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내 것이 아닌 나
민윤기에게 대든 후 나는 봉고차로 끌려가 마취솜에 숨이 틀어막혀 기절했고, 깨어나보니 병원이었다.
"몸 파는 게 싫으면 몸뚱이를 팔아야지. 안그래?"
"살려주세요..."
"걱정 마. 안 죽일거야."
"다시는 안그럴게요..정말요."
난 민윤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제가 잘못했어요..제발..."
"잘못한 거 알면 대가를 치러야지. 이번 수술 끝나면 접대 안해도 돼."
"아니요. 백번이고 천번이고 할게요. 제발..."
그렇게 싹싹 빈 보람도 없이 나는 몸이 묶인 채로 수술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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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후우..."
산소마스크를 끼고 있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동시에 온 몸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정신이 들어? 사장님 곧 오실거야."
"ㅇ...어디 뺐어요..."
"갈비뼈 양 쪽 한대씩. 간 절반. 오른쪽 신장. 혈액 1리터"
"..."
"각막도 빼려는거 내가 간신히 말렸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너 혈액이 Rh-이던데, 사장님이 돈 되는 피라고 좋아하셨어."
김실장님이 내 곁을 지키고 있는데 민윤기가 들어왔다.
그는 눈을 피하는 나를 억지로 잡아서 눈을 마주보게 만들었다.
"거봐. 안 죽인다니까. 조금 어지러울텐데 일주일만 더 있다 와. 그리고, 앞으로 접대 안나가도 돼. 난 약속 잘지켜"
"...."
"10년동안 몸은 잘 썼으니 떼어낸 몸뚱이도 잘 팔아써야지. 니 장기가 얼마에 팔렸는지 정산해서 보고하는 기분이...재밌겠는데?"
민윤기가 웃는 것이 새삼 끔찍하고 소름이 돋았다.
빨리 저 사람의 마수에서 벗어나고 싶다.
정국이가...보고 싶다.
//
사장님의 지시 때문인지 김실장님이 하루 종일 내 곁에 있었다.
입원실 안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게 지루했다.
"실장님. 저 손가락이랑 머리는 멀쩡하니까 일을 주세요."
"안 돼. 사장님 지시야."
"장기 털린 것보다 이게 더 큰 벌이네요. 무료하니까 미치겠네."
"복귀하면 기계처럼 하루종일 일해야 돼. 지금 시간 주어졌을 때 쉬어둬."
"실장님은 왜 여기서 일해요? 이 외모에 그 스펙이면 여기보다 좋은 데 가야지."
"우리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회장님, 사장님, 부사장님, 이사급 임원들 빼고 신체포기각서 안 쓴 직원 없어. 나도 그렇고"
"...."
"난 사장님 눈에 띄어서 잘 풀렸고, 보통 죽도록 노가다하거나 몸 팔다 쓰러지면 장기 다 털리고 시신 불태워지는 게 일반적인 거지.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알아요. 나도 내가 잘 풀린 거. 사장님 학교 후배니까 가능한 거였죠."
"니 얼굴도 한 몫했지. 사장님이 널 10년이나 데리고 다닌 거 보면 모르겠냐"
"그건 내가 말을 잘 들어서 그런거겠죠."
"어쨌든. 접대로부터의 해방 축하한다."
"고마워요 실장님. 이제 방해 안할게요. 일하세요"
김실장님이 아마 조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일거다.
쉴 새없는 외근, 내근에 민윤기 비서에 사건 터지면 덤터기쓰고 가서 조사받고, 지난 10년간 실장님이 감옥가는거 족히 3번은 본 것 같다.
물론 얼마 안되서 풀려났지만.
실장님도 조직의 채무자라는 걸 알게 됐더니 동질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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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지나고, 난 회사로 복귀했다.
난 커피를 사러 편의점으로 가서 커피머신 아래 손을 넣어보았다.
역시 쪽지가 있었다.
'쪽지 안읽었길래 새로 써서 다시 넣어놔. 무슨 일 있는거야? 왜 안 읽어 걱정되게..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내가 방법을 찾아보고 있으니까 시간 될 때 연락해. 꼭 할 말 있어"
난 회사에서 종일 고민했다. 시간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정국이가 나한테 할 말이 무엇일까 계속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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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방법을 찾지 못한 나는 등잔 밑이 어둡겠지 하는 심정으로 정오에 편의점에서 보자는 내용을 써서 커피머신 아래에 넣어두고 매일 정오에 편의점에 들렀다.
사흘 째 되는 날, 우리는 겨우 만날 수 있었다.
"탄소야"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얘기해. 작은 소리로"
"왜?"
"주인이 사장님 친구야."
"알았어"
"할 말이 뭐야?"
"이렇게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니었지만, 좋아해. 널 지금까지 좋아하고 있었다고. 그러니까 절대로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말라고."
"...갈게"
"계속 쪽지할게"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황급히 편의점을 나와 회사로 들어가버렸다.
사무실에 들어오자 눈물이 미친 듯이 흘러내렸다.
맘껏 울고싶어도 사무실은 감시의 대상이었다.
나는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펑펑 울었다.
가슴이 짖어질 것 같았다.
정국이는 나를 좋아하면 안되는데, 나만 좋아하면 그걸로 된건데.
손이 떨렸고,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
한참 뒤에 화장실에서 눈이 퉁퉁 부어 나오는데 김실장님이 방에 들어와있었다.
"왜 울어."
"...아니예요"
"왜그러는데"
"수술부위 보니까 아파서요."
핑계가 나오니가 눈물도 줄줄 쏟아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김실장님은 나를 안아주었다.
"진짜 정주고 마음주기 싫은데 , 왜 너는 나까지도 아플 정도로 서럽게 울어"
"실장님...흐흑..."
"에휴,..."
"다 내 잘못인데...다 나 때문인데..."
"너 잘못 아니야. 잘못한 거 없어."
"실장님..."
"악착같이 살자.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다른 이유로 알고 있긴 해도 실장님은 날 토닥여주셨고, 난 그 날 지칠 때까지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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