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ck-B - 보기 드문 여자
w. 후뿌뿌뿌
크레덴스에게 붙잡힌 손목이 뜨거워지는 것 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쩔 줄 모르고 떠돌던 시선이 허공을 떠돌다 네 검은 눈에 얽혀버려, 진하게 빠져든다. 밥 시간이라며 뛰어내려가는 학생들의 소리가 왁자지껄하게 도서실 안을 울리지만, 눈 맞춤으로 얽힌 너와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그렇게 한참을 서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크레덴스의 검은 눈은 마치 블랙홀 같다. 피할 수 조차 없이 날 옭아매는 걸 보면.
순간, 뭔가 띵. 하는 느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밥 먹을 시간이야 크레덴스, 붙잡힌 손목을 어색하게 풀며 어색하게 말을 건넸다. 내 말투가 웃겼던건지 크레덴스가 바람 소리를 내며 푸흐흐, 하고 웃는다. 왜 웃는거지, 의아해질 쯤에, 크레덴스가 제 조그만 주머니에 내 에세이와 가방, 그리고 제 짐 까지 모두 집어넣는다. 엄청난 마법에 놀라 바라보면, 공간 축소 마법, 하면서 어깨를 으쓱이는 크레덴스가 있었다.
도서실 가운데를 지나 밖으로 나갔다. 저녁시간인 탓인지 도서실 안에는 뾰루퉁한 얼굴로 사서 데스크를 지키는 델튼만이 있었다. 연회장에 애써 가지 않아도 솔솔 풍기는 고소한 냄새에 절로 어깨가 으쓱 거렸다. 잔뜩 신나 뛰어가는 내 뒤를 크레덴스는 천천히 웃으며 따라왔고, 연회장 앞에 도착하자 우리가 다른 기숙사라는 사실에 난 낙담할 수 밖에 없었다. 애써 미소 짓는 크레덴스에게 후플푸프로 옮겨,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슬리데린 애들앞에서 크레덴스가 고개도 못 들고 다닐 것이 뻔했기에 그냥 말을 삼켰다. 밥 맛있게 먹고, 좀 있다 보자. 숙제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크레덴스는 내일 봐, 나 나중에 또 봐. 와 같은 인사가 아니라 좀 있다 보자. 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어리둥절 해져 이런 저런 공상에 빠질 때 쯤, 후플푸프 테이블에서 주디! 하며 날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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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걔랑 다섯시간 동안 뭘 했어?"
제 옆자리를 통통, 두드리는 웬디의 옆에 걸터 앉으면, 저 멀리에서 작게 손 흔드는 크레덴스가 보였다. 내가 크레덴스와 눈짓을 하는걸 봤는지, 웬디는 질문을 마구잡이로 던져댔고, 뉴트는 그에 동참하긴 커녕 축 쳐져선 양송이 스프만 깨작거리고 있었다. 음, 크레덴스랑..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웬디의 질문을 피해갈 방법을 찾다 날 죽일 듯이 노려보는 뉴트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내가 뉴트의 눈치를 보며 애꿎은 바게트 빵만 포크로 쿡쿡 찔러대자, 웬디가 뉴트의 포도주스 잔을 제 수저로 통,통 치며 뉴트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걔, 너한테 관심있는 것 같아. 체할 것 같은 분위기에 깨작거리고 있었는데, 웬디가 잔뜩 신나선 폭탄 같은 발언을 해버렸다. 웬디의 말에 에디는 사레가 들려 켈룩거렸고, 뉴트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버논은 걔가 누구냐며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아수라장이 된 주변 상황에 차라리 어색했던 아까의 도서실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너 그럼 무도회 파트너 걔랑 할거야? 난 마지막도 너랑 해야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겨우 기침을 멈춘 뉴트가 시끄럽게 떠드는 버논의 입을 마법으로 막아버리곤 잔뜩 울상이 되어선 내게 물어왔다. 내 친구가 벌써 연애를 한다는건 끔찍하다구!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울상을 짓는 뉴트의 행동이 다소 섬뜩해 내 오른편에 놓여있던 오렌지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무슨 연애야! 저 멀리 앉아있는 크레덴스의 눈치를 봐가며 뉴트에게 이런저런 변명을 했다. 걜 보면 뭔가 묘한 느낌이 드는 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걔가 내게 파트너 신청을 할것 같진 않고, 우리 사이도 아직 그렇게 깊지 않다. 역시 이맘때만 되면 서로 눈치보느라 정신이 없네, 내가 좋으면 친구가 우울하고, 친구가 좋으면, 내가 우울해. 뉴트의 한숨소리를 듣자 괜히 어지러워지는 머리에 테이블에 고개를 박았다. 파트너, 1학년때는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웬디와 무도회를 구경했었고, 2학년과 3학년때는 뉴트와, 4학년때는 조슈아 (도서실에서 얘가 날 쨰려본것도 다 그것 때문이다.) 와 파트너였었다. 그러고보니 나도 벌써 5학년인데 제대로 된 연애를 못 해봤네. 그리핀도르인 제 남자친구와 커플 신발을 맞추기로 했다며 잔뜩 들떠있는 웬디의 등짝을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우울해보이는 뉴트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 이번 무도회때는 꼭 연애하자! 라고 서로 다짐하며.
잔뜩 우울해져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흘러내린 제 안경을 올릴 생각도 하지 않는 건지 뉴트가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내쉬어서 땅이 잘도 꺼지겠네. 주디,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 뉴트가 제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며 내게 묻는다. 안경이 문젠가? 뉴트의 우울해보이는 목소리에 나도 한숨을 절로 쉴 수 밖에 없었다. 너 예뻐 뉴트, 라고 몇번을 말해줘도 뉴트의 기분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불쌍한 뉴트, 연회장 앞 간이 휴게실에 걸터앉아 뉴트의 등을 토닥였다. ( 웬디는 저녁식사가 끝난 직후 제 남자친구와 홀라당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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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먼저 가서 잘게 주디"
저녁식사 시간이 끝나기 10분 전, 연회장 안은 이내 한산해져있었고, 크레덴스도 우리가 나오기 전 이미 나가버린건지 안에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크레덴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인정하긴 싫지만) 눈치챈건지 아니면 정말 우울한건지 뉴트는 보우트러클과 내게 손을 흔들며 사라졌고, 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오늘 하루를 머릿속으로 떠올려봤다. 그리고, 갑자기 떠오른 에세이. 내 에세이 크레덴스한테 있잖아?!
이제, 왜 크레덴스가 내일 봐, 가 아니라 조금 있다 봐. 라고 말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얘를 어디서 어떻게 찾냐. 하는 거였다. 도서실에 가야하나, 아니면 슬리데린 기숙사에 찾아가야하나, 하지만 난 슬리데린에 친한 애라곤 저번에 같이 조별 과제 했던 제이든 밖에 없는데? 제이든은 크레덴스랑 안 친할텐데??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쯤, 누군가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어.. 그러니까 놀래키려고 한건 아닌데, 에세이도 돌려줘야하고..그래서.."
크레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