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진심입니다.
이미 걸리셨다면
저와 동지시네요.
감기 안 좋으니까 얼른 낫고 다시 건강한 몸 되찾아봐요, 우리...
+힌트 : 93 , 14
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몸이 무겁냐.
윤기는 남준이보다 일찍 아침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일어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2차 알림이 울릴 때 퍼득 또 깨어 부지런히 움직이곤 했으면 좋겠다.
다만 오늘은 무거운 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자신의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남준이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 켠의 창문이 살짝 열린 것을 발견하고 얼른 다가가 문을 닫았으면.
이불 밖으로 나오니까 거실에 남아있던 찬 기운이 윤기의 온기를 찾아 모인 터라
윤기는 괜히 몸을 한 번 부르르 떤 뒤에 출근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나가기 직전에, 오늘은 남준이도 1교시가 있는 날이라 알람이 울리면 버릇마냥 윤기가 먼저 손을 뻗어 알림을 꺼버렸으면.
외투와 가방까지 모두 챙겨입은 채로 얼떨떨하게 이걸 내가 왜 꺼버렸지, 했다가 뒤척임도 없는 남준이를 보고 몰래 웃었으면 좋겠다.
자고 있는 남준이와 자신 밖에 없는 원룸인 걸 알면서도
괜시리 주위를 두리번 거렸으면.
아무도 없는 것을 한 번 확인한 뒤에 고개를 숙여 천천히 남준이의 뺨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으면.
매끈한 뺨에 윤기의 입술이 닿기 직전에, 남준이가 뒤척이면서 더듬더듬 핸드폰이 있을 곳을 더듬거렸으면.
윤기 너는 놀라 그대로 뒤로 물러나버렸으면 좋겠다.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마냥 가방끈을 꽉 움켜쥔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베개를 들어 남준이에게 던져버렸으면.
뭐, 뭐에요?
얼른 일어나, 이 잠탱아!
에…?
현관문이 쾅 닫히고 난 뒤에 방에 남은 건 잠에 취해 눈도 거의 못 뜬 남준이였으면.
평소에 알람이 그렇게 울려도 잘 안 일어나는 놈이 왜 하필 그때 일어나냐.
꿍얼꿍얼
중얼중얼
궁시렁 궁시렁
윤기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내내 발 끝으로 작은 돌멩이를 걷어찼다가
입술을 최대한 삐죽 내밀었다가
낯간지러운 일을 했다며 머리를 헝클였으면 좋겠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귀와 똑같은 모양의 귀 끝이
한없이 붉어져있었으면 좋겠다.
열기가 오르는 것 같아 손부채질을 잠깐 하면서도, 남준이 때문에 오늘따라 날이 더 춥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다시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윤기 오늘 어디 아프니?
네?
잠깐 이리로 와볼래?
평일의 어중간한 낮시간 카페는 한적했으면 좋겠다.
느긋한 음악,
적당히 따뜻한 실내,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너무 적막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그래서 오늘따라 이렇게 나른한건가, 싶어 윤기가 카운터에 얌전히 서 있는 사이
같이 일을 하고 있던 여사장이 윤기를 불렀으면 좋겠다.
윤기가 다가가자 중년의 여성은 손을 들어 마치 어린 아이의 열을 재주듯 이마를 감쌌으면.
그리고 스스로의 손 온도를 다시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으면.
열이 조금 있는 것 같다. 일찍 퇴근할래?
네? 아니요. 저 아프지는 않는데.
그럼 아직 감기기운이려나. 그래도 오늘 무리하지 말고 집에 가서 푹 쉬어. 내일은 안 그래도 쉬는 날이니까. 얼굴도 붉고, 몸도 좀 뜨겁네.
여성이 싱긋 웃으며 건네는 다정한 말에 윤기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그런 윤기를 보며 따뜻한 차를 만들어주겠다는 걸, 윤기는 스스로 하겠다며 말리고 여사장을 안으로 들여보냈으면.
원래 알바생을 이렇게 걱정해주나.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머그잔에 유자청을 넣던 윤기가 그 위로 뜨거운 물을 부으면서 작게 웃었으면 좋겠다.
다정했던 여성의 얼굴 위로 남준이의 얼굴이 덧그려져서, 그래서 더 웃음이 나왔으면 조헸다.
일이 끝나고 퇴근을 하는 윤기는 걸음을 조금 재촉했으면 좋겠다.
분명 아침만 해도 무겁기만 했던 몸이, 이제는 천근만근. 게다가 눈까지 뻐근해서 컨디션이 확실하게 나빠진 것이 느껴졌으면.
게다가 나빠진 몸상태에 맞춰 실수도 꽤 해버려서 기분도 안 좋았으면. 진짜, 얼른 들어가서 쉬어야겠다는 생각만 했으면.
문득 어두운 골목길에 들어섰을 때, 윤기는 어깨를 움츠렸으면 좋겠다.
열이 나서 어지러운 몸을 추스리며 돌아가는 길이 오늘따라 더 길게 느껴져서 최대한 더 빠르게 발을 움직였으면.
빨라진 발걸음이 어느새 남준이와 같이 살고 있는 집, 이제는 익숙한 현관문 앞에 닿았으면 좋겠다.
윤기는 비밀번호를 치고 도어락을 풀어내려다가, 움찔 멈추고는 조용히 초인종을 눌렀으면.
네. 형 왔어요?
얼마 안가서 문이 벌컥 열리고, 편한 차림의 남준이가 문을 열어주고는 수고했다며 씩 웃어보이는 걸 보고 멍하니 바라봤으면.
오늘따라 더 깊어 보이는 웃음에 윤기가 손 끝으로 남준이의 볼에 패인 보조개를 살짝 톡 두드리고는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집에 들어서서는 윤기가 느릿하게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가 씻은 뒤에 편한 옷 차림으로 나왔으면.
그 사이 핸드폰을 보고 있던 남준이가 윤기에게 다가와 심각한 얼굴로 윤기의 뺨을 손으로 감쌌으면 좋겠다.
형. 감기 걸렸어요?
어?
방금, 카페에서 형 열 있는거 조심하라고 문자 왔어요. 아프면 말을 하지 그랬어요. 약이라도 사다뒀을텐데.
괜찮아. 그냥 감기 기운.
진짜요? 그러고보니 형 지금 기운 없어 보이는데.
남준이가 윤기의 이마를 한 번, 목덜미를 한 번 손으로 감싸 열을 쟀으면 좋겠다.
윤기는 조금 멍한 얼굴로 그 손길을 받다가 남준이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색색 숨을 내쉬었으면.
괜찮냐는 물음에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남준이가 자신을 품에서 떼어놓으려고 하면 작게 인상을 찡그렸으면 좋겠다.
감기 걸린 거 맞는 것 같은데. 어리광도 많아지고.
그런 윤기의 행동에 남준이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함께 부드러운 웃음도 같이 녹아들었으면.
남준이가 윤기의 등을 토닥이면서 약 안 먹어도 괜찮냐고 물어오면 윤기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이끄는 대로 침대에 누워서도 한 손으로는 남준이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눕히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남준이.
열기가 피어올라 어지러운 시야.
자신을 감싸고 있는 남준이의 체향이 가득한 이불.
모든 것이 예전의 어느 날과 비슷해보여서, 더 남준이의 손을 꾹 그러쥔 채로 윤기가 입술을 벙긋거렸으면 좋겠다.
왜요.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요? 토끼야. 많이 아파요?
아니.
남준이가 저를 두고 일어나려고 하면 윤기가 손을 잡아 끌고, 또 남준이가 물으면 윤기는 가만히 고개만 저었으면.
이것도 어리광인가, 싶어 남준이는 물이라도 가져다주려고 했던 것을 멈추고 윤기가 누운 침대에 걸터앉아 윤기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안정적인 숨소리와 맞물려서 방 안을 조심히 채울 즈음에
남준이가 한 손으로 이불을 끌어와 윤기에게 덮어주고 가슴팍을 토닥이며 재울 즈음에
윤기가 무거운 입술을 겨우 움직였으면 좋겠다.
야.
네?
좋아해….
작은 목소리. 조심히 열기와 같이 피어오른 진심.
남준이는 갑작스러운 윤기의 고백과도 같은 말에 놀랐다가 기쁘다는 듯 웃으면서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요.
사람 설레게.
응. 나도 좋아해요.
윤기 형.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붉어진 눈가를 내려감으면서 입꼬리를 올려 웃었으면 좋겠다.
고집스럽게 밀어내고 있던 잠기운을 그제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아니네. 그 날이랑 다르구나. 그런 생각을 얼핏 하면서 편하게 잠에 들었으면.
윤기가 잠을 자면서 조금은 불규칙한 숨을 뱉어내고 있을 때 남준이가 머쓱하게 목덜미를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숨을 푹 내쉬었으면 좋겠다.
진짜, 심장 떨리게.
사람 심장을 이렇게 뛰게 만들어놓고 참 잘도 잔다, 싶어서 얄미움에 햐안 뺨을 톡 건들인 남준이가 천천히 허리를 숙여 윤기의 뺨에 입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감기 얼른 나아요, 토끼야.
작은 인사도 같이 가벼운 입맞춤과 함께 윤기에게 몰래 건넸으면 좋겠다.
서로의 진심이 그렇게 맞물리는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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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림 감사합니다. ♥
초콜릿 좋아하는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귀엽고 아기자기한 글귀 감사합니다. ♥
귀여운 윤기 그림 정말 감사합니다. ♥
예쁜 부농부농한 윤기 그림 선물 감사합니다. ♥
[암호닉 확인] 부탁드립니다. 꼭. (Ctrl + F 로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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