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알신은 몇 시에 울리는지 보자.
진짜 신알신 요즘에 제대로 울린 적이 없어서 슬프네요. 내 글만 이러나.
넥타이 삐뚤어졌어. 잠깐만.
준아, 양말 답답하지는 않아?
코트 안 더워? 괜찮아?
귀랑 꼬리 조심하는 거 잊지 말고.
신발 어때. 뒤꿈치 안 까졌어? 아프면 바로 말해.
윤기가 절로 빨라지는 발걸음도 모른 채로 남준이의 머리부터 발 끝까지 연신 살펴보면서 질문을 쏟아내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조용히 윤기를 안심시킬법한 대답들만을 늘어놓으면서 어느새 조금 빨라진 윤기의 걸음에 자신의 걸음을 맞추었으면.
남준이와 윤기의 발 끝에는 이리저리 몸을 비튼 낙엽들이 바스락거리며 수다를 떨고 있고,
높이 떠오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적당한 햇빛을 품고 있었으면.
좋은 날씨. 이런 날에는 산책을 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남준이가 속으로 윤기 몰래 생각하다가 고개를 돌리고 윤기와 눈을 빤히 마주쳤으면 좋겠다.
왜.
윤기가 의아하다는 듯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면 윤기의 얼굴을 한 번 눈에 담은 뒤에 날씨에 비해 유독 차가운 윤기의 손을 마주잡았으면.
잡힌 손을 타고 퍼지는 남준이의 온기에 윤기는 다른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한 뒤에 고개를 숙이고 작은 웃음을, 실소를 뱉어내었으면.
알았어. 진정할게.
신호가 바뀌자 길을 건넌 남준이와 윤기의 모습은 이내 종종 윤기가 홀로 출근을 했던 회사 건물 안으로 녹아들어갔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한 손에는 얼마 전에 부탁받았던 곡들의 가사가 빼곡하게 적힌 종이뭉치들이 들려있었으면.
인사 하는 거나, 사람들 대하는 거 내가 다 알려준대로만 해야 돼.
응. 알았어.
반말하면 안 되고, 궁금한 거 있으면 나한테만 몰래 먼저 묻고.
응.
그리고, 아, 또 뭐 있지.
처음 남준이가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옆에서 지켜볼 줄은 몰랐던터라,
윤기는 남준이보다 더 긴장한 상태로 했던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안절부절했으면 좋겠다.
기껏 남준이가 회사 건물 앞에서 진정시켜줬던 것이 물거품이 되었을만큼.
남준이는 손을 들어올렸다가 여기서 허리를 감싸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건 안되려나, 싶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그럼 이렇게 할까, 하는 생각에 씩 웃으며 윤기의 머리에 손을 올려 살짝 뻣뻣한 머리를 결을 따라 조심히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아, 야. 준아.
이것도 안 돼?
당황한 윤기가 뒤로 물러나자 정말 몰랐다는 듯이 순한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결국 윤기는 귀 끝을 발갛게 물들인 채로 사람들 앞에서만 하지 말라는 말을 끝으로 남준이의 손목을 잡아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으면.
어머, 윤기 씨. 오늘 출근하셨네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난 뒤에 나란히 서서 남준이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윤기를 살짝 가린 채로, 윤기의 등을 토닥여주는 사이에
누군가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다 윤기를 발견했는지 먼저 인사를 건넸으면 좋겠다.
윤기는 고개를 돌렸다가 익숙한 여자의 모습에 반가움이 깃든 얼굴로 가볍게 그녀의 인사에 답을 해주었으면.
남준이는 그런 윤기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여자가 이 분은? 하고 조심히 운을 띄우자 예의 그 단정한 미소로 웃으며 윤기가 자신을 소개해주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으면.
윤기의 소개가 끝나자 어제 연습했던대로 먼저 손을 내밀고,
여자와 악수를 했으면 좋겠다.
그 다음은 단정하고, 깔끔한 말투로 반갑다는 인사까지 건네었으면 좋겠다.
좋은 향이 나시네요.
네? 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여자가 얼굴을 살짝 붉힐 정도로 여유넘치는 미소와 태연한 칭찬까지 곁들어서.
지나가는 길에 윤기를 본 터라 남준이와 인사를 나눈 뒤 여자는 나중에 또 보자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으면.
엘리베이터가 그제야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도착을 알리고, 천천히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먼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 뒤에 아직 멍하니 서있는 윤기의 손을 잡아 이끌었으면.
그제야 윤기가 정신을 차리고는 남준이를 올려보았지만, 그 사이 열린 엘리베이터를 보고 옹기종기 모여든 사람들에 입을 꾹 다물었으면 좋겠다.
윤기 씨.
…?
윤기 씨. 혹시 곤란했어요?
회사에 있을 때는 되도록 호칭에 조심할 것. 반말을 쓰지 말 것. 그 조건을 먼저 건 것은 윤기였지만 정작 또 놀란 것도 윤기였으면 좋겠다.
혹여 짧은 인사 사이에 무슨 실수를 한 것인가 싶은 불안함과 걱정이 깃든 눈과 마주치자 윤기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가, 애써 고개를 저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김남준은 상당히 낯설다는 생각을 같이 하면서.
그 뒤로도 윤기는 몇달치의 놀람을 오늘 하루 다 느끼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속으로 중얼거릴만큼
남준이는 의외로 자신이 아닌 누군가와 마주했을 때 능숙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필요한 말이나 대답이외에는 잘 하지 않고, 사람과 대화할 때는 눈을 꼭 마주치면서 자연스러운 옅은 미소를 띄울 뿐이었지만
어째 그 모든 모습에 여유라는 것이 은연중에 담겨있어서
마치 신입이 아니라 노련한 경력자를 데려와 소개하는 자리 같다는 인상을 받았으면.
그럼 나머지는 윤기 씨와 같이 작업을 하시면 됩니다. 모르는 것도, 윤기 씨가 남준 씨 사수같은 역할을 해주실테니까 물어보시고.
예. 알겠습니다.
뭐, 더 궁금하신 점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니요. 이정도면 될 것 같네요. 친절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자신의 옆에서 능숙하게 회사의 상사와 악수를 나누면서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는 이 사람이,
오늘 아침까지 자신의 가슴팍과 목덜미에 얼굴을 부비며 내 잠을 깨우던 그 강아지가 맞나.
윤기는 미팅이 끝난 뒤 남준이가 서류를 꼼꼼히 읽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여전한 낯설음에 아무 말도 못했으면 좋겠다.
내 멍멍이가 이렇게 멋있는 남자였나.
스스로의 생각에 홀로 귀를 붉히다가 애써 헛기침을 뱉어내기도 했으면. 대견하기도 하고, 나름 뿌듯하기도 한데….
윤기 씨, 이만 갈까요?
계약서를 모두 읽으며 마지막 확인을 한 남준이가 싱긋 웃으며 먼저 일어나 익숙하게 코트를 걸치는 모습에 윤기는 다시 입술만 벙긋거렸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해봐. 너 내 멍멍이 아니지. 김남준 아니지.
만날 사람들을 만나고,
남준이의 가사를 보여주고,
피드백을 듣고,
통과된 한 두곡은 그 다음 작업을 윤기에게 맡기는 등등.
그 뒤로 남준이와 윤기는 바쁘게 회사 안에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
신입인 남준이를 데리고 소개하는 의미가 더 컸던 자리라 평소 윤기 혼자 출근했을 때보다는 일이 금방 끝이 났으면.
다만 윤기는 내내 남준이의 언행에 신경을 쓰느라 더 지쳐서는 회사에 나오는 길에 길게 숨을 고르며 바쁜 걸음으로 회사를 떠났으면.
어느정도 회사에서 멀어질 즈음에는 내심 오늘 남준이가 했던 행동이 기특해서 손을 올려 이번에는 윤기가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으면.
부드러운 머리칼, 단정하게 뻗은 눈썹, 부드러운 뺨, 목덜미.
마디가 굵고 거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한없이 조심스럽고, 익숙하고, 다정한 손길에 남준이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으면.
준아?
윤기의 부름에 남준이는 주위를 휙휙 둘러보다가 겨우 입을 열었으면.
이제, 그, 조심 안 해도 돼?
어. 이제 괜찮아. 편하게 해.
윤기의 말에 남준이가 바로 손을 뻗어 윤기의 어깨를 감싸 안았으면 좋겠다.
먼저 걸어나가려다가 대뜸 뒤에서 남준이가 저를 안아오자 윤기는 의아함에 고개를 돌렸다가 손으로 자신의 어깨에 푹 기댄, 매끄럽게 올린 머리를 조심히 톡톡 두드렸으면.
왜 그래, 갑자기.
주인아. 이제 또 언제 저기, 저 큰 건물로 가야 해?
회사? 한, 일주일 뒤 쯤?
주인은 어떻게 저기서 하루 종일 있었어?
…너 혹시 긴장하고 있었어?
응? 응. 그래서 지금 죽을 것 같아, 주인아. 저기 병원보다 더 싫어.
귀와 꼬리를 내보이고 있었다면 아마 모두 축 늘어뜨리고 있지 않았을까, 절로 생각될 정도로 칭얼거린 남준이가
이제서야 어리광을 부리듯이 윤기의 몸을 꼬옥 끌어안은 채로 목덜미와 어깨에 얼굴을 마음껏 부볐으면 좋겠다.
거기서는 그렇게 능숙하게 사람들을 대하더니, 이제와서 긴장이 풀려서 죽을 것 같다고?
윤기가 살짝 드는 어이없음에 아무 말도 못하다가 이내 얼마 안 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으면.
남준이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 즈음에는 주위를 살짝 둘러보다가 아무도 없는 골목길인 것을 보고
남준이의 뺨에 짧게 입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오늘 진짜 잘했어, 멍멍아.
단정하게 올린 머리를 헝클일 수는 없으니 대신에 남준이의 손을 꽉 잡았다가 놓아준 윤기가 이제 슬슬 자신을 놓아달라는 듯이 남준이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렸으면 좋겠다.
조금만 더.
집에 가서 마저 해. 회사가 그렇게 싫었어?
주인한테 작업거는 사람들 너무 많아서 더 싫어. 병원은 그래도 주인한테 작업거는 사람은 없잖아.
작업?
그래도 이제 내가 직접 보호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야. 내 냄새 묻혀도 다른 사람 냄새가 자꾸 묻어와서 얼마나 싫었는데.
어?
윤기가 이게 뭔 소리야 싶어 남준이를 바라보는 사이에 남준이가 윤기를 놓아주고는 윤기의 허리를 감싸 짧게 입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그저 환하게 웃으면서 얼른 집에 가자고 윤기의 손을 잡아 깍지를 낀 채로 걸음을 옮겼으면.
윤기가 다급하게 걸음을 맞추었다가 남준이를 바라봤을 때는
그 단정한 얼굴에 소유욕이 드물게 떠올랐으면 좋겠다.
처음 보았던 정중했던 미소, 처음 보았던 은연중에 벽을 치는 듯 했던 행동, 그리고 이제서야 떠오르는 자신을 보호하듯이 자꾸 앞으로 나섰던 뒷모습.
낯설기만 했던 행동으로 보인 익숙한 감정에 윤기는 그제야 고개를 숙여 다시금 헛웃음을 뱉어내었으면 좋겠다.
주인아, 반갑다고 포옹하는 사람들이랑은 그냥 악수만 하면 안 돼?
어리광을 담아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이번에는 윤기가 고개를 올려 입술을 맞추고는
얼른 집에 돌아가자고 남준이의 귀에 작게 소근거렸으면.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가 금방 웃어버리는 모습에 윤기도 같이 짧게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준아.
응?
아냐. 그냥 너 강아지 맞구나해서.
응? 응. 나 강아지 맞잖아.
그러네. 내 멍멍이 맞네.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준이를 보면서 윤기는 그저 어깨만 으쓱이며 기분좋게 먼저 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깍지를 낀 두 손이 온전하게 맞물렸으면 좋겠다.
윤기와 남준이의 집으로 돌아간 순간까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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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글씨와 그림 감사드립니다. ♥
예쁜 글씨 감사드립니다. ♥
귀여운 글씨와 그림 모두 감사합니다. ♥
귀여운 남준이 그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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