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빛 한 줄기
불법도박사업 건으로 또 검찰청에 불려갔다.
취조실은 대학 때부터 자주 들어와봤다.
당연히 조직이 시켰었고, 난 시키는대로 가서 대답만 하면 됐다.
저번 폭행사건처럼.
"또 너냐."
"원래 나 여기 단골손님이예요. 어차피 또 기소유예 될 건데, 살살해요."
"그럼, 내가 살아온 얘기나 들어봐."
정국이는 내가 대충 예상했던 삶을 살고 있었다.
학교 잘 졸업해서 법학과 진학하고 제대 후 바로 고시 패스해서 검사가 된.
지금 정국이의 양아버지도 검사장이기 때문에 얘는 빽있고 실력있어서 앞날이 창창한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굴곡없이 잘 살고 있었구나. 잘됐어."
"너는 어떻게 해야 그 회사에서 아예 나올 수 있어?"
"못 나와. 회사에서 나를 버릴 때까지. 혹여나 버려지게 되어도 살아서 나갈 순 없겠지."
"..."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반가운 건 알겠지만, 나같은거 신경쓰지 마."
"그게 무슨 소리야."
"다시는 아는 척 하지 말라고. 너한테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싫다면?"
"내가 아는 척 안할거야. 너 나랑 가까워질수록 불행해질거야."
"아니. 난 너가 갑자기 없어져서 불행했고, 나타나서 행복했어. 다시 사라지지만 말아."
단호해야 해. 나탄소 정신차려. 욕심부릴 때 아니야.
"빨리 취조 시작해."
//
취조 끝나고 양변호사님이랑 같이 내려가는데도 내가 나타나서 행복했다는 정국이의 말만 떠올랐다.
"탄소씨. 혹시 담당검사님이랑 아는 사이신가요?"
"사장님께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학교 친구였어요. 별 사이 아닙니다."
"예..."
이렇게 말해도 양변호사님은 민윤기에게 말할거다.
오늘 또 겁나 맞겠네.
에휴 뺨에 상처난 거 아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난 오피스텔 말고 회사로 들어갔다.
일은 항상 쌓여있었으니까
문제는 일이 손에 안잡힌다는거다.
정국이한테 문자는 왔는데, 지금 볼까 말까를 몇시간 째 고민중이었기 때문이다.
한참 더 고민하다가 슬쩍 핸드폰을 열어서 문자를 보려는데,
쾅-
"폰 내놔"
이런...최악의 타이밍...진작 볼 걸.
"문자 삭제하고 있었냐."
"지금 확인했어요.문자 온 줄 몰랐...앗!!!"
역시...예상했던 대로 뺨맞았다.
목도 졸렸다.
"ㅋ...크...컥..."
"니가 나한테 지금 비밀을 만들어? 양변한테 다 들었어. 이 미친년이 이제 막 기어오르네?"
"ㅈ..자..잘.."
얼굴이 새빨개지다 못해 검어지려고 하자 민윤기는 날 땅에 패대기쳤다.
"헉...헉..."
"생각해보니 이제 알겠네. 그 때 추가조사도 둘이 만나려고 짠 거였어. 어쩐지 옷차림이 수상하더니만."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제가 보고싶다고 꼬리쳤어요. 다시는 사적으로 연락 안할테니까..."
"닥치고 일이나 해."
"...사장님"
"전정국?그 검사 이름이 전정국인가봐? 야. 김석진. 얘 누군지 털어와봐"
"예. 사장님."
결국...정국이의 신상이 털리게 생겼다.
내가 단호했어야 되는데... 자책했다.
//
새벽 2시.
오늘가지 마무리지어야되는 서류를 다 정리해서 전송하고 기지개를 켰다.
지난 번에 멍든 옆구리가 잔뜩 땡겼다.
거울을 보니 목에도 멍이 들어있었다.
다음 주까지 멍이 가셔야 할텐데...
쾅-
"능력 좋네. 나탄소"
"...왜요"
"전정국. 서울지검 검사장 아들이더라? 함부로 건드렸다가 좆될뻔했네."
"..."
"왜. 검사장 아들한테 들러붙으면 너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거 아니예요."
"오늘 집에 들어가지 마. 일해. 졸지도 말고. 나 빡치게 만든 벌이야."
"그럴게요."
민윤기가 나가고 난 세수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오늘은 눈꺼풀과의 전쟁이 되겠네.
//
"사장님, 안계세요?"
"사장님 1박2일로 일본출장가셨어. 내일 오셔."
"실장님, 저 그럼 외출 좀 하고 와도 될까요"
"어디가는데?"
"여성용품 사러요. 서초 쪽 매장에 오늘 입고된대서 다녀오려구요."
여성용품 이야기가 나오니 실장님은 두말않고 보내주었다.
단, 시간리밋을 걸었지만.
「여보세요」
「나..나탄소야」
「이 전화는 뭐야?」
「공중전화. 지금 검찰청 건너편 스타벅스로 내려올 수 있어?」
「지금 갈게.」
전화를 끊고, 나도 출발했다.
//
내가 스타벅스에 도착하니 전정국은 이미 와 있었다.
"늦었지. 미안해."
"아냐. 무슨 일이야 갑자기?"
"여기서 나갈 수 있게 도와줘."
"조직?"
"응. 제발 사장님한테서 벗어나게 해줘..."
"저번엔 못 나간다고 했잖아."
"너가 위험해질까봐 말 못했어. 근데...사장님이 널 못 건드리더라고."
"그 사람이 날 안단 말이야?"
"그들 정보망이 생각보다 넓어. 이미 너희 아버지가 뭐하는지도 다 알아. 그러니까 함부로 못한다는거고."
"잠깐만. 너..목에 그 상처 뭐야."
"어...? 아무것도 아니야."
정국이가 내 턱을 들어올렸다.
손가락 자국이 그대로 멍이 들어있었다.
"목을 졸린 것 같은데...?"
"...응. 자주 있는 일이야."
"후...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모르겠다. 폭행까지 당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나도..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어."
"일단 그 계약서 있어?"
"아니. 그거 사장님이 가지고 있어."
"폭행 증거물은?"
"사진도 못찍고 녹음도 못해. 핸드폰은 늘 검사랑 도청당하고, 돈 없어서 기계도 못 사. 밖도 함부로 다닐 수 없고."
정국이가 한숨을 쉬었다. 나도 한숨을 쉬었다.
정국이는 내 뺨의 상처를 만져주려 손을 뻗었는데 내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피해버렸다,
민윤기의 손찌검을 피하는게 습관이 되어 나도 모르게 해버린 행동인데, 둘 다 놀라버렸다.
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먼저 가보겠다며 일어나서 카페를 나갔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
<암호닉>
[빠다뿡가리],[둥둥이],[풀네임이즈정국오빠],[보라도리],[듀크],[●달걀말이●],[우유],[너의 헤르츠를 믿어],[햄찌],[서유윤],[됼됼],[pp_qq],[푸후후야 ],[애플망고],[쫑냥],[핑크공주지니],[뚜룻뚜뚜],[뚜시뚜시],[흐잉가슴아파],[잘 읽었습니다!],[꿈틀],[♡구기],[미늉기]
암호닉은 가장 최신편에 신청해주시면 그 다음편에 올려드립니다! 혹시라도 빠졌다면 가벼운 욕과 함께 한번 더 댓글 남겨주세욯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