 거예요! 그지...?"
이름이는 정국을 향해 표정으로 빨리 그렇다고 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간절한 이름이의 신호에 정국은 결국
"네. 맞아요."
누가 들어도 잔뜩 삐친 목소리로 툴툴대며 대답했다.
저 인간은 여길 대체 왜 와가지고 나를 난처하게 만드는 거야, 진짜.
"그런데 친구분은 여기 어쩐 일로...?"
석진의 말에 그는 아- 하며 박수를 크게 한 번 치더니 석진에게로 바짝 다가가 말했다.
"잠깐 이리 와보세요."
"왜요?"
괜히 같이 긴장한 석진이 그의 쪽으로 몸을 더 기울였고 본인의 자리에서 둘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는 이름이는 혹시 저 남자가 쓸데없는 얘기라도 할까 싶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정전국 씨가 별말 말고 이 자리에서 사라져 주길 바라는 것뿐...
그가 무슨 말을 한 건지는 몰라도 석진의 표정이 놀람과 당황으로 가득 찼고 진짜 저 인간이 이상한 소리라도 한 건가 싶어 이름이는 재빨리 입을 뗐다.
"얘가 원래 좀 이상한 애에요! 얘가 하는 말은 별로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석진은 이름이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그를 보며 진짜냐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고 석진은 대략 열 번 정도의 확인을 받고서야 그에게 젓가락을 꺼내 내밀었다.
"그럼 같이 먹어요."
엥?
갑자기 이게 뭔 상황인가, 싶어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자 석진은 입꼬리만 애써 올려 웃으며 이름이에게도 젓가락을 내밀었고 정국은 음식을 집어 입에 넣으며 이름을 향해 짓궂게 웃어 보였다.
뭐지. 나만 빼고 다 아는 것 같은데. 나 지금 엄청난 왕따를 당하는 기분인데.
둘 중 누구에게라도 물어보고 싶은데 한 사람은 먹기에 여념이 없고 다른 사람은 멍한 표정으로 음식을 집었다 내려놨다를 반복했다.
뭐야. 뭐냐고. 대체 뭐냐고.
"이봐요, 정전국 씨."
"에?"
이름이는 둘을 번갈아 보다 그나마 자신의 말을 들어줄 듯한 옆집 친구를 툭툭 쳤고 그는 입안에 음식물을 가득 욱여넣은 채 대답했다.
"대체 그쪽이 무슨 얘기를 했길래 저분 표정이 저래요?"
그제야 석진의 표정을 자세히 보던 그는 씹고 있던 음식을 꿀꺽 삼키곤 이름이에게 속삭였다.
"뭔 얘기했냐면요..."
이름이는 정국의 입이 열리기만을 숨죽여 기다렸고 정국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이 정민이라고 했어요."
"예?"
이름이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옆집 친구와 석진이 이름을 동시에 쳐다봤고 주변 사람들 역시 이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에 괜히 민망해진 이름이는 재빨리 자리에 앉으며 정국에게 말했다.
"진짜예요? 진짜 그랬어요?"
"아니 그럼 가짜로 그럽니까."
말을 마치고 당당히 음식을 집어먹는 그의 모습에 석진과 같이 멍한 표정을 지은 이름이는 입술을 꾹 깨물고 그의 발을 힘껏 밟았다.
"아!"
많이 아팠는지 젓가락으로 집은 음식도 놓친 정국이 양손으로 밟힌 부분을 감쌌고 그의 소리에 다시 주변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쏠렸다.
"왜 그걸 말해요!"
"나 원래 거짓말 못 하고 살아요."
아니 그게 자랑이라고 지금...
그를 어떻게 하면 여기서 당장 쫓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이름이는 예상보다 많이 아픈지 발에서 손을 뗄 줄 모르는 그에게 미안해져 그의 표정을 살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앓는 소리를 내는 그에게 이름이는 자기가 너무 심했다, 싶어 그의 손에 젓가락을 쥐여주었다.
"그렇게 세게 밟을 생각은 없었는데... 많이 아팠으면 미안해요. 이제 그쪽 안 건들게요. 편하게 밥 먹어요."
"진짜죠?"
그는 기다렸다는 듯 이름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언제 아팠냐는 듯 다시 신나게 밥을 먹기 시작했고 그를 제외한 나머지 둘은 그가 배룰러 제대로 걷지도 못 할 때까지 멍한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잘 먹었어요."
오는 길에 택시를 타서 돈이 없다는 옆집 친구는 가는 길마저 이름을 따라 왔고 결국 석진의 차에 탔다.
"아닙니다."
석진은 처음 그를 볼 때와 달리 굳은 표정으로 애써 괜찮은 척 웃어 보였고 이름이는 석진의 눈치를 보느라 먹지도 않은 음식이 얹힐 것만 같았다.
진짜 정전국 씨가 다 말 한 거면 어떡하지?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이제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랑 다신 만나지 말자고 하는 거 아냐?
이름이 차에 타서까지도 별별 생각을 다 하는 동안 어느새 차는 집 앞에 도착했고
"다음에 봬요."
정국은 석진에게 고개만 까딱하고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집으로 뛰어올라갔고 차에 남은 둘의 어색한 분위기를 보다 못한 이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가볼게요."
막 차 문을 열고 나가려는 이름이의 팔을 덥석 잡은 석진의 손에 깜짝 놀란 이름이 석진을 보자 그는 이름을 향해 긴장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왜... 요?"
설마 정전국 씨에 대해 물어보려는 건가?
날 아무 집에서나 자는 쉬운 여자로 보는 건 아니겠지?
이름이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있을 즈음 ##석진이 입을 열었다.
"저 분이랑은... 그냥 친구죠?"
이름이는 석진의 말에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요! 좋은 친구죠."
그런 이름이의 말에 안심한 듯 석진이 그제야 표정을 풀며 이름을 놓아주었다.
"그럼 다행이고요. 조심히 들어가요."
이름이는 네, 라며 짧게 대답하곤 차에서 내렸고 왜 석진이 저런 말을 했을까 고민하며 집으로 들어선 이름이의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정국이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 노트! 내꺼 못 봤어요? 내 노트?"
들어오자마자 활짝 열린 창문에 놀란 이름이 마음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몰아치는 그의 질문에 노트에 대해 생각하다 그때 정전국 씨가 홍수 난 거실 바닥에 던져버렸던 게 생각나 그에게 얘기했다.
"그래서 그때 정전국 씨가 던졌잖아요."
그는 아, 하며 바보 같은 표정을 짓다 이름을 향해 말했다.
"그거, 버렸겠죠?"
이름이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요. 물에 흠뻑 젖어서 갈기갈기 찢어져서 버려졌을걸요."
이름이의 말에 정국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됐어요. 잘 자요!"
또 자기 마음대로 쾅 닫아버린 창문에 내일은 정말 창문을 닫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하며 소파에 털썩 앉은 이름이는 푹신한 스펀지의 느낌이 아닌 뭔가 딱딱한 게 엉덩이를 찌르는 듯한 느낌에 앉은 자리 주변을 더듬었고 그런 이름이의 손에 집힌 건 다름 아닌,
"노트?"
어제 정전국 씨가 던져 버린,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애타게 찾던 정전국 씨의 노트였다.
정국에 뷔온대 사담 |
누가 정국이한테 아무것도 안 한다고 했습니까! 여주 데이트 방해하는 이런 바람직한 남주가 있는데! 이제 석진이랑 정국이랑 꽤 자주 볼 거예요. 이러다 둘이 정분나는 건 아닌가 몰라... |
너와 나, 30cm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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ㅌ 태태마망 / 토끼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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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하늘 / 하람 / 항암제 / 헹구리 / 환타 / 희망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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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암호닉 안 받아요
p.s. 2 - 정전국 아닙니다. 전정국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