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수련회를 따로 갈 경우 ②
널 부르곤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민규는 빤히 널 쳐다보기만 했어. 민규가 있는 쪽으로 얼른 달려가려던 넌 민규의 입모양에 걸음을 멈췄지.
'오지 마.'
오지 말라는 민규의 말에 심장이 쿵한 넌 민규를 바라봤어. 오지 말라는 말만 하곤 가만히 널 바라보던 민규는, 여전히 무표정한 채로 네게 이렇게 말하곤 버스에 올라타버렸어.
'3일동안, 다치지 말고 잘 다녀와.'
'연락 안 할테니까.'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너는 멘붕 그 자체였지.
연락을 하지 말라니.
이게 무슨 일이야.
불안한 마음에 넌 계속 카카오톡을 들어갔다, 나갔다.
민규에게 보낼 메세지를 계속 썼다가, 지웠다가.
하필 또 옆자리에 승관이가 앉아있는 바람에 마음 편히 메세지를 보지도 못하고.
도대체 어제 왜 이석민은 자꾸 승관이 앞에서는 민규와 연락도 하지말라고 한건지.
둘이 무슨 일이 있었나? 그래서 오늘 민규가 화가 났나?
얘네 또 싸웠나?!
머리가 복잡해진 넌 계속 한숨만 내쉬었어.
옆에 앉아있던 승관이는 네가 안절부절 못하는 것을 보고 묻지.
너 어디 아파?
"아, 아니?!"
"뭐야, 식은땀까지 흘리고. 멀미약 아까 안 먹었어?"
"아니야, 먹었어!"
"근데 왜 그래."
"나 멀쩡해!"
"... 하나도 안 멀쩡해보여. 너."
"진짜 괜찮다니까~"
억지로 승관이에게 웃어보인 넌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리지.
옆에서 승관이가 쳐다보는게 느껴졌지만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어.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지.
민규가 그럴 애가 아닌데.
아무리 삐지고 화났어도 오히려 풀면 자기가 먼저 풀었지!
너한테 화낸 적도 손에 꼽을 정도인 사람이, 갑자기 연락도 하지 말라니.
너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지.
결국 민규에게 승관이 몰래 메세지를 하나 보내기로 결심했어.
어찌저찌해서 카톡까지 들어가긴 했는데, 어떻게 보내야할지 그 다음이 또 문제.
"..."
뭐라고 보내야할지 도통 감도 오지 않은 넌 승관이 눈치까지 살피느라 스트레스가 배로 더했지.
- 밍쌤 무슨 일 있어요?
썼다가 지우고.
- 3일동안 왜 연락하지 마요?ㅠㅠㅠ 혹시 내가 잘못한거 있어요? (눈물)(눈물)
또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지우고.
-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요?
이건 너무 싸우자고 하는 것 같아서 안되고.
라고 생각하며 지우려 하던 순간, 승관이가 네게 말을 걸었고 깜짝 놀란 넌-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요? - 오전 9:34 1
전송 완료.
"으아아아!!!!!!!!!!!!!!!!!!!!!!!!"
"으억!!!!!!!!!!"
네가 소리를 지르자 옆에 있던 승관이도 덩달아 놀라 소리를 질러버리고.
덕분에 고막테러를 당한 기사님과 학생들은 다 너와 승관이를 쳐다봤지.
"아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린데!!!!!!!!"
"..."
승관이가 보는 탓에 핸드폰은 꺼버렸지만, 네 멘탈 또한 이미 꺼진 상태.
제일 먼저 들은 생각은..
아, 난 이제 망했구나.
혹은
아, 난 이제 뻥, 차이겠구나.
"... 붓응관...."
"... 왜, 뭐."
"넌 뒤졌어.."
"?????"
"윤솔아, 쌤이랑 자리 좀 바꿔줄래."
"네?"
"너가 오늘만 승관쌤이랑 앉아라, 쌤이 앞에 앉았더니 죽을 것 같아."
"헉, 그럼 바꿔드려야죠!"
순식간에 바뀐 자리, 승관이는 어이없어하며 계속 뒤를 바라보며 너에게 뭐냐고 물었지만.
이미 정신이 나간 넌 핸드폰만 바라보며 울상을 짓고 있어.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요? - 오전 9:34 1
아 있잖아요 밍쌤 이거 진짜 잘못보낸건ㄷㅔ요 - 오전 9:39 1
아 ㅣ진짜 오해하짐ㅏ요 진심 아니에요 - 오전 9:39 1
그니까요 쌤 - 오전 9:39 1
나는 쌤이 왜 화난지 몰라서 물어보려고 - 오전 9:39 1
그런건데 - 오전 9:39 1
이게 내가 어떻게 쓸지 - 오전 9:39 1
계속 고민하다가 - 오전 9:39 1
아, 진짜 망했다. 라는 심정으로 구구절절 민규에게 해명의 카톡을 보내고 있었지.
이 와중에 카톡 조차 안 읽는 민규 때문에 너는 더 속이 터져.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지,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넌 울상을 지으면서 계속 해명의 카톡을 보내는데.
그래서 내가 - 오전 9:39
물어보고 싶은건요 - 오전 9:39
왜 밍쌤이 화난건지 - 오전 9:40
헐 - 오전 9:40
민규가 카톡을 읽었어.
"!!!!!!"
당황한 넌 핸드폰까지 떨어트릴 뻔 하지.
민규의 1이 사라지자 너는 말도 멈추고 민규의 답장을 기다려.
1분, 2분이 넘어갈수록 오지 않는 답장에 넌 민규가 정말 엄청난 장문의 답을 하고 있는건가보다, 하고 더 불안해지지.
이제 정말 차이는 걸까.
그동안 민규와 있었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너는 아주 죽을 맛이야.
실연의 아픔이 이런 것이던가, 내 인생 드디어 뻥 차여보는건가.
저기.. 밍쌤? - 오전 9:43 1
다시 생긴 1.
네 머릿속은 새하얘졌어.
이,읽씹이구나.
그,그렇구나.
"..."
"야, 중간에 애들 휴게소 보내 말…, 너 우냐?"
"... 아, 아니?!"
앞 의자에서 고개를 돌려 네게 묻던 승관이의 눈이 커졌어.
너 지금 울어? 라고 묻는 승관이에게 넌 아니?! 하품한건데? 하며 최대한 방금 일을 숨기지.
하지만 승관이가 몇년친구야.
"웃기고 있네. 넌 하품을 울면서 하냐?"
"..."
"기사님, 저희 휴게소 들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휴게소에 도착하고.
아이들은 신이 나서 먹거리를 사러가거나 화장실로 달려갔어.
널 데리고 나온 승관이는 아이들에게 잠깐의 시간을 주고 널 벤치로 데려갔지.
앉아서 아무말이 없던 승관이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며 너에게 물어.
"뭔데."
"..."
"아까부터 진짜 이상하네, 너."
"..."
"뭔 일 있어?"
"... 아니."
"넌 항상 무슨 일 생기면 없다고 대답하더라."
"..."
"내가 못미더워서 그런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 됐다. 사정이 있으니까 그런거겠지."
승관이는 다른 곳을 바라봤어.
괜히 미안해진 넌 어쩔줄 몰라하고, 승관이는 됐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지.
"그게.. 있잖아."
"응."
"되게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걔가 갑자기 이유도 안알려주고 연락도 안하겠대.. 3일..."
"왜?"
"몰라. 갑자기 오늘 그랬어."
"..."
"내가 뭐 잘못한게 있는걸까?"
"..."
승관이는 아무 표정 없이 널 바라봤어.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듯, 묘한 표정을 짓던 승관이가 네게 대답했지.
"글쎄, 넌 뭐 잘못할 사람은 아니잖아."
"... 그래도 내가 무의식중에 뭔가 잘못한게 있어서 그런게-"
"아냐."
"응?"
"그런거 아닐거라고."
"엥...?"
"그 친구 너한테 악감정 없어."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아?"
"... 부승관은 대단하니까."
"아, 미친놈 진짜!"
벌떡 일어나 부승관은 대단하니까, 라고 말하는 승관이에게 넌 쌍욕을 날렸지.
저게 진짜 불난 집에 부채질하네!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승관이가 네 어깨를 두 손으로 잡으며 널 다시 앉혔어.
"걱정하지마."
"..."
"잘 풀려. 나만 믿어."
"...쓰레기야!"
승관이를 버리고 화장실로 들어온 넌 찬물로 얼굴을 식혔어.
혹시 애들이라도 마주칠까 화장실칸에 들어간 넌 얼른 카톡을 확인하지.
제발, 제발 답장이 와있어라!
- 화 안났어.
- 3일 내내 그러고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진짜네..
- 저녁에 전화할테니까 제발 신나게 좀 놀길
"오."
"...오."
"...오!!!!!!!!!!!!!!!"
민규한테 답장이 왔어.
화 난건 아니니 제발 신나게 놀고 오라고.
저녁에 전화하곘다는 민규.
뭐지, 부승관 촉이 진짜인가.
약간 소름까지 돋은 넌 얼른 화장실에서 뛰어나와 승관이를 찾지.
출발할 시간이 다 되어 승관이가 버스로 갔으리라 생각한 넌 얼른 버스쪽으로 달려갔어.
주변을 살피면서 버스쪽으로 달려가는데, 버스 뒤에 승관이가 서있는게 보여서 넌 몰래 그 쪽으로 다가가지.
승관이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어.
"... 응, 계속 그러고 있더라. 울던데."
"... 나도 있어 임마, 는거."
"... 그럼 내가 거기서 야, 난 , 라고 말해?"
"... 아 진짜 괜찮다니까. 오늘 끝낼게, 서로 얘기하고."
"... 응. 응. 알았어."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시끄러운 차소리에 제대로 듣지 못한 넌 몰래 확인한 승관이가 통화를 끊고 울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
뭐,뭐지. 나 없는 사이에 또 무슨 일 있었나.
왠지 말을 걸면 안되겠다 싶어 넌 얼른 아무일도 없었던 척 버스 자리로 돌아와.
아까 학생과 바꾸었던 자리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고 넌 승관이 옆자리에 앉았지.
방금 전 본 훌쩍거리고 있던 승관이가 자꾸 마음에 걸려 넌 창밖만 확인하지.
분명 통화는 끊었는데, 얘가 왜 안들어오지.
다시 출발할 시간이 다 되고 나서야 승관이는 버스에 올라탔어.
제 옆자리에 앉아있는 널 보고 승관이는 왜 또 바꿔앉았냐고 네게 묻지.
"그냥. 이제 멀미 안나."
"..."
분명히 아까와는 다르게 어색해진 공기에 넌 이상함을 느껴.
뭐지, 완전 어색하네 갑자기.
"너 왜 늦게 들어오냐."
"어?"
"짜식이, 인솔교사면 나처럼 이렇게 딱 어? 미리 와서 애들 체크하고 어?"
"... 웃긴다 진짜..."
"지각이나 하고 말이야, 어?"
"네, 쩨송함니다~~~~"
네 농담으로 분위기가 조금은 풀리고, 재잘재잘 떠들면서 갈 것만 같았는데.
네 예상과는 다르게 승관이는 창 밖만 보고 있어.
결국 너도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자기 시작하지.
불편한 버스자리기 때문에 겨우 얕게 눈만 붙인 넌 계속 승관이의 한숨소리가 옆에서 들려 신경이 쓰였어.
안되겠다, 좀이따 도착하면 또 얘길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너야.
하필 너와 승관이네 반이 제-일 오랜 이동거리 코스로 걸린 탓에, 아이들도 지치고 너와 승관이도 지친 채 목적지에 도착했어.
첫 날은 긴 이동거리 탓에 일정이 프리했던지라 아이들은 자유시간을 가지고, 너와 승관이도 짐을 풀었지.
도착하면서도 아무 말이 없던 승관이는 그렇게 쭉, 저녁이 될 때까지 내내 아무 말이 없었어.
도착하면 승관이랑 열심히 놀고 구경하려고 했던 네 계획은 다 사라졌지.
네가 다가가기만 하면 자기 반 학생이랑 휙 놀러가버리는 승관이가 원망스러웠던 넌 질세라 너의 반 학생들과 함께 다녔어.
해가 저물고, 저녁에 전화하겠다던 민규의 말이 생각나 계속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던 너는 숙소 앞에 혼자 서있는 승관이를 발견해.
"야!"
괘씸한 탓에 빠르게 달려가 승관이 앞에 선 넌 승관이에게 말하지.
"이 자식이, 친구랑 놀지도 않고 애들이랑만 놀러다니고!"
"..."
"그래서 재밌었냐, 나 버리고 노니까!"
"..."
승관이는 아무말 없이 널 계속 쳐다보기만 했어.
뭐,뭐야. 당황한 네가 승관이에게 묻자 승관이 표정엔 변화도 없었지.
"야, 살아있어?"
승관이 얼굴에 손을 휘휘 저으며 장난을 걸던 그 때, 승관이가 네 팔목을 탁 잡았어.
"!"
"나랑 얘기 좀 하자."
숙소 뒤편으로 온 승관이와 너는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었어.
앉아있으면서 넌 아주 예전, 민규와 네 생각이 나면서 다시한번 그때를 회상하지.
승관이가 무언갈 말하려고 하는건 분명한데, 계속 뜸을 들이는 걸 보면 뭔가 큰 일이 난게 맞구나, 라고 생각한 너야.
"무슨 일 있어?"
"..."
"왜, 뭔데, 말해봐. 너도 아까 내 얘기 들어줬으니까 나도 들어줄게."
"...
"맞다, 아까 너가 말한대로 그 친구랑 잘 풀렸어! 나한테 화난거 아니라고-"
"야."
"어?"
"... 아, 진짜."
승관이가 두 손으로 제 머리를 감싸쥐며 끙끙거렸어.
당황한 넌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다가 왜그러냐고 묻지.
"... 우리 친구지."
"어? 당연하지. 우리가 몇년 친구냐!"
"... 그냥 친구지?"
"그냥 친구는 아니지, 완전 소울메이트지."
"... 딱 그 정도."
"... 왜 그러냐 아까부터?"
"너 좋아해."
"... 뭐?"
"내가 너 좋아한다고."
심장이 멈추는 기분.
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었지.
나, 나 좋아한다고?
"... 좋아했어."
"..."
"오늘부터, 좋아했던거야."
"... 그, 있잖아-"
"알아."
"!"
"너 지금 누구랑 사귀는지, 알아."
"..."
"그래서 말하는거야. 끝내려고."
"... 야."
"내가, 너 많이 좋아했었다."
"..."
"좋아하는게 아니라, 좋아했었단거야."
"..."
"오해하지마. 나 이제 너 안좋아해."
"..."
"우리는 완전 친한 친구고, 네가 말한대로 소울메이트고."
"..."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니까. 이제는…"
"..."
"... 아, 그냥. 그래, 그냥."
"..."
"잘 지내라고, 김민규랑."
머리를 한번 세차게 털고 일어선 승관이는, 여전히, 언제나 한결같이 널 바라보던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어.
"살다살다 김여주도 좋아해보고."
"..."
"행복했어."
"... 어, 언제부터였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교사를 준비했을 때부터 널 좋아했다는 승관이의 말에 너는 너도 모르게 눈물이 나.
"같이 교사되자고 그렇게 기도했는데."
"..."
"같이 되고, 같은 학교 오고, 그래서 행복해. 좋아."
"..."
"물론 이 학교에서 남자친구까지 생긴 건 별로 안좋았는데."
"..."
"너가 좋아하잖아. ...너가 지금 행복하잖아."
"..."
"그러면 됐지, 뭐."
눈물을 꾹 참고 뒤돌아있던 승관이의 손을 잡았어.
"바보야, 멍청아."
"..."
"말해줘서 고마워. 혼자 끙끙 앓고, 안그래줘서, 고마워."
"..."
"넌 진짜 내 평생 친구야. 우리 죽어서도 만나자고 약속했잖아."
"... 당연하지, 우리가 몇년 친구냐?"
휙 뒤돌아 네 머리에 안아프게 딱밤을 때린 승관이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밝게 웃으면서 널 놀렸어.
"들어가, 밤공기 추우니까."
"... 응."
"아! 괜히 또 이상한 생각하지말고 그냥 여기서 끝내. 어? 여기서 끝내고 들어가, 빨리."
"아, 알았어~"
괜히 민망해진 승관이가 약속의 손가락을 건네고, 마지못해 그 손가락에 도장을 찍은 넌 잠시 후에 들어가겠다는 승관이를 뒤로하고 숙소로 들어왔어.
아직도 얼떨떨해. 지금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고.
고등학교때부터 좋아했다는 건, 정말 오랫동안 너를 좋아했다는 얘기인데.
네가 민규와 사귈동안 승관이 혼자 그 마음들을 정리하고 있었을 생각에 너는 미안해서 눈물이 자꾸 나.
지금 승관이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조차 되지 않아서 넌 결국 몰래 벽에 기대앉아 한참을 울지.
그 때, 네 핸드폰에서 전화가 울렸고 전화의 주인은 민규였어.
오늘따라 모순적이게도 야속한 사람.
넌 한참 벨소리를 듣다가 겨우 전화를 받았어.
"여보세요."
- 목소리가 왜 그래?
"큼, 아무것도. 내 목소리 괜찮은데요."
- 하나도 안 괜찮아. 울었어?
"..."
- 울었어? 왜?
"... 이건 전화로 얘기할 게 아니에요."
- ...승관이 얘기지?
"!"
- ...일단 학교 돌아와서 얘기하자. 울지말고.
"... 알았어요. 아, 진짜 화난거 아니죠?"
- 아니라니까, ... 할 말 엄청 많아지겠네. 3일동안 승관이랑 잘 지내고.
"... 네에, ...밍쌤, 수련회 누구랑 갔어요?"
- 나? 윤정하쌤.
"...뭐요?!"
- ㅋㅋㅋㅋ장난, 2학년 영어쌤이랑 왔으니까 걱정하지마시오.
"... 진짜 그런 장난 치지마요."
- 3일동안 잘 지내, 맛있는거 많이 먹고. 구경도 많이 하고.
"알았어요. 밍쌤두요."
- 연락은 안하는걸로. 이해하지?
"응. 알아요."
- 사랑해요. 오늘도 좋은 꿈 꾸세요.
"네, 사랑합니다아."
민규와의 통화가 끊기고 나서도 넌 한참을 앉아있었지.
찌르르, 마음 아프게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넌 무릎에 얼굴을 묻었어.
오늘 하루가, 정말 길었지?
비하인드 |
# 수련회를 떠나기 하루 전, 석민이에게 승관이의 이야기를 듣게 된 민규. 난감한 상황에 우선 여주에게는 말하지말자고 석민이와 약속을 하고.
# 체육대회날 알아버린 석민이 또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눈치 빠른 승관이 때문에 하루하루에 불안의 연속이었다고.
# 혹여 수련회 내내 눈치없이 여주가 자신에게 연락을 할까 미리 연락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한 민규.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여주가 계속 신경쓰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핸드폰만 들여다본건 민규도 마찬가지였다고.
# 처음 여주에게 카톡이 왔을 때 민규도 바로 읽었지만, 카톡 미리보기로 봤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은 1.
# 너무 당황하고 힘들어하는게 눈에 보여 결국 답장을 해주려 카톡방에 들어가자마자 버스에서 멀미로 인해 누군가가 토하고... 처리를 하느라 본의아니게 읽씹하게 된 민규, 재빠르게 처리하고나서 칼답을 보냈지만 여주는 이미 멘탈 붕괴.
# 여주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승관이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던 이유. 이 상황에서도 자신을 배려하던 민규가 고맙고 미워서. 자신 때문에 틀어지는 둘의 사이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관이는 바로 결심을 했다고. 오늘 다 털어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 석민이에게 전화하면서 승관이가 울었던 이유. N년간의 짝사랑을 끝내는 사람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까요?
# 수련회의 밤. 여주가 들어가고 나서도 한참을 서있던 승관이. 그동안 둘 사이에 있었던 추억들이 하나씩 스쳐지나가며 승관이는 한참을 울었다고. 자신의 생일날, 여주가 선물해준 핸드폰케이스를 몇년 째 끼고 있었던 승관이. 그 때문에 핸드폰도 바꾸지 않고 계속 써왔던 승관이.
# 승관이의 첫사랑은 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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