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루잠입니다.
오랜만입니다.
다들 안녕하시나요?
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대학 생활을 하시느라 바쁘신 분들,
입시 과정을 거치느라 골머리 아픈 학생분들,
N수 중인 성인분들,
고단한 학교 생활에 지치신 분들.
아, 저를 납치해간다고 하셨던 직장인분도요.
안녕하지 않다면, 그렇지 않은 분들께도 더불어 안부 전합니다.
여태 아픈데 책임때문에 삭히신 여러분.
많이 힘드시죠?
찾아오시는 분들 상황이 상황이라 적단 걸 알고도 왔어요.
쪽지를 받고 오신 분들 반갑다 안아주고 싶어요.
특별한 목적은 없고, 그거 하나만 하려고.
그래서 왔어요.
보자, 겨우 두 달밖에 남지 않았네요.
수능.
2016 수능.
입시를 준비하는 일년동안 좌절할 때, 있어요.
저는, 저도 물론이요.
뭐든 마음에 드는 난이도는 없고 한참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문제에 부딪히곤 하더라….
고 3을 보내는 과정은 누구든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았어요.
나름 열심히 해왔는데 점수는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네요.
집어치우곤 싶은데 두려움이 발목을 잡습니다.
점수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지면 내 평생 꼬리표가 되고.
안 할 수야 없게 만드는 상황이죠.
급기야 문제유형까지 달라지네요.
허망하기도 합니다.
지금부터는 체력전이라 하네요 텔레비에서.
남들이 해주는 고등학생 3학년 때 얘기에 이유 없이 서글퍼집니다.
같은 고 3, 다른 입장인 저는 이렇게 지냈습니다. 큼큼 재미없고 볼품 없는 내용입니다.
공부를 왜 죽도록 해야만 하는지 의문이 드는데 생각할 시간은 더럽게 없고.
내가 다른 생각할 시간에 다른 애들은 공부 하고있고.
비참해지는 건 혼자뿐.
그러고보니 예술에 미쳤던 나는 어디로 갔나.
그렇게 싫어했던 평범한 현실에서 평범하게 사고가 변해가는,
제가 너무 싫었습니다.
제 색이 사라지고 어떤 글을 썼었는지 기억이 안 날 지경이 오니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변해간다 인식한 후론 패닉이란 놈을 마주했습니다.
고민, 고민, 끝없는 고민.
좌절, 좌절을 잇따른 좌절.
수능이 끝나면 다 잊어먹을 공부가 정말 진정한 공부인지 의문.
얼마 없는 시간을 낭비하며 해지는 나무 밑 의자에 앉아 홀로 알아낸 건 딱 한 가지.
'내 길 찾기.'
이렇게 지내다간 제 스스로를 잊을 것만 같아 생활루트를 바꿨습니다.
목표, 목표로 가는 길까지도요.
상세하게 이야기 해드리진 못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고3 공부의 길에서 조금 비틀어서, 생활하는 중입니다.
가끔 고3이래도 멀쩡하단 허세를 부리고 싶을 때도 있더라구요.
결국 힘든 건 힘든 거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컨디션 오락가락해도 분명 방학 때까지는 웃을만 했는데 거지같네요 하하.
9월아 흩날려라….
국어 점수야 폭락해라….
예전엔 미쳤는데 안전한 싸이코 예술가 같았는데 지금은 사리분별 할 줄 아는 학생다운 예술가가 된 기분입니다. 수능공부를 몇 달 하고 나니 좀 침착해졌어. 학생들 사이에 평범하게 물들어 보니 평범함도 나쁘지 않단 생각도 하게됩니다. 포근하고 동질성을 느끼며 제가 경험한 느낌이 한 액자 안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평범하게 공부하는 동안, 친구와 정신 놓은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게 일상이 되었고 또 심각하게 재미없어졌습니다.
입시 끝나면 능동적인 미친 인간이 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걸 늘어서 쓴다던지. 예를 들어,
심리학 책 사서 공부하기, 식물 동물 백과사전 읽기, 영어 사전이랑 국어 사전 끼고 다니기, 사진기 사서 방탄 홈마 잠깐 해보고-물론 공항 안 가는 선에-, 출판사 2년 입사해서 모아왔던 시놉시스로 책 출간하기, 화장품 컬랙션 잡지도 만들어보고, 여행도 가고, 여행가서 글도 쓰고, 글 쓰는 배경 되는 현장 탐사도 하고, 알바도 하고, 운동도 하고(수영 배우기), 교과서 정주행하기, 그림일기 계속 쓰기, 3D 퍼즐들 사서 끼워맞추기, 가구 디자인하고 만들어서 집에 전시하기, 점토 조각해보기, 외국에 옛날 화가처럼 붓이랑 이젤 들고 그림그리러 다니기, 일본 가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신사도 가고 패션 구경하면서 문화 체험 한 달간 하기, 중국은 무서워서 갈까 말까 하지만 간다면 중국어 배우고 치파오 입고 친구랑 돌아다니기, 만리장성 가기, 북유럽 가서 삼 일만 지내기, 미드 영드 다운 받아서 보기, 작은 비닐 하우스 만들어서 레몬 나무 키우기, 블루레모네이드 통 여러개 사재기, 신신당부 끝까지 쓰기, 영화사랑 계약하기, 그림 그릴 타블렛도 사고, 집 사서 벽에다가 그림도 그리고 바퀴벌레 박멸하게 쥐 찍찍이 사서 그늘에 부착하기 등등. 이상한 잡다구리한 거 많습니다.
그 전에 입시 먼저 실력을 다지는 중입니다. 하하하핳ㅎ
뭔가 먼나라 이웃나라 얘기하는 것 같네요.
아 연재중지 하는 1년중에 저 바뀐 거 하나 있어요.
저 원래 바퀴벌레 못 잡았는데 용기내서 한 마리 잡고 나니 더럽지만 잡을 수 있게 되었어요.
너무 큰 거는 다메 엉엉. 2년 전에 저 손 길이 만한 바퀴벌레 집에 들어와서 저희 언니랑 난리부르스를 떨었는데 생각해보니 재밌었네요.
잠든 후에 들어오지 않아서 그것만은 참 고맙습니다. 자고 있는데 들어와봐 그때부턴 모조리 바퀴벌레 타임…. 연달아서 두 마리가 들어왔기 때문에 참 즐거웠습니다.
언니도 저도 바퀴벌레를 못 잡아서 쓰레기봉투 들고 난리도 아니었었죠. 껌으로 유인했는데 망해서 바퀴벌레가 봉지에 돌아다니고 후 그때만 생각하면 손이 간지럽네요.
지금은 바퀴벌레가 자주 출몰하긴 하지만 제가 그래도 어머니를 도와 한 마리씩 죽여나가니 괜찮습니다.
다만 너.무. 자주 나타나서 불안한 게 일상입니다. 혹시 제가 자고 있을 때 얼굴 위로 기어다니는 건 아닌지 몰라 팩을 하고 자는데 찜찜하네요.
이렇게 좋게 순화해서 말하지만 본심은 씨X 다 터자주기고 싶는 거시다! (책상 쾅)
아새끼들이 어디서 계속 쳐기어나오는 거야 도대체. 생긴 건 X같이 생겨서말이야. 존나 쓸데 없이 더듬이는 소름돋게시리 굵고 길어 아오. 들키면 씨를 말려불겨 궁디 조심해라 다 잡아서 찢어버릴거다. 모조리 태아버릴겨. 저번에 터잤다가 알 터져나와서 얼마나 기겁한 줄 아라?! 번식기니 뭐니 다 필요없어 몰살시켜버릴거야 발럼들아
진짜 바퀴벌레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 저 어제는 바퀴벌레 자식이 조금 부러웠습니다. 어제 야자 쉬는 시간에 반 애들이 바퀴벌레 어쩌구 저쩌구 말하던데 어째서 내 이름보다 바퀴벌레가 더 많이 언급이 되는지. 존재감이 고생대부터 끊이지 않는 녀석입니다. 언제 멸종될까요 진짜 해만 잔뜩 되는 것들이 엉엉엉엉.
감정이입했다 쓰읍. 그나저나 아이고 두 달 너무 깁니다.
수능이 끝났으면 좋긴 하지만 정작 끝나고 나면 이 시절이 그리울 거에요.
잡다한 얘기로 잠시 근심을 잊었다면 다행이에요. 비록 제 이야기는 관심이 없으시겠지만 저를 보고 '남은 이렇게도 살고 있구나' 라 생각하셔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조금 적어봅니다.
포토폴리오 만든다고 들어왔다가 시간 날 때 수능이 끝나도 못 올 상황을 대비해 미리 남깁니다.
수능 준비하시는 분들 정말 고단한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일치 혹은 그것보다 뛰어넘는 점수를 획득하길 그루가 항상 달 보고 기도하겠습니다. ^-^
우리, 각자 어딜 가든 잘 해내실 거라 믿습니다.
결과물에 실망해도 다시 도약을 준비하면 되는 것이고,
이정도면 마땅하다 여겨 걱정 없이 시원하게 받아들이면 끝이지요?
어딜 가도 자신의 길을 갈테니,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길.
뜻이 있다면 길을 만들 힘이 있습니다.
찾는 손님은 그저 적어도 마지막은 장식하고 가고 싶어요.
만약 가야된다면, 갈 날이 온다면 언젠가 할 일이 끝나고 돌아오신 분들, 잊지 않고 찾아와주신 분들께 예의를 차리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투하츠 연재중 어설프게 무비무빙앤스크류바 불마크와 외전을 완성하고 투하츠 17화까지 무리하게 연재를 하다 고 3이 되기 전 투하츠 대신 고전 작품 하나라도 완결하고 싶어 겨울 크리스마스 특집 거북뎐을 역시 무리하게 연재를 끝냈습니다. 외전까지 무사히 올린 후, 암호닉을 다시 수집하여 잠시 쉰단 공식적인 공지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단편 연재를 조금씩 하였고,
여름특집으로 논란이 많은 싸늘한, [신신당부]를 쓰다 죽을 만큼 독한 시련도 있어 정지했었습니다.
한 때는 금단했던 비타민 약을 먹고 미친 정신을 발산하며 맨정신으로 있을 수 없었습니다. 취한 도중에 진지한 말을 돌려서 하지만 진심이 닿을까 한숨을 쉬는 저도 있었습니다.
현재는 준비중인 단편 둘이 있지만 올려도 될지 생각에 잠겼습니다. 또 다른 단편을 쓰고 있는 그루잠은 연재에 대해 생각을 깊이 하고 뜸을 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 단편, 가장 보통의 너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단 예상을 합니다.
이 역사를 쌓는 중에 독자님들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인티 글잡을 오기 전부터 글을 쓴 지, 3년이 되었네요. 딱 3년…. 인티에 와 글잡에서 이것저것 쓰고 필명으로 글 올리기를 노심초사하며 고민하다 그루잠이란 이름으로 정착한 지는 1년이 되었습니다. 글은 제게 아주 애틋한 봄이 되었습니다. 쏟아지는 벚꽃비 속에 서서 손에 넣고 날리기 싫은 벚꽃이 되었어요.
언제 길을 가다, 차를 마시다, 운전을 하다, 멍하니 있다 일상에서 갑자기 그루가 생각 난다면 저는 그걸로 족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마지막으로 이만 그루잠입니다.
-2016. 9. 5.
Dear. sweetheart reader.
독자님들, 언제나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cf)
추신-
푸념은 하고 싶은데 장소가 영 마땅치 않다,
그런 분들은 이곳에 풀고 가셔도 좋아요.
여기서는 언제나 독자님 편이니 두려워 하지말고 묵혔던 얘기 털어가셔도 좋아요.
뭐든 상관 없으니까 자기 양심에게도 제약받지 말고.
본인 표출이 마음에 걸린다면 암호닉 없이 근심 풀고 가셔도 돼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표현하고 가시면 돼요.
한 근이라도 마음이 가벼워진다면 뭐든.
외로 수능이 끝나면 뭘 하고 싶은지 나열하는 것도 좋아요.
수능이 정말로 끝나면 오셔서 확인하고 실행하셔도 좋죠.
이런 사소한 곳에도 추억이 담기니 전 이런게 좋아요.
같이 쌓는 추억은 저가 홀로 쌓는 탑관 또다른 탑을 쌓는 느낌이라서.
저만 보는 것도 아니고 공유하는 거라 뜻깊어요.
독자님들의 생각을 쌓고 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