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을 부시러 갈 파티원을 모집합니다. (1/n)
개인적으로는 큰 변화도 많이 생기고, 무엇보다 잊어버리고 있던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잦아지는 9월이 되었네요.
그래서 정착을 못하고 빠르게 가는 시간에 그대로 휩쓸려갔다가 겨우 돌아왔습니다.
야, 나 다녀올게.
오늘 첫 출근이네요.
응.
잘 하고 와요. 일 열심히 하고 오면 뽀뽀해줄게요.
….
방금 그 표정 뭐에요? 와, 상처다.
간다.
잘 다녀와요, 윤기 형.
오늘은 오후 강의만 있다는 남준이를 두고 먼저 집을 나선 윤기는 조금 바쁘게 걸음을 움직여 늦지 않도록 원하는 곳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이른 아침에, 사람이 거의 없는 길가 한복판에 서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문을 바라봤으면.
지난번 면접을 보러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에 살짝 숨을 뱉어낸 뒤에
천천히 손잡이를 잡아 열었으면 좋겠다.
문을 열자마자 요란하지 않은 종소리가 아예 다른 공간에 들어선 윤기를 기쁘게 환영해줬으면 좋겠다.
물씬 풍겨오는 조금은 씁쓸한 원두향,
식욕을 물씬 끌어올리는 쿠키가 구워지는 향,
적당히 따듯한 온기가 훅 다가와 윤기를 감쌌으면.
아직 오픈 전이라 사람도 없고, 음악도 틀어놓지 않아 조용한 카페 안.
윤기가 주춤 멈춰있다가 먼저 걸음을 옮겨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유일한 인기척이 들리는 카페 안 쪽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그런 윤기의 걸음에 맞추듯 카페읭 안 쪽에서도 하얀 앞치마를 매고 있는 여자가 걸어나왔으면.
오셨어요? 일찍 오셨네요.
아, 안녕하세요.
스태프룸은 저 쪽이고, 안에 보면 윤기 씨한테 맞는 유니폼이 준비되어 있을 거예요. 명찰은 일주일 뒤에 도착한다고 하니까, 그 때 드릴게요.
저기, 말씀 편하게 놓으셔도….
윤기가 조심히 말하면 여자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그 웃음이 정말 부드러워서, 윤기도 따라서 긴장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내었으면.
그리고 다시 꾸벅 인사를 하고 스태프룸이라는 반대편의 안쪽에 마련된 작은 방에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고, 유니폼을 찾아 꺼내어 갈아입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이번에 알바를 시작한 곳은 큰 대로의 뒷편에 있는, 남준이가 일하는 카페보다는 더 작은 카페였으면.
호텔에서 파티시에로 일하던 남자가 자신의 아내와 같이 노후를 보낼 겸 차린 그런 아담하고 작은.
향이 너무 심하지 않은 쿠키와 케이크, 마카롱, 가끔 파티시에의 기분에 따라 나오는 데일리 스위츠를 적당한 가짓수의 커피와 차 등과 같이 판매하고 있는.
전직 파티시에인 남자는 카페의 사장으로 매일 아침 출근해서 아침에 빵과 디저트를 굽고,
여자는 자신의 남편이 카페를 차릴 때 같이 일하겠다며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뒤 커피와 알바생 등 그 외 전반전인 관리를 맡고 있었으면.
윤기가 얼추 맞는 유니폼을 입고 나오자 여자, 그러니까 여사장이 감격스러운 얼굴로 윤기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예쁜 옷을 저 고집불통은 끝까지 안 입어주네. 내가 이걸 얼마나 얼마나 고심해서 만든 유니폼인데.
노년의 문턱에 걸친 여사장은 웃으면서 옷이 잘 어울린다고 윤기를 칭찬해줬으면 좋겠다.
희끄무레한 머리, 부드럽게 웃는 얼굴을 따라 보기좋게 자리한 주름, 나긋한 어투에 윤기는 저절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으면.
중년, 혹은 그 이상의 여성에게는 특히 약한 면이 있는 윤기는 여사장이 알려주면 알려주는 대로 무뚝뚝하게나마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나씩 하나씩 일을 배웠으면 좋겠다.
디자이너였던 여사장이 인맥을 통해서 인테리어 디자이너 두어명과 머리를 싸매면서 열심히 꾸민 카페라는 소소한 자랑에는
살풋 웃기도 했으면 좋겠다.
카페 중간중간에 있는 책들은 인테리어 용이지만 진짜 읽어도 되는 것들이니까 원하면 한가할 때 읽어도 괜찮고,
노래도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너무 시끄럽지는 않은 것들로 살짝살짝 플레이 리스트에 끼워넣어도 되고.
여사장의 말에 윤기가 조용히 갸웃거리는 게 보고 싶다.
노래는, 힙합은 안되겠지.
남준이와 요새 자주 듣는 곡들을 머리에 굴리다가 남몰래 시무룩해하는 윤기였으면.
오픈까지 30분 정도 남은 시간이라서, 여사장이 알려주는 대로 오픈 준비를 하면서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빵을 굽는 가장 안 쪽의 주방 쪽에서 여사장 못지 않게 부드러운 인상의 남자가 나왔으면.
그 남자가 카페를 차린 전진 파티시에였으면.
그는 윤기를 보자마자 무표정한 얼굴로 윤기를 빤히 바라봤으면 좋겠다.
윤기가 점점 긴장이 되어서 왜 그러시냐고 물을 때까지 그러다가
여사장이 다가와 등을 내려치면서 또 새로 들어온 직원 겁준다고 타박을 들었으면.
이름이, 윤기?
아. 네. 안녕하세요. 민윤기라고 합니다.
어, 그래. 먹고 싶은 건?
예?
대뜸 먹고 싶은 걸 묻는 남자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여사장이 얼른 부연설명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윤기 씨가 처음 와서 그 기념으로 오늘 데일리 스위츠는 윤기 씨가 좋아하는 걸로 만들어주려는 거라고,
혹시 먹고 싶은 빵이나 디저트 같은 게 있냐고.
윤기는 그 말에 더듬더듬 생각나는 디저트를 말하고, 그걸 들은 남자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다시 안 쪽으로 들어가버렸으면 좋겠다.
미안해요. 저 이가 얼굴은 정말 성인군자 같이 생겨서는 성격은 영 딱딱해서. 그래도 윤기 씨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바로 디저트 만들어준다는 거 보면.
절 마음에 들어하셨다고요? 윤기는 저를 빤히 보던 무표정한 얼굴을 한 번 떠올리고는 어색하게 얼굴을 보였으면 좋겠다.
적응할 때까지는 조금 걸리겠지만
그래도 싫지가 않아서 결국은 그냥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형. 오늘 일 어땠어요?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 않던데.
그래요? 정직원이라서 오픈부터 마감까지 내내 있는다면서요. 거기 사람들은 괜찮아요?
응.
윤기는 현관에서부터 잡혀서 남준이가 하는 말에 답해주다가 들어갈 생각도 못하고 가만히 남준이의 얼굴을 올려봤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기울이면
잠시 입술을 벌렸다가 닫고, 다시 벌려서 신발을 벗고 남준이의 정강이를 약하게 툭 찼으면 좋겠다.
길막.
아, 아. 미안해요.
그제야 윤기를 현관에 가두듯 막고 있었다는 걸 안 남준이가 멋쩍게 웃으며 윤기와 같이 집 안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윤기가 집으로 들어와 씻을 준비를 하다가 작은 하얀색의 상자를 남준이에게 건넸으면 좋겠다.
이거 뭔데요?
나 일하는 곳에서 준 거.
와, 대박. 진짜 맛있어 보인다.
그거 만드신 분이 전에 호텔에서 파티시에 하시던 분이래.
진짜요? 더 대박인데?
고개를 끄덕인 윤기가 겉옷을 벗어 걸어두고, 양말을 벗어 빨래바구니에 던져넣으면서 힐끗힐끗 남준이의 반응을 살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티라미수를 보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포크를 꺼내놓고, 얇은 포장지를 벗기고 있었으면.
얼른 씻고 나와요.
응?
같이 먹어야죠, 이거.
남준이가 입꼬리를 올려 씩 웃으면 윤기가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씻고 나와서 목에 수건을 걸친 윤기가 귀와 꼬리를 편히 내보인 채로 티셔츠 하나만 입은 채 의자에 앉아 남준이가 건네주는 포크를 받아들고는
같이 티라미수를 먹기 시작했으면.
다음에 시간이 나면 놀러가겠다는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아무 말 없이 또 고개만 끄덕.
입가에 티라미수 가루가 묻었다는 말에도 고개만 끄덕.
남준이는 그런 윤기의 반응에 의아해하다가 손을 뻗어 직접 윤기의 입가에 묻은 가루를 조심히 닦아내어줬으면 좋겠다.
딱 다 먹은 티라미수를 보며 입맛을 다시다가 휴지로 자신의 입가도 닦은 뒤,
윤기를 바라보는데 윤기가 미간을 꾹 구기고 하얀 귀를 쓸어내리면서 고민에 빠져있었으면.
토끼야.
…?
오늘 피곤했어요?
조금.
일찍 잘래요?
어, 응.
윤기의 시원찮은 답변에 남준이의 표정이 걱정으로 물들여질 때즈음에, 윤기가 조심히 손을 뻗어 자신의 옆을 지나가려는 남준이의 손 끝을 잡았으면 좋겠다.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남준이가 손을 움직여 윤기의 손바닥과 자신의 손바닥을 온전히 맞대어주면 그제서야 목소리를 내었으면 좋겠다.
나 오늘 일 열심히 했는데.
응? 응. 수고했어요.
아니, 너, 됐다. 야, 씨. 비켜.
뭐, 뭐 갑자기 사람 차려고 그래요. 아, 또 속옷 안 입었죠?
잘거야. 나와.
윤기가 발을 휘적거리다가 의자에서 내리면 그제야 남준이가 웃음을 터뜨리고는 윤기의 어깨를 끌어안고 고개를 돌려 윤기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일 열심히 하고 왔으니까, 뽀뽀. 이거 받고 싶어서 그랬어요?
싱글싱글 웃으며 저를 놀리는 남준이를 보며 조용히 발을 올리던 윤기가 한숨을 내쉬고 두 귀를 축 내렸으면.
또 귀를 쓸어내리려는 모습에 남준이가 조용히 윤기의 허리를 감싸면서 윤기의 두 손목을 잡아내렸으면 좋겠다.
남준이에게 두 손목이 잡힌 채 백허그를 당한 윤기가 잠시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고개만 틀어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야.
왜요?
뽀뽀, 그거, 좀, 진하게….
윤기의 말에 남준이가 입꼬리를 잔뜩 끌어올려 기쁘게 웃은 뒤 다시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조금 더 길었던 입맞춤이 끝나고 얼굴이 잔뜩 붉어진 윤기가 남준이 어깨에 얼굴을 부비며 하얀 두 귀를 축 내렸으면.
그런 윤기를 끌어안은 남준이가 윤기의 볼에 또 입을 맞추며 작게 말했으면 좋겠다.
오늘 수고했어요, 토끼야.
남준이의 말에 밝은 색의 머리가 작게 끄덕였으면 좋겠다.
윤기의 첫 출근날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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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림 감사합니다. ♥
초콜릿 좋아하는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귀엽고 아기자기한 글귀 감사합니다. ♥
귀여운 윤기 그림 정말 감사합니다. ♥
예쁜 부농부농한 윤기 그림 선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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