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야동] 메시아(Messi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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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은 그대로 방에서 뛰쳐나왔다.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지만, 그저 명수에게 당하기만 하는 성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성규에게 사소한 일로 독설을 쏟아붓는 명수도.
전혀 알수없는 곳이다. 이곳은.
약한 자는 지켜줘야하고, 그 약한 자를 괴롭히는 자는 힘으로 다스려야한다는 모토가 뚜렷한 우현이다. 항상 이런 일에는 앞장서서 그 비겁한 녀석을 족치곤 했다. 아무리 같이 일하게 될 명수라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새끼 말이냐?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 쥐새끼... 뭐 닭새끼?"
이젠 놀랄 것도 없다. 어디선가 불쑥불쑥 나타나는 센터 사람들을 보면.
"소장 형!" "뭐냐 그 호칭은. 언제부터 날 알았다고 말이야-"
선웅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몇시간 전까지만해도 나사가 빠진 듯 방글방글 웃으며 뛰어가던 녀석이 꽤나 딱딱하게 굳어있다. 말투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듯 했지만.
"아니. 난 님님- 거리는건 취미가 아니라서... 그냥 소장 형이라고 하면 안돼?" "어어. 말이 짧아진다? 새끼 넉살도 좋지. 안돼가 뭐냐, 안돼가." "아 그래서! 된단거야, 안된단거야?"
그래놓고선 또 씨익 웃는 우현의 뒷통수를 아프지않게 때리는 선웅이다. 단순하긴. 방금까지 심각하게 굴더니 눈 깜짝할 새에 다시 원상복귀를 했다.
"그래. 내가 졌다 졌어. 그렇게 초롱초롱하게 쳐다보면 나보고 어쩌란거냐." "진짜지? 그럼 말 놓는다? 아! 소장 형 혹시 김명수라고 알아? 나랑 파트너로 배치된 애."
웃던 얼굴이 또 단단히 굳어졌다. 신기한 녀석일세- 하며 선웅이 피식 웃는다.
"아. 명수라면... 김명수 말하는거지? 너가 애라고 할 사람이 아니야. 여기서 엄청 오래있었거든. 쉽게말하면 초기멤버라고 해야하나? M센터 짓기 전부터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M연구 도왔다고 들었어. 그렇게치면 나보다도 오래 이 바닥에 있었지. 한국 M사업 시작한게 2995년이랬으니까, 4년차인데. " "에- 그럼 높은 간부같은걸 해야지 왜 고작 연구원이야." "설마 우리도 그런 인재를 그대로 놔뒀겠냐. 승진시켜주겠다고 할때마다 거절하는데 어쩌겠어."
아,정말?
우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리고 빠른속도로 머리를 굴렸다. 꼭, 야망을 품은 어린 팀장같이 생겨가지고는. 승진도 마다하다니. 받쳐주는 뒷배경이라도 있나? 그렇게까지 생각하니 안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명수가 더욱 아니꼬워지는 우현이다.
"데굴데굴-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그래." "뭐야 그 새끼? 생각할수록 이상하다니까. 무슨 모순덩어리야- 혹시 재벌 2세라도 되는건가?"
생각머리하고는- 우현의 동글한 머리에 아프지 않게 꿀밤을 먹이는 선웅이다.
사실 명수는, 선웅에게 또한 낯선 인물이다. 분명 2년동안 함께 일한 동료임에도 불구하고, 선웅은 명수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었다. 아는거라곤 고작 나이와 이름, 경력정도. 항상 표정없는 얼굴로 묵묵히 일만 하는 명수의 속사정을 선웅이 알 리가 없었다.
"어쨌든 명수는 안건드리는게 좋을껄? 속에 뭐 그리 숨겨둔게 많은지 알수가없어. 묘한 냄새를 풍기는게, 좀 무섭다니깐. 그냥 조용히 지내. 괜한 시비로 사고치지말고. 난 이제 간다-"
아무리 심심해도 바쁜 소장을 잡아둘수도 없고. 우현은 괜시리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다 문득,
"내가 뭐하려고 했지?"
긁적이던 손으로 멍청한 제 머리를 콩콩 때리는 우현이다.
"엄마" "..." "엄마아-"
명수와 가까워질수록, 인영의 떨림이 더해졌다.
그 인영, 성규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명수의 눈가가 촉촉하다. 성규의 눈가를 훑는 명수의 손에도 떨림이 전해진다. 선명한 한 줄기의 눈물선이 명수의 심장을 세게 조여온다.
"..." "자는척 하는거 다 알아. 이렇게 떨고있으면서." "...명수야-"
방금까지 그토록 이성적이고 냉철했던 명수가, 금세 아픔을 덕지덕지 붙이고 찾아왔다. 아이처럼 변해버린 명수의 눈동자속에는 끝없는 화염이 있었다. 화염 속에 갇혀버린 명수는 무척이나 아파보였다.
"엄마... 내가 많이 미안해." "아니야. 너가 왜 미안하다고 해... 말했잖아. 난, 다 이해한다고. 난, 다 아니까. 그러니까 명수야..."
물기를 머금은 듯, 건조한 그 목소리. 명수는 그의 목소리가 좋았다. 그런 목소리로 자신을 위로해줄때면, 마치 엄마의 품같은 따뜻함에 감싸이는 감촉이 좋았다.
그대로 성규의 품에 안겼다.
"엄마- 열여덟이 되도록 사랑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살았던 바보멍청이가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온기와 사랑을 불어넣어준 사람이 생겼다? 그 바보는, 그 사람을 평생 잊지 못할거야. 그치?" "응. 괜찮아 명수야- 괜찮아."
성규의 눈에는 보였다. 명수의 주위에 가끔 나타나는 그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비참하게 떠나보내던. 그 악몽의 덫.
"나 어떡해 엄마. 자꾸 그 애가 보이는데, 그때 왜 그랬는 줄 알아? 난 분명 총장님 호출을 받고 잠시 자료를 제출하러갔거든. 아- 아닌가. 그 애가 달콤한 케익을 먹고싶다해서 조리실에 부탁하러 갔었나... 아니야, 난 방을 나왔고..."
앞뒤가 이어지지 않는 문장들을 위태롭게 이어나가는 명수의 모습이 그저 안쓰럽게 보인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듯.
"천천히 말해봐. 괜찮아. 그 애도 이해할거야." "응, 응.... 그 애가 많이 아팠어. 열나고, 뜨겁고, 막... 막, 나는 그 애가 불타서 사라지는 줄 알았어. 정말 그 애 주위로 불길이 치솟았어. 그 뜨거운 기운, 나도 느꼈으니까. 근데 그게 진짜 불이었나? 그 애의 열이었나... 그리고 총장님이 들어왔어. 총장님은 불을 꺼주지 않았어. 그 애가 막 아파서, 아파서 소리치고 울고있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어. 아- 나도 아무것도 못해줬구나."
얼어있던 심장이 녹아버린듯, 명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끊임없이. 차갑게 얼어있던 자신의 모든 것이 녹아내려, 물이 된 것 같이.
"아냐 명수야." "아니야..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그 애는 사라졌어. 난 슬펐어. 엄청 울었어. 그러니까 내 잘못은 아니지 엄마? 내 잘못 아니라고 말해줘... 말해줘!"
명수의 곧은 미간이 찌푸려졌다. 투정부리는 어린 아이와 다를바없었다.
"니 잘못아니야. 그 애도 그렇게 생각할꺼야. 넌 아무 잘못없어... 명수야. 우리 명수." "다시 말해봐... 다시... 한번 더, 더 말해봐!" "니 탓이 아니야. 괜찮아." "아냐... 아니야! 아니라고!"
자리에서 일어난 명수의 눈동자에 초점이 없다. 휘청거리면서 걷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위험해보인다.
"이성열- 이성열! 어디있어! 어디갔냐고! 그 잠깐을 못참아 왜. 어디갔어. 빨리 내 눈앞에 데려와, 이성열!"
이대로 명수가 문을 열고 나가면, 큰 소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성규는 재빨리 일어나 명수의 팔을 잡았다. 이성을 잃은 듯 끓어오르는 그의 피부가 뜨겁다.
"명수야. 성열이는." "성열이.. 그래 이성열 어딨어, 엄마? 얘 어디갔어... 데려와줘, 응?" "...성열이는 없어. 죽었어. 화염 속에서 죽었잖아. 기억안나? 불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잖아. 너 봤잖아. 바로 눈 앞에서. 모른 척 하지마."
이렇게 해야만, 끓어오르는 명수를 식힐 수 있어.
잔혹한 말을 내뱉는 성규의 심장이 찢어짐과 동시에, 명수의 피부가 차갑게 식었다. 잔인한 폭언을 말하는 괴로움에, 몸서리치는 성규를 벌레처럼 내려다보는건. 방금까지 그의 품에 안겨 울부짖었던 김명수. 그였다.
"...아 맞다. 이성열은 죽였지. 내가 죽였구나. 내 손으로 죽였지. 눈 앞에서 사라졌어. 깜빡했네."
급히 성규의 팔을 쳐내고 밖으로 나가는 명수의 뒷모습에는 공허함만이 남았다. 적어도 성규의 눈에는. 그의 얼굴에 다시 눈물선이 그려졌다.
"이제 벗어나... 김명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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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왠만한 원룸 하나의 크기쯤 되는, 꽤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있었다. 본 건물 옆에 별관으로 따로 지어놓다보니 저절로 크기가 커진 듯 싶다.
두개의 방에 부엌 하나, 화장실 하나, 창고 하나. 바깥에는 작은 베란다까지. 꽤 살만하겠다. 대충 둘러보니 나름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게(사실 살림살이나 가구가 없어 텅텅 비어있었다), 그 싸가지없는 김명수란 자식이 결벽증이라도 있나- 의심이 되는 우현이다.
우현은 명수의 방 앞에 붙어있는 살벌한 스티커를 보고 잠깐 식겁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니. 그것도 빨간글자로.
"이... 이새끼 정말 정신적으로 문제있는거 아냐?"
순간 우현은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봤다. 싸이코패스라서 방 안에 시체가 가득하다던지, 오타쿠라서 일본의 소녀인형들이 가득하다던지- 같은 말도안되는 경우의 수.
그 간질간질거리는 호기심은 우현을 콕콕 자극해왔고, 결국 문고리에 손을 얹게 만들었다. 왠지 M(17)방에 들어갈 때보다 더한 긴장감에 우현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갑자기 괴물같은게 튀어나오진 않겠지?
"으..으악!!"
철컥-
예상과는 달리, 문을 연 방에서는 아무것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물론 시체가 가득 쌓여있거나, 소녀인형들이 반겨주는것도 아니고. 괜히 민망해진 우현이 멋쩍은듯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방은 그저 평범했다. 침대와 옷장, 책상과 의자. 간단한 수납장과 스탠드. 침대 위에 올려져있는 신형 노트북. 블루와 화이트가 조화를 이루는, 보통 남자의 방과 다를바가 없었다.
"에이... 싱거운 새끼. 이런 방에다가 저런 살벌한 문구는 왜 붙여놓고... 어?"
방안을 휘휘 둘러보던 우현의 눈에 띈 것은 다름아닌 벽지였다.
그냥 폴라로이드 사진을 연속적으로 나열해놓은 무늬인줄 알았는데, 자세히보니 천장부터 벽까지 모두 다 직접 찍은 사진들인것 같았다.
"뭐야. 취미가 사진찍는건가? 징그럽게도 찍었네. 필름값만 해도 몇백은 들었겠다."
가까이 다가가서 한장한장 자세히 살펴보니, 그 많은 사진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진 속의 한 남자. 성규보다 더 하얀 피부에, 볼살이 통통한게 무척 귀엽다거나- 다른 시각으로보면 붉은 입술이 꽤 색스럽게 생긴 남자. 모든 사진에는 그가 존재했다.
사진의 배경은 다양했다. 맑디 맑은 물을 뿜어내는 커다란 분수대, 색색깔의 예쁜 꽃밭, 푸르른 잔디가 깔려있는 들판. 고운 자갈이 깔려있는 물맑은 바닷가, 새하얀 구름이 떠있는 새파란 하늘. 빠알갛게 물들어가는 노을까지. 이제는 도저히 찾아보기 힘든, 그 아름다운 배경들에 우현은 입을 다물지못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 어우러진 아름다운 피사체까지.
조금 더 구석으로 가보니, 남자와 명수가 함께 찍은 사진이 몇 장 보였다. 놀랍게도, 사진 속의 명수는 그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있었다. 지금 그의 모습으로는 상상도 하지못할 예쁜 웃음. 방금까지 자신이 그토록 미워했던 김명수와는, 전혀 동질감이 느껴지지않았다.
"...애인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것이- 하나같이 다정한 포즈의 사진들은 보는 사람의 기분까지 달콤하게 녹여주는게, 딱 아름다운 연인들 같았다.
우현은 사진을 살짝 쓰다듬었다. 사진 속의 설렘과 달콤함, 따뜻한 사랑의 기운이 온 몸으로 퍼지는 느낌에 화들짝- 손을 뗐다. 정말 예쁘다. 두 사람의 모습이.
이미 방 앞에 붙여져있던 경고문은 잊은지 오래였다. 한참동안 방을 쏘다니며 사진을 보던 우현이, 지친듯 풀썩- 주저앉았다. 바닥을 짚은 손에 무언가가 잡혔다.
"이건 또 뭐야?"
뒤집어있는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 작게 21970827 이라고 적혀있는걸 보니, 벌써 2년전 사진이다. 빽빽하게 붙여놓은 사진들 사이에서 떨어졌나보다- 생각한 우현은 무심결에 사진을 앞면으로 돌렸다.
"이...이건..."
사진 속에서는, 그 아름답던 피사체가 불타고있었다.
불타는 피사체의 열기가 우현의 손으로 전해진다.
선웅이라면 이 사진의 정체를 알고있지 않을까. 피사체의 정체를 알고 있지 않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샛병아리 연구원 우현이 도움을 청할 곳은 선웅뿐이었다.
"또 너냐? 하루에 몇번을 만나는거야." "형. 이거..."
곧, 사진을 바라보던 선웅의 얼굴이 싸하게 굳어졌다.
"형도, 형도 모르는거야?"
피사체의 정체는 점점 희미해져갔다.
피사체의 존재를 아는 것은 김명수뿐일까.
그리고- 더이상 무언가를 알고싶지 않았다. 괜한 호기심은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선웅의 말대로 명수의 일에는 깊게 관여하고싶지 않았다. 우현 자신이 그렇게 말하고있었다. 일종의 위험경보같은 작은 속삭임. 그의 뇌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첫출근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길고 어지러웠던 하루다. 힘이 절로 빠져나가며 몸이 처진다. 너무 많은것을 알아버린 것 같은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젓는 우현이다.
조금 전까지 남아있던 설렘은 공포로 얼룩져버렸다. 그 작은 사진 하나로. 이미 이 일에 깊게 스며들어버린건 아닐까- 덜컥 겁이난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몇시간 새 하늘이 까맣게 젖어들었다. 영원히 뜨지 않을 줄 알았던 달도 휘영청 밝은 빛을 비추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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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봉봉입니다^^*
드디어 4편이 뙇! 나왔네요~ 이틀간격으로 연재하니까 참고해주시고요..!
이번편은 뭔가 여러가지 키워드를 던져봤어요. 여기서부터 호기심을 계속 자극할겁니다. 메시아의 늪에 빠져들게.... 후후후//
지금 성열이가 죽었다고 안보려고 하시는분 있다면 그런 생각은 살포시 접어주시길! 6편은 성열 번외입니다. 똥줄타고 좋죠? ^^*
빠른 전개와 이상한 문체는 정말 죄송합니다ㅠ_ㅠ* 글이 점점 비루해져가네요. 문체수정도 열심히 하고 다음편은 더 좋은 내용으로 찾아오겠습니다!
Ps. 천월이는 예쁜 BGM도 잘 찾고... 잘 어울리게 깔아주고 하던데 저는 그런능력은 영 없나봐요^^* 가요가 많이 거슬리시죠... 다음편부터는 정지 버튼 만들겠습니다..ㅠㅜ*
※ 메시아는 프롤로그부터 차례차례 읽어주셔야 이해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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