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썰이 완결이 날 시점에서 토끼썰도 같이 완결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토끼썰 메일링 관련은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차후 공지 하겠습니다.
즉흥적인 썰들이라, 아무래도 완결도 급히 내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참, 이번 썰의 소재를 주신 독자님. 너무 늦게 써서 죄송합니다. 소재 감사합니다.
윤기는 알바를 쉬는 날, 남준이는 알바를 다녀온 날.
어두운 밤 사이에서 길을 찾아 걸으면서 남준이는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가벼운 무게감에 설렜으면 좋겠다.
조금은 꺼칠한 종이봉투의 촉감에 더욱 손 끝을 그러쥐면서 절로 빨라지는 발걸음을 말리지 않았으면.
자신의 깜짝선물을 받을 윤기의 반응이 너무 상상이 잘 갔지만, 그래도 그 반응마저 좋을 것 같아 벌써부터 삐죽 새어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않았으면.
남준이는 금방 집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현관 비밀번호를 치려다가, 문을 두드리고, 윤기의 물음을 들으며 답하고,
끼익 열리는 문 틈으로 빼꼼 보이는 윤기의 모습에 씩 웃으면서 훈훈한 집 안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토끼야, 이거 한 번 볼래요?
뭔데? 초콜릿 냄새는 안 나는데.
초콜릿이 아니라는 걸 알았는지 바로 흥미 없다는 얼굴이 된 윤기를 보고 남준이는 살짝 솟아오른 서운함에 윤기의 품에 종이봉투를 밀어넣었으면.
윤기는 남준이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에 쪼르르 거실 한복판에 앉아 종이봉투를 내려놓고 귀를 쫑긋거리면서 이리저리 갸웃거리면서 봉투를 살펴봤으면 좋겠다.
안에 살짝 봤더니 테이핑으로 봉투가 벌려지는 것을 막아놓았고,
향은, 음, 종이 냄새.
킁킁.
코를 푸욱 박고 맡아도 딱 이거다 싶은 향이 나지 않아 윤기는 조심히 종이봉투를 꾸욱 눌렀으면 좋겠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귀를 쫑긋거렸으면 좋겠다.
그래도 남준이가 사온 거니까, 남준이와 같이 풀어보고 싶은 마음에 윤기는 가만히 종이봉투를 살펴보기만 했으면.
이녀석은 어디서 물을 퍼와서 씻나, 싶어 살짝 짜증이 올라와 귀를 바짝 세웠을 즈음에야 욕실 문이 열리고 남준이가 나왔으면.
아직 안 풀어봤어요?
응? 응.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를 본 남준이는 금방 윤기의 생각을 알고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머리의 물기가 떨어지지 않을만큼만 털어낸 뒤에 윤기의 맞은 편에 앉아 직접 종이봉투를 뜯어 열었으면 좋겠다.
포장된 작은 상자를 꺼내 윤기에게 내밀었으면.
윤기는 상기된 뺨은 다 드러내었으면서도 애써 표정만 덤덤히 유지한 채 포장지를 부욱 찢어내었으면.
그리고 딱 상자를 열고 나서는 미간을 확 구기며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토끼 옷 같은 거 사지 말랬지.
아, 근데 진짜 그거 엄청 귀여웠단 말이에요. 한 번이라도 입어주면 안 돼요?
어. 안 돼. 답답해 죽을 것 같다니까? 인간 모습으로 옷 입는 것도 답답한 와중에 토끼 모습으로까지 옷을 입어야 되겠냐.
까칠해, 진짜. 너무해. 내가 진짜 형이랑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사왔는데.
불쌍한 척 하면서 은근슬쩍 옷 꺼내지 마라.
윤기의 단호한 말에 남준이의 입술이 불퉁하게 튀어나왔으면 좋겠다.
알바 끝내고 오는 길에 애견용품점에 크게 걸려있던 신상품 입고라는 말에 들어가 구경한 게 일의 화근이었으면 좋겠다.
천사 날개가 달린 옷부터 시작해서 귀여운 옷이 가득해서 남준이는 저도 모르게 그것들을 몇 개 사들고 온 것이었으면.
복실복실한 잠옷을 입은 토끼를 생각하고 얼마나 귀여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온 것들인데 윤기는 입을 생각은 커녕 저를 기분 나쁘다는 듯 바라보니
남준이는 서운함과 불만 등을 잔뜩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삐쳤으면.
아주 단단히.
그 다음부터는 당연한 수순마냥 윤기가 남준이의 눈치를 봤으면 좋겠다.
근데 또 남준이가 사온 복실복실하고 애교 가득한 핑크빛 도는 옷들은 또 입기가 싫어서 고민에 빠졌으면.
싫으면, 뭐, 억지로 입지는 마요.
아, 가만히 있어봐 좀.
입어줄 거예요? 진짜 딱 한 번만 입어주면 그냥 이거 다 버릴테니까….
아, 너는, 진짜. 이런 곳에 돈 쓰지 말라니까 말도 안 듣냐.
윤기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손을 올려 귀를 쓸어내렸으면 좋겠다.
몇 번이고 쓸어내리다가
남준이 손에 쥐어져있는 옷들을 힐끔거렸다가
다시 한숨을 포옥, 공중으로 띄워냈으면.
그러다가 남준이가 괜찮다며 옷을 챙겨들어 일어나면 그 손목을 턱, 잡아내었으면 좋겠다.
눈을 꾹 감았다가 토끼로 변해서는, 입고 있던 옷가지를 헤치고 나와 남준이 쪽으로 두 발로 섰으면.
마치 얼른 입히라는 듯 턱짓으로 옷을 가리키는 하얀 토끼에 남준이가 조심히 윤기를 안아들어서 하얀 털뭉치에 잔뜩 입을 맞추면서 고맙다고 속삭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윤기는 남준이의 손 안에서 조용히 두 귀를 푸욱 내리 눌러 눈가를 가려버렸으면.
내심
붉어졌을 얼굴이 이 모습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으면.
처음 입히는 옷은 양을 본따 만든 몽글몽글하고 북실북실한 옷이었으면 좋겠다.
후드까지 씌우면 후드에 있는 구멍에 조심조심 하얀 토끼 귀가 톡 튀어나오는.
제대로 토끼의 모습으로 옷을 챙겨입은건 처음이라 윤기는 상상 이상의 답답함에 놀라 딱 굳어버렸으면 좋겠다.
얼음, 이라고 누가 외친 것 마냥 가지런히 네 발로 선 채로, 귀는 바짝 세운 채로, 시선은 허공 어딘가.
그런 윤기를 보고 남준이는 웃음이 터져 끅끅 대면서도 바쁘게 윤기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었으면 좋겠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윤기의 옷을 갈아입히고,
다시 사진을 찍고,
마지막으로 한 쪽 귀에 꽃 모양 모자를 쓴 윤기의 볼을 콕콕 찌르면서 진짜 얼어버린 거냐고 묻기도 했으면.
순간 땡, 하고 깨진 듯 고개를 홱 돌린 윤기가 자신의 볼을 내리 찔렀던 검지를 콱 깨물었으면.
남준이가 악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움켜쥔 사이에
얼굴을 부비면서 버둥거리다 모자를 확 빼내고는 바닥에 몸을 부비면서 옷을 망가뜨릴 듯 거칠게 움직였으면 좋겠다.
어어어, 옷 찢어져요. 다친다. 다쳐. 토끼야, 벗겨줄게요. 좀.
윤기의 행동에 남준이가 놀라서 얼른 윤기를 안아 올려 몇 번이나 깨물림 당하면서도 겨우 옷을 벗겨내었으면.
윤기는 몸을 갑갑하게 죄던 옷이 사라지자마자 펄쩍 남준이의 품에서 뛰어나가 침대로 뛰어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의 쿠션에 얼굴을 쿡 박고는 움직임이 없었으면.
남준이는 그제야 아차 싶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토끼가
삐쳤구나.
토끼야, 화났어요?
토끼야.
윤기 형?
민윤기 씨.
윤기야?
형?
토끼 씨?
몇 번이나 남준이가 엉덩이나 등을 톡톡 두드리면서 불러도 하얀 솜뭉치는 쿠션에서 나올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
결국 그 늦은 밤에 남준이는 편의점에 가서 초콜릿 한 봉지와 젤리 한 봉지를 사왔으면.
그리고 다시 윤기에게 빌었으면.
이거 줄테니까 화 풀어주세요, 토끼야. 응?
애써 달래는 말에도 윤기는 반응이 없어서 괜히 얼굴 옆에 올려놓고 봉지를 눌러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울리게도 해보고,
초콜릿 하나를 까서 흔들어 냄새를 풍기기도 했으면 좋겠다.
그런 남준이의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기는 내내 쿠션에 얼굴을 박고 있었으면.
그러다가 남준이가 한숨을 내쉬면서 초콜릿 봉지와 젤리 봉지를 빼려는 순간
무언가에 살짝 막혀서 들어올리지 못한 걸 느꼈으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하얀 토끼 앞 발이 꾸욱, 젤리와 초콜릿 봉지를 누르고 있는 게 보였으면 좋겠다.
그 순간에 삐죽 튀어나올 뻔한 웃음을 애써 참아내었으면 좋겠다.
이거 먹고 싶죠?
응?
그러면 얼굴 보여줘요. 하다못해 사람이라도 변해줘요. 그러면 이거 다 줄게요.
지금 당장 먹어도 된다는 조건으로.
남준이의 마지막 말이 들려서야 윤기가 사람으로 변하고,
이불을 둘둘 싼 채로,
한 손에는 초콜릿 봉지와 젤리 봉지를 쥔 채로,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남준이를 바라보고 있었으면.
진짜 먹는다.
네. 드세요.
나중에 이거 밤에 먹었다고 혼내지 말아라.
알았어요. 아까 그거, 옷 억지로 입힌 거 나도 미안하니까.
윤기가 남준이의 말에 부시럭거리며 초콜릿을 먹고, 남준이는 일어나서 윤기의 옷을 챙겨와 군것질을 하는 것에 정신이 팔린 토끼를 챙겼으면 좋겠다.
긴 소매의 옷을 입은 윤기가 힐끗, 남준이를 바라보다가 젤리 하나를 남준이 입술에 문질렀다가 거칠게 집어넣어버렸으면.
갑자기 입에 넣어진 젤리에 당황한 남준이가 질겅질겅 젤리를 씹으면서 윤기를 바라보다가
눈이 딱 마주쳤으면.
다음에 그러면 정강이 차버릴거야.
알았어요. 안 그럴게요.
그 때는 이걸로는 택도 없을 줄 알아.
응. 응. 알았다니까. 미안해요.
남준이가 반쯤 해탈한 얼굴로 아쉽다는 듯 널부러진 옷가지를 바라보다가 윤기가 자신의 어깨에 푹 기대서 오늘 알바는 어땠냐고 물어오자 작게 웃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간식을 다 먹을 때까지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윤기에게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나른함에 못 이겨 남준이의 어깨에 기댄 채 잠에 들 즈음에는,
자신의 하얀 애인을 조심히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주었으면.
방의 불을 끄고, 자신도 윤기의 옆자리에 한 자리를 차지해 온기를 풀어내었으면.
슬쩍, 핸드폰을 가져와 아까 찍었던 사진들을 살펴보면서 한참 귀여운 모습을 눈에 담으며 웃다가
남준이도 그렇게 천천히 잠에 들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가슴팍 부근에 올라온 하얀 손 위로 자신의 손을 덮은 채로 깊게 잠에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불이 꺼진 조용한 방안에
두 사람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울려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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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림 감사합니다. ♥
초콜릿 좋아하는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귀엽고 아기자기한 글귀 감사합니다. ♥
귀여운 윤기 그림 정말 감사합니다. ♥
예쁜 부농부농한 윤기 그림 선물 감사합니다. ♥
[암호닉 확인] 부탁드립니다. 꼭. (Ctrl + F 로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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