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hristmas!
w. 후뿌뿌뿌
크레덴스는 길 위를 천천히 걸었다.
한 손에는 전단지 다발이, 한 손에는 그녀를 위해 꺾어온 꽃 한 송이가 들려있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잔잔히 퍼지는 아름다운 길 위를 걷는 소년치곤 어두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사람들은 그런 소년을 신경쓰지 않았다.
"크레덴스-!"
길 위를 얼마나 걸었을까, 저 골목 구석에 그녀가 보였다.
저와 다르게, 손짓 한번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사람.
"메리크리스마스 주디,"
손을 벌벌 떨며 꽃을 건넨 크레덴스의 시선이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떠돌았다.
고마워 크레덴스, 그녀가 아이처럼 박수치며 꽃 한송이를 받아들었다.
훨씬 더 예뻤는데, 오는 길에 다 시들어버렸어, 하지만.. 크레덴스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 전단지는 이미 바닥에 내팽겨쳐져있었다- 변명아닌 변명을 이어나갔고,
그녀는 손을 뻗어 그런 크레덴스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물론 크레덴스가 그녀보단 한참 커 그녀는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애를 먹었다.)
"어젠 잘 잤지?"
그녀가 추위로 부르튼 크레덴스의 손을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물었다.
그, 그럼. 크레덴스의 목소리가 불안정하게 떨렸다.
소년에게 필요한 건 사랑뿐이었기에.
"조금만 기다려 크레덴스, 너와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가 되길,"
소녀가 바닥에 떨어진 전단지들을 주워 하늘로 날려보냈다.
꽤나 이질적이게도, 아름답게 날아가버리는 전단지에 크레덴스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 슬픈 눈 하지마 크레덴스, 소녀가 소년을 올려다보았다.
소년은 소녀의 품에 기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주디,"
크레덴스가 가만히 웅얼거렸다.
비로소 찬란한 눈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