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연있는 인연
정국이와 나는 하루간격으로 보육원에 맡겨진 고아들이었다.
다른 또래친구가 없었던 우리 둘은 어린시절 서로에게 하나뿐인 친구였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때까지 우리는 학교 친구들의 놀림 속에서도 둘이서 뭉쳐 꿋꿋이 버텨냈다.
그러던 어느 날, 깊은 밤에 갑자기 정국이가 울면서 나한테 달려왔다.
"탄소야 나 입양가기 싫어. 너랑 있을래."
"입양?"
정국이는 어떤 집으로 입양되었다. 그리고는 아예 연락이 끊겨버렸다.
난 한동안 속상해서 매일을 울었지만, 이내 그럴 수 있다며 정국이를 이해했고, 곧 나도 중학교 2학년 되던 해에 기적적으로 입양되었다.
양부모님은 사업을 하셨었고, 꽤 부유했다.
덕분에 나는 내가 보육원 출신임을 아무도 알지 못할 사립고등학교로 진학했다.
1학년 첫 날, 자리 배치표대로 앉으라고 해서 내 자리를 확인하려고 배치표를 보는데, 내 옆자리 짝꿍 이름이 너무도 익숙했다.
'정국..?' 설마 아니겠지싶어 뒤를 돌아 내 자리를 확인하는데 정국이가 손을 흔들었다.
내가 알던 그 정국이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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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떻게 연락 한 번을 안하니? 너무하잖아..."
"아버지,어머니가 안좋아하셔서 어쩔 수 없었어...그나저나 너는 어떻게 살았어? 이 학교 온 거 보면...너도 입양됐구나!"
"다행히도 좋은 부모님 만났어."
"우리 부모님도 좋은 분이신데...정말 다행이야. 너랑 나. 우리..파양 될 걱정 이제는 안해도 될 것 같아."
정국이의 양아버지는 검사, 양어머니는 무용과 교수라고 했다.
하나뿐인 딸이 교통사고로 죽자 딸에게 못해준 것 다 해주고 싶다고 정국이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단다.
난 2학년 때까지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정국이랑 친하게 지냈고, 그 애를 좋아했다.
정국이는 공부도 운동도 다 잘해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여자애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난 수능이 끝나면 고백할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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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행복도 잠시, 고3 올라가자마자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아버지 사업이 부도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연락없이 도망갔으며, 그 덕에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난 영문도 모른 채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갔다.
"누...누구세요."
"나탄소...음.."
오면서 저항을 했더니 머리는 마구 헝클어져 있고,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한 사무실이었고, 소위 조폭이라 불리는 아저씨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의 앞에서 피식 웃으며 서류철을 내민 젊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지금 내 상사인 김석진 실장님이었다.
"내 말이 살벌하게 들릴 진 모르지만 정신 똑바로 잡고 들어요."
"여기가 어디예요?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데 이렇게 절 납치해왔냐구요...."
"정확히 짚어주자면 나탄소씨가 아닌 탄소씨 부모가 잘못한거죠. 당신 팔아먹고 도망갔으니..."
"...그럴 리 없어요. 우리 부모님 모독하지 말아요."
"이런 순진한 친구를 봤나..."
내가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으니 실장님이 내 머리를 정돈해주면서 행동과 다른 섬뜩한 말을 시작했다.
"우는 거 달래줄 시간도 여력도 없어요. 당신같은 사람 하루에도 열 명은 족히 상대해야 되거든. 자, 잘 들어. 당신이 지금 지장을 하나 찍어야 되는데,
2개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 몸을 팔거나, 몸뚱이를 팔거나. 이해가 되니? 밤일을 하거나 장기를 팔거나. 어차피 어느 걸 선택하든 이건 찍어야 해."
신체포기각서.
내가 찍기를 거부하자 많이 겪어 본 상황인듯 조폭아저씨들이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게 날 붙잡고 강제로 지장을 찍게 했다.
"내가 저녁에 다시 올 건데, 그 땐 몸을 팔지 몸뚱이를 팔지 생각해 놔. 만약 결정못하면 둘 다 팔 거니까 그것도 염두에 두고."
실장님을 비롯한 조폭아저씨들이 모두 나가고 나는 정말 꿈인 것 같아서 내 뺨을 몇 번이고 쳤다.
그러나 이건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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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짐승같은 삶만 남은 줄 알았다.
근데 벼랑 끝에서 날 구해준 사람이 있었다.
"너 혹시 나탄소 아니야?"
"누..누구세요?"
"나, 민윤기"
민윤기 선배는 나보다 1살 많은 같은 학교 동아리 선배였다.
내가 교복입고 끌려 온 모습을 보더니 옷이 불편하겠다며 새로운 옷을 내주었고, 나를 대신하여 실장님과 얘기도 했다.
민윤기가 보스의 아들이고 조직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안 건 수정된 신체포기각서에 지장을 찍고 난 이후였다.
난 그 날 이후 몸을 팔진 않았지만 온전한 민윤기의 것이 되어 민윤기의 뜻대로 성적을 내고 민윤기가 골라준 대학교에 들어가 민윤기가 선택한 과를 졸업했다.
시키는 대로 몸도 만들고, 로비도 하고 여기저기 민윤기를 따라다니며 접대도 했다.
그냥 그렇게 이 더러운 뒷세계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것도 짐승같은 삶이라면 삶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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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얘기만 하고 일어났다.
"미안하지만 나 들어가봐야해서 너 얘기 들어줄 여유없어. 나중에 너 근황 알려주고 싶다면 취조실로 불러서 얘기해."
쌩하게 뒤돌아서 난 내려와 김실장님이 기다리는 차에 탔다.
"가요."
"회사로 들어가자마자 사장실로 가봐. 사장님께서 찾으신다."
"네. 그럴게요."
"내역서 정리 다했어?"
"예. 6개월치 총결산 다 정리해서 이제 보스께 보고만 드리면 됩니다"
"나한테 제출해, 내가 보고드릴게."
"그러세요."
회사에는 금방 도착했고, 난 바로 사장실로 올라갔다.
"조사는 어땠어."
"뭐..별 거 없었어요."
"너 말고 김석진이 조사받게 하려 했는데, 하필이면 집행유예기간이 겹쳐서. 귀찮지? 몸관리하기도 바쁜데."
"괜찮아요. 감방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내가 안 괜찮아. 이거 봐. 스트레스 받아서 살이 온 몸에 덕지덕지. 다음주 일요일에 선상파티 있어. 45kg."
"네"
늘 날짜와 몸무게 알려주면 난 죽더라도 그 무게 만들어야 했다.
굶어죽는 것도 죽는거고 민윤기에게 맞아죽는 것도 죽는거고 어차피 똑같아서 난 덜 아프게 죽는다고 생각하고 미친듯이 굶으면 늘 민윤기가 원하는 무게와 몸매가 나왔다.
재미없고 긴장과 짜증뿐인 일상에서 정국이를 만난 것만 해도 행복했다.
하지만 이걸 들킨다면 나뿐만 아니라 정국이도 죽겠지.
빨리 잊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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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빠다뿡가리],[둥둥이],[풀네임이즈정국오빠],[보라도리],[듀크],[●달걀말이●],[우유],[너의 헤르츠를 믿어],[햄찌],[서유윤],[됼됼],[pp_qq],[푸후후야 ],[애플망고]
와우 첫 편부터 암호닉 한 줄을 다 채우다니...! 감격에 또 감격 ㅠㅠㅠㅠ 너무나도 감사드려요 독자님드류ㅠ
역할이 바뀐 것 같다는 반응이 많은데...사실 그건 제 취향입니다...ㅎㅎ 약간 남자들이 할 것같은 일을 하는 여주! 근위병도 그랬죠...ㅋㅋㅋㅋㅋ(취향들킴)(부끄)
그렇다고 여주가 막 폭력쓰고 그런 역할이 아니라는 건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면서 점차 드러날겁니다!
그리고...원래 알았지만 새롭게 다시 안 사실...김석진씨 어쩜 이렇게 잘생겼나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심쿵했어요...ㅎ 독자님들 오늘 하루도 즐티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