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향기가 퍼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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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새로 오신 선생님들의 소개가..."
신입생들이 모여 시끌벅적한 강당에 교장의 말이 울려퍼졌다.
새로 오신 선생님들을 소개한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열명 정도의 무리가 앞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한명한명 인사를 하는 도중에 남학생들은 이쁜 여선생에게 소리를, 여학생들은 멋진 남선생에게 소리를 지른다.
차례대로 선이 긴 마이크를 주고 받으며 자신의 이름은 무엇이고, 어디 학교에서 왔으며, 어떤 과목을 담당하는지 말한다.
그리고.
" 아아. "
무의식적인 습관인듯, 마이크테스트를 한 남자선생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남학생, 여학생 가릴 것 없이 감탄이 쏟아져나온다.
베이스를 연주하는 것 같은 낮게 울려퍼지는 목소리.
" 박찬열. 보건선생님이다. "
누군가 어린 나에게 말한적이 있다.
하늘이 이어준 인연은 새끼손가락에 보이지 않는 빨갛고 얇은 줄이 서로 연결되어있다고.
내가 새끼손가락을 내쪽으로 움직였을 때, 그 남자의 왼손이 앞으로 나온 것 같았다.
그래, 내것이다.
" 피곤하다. 오늘 수업 진짜 재미없었어. "
옆에 앉은 경수가 졸린 눈을 하고 턱을 책상에 박았다.
" 니가 수업 듣느라 힘들겠냐? 김종인이 괴롭혀서 힘든거겠지. "
" 아냐! "
아니긴 개뿔.
씩씩거리는 경수를 뒤로 하고 일어나 뒷문으로 나가려하자 어디를 가냐고 눈을 크게 뜨며 묻는다.
" 앞으로 내 애인 될 사람 만나러 가. "
" 너..!! 너...!! 야!! 변백현!!! "
바보같이 입을 열고 어버버거리는 녀석을 무시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보건실. 보건실.
근데 보건실에 가서 뭘 해야하지? 이유가 있어야 들어갈텐데. 뭘 어떻게 해야할까.
에라 모르겠다, 가서 생각하자. 하며 열심히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 보건실 문 앞에 줄이 서있는 것을 보았다.
여학생들이다. 얼굴을 붉히고 들어가기만을 기다리는 짜증나는 기집애들.
" 어떻게 하긴, 다쳐야지."
입으로 숨을 짧게 들이마신 후 발에 힘을 풀었다.
우당탕탕-
요란하게도 굴러간다 변백현. 아오 등신.
눈 앞이 한동안 초점을 잡지 못하더니 얼마 후 온 몸이 아려온다.
시선이 쏠리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나 천천히 걸으며 보건실로 향하자 기집애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난다.
그래, 여긴 내가 다닐 길이야.
앞으로 내 발자국으로, 내 향기로 가득찰 곳이야.
그러니까 꺼져.
드르륵-
" 새로온 보건선생님 안녕, 나 다쳤는데 치료 좀 해줄래요? "
안에도 여자애들이 있었나. 그랬겠지.
쪽팔리다 젠장.
그래도 괜찮아.
" 이리와. 여기 앉아. "
그가 나를 봤거든.
이제 내 사람이 될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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