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세개였으면 좋겠습니다.
현생용 하나, 덕질용 하나, 글쓰기용 하나.
정말 진심으로, 진지하게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왜 내 몸은 분신술이 안 되지.
연재 텀이 너무 극악스러워서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와중에 한 번 날렸다…. 하…, 내 컴아 진짜…. 야이, 11시에 올리는 게 목표였는데….
쾌청하고 적당한 햇빛,
조금 추울정도의 바람.
높은 하늘.
가끔 훅 불어오는 바람이 장난을 치듯이 머리를 뒤집어 놓고 가면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웃어버리기도 하는 가을의 한 켠.
남준이는 윤기를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아 적당히 따듯한 온기가 남준이의 몸 위로 햇빛과 같이 내려앉았으면.
발을 살살 구르다가 바닥을 톡, 두드리기도 하고.
제일 낮은 볼륨으로 맞춰놓은 음악은 핸드폰을 통해 흘러나와 남준이 귀에 끼워진 이어폰을 통해 남준이의 고개를 까닥이게 만들었으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근처에 뛰어놀던 아이가 간혹 자신의 허벅지에 부딪치면 같이 놀랐다가
웃으면서 울려는 아이를 일으켜세워 보내는.
기다림의 시간을 남준이는 나름대로의 여유로 채워나갔으면 좋겠다.
오늘 윤기는 언제 온다고 했더라.
와서 나와 무엇을 한다고 했더라.
오늘 일이 많다고 했던가.
나는 윤기를 너무 보고 싶은데,
윤기는 날 보고 싶어하려나.
속으로 마음껏 잘 입에 담지 않는 하나뿐인 자신의 주인 이름을 중얼거리며 남준이는 하늘을 느릿하게 떠다니는 구름을 눈에 담았으면 좋겠다.
저건... 부서진 식탁 닮았다.
저거 모양 솜사탕 같아.
저건 깃털.
저건... 예전에 보았던 동화책에 나왔던 용 같아.
사람이 손 뻗고 있는 것 같아.
발을 통통 구르면서 남준이는 고개가 아픈 줄도 모르고 하늘에 있는 구름들을 눈에 새겨넣으면서 혼자만의 생각에 싱긋 웃었으면 좋겠다.
구름을 품에 안으면 분명 푹신할 것 같아. 너무 세게 안으면 흩어져서 사라지려나?
음... 모르겠으니까, 주인 오면 물어봐야지.
주인 언제와? 윤기 언제 오지?
결국 그 끝의 생각은 하얀 주인으로 채워졌으면.
웅웅 울리는 핸드폰에 퍼득 손을 올려 온 연락들을 확인하고,
윤기가 아닌 것에 실망해 답장은 하지 않은 채 내려놓고.
또 웅웅 울리면 확인. 실망. 한숨. 하늘. 따뜻함. 기다림. 주인. 윤기.
보고 싶다.
작게 입술 틈으로 나오는 진심은 구름과 같이 하늘을 둥둥 떠다녔으면.
한참 구름의 모양을 맞춰나가며 혼자만의 세상 안에서 퍼즐조각마냥 구름을 조각조각 맞출 즈음에,
그 세상 안으로 한 걸음 들어온 사람이 고개를 숙여 남준이의 시야에 자신의 얼굴을 가득 채웠으면.
뭐해, 준아.
고개를 젖히고 있던 남준이는 하늘을 가린 윤기의 얼굴에 살짝 놀랐다가 활짝 웃었으면.
그리고 손을 올려 윤기의 목덜미를 그러쥐어 내리고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왔어, 주이, 아야!
인사를 건네다가 윤기가 입술을 찰싹 내리쳐서 키잉키잉대며 울상을 지은 채 벤치에서 일어났으면 좋겠다.
주인 너무해. 반갑다고 인사했는데 뽀뽀 안 해주고 입술 때렸어.
밖에서 그런 거 하지 말랬잖아.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하는 거랬어.
너 티비 좀 그만 봐라, 임마.
삐친 남준이가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이제는 의식하지 않아도 맞춰지는 발걸음을 따라 윤기의 옆에 자리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입술은 슬쩍 튀어나와서는 윤기의 손가락만 툭툭 두드렸으면.
거래처쪽과 전화를 하고 있던 윤기는 그런 남준이를 한 번도 바라보지 않고 묵묵히 걸어나갔으면 좋겠다.
반응도 안 해줘. 너무해. 꿍해진 남준이가 몇 번이나 윤기의 어깨나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다가
윤기가 자신의 손가락을 꾹 잡아 내리자 자연스럽게 그 손을 맞잡았으면 좋겠다.
잠시 두 손이 동시에 풀렸다가,
손바닥이 마주닿은 뒤에
손가락 사이의 틈이 온전하게 맞물렸으면.
깍지를 낀 손을 흔들면서 어느새 남준이의 입꼬리는 다시 올라가고 있었으면 좋겠다.
집에 도착해서는 남준이가 윤기를 뒤에서 끌어안고는 뒤뚱뒤뚱.
거실 한복판에 도착해서도 저를 끌어안고 놓지를 않는 남준이의 행동에 윤기가 손을 겨우 뒤로 돌려 남준이의 엉덩이 부근을 팡 두드렸으면.
준아, 씻어.
주인아, 집이니까 이제 뽀뽀.
나 먼저 씻는다?
뽀뽀.
이것 좀 놓고.
뽀뽀.
이게 애교야, 협박이야. 윤기는 결국 걸음까지 멈춘 채로 헛웃음을 터뜨리다가 고개를 돌렸으면.
남준이의 말랑한 뺨을 두 손으로 딱 잡아 입술을 꾸욱 눌렀다가 떼어내었으면.
조금 우악스러울 정도의 살결이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에 귀를 바짝 세운 남준이가
웃음을 크게 터뜨리며 윤기의 허리를 끌어안고 소파 위로 누워버렸으면 좋겠다.
얼결에 같이 누워버린 윤기가 소파 팔걸이에 머리를 댄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가
자신의 가슴팍에 연신 비비적거리는 부드러운 머리칼에 손을 올려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이제 씻으러 가.
물론 제 강아지 씻으라고 욕실로 들여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아, 주인아 아까부터 누가 자꾸 나한테, 그거, 똑똑.
…아, 톡한다고?
응. 응. 그거.
회사에서 유연하게 잘 행동한다고 해도 엉뚱한 말이 튀어나가는 건 여전해서 가끔 남준이는 윤기에게 회사측 사람들에게 문자나 톡이 오면 그 반응을 물어보곤 했으면.
다만 윤기가 직접 보지는 않고 그저 남준이가 대충 상황을 설명하면 일반적인 반응을 알려주는 정도였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구나 싶어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씻는 사이에 남준이의 핸드폰이 연이어 울렸으면 좋겠다.
소리는 그렇다고 쳐도, 미리보기로 뜨는 이름들을 보고 윤기가 신경을 쓰기 시작했으면.
회사의 여직원들에게 잔뜩 온 문자나 톡에 인상을 찡그렸다가, 천천히 펴내었으면.
뭔 톡이 이렇게 많이 와.
작게 투덜거리는 어느 누구와 꼭 닮았으면.
얼마 안 가 남준이가 씻고 나온 뒤에 윤기가 씻고 나왔으면 좋겠다.
윤기가 목에 수건을 걸친 채 다가오자 남준이가 바로 자신의 옆에 앉힌 뒤에 핸드폰을 들어올렸으면.
답장을 하느라 거실에는 타다다닥 거리는 소리만 조금 울렸으면 좋겠다.
그 옆에서 턱을 괸 채 답장을 보내는 남준이를 바라보는 윤기가 보고싶다.
그런 윤기를 모른 척, 답장을 몇 번 해주다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윤기를 껴안는 남준이도.
윤기는 갑자기 저를 껴안는 남준이를 밀어내면서 저도 모르고 삐죽 튀어나온 말로 남준이를 살짝 건들였으면 좋겠다.
답장 더 안 해줘?
응. 애인이랑 논다고 했어.
윤기가 의아한 얼굴을 하자 남준이는 씩 웃으면서 그제야 편하게 귀와 꼬리를 내보인 채로 느긋히 꼬리를 살랑이다가 윤기의 품에 파고 들어갔으면.
애인아, 그러니까 이제 놀아줘.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다시 시선을 돌렸으면 좋겠다.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면서 붉어졌을 얼굴을 젖은 머리칼을 흐뜨려 가리려 했으면.
그 와중에도 남준이는 자신을 꽉 끌어안는 하얗고, 마른 몸이 느껴져서 더 기쁘게 웃으며 자신의 연인을 마주 안았으면 좋겠다.
서늘한 바람이 시원하다고 느껴질 만큼의 온기가 물씬 피어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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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글씨와 그림 감사드립니다. ♥
예쁜 글씨 감사드립니다. ♥
귀여운 글씨와 그림 모두 감사합니다. ♥
귀여운 남준이 그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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