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가득한 교실.
햇빛이 차오른 교실 안, 낡은 것들은 따스한 귤즙이 묻어있다.
빛바랜 태극기 아래
멈춘 아날로그 시계.
5:40
오래된 액자의 식상한 급훈
「시간의 귀중함을 알라」.
물칠 자국이 남은 칠판.
칠판 받침대에 누운 칠판 지우개.
교탁 위 동강난 분필들.
기름칠이 벗겨진 바닥.
정갈한 책걸상 줄들.
네번째 줄 중 두번째
앞에서 두번째 자리
책상에 앉아있는 한 남학생까지.
하복 교복을 입은 소년. 그 아이는 슬피 휘어진 눈으로 책상 위의 민무늬 책을 바라보고 있다.
창 밖에는 참새 무리가 어지러운 곡선을 그리며 날았다. 여기저기 날아다니다 창가에 닿는 동백나무 나뭇가지로 쪼르르 앉았다. 비좁게 앉아서 통통 짧게 날아올라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다 다른 녀석의 발을 밟으면 둘 다 놀라 퍼더덕였다. 그 사이에 밀려나온 한 녀석이 창틀로 옮겨 앉았다. 무리를 등진 녀석은 창문 안 소년을 발견하게 됐다. 녀석은 사람이 반가워 외로운 소년에게 날개를 펼쳐보였다. 하지만 소년은 저 참새에게로 관심을 나눠주지 않았다. 그저 물이 고인 눈망울로 책표지를 보고 있었다. 차마 넘길 수 없는 귀한 보물인듯 소중히 책표지를 더듬으며. 그리고 소녀가 사랑한 예쁜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샛별이 사는 그 눈으로 책을 빤히 바라보며 슬픈 생각에 잠겼다.
소년은 한참을 이곳에 머물렀지만, 시공간이 고장난 듯 해는 지지 않았다. 산등성이에 걸려 소년을 기다렸다.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황금물로 교실을 채워 소년의 몸을 잠갔다. 의자에 앉은 채 노을에 가득 물든 소년은 오랫동안 신중히 생각했다. 언제부터 이 노을이 멈췄는지. 눈을 감고 두근대는 소리에 집중했다. 그러자 가슴을 두드리는 심장의 고동 소리가 들린다.
저 밖 펄떡이던 참새는 반응 없는 소년에게 지쳐 가만히 날개를 접었다. 그리고 등을 돌려 푸더덕, 하늘로 떠났다. 그 참새를 시초로 무리마저 노을진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모두 떠나 공허한 노을만 남은 공간. 순진하며 솔직한 마음을 느낀 소년은 눈을 떴다. 그는 오랜 시간 끝에 도망치지 전의 곳으로 나아가길 마음 먹었다. 비로소 용기를 낸 여린 손이 책표지를 넘겼다. 천천히 종이를 넘기고 넘기다, 어느 순간 책장 사이에 펼쳐진 공간이 보인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얼음 장벽이 녹아버린 금지의 정원. 짙은 물의 향기가 여전히 물씬하다. 산호색으로 일렁이는 아름다운 금지도. 여전한 그곳엔 여전히 홀로 남은 한 남자가 보인다. 자신을 닮은 몸선. 붉은 갑옷에 붉은 머리. 손의 살갗은 피에 담궜나 새빨갛게 추위에 시려있다. 그리고 등의 보인 뒷모습이 보인다. 익숙한 뒷모습. 위로 스멀스멀 올라온 시야가 창백한 남자의 얼굴을 보여줬다.
소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한 남자였던 자신이. 붉은 머리였던 내가 보인다.
과거의 내가 보인다.
어느덧 소년은 이야기의 속편에
도착했다.
크리스마스 1주년 특집
거북뎐 시리즈 두번째
단편 아리랑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금의 사랑에게 차갑게 대하지 말길.
작가 그루잠
└1. 청춘은 왜 한 철인가요.
"오라버니는 그저 네가 행복하길 바랐다… 하고, 끝?"
의자에 앉아 문제집에 눈을 붙이고 푸는 U는 답이 없다. 슬쩍 U를 보고 얇은 공책을 샅샅이 넘겼다. 공책 막바지에 다다라 정국의 대사로 거북뎐의 해가 저물었다. 마지막 편이라더니, 불완전하게 끝내 의문점을 남긴다. 왜 녹의 공주는 정국의 여동생이 되어야만 했을까. 이 닳고 닳아 너덜너덜한 공책에 이유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U는 이렇게까지 애매모호하게 글을 끝낼 성격이 아닌데. 하긴 내성적인 아이니까. U는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다 숨긴다. 그래도 U가 단서를 남겨놓았을 거라 믿고 공책을 이리저리 뒤졌지만 이 이야기 이왼 없다. 작은 글귀나 단어라던지 그런 거조차. 내 생각이 틀렸다. 난감함에 검지로 이마를 긁적였다.
"진짜 끝이냐."
U로 눈을 돌리자 U는 문제를 풀며 미운 손바닥을 내밀었다.
"응. 그게 끝이야."
자기 글인데 정이 없네. 찜찜한 여운을 접고 그냥 달라는 손에 쿨하게 턱, 공책을 올려주고 의자에 드러누웠다. 공책을 가져간 U는 책걸이에 걸린 가방에다 넣고 지퍼를 잠군다. 나는 나란히 겹친 의자 세 개에 누워 깍지 낀 손으로 머리를 받히고 눈을 깜빡였다. 천장 불에 눈이 부시다. 뭔 놈의 형광등이 왜 저렇게 밝아. 눈을 찌뿌리다 문제를 푸는 U에게 넌지시 말을 던졌다.
"아직 많이 남은 거 같은데, 후속작은 안 쓰려고?"
U는 문제를 풀던 볼펜을 잠시 멈췄다. 눈꺼풀이 느리게 깜빡이더니
"……."
응.
…응이라. 누운 채로 체육복을 입은 다리를 세워 꼬왔다. 눈은 여전히 찌푸린 채로. 왜. 왜 그만하려는 걸까….
U의 사각사각 문제를 풀고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부드럽다. 그런 부드러운 소리가 마음에 걸렸다. 정작 글을 쓴 본인은 덤덤한데 나는 미련이 남았다. 이렇게 내 가슴을 울려놓고 끝이라니. 그래서, 녹의 공주랑 정국이는? 그 둘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어. 원수 둘을 붙이다니 너무 잔혹한 거 아니니. 그 둘은 어떻게 살아가게 됐는지 마지막까지 써줘야지. 숨긴 게 많은 채로 끝내면 정말 이대로 끝이잖아.
섭섭함에 머리 속으로 U를 질탄했다. 하지만 이대로 마음 속에서만 질문한다면 정말 끝일지도. 거북뎐, 정국의 마음은 여기까지만 알려질지도 모른다. 정국의 마음이 절단되어 차가운 눈에 묻히게 두긴 싫다. U가 감춘 이야기가 알고 싶다. U가 의도적으로 숨기는 그 이야기가.
나는 머리 속 질탄을 그만두고 다리를 내려 몸을 일으켜서, U의 책상에 팔을 올려 턱받침을 했다. 왜 이렇게 끝나게 두는데? 라는 눈길로 지그시 바라보며. 부담스러운 나를 무시하는 듯 싶더니 마저 남은 문제를 풀면서, U는 조용히 말했다.
"그게 정말 끝이야."
"에계. 어딜 봐서 이게 끝이야."
"정국이 설령을 떠나는 게 마지막 맞아."
"그 사이에 빠뜨린 내용은 없고?"
던져진 내 말이 수면을 통통 튀어간 호수처럼 흔들리는 눈. 머뭇거리는 펜을 쥔 손을 보자하니, 내 생각대로라면 U는 무언갈 숨기고 있었다. U는 불안한 듯 버벅이며 손가락으로 펜을 돌렸다. 몇 바퀴를 불안하게 돌리다 따닥, 손톱에 걸려 펜이 멈췄다. 그리고 U의 마른 입술이 열렸다.
"갑작스러운 얘기라서 미안해."
나, 절필했어.
…그런 지 좀 됐어.
U는 말을 힘겹게 끝내자 다시 펜을 잡고 기계처럼 문제를 풀었다.
나는 질문을 멈추고, 얼굴을 받히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 고개 숙인 U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무거운 단어를 곱씹었다. 종말의 단어. 절필.
네 앞자리에서 무심히 잠만 잤어도 너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대충 눈치는 챘다. 수능 열 한 달 남겨두고, 너는 주위 사람들 등쌀에 못 이겨 현실에 목숨 매게 됐었지. 주위의 손들이 U의 손에서 자연스럽게 글을 뺏어갔고, 순진한 양인 넌 수능 공부에 집중했다. 반면에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 개인 사정이지만 말 할 수 있는 이유론 할 필요가 없어서다. 그래서 맨날 잠에서 깨어나 심심할 때면 U가 입시 준비 전에 쓴 글을 봐주었다. 내가 별 거 없는 삶에서 작은 낙으로 너의 글을 읽는 동안, U는 불안감에 쫓겨 살았다. 글을 쓰면서 퀭하게 눈 아래에 비린 다크서클을 매달고도 즐거워하던 U는 지금은 다른 이유로 초췌한 몰골로. 안타까웠다. 그러다 결국 세상에 지쳐 너를 잊더니, 절필이구나. 3년간 사랑에 빠졌던 일을 관두는 것은 너무나도 큰 변동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할 일 없이 U의 글을 즐겨읽던 나에겐 아쉬움이다. 하지만 나보다 몇 곱절 착잡할 U에게 침착하게 물었다.
"왜 그만두려고."
U는 꿋꿋이 다푼 한 장을 넘기고 또 문제를 풀었다. 그럼에도 U의 아픈 부분을 들춰냈다.
"계속 잘 써왔잖아."
"……."
"여기서 그만 두면 아깝지 않아?"
"……."
글을 그만 둔 심정을 통틀어서, 지금 너의 상태가 알고 싶다. 글을 그만 둔 약 반 년 동안 U는 변한 게 많을 것이라 짐작했다.
U는 볼펜을 책 위에 차분히 놓고, 내 눈을 바라보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턱없이 힘든 이야기를 조금씩 차근차근 꺼냈다.
"다들 내 글을 읽으면 행복하대. 이처럼 사람들은 설렘의 꽃을 좋아해. 앞으로도 그런 글을 즐겨 찾겠지."
그런데 그런 글을 써야하는 내가 행복하지 않아. 내가 망가져서.
매일 밤마다 자책해. 수능이 뭐라고. 대학이 뭐라고. 대학으로 사람의 수준을 매기는 이 사회가 이상한 건데 내가 이상하게 됐어. 그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발버둥쳤어. 나는 틀에 갇히면 안 되는 사람인 걸 알고도. 그래도 다른 사람들 줄에서 이탈하면 불안해서 틀에 나를 가뒀어. 그러니까 어른들이 날 칭찬하더라. 글을 1년 안 쓴대도 옛날 실력 어디 안 간다면서.
내가 바보야. 내가 멍청했어. 그림을 그리다가 쉬면 손이 굳듯이, 글도 굳는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해서 글을 놓았어.
이제는 내가 제일 잘하던 게, 제일 즐거웠던게, 제일 힘들고 제일 무서운 일이 돼서 답답해. 내가 써놓고 두서 없고 앞 뒤 문맥 안 맞는 글을 볼 때마다, 사랑하지 않는 글을 쓸 때마다, 자신 없고, 답답하고, 숨이 막혀…. 여기 가슴이, 이 안이, 큰 사탕이 걸린 마냥 숨이 막혀. 어떻게든 글을 쓰려 애써도 그 자리야. 내 뇌가 다 퍼즐처럼 흩어져서 일상에서 말 하는 것도 어색해. 지금 이렇게 망가진 나로선 남은 이야기를 완성할 자신이 없어.
사람들은 알까.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알까. 수면 아래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오리의 발을.
내 상태가 이렇다고 내가 몰락했다고 백 번을 외쳐본다 한들, 천 번을 외친들, 이해 못 해. 그냥 망한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취급할 거야. 그리고 잊겠지. 그래서 이렇게 몰락해버린 날 들키기 싫어. 알게 되면 그 사람들은 날 버리고 갈 테니까….
그래서,
"박수칠 때 떠나려고."
그게 진정 네 길일까 나는 걱정됐다. 하지만 아무 말도 말았다. 그저 남들이 묶어놓았던 말고삐를 풀은 U를 지켜봤다.
"숨막히는 반 년을 지내면서 깨달았어. 내가 노력한다고 되찾지 못하는 게 있다는 걸."
"사랑했던 시절도. 사랑했던 시간도.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도…."
여태 잘 참고 묵묵히 말하던 U는 감정이 북받쳐 눈망울을 글썽였다. 때마침 책상 위에 있던 휴대폰에 쪽지가 오며, 배경화면에 어떤 남자의 사진이 떴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 인물이 누군지 확인했다.
아. 익숙한 얼굴이다.
U는 터지기 일보 직전인 눈물을 글썽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살다 보면 겉잡을 수 없는 것들이 많더라."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너무 빨리 앗아가."
U 때문에 질릴 정도로 봤던 지민. 그러나 더이상 주황 머리가 아닌
"그 때가 그리워."
"지나간 것들은 돌아와줄까?"
"돌아온대도 그 때처럼 그 모습이 아니겠지?"
"행복했던 시절은 지나면 돌아와주지 않으니까."
흑발의 지민….
"글을 쓰면서 행복해했던 나나, 찬란했던 주황 머리는, 돌아오지 않겠지…."
못 이겨 눈물 몇 길 흘린 U는 착잡한 미소를 지었다.
U는 유독 주황 머리의 지민를 고집했다. 그 때의 지민을 뼈 깊숙히 사랑했다. 비록 너무 먼 사람일지라도, 일생의 단 하나뿐인 연인처럼 사랑하며 거북뎐이란 글을 썼다.
그 시절에 U는 미소 지으며 말했었다. 자신에게 주황 머리의 지민이란, 지금 한철의 청춘이라고. 비록 한 철이랄지라도 계속 되길 바라는 청춘이라고. 지나갈 걸 알면서도 U는 주황머리의 지민을 애틋하게 사랑했다. 하지만 지민은 아이돌이니까 주황 머리가 아닌 다른 색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현재 부담에 목이 졸리는 U는 머리 색 하나 바뀌었다고 지민이 달라짐을 느꼈다. 똑같은 사람이지만, 사소한 것에서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는 기분. 그것 참 사소하지만… 그 사소한 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 있다. U는 그런 사람에 속했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으니 잘 안다. 너무 뼈저리게 안다. 그래서 쉽게 흑발의 지민에게서 눈을 떼지 못 했다.
그런데 U는 내 손에 들린 휴대폰을 가져가 교복 치마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근데 이제 신경 안 써."
붙잡는다고 돌아오지 않는데, 나 혼자 붙잡고 있어서 뭐 해.
그리고 그 사람은 내가 살아있는지도 모를 텐데,
그지….
U는 넘친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석식이나 먹으러 가자."
한계를 외면하고 현실에 순응하기로 한 듯한 U를, 나는 더 붙잡지 않았다. 대신 U의 하늘색 담요를 덮고 잘 준비를 했다.
"갔다 와."
"오늘도 안 먹으려고?"
"원래 이 시간에 자잖아."
"그래도…."
"역시, 밥보단 잠이지!"
조금 풀린 분위기에 말을 우스꽝스럽게 하며 U의 담요를 덮고, 누워 등을 돌렸다. 그리고 바로 코 고는 소리를 냈다.
"야! 밥 먹으러 가자."
U는 날 두고 가기에 마음이 걸렸지만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불을 끄고 교실 문을 열었다. 그렇지만 미련이 남은 U는 문을 열고 문지방을 넘지 못해 주저했다. 나는 어두운 교실 안, U가 나가기 전에 담요를 덮고 누운 그대로 불렀다.
"U."
그러자 U는 내게로 뒤돌았다.
"응."
"기다리고 있을게."
"……."
"네가 글을 다시 쓸 때까지."
"……."
그러니까,
"글 쓰면 제일 먼저 나 보여줘야 한다?"
"……."
U는 아프게 웃었다.
나도 그제서야 미소지었다.
"잘 가."
U는 이제야 문을 닫고 친구들과 함께 급식소로 향했다. U는 굶는 나를 걱정하지만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주었다. 매번 잠 자야된다고 밥을 걸러와서 그럴까. 익숙한 게 무서운 것이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빛 부신 형광등이 사라진 천장이 보인다. 인공적인 차가운 불빛 대신, 노을이 물든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네가 말한 것처럼 몰라.
밑바닥에 앉기 전에는.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오열하며 먹는 밥 맛을 몰라.
어쩌면 죽을 때까지.
또 어떤 사람은 네가 하는 일이 하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
하지만, 기억나냐.
네가 처음 글을 썼던 때.
네가 쓴 글을 사람들이 읽어줄 때, 표시는 안 해도 얼마나 기뻐했는지.
네가 쓴 글을 사람들이 사랑해줄 때, 네 존재를 인정받았을 때, 티는 내지 않아도 뒤돌아선 얼마나 울었는지.
그러던 너, 말은 밉게 해도 사실 내심 바라잖아.
다시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주황 머리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너는 언젠간 처음 행복하던 널 기억해내겠지?
너는 주황 머리보다 그 사람 자체를 봐주겠지.
사람들도 살다가 한 번쯤은 너를 떠올려주겠지.
아…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고.
그 때쯤이면 넌 새벽 햇빛을 마주보고 설산 정상에 서있겠지.
이때까지 맛보지 못 한 눈물을 흐리면서.
나는 네가 꿈 꿀 수 있는 그런 희망, 그런 생각, 사랑조차 허용 안 돼서, 다시 일어날 힘이 있는 네가 부럽다.
나는 네가….
이런 저런 생각 중,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U 덕분에 오랜만에 골치 아픈 생각을 했다. 나랑 어울리지 않는 짓을.
복잡한 생각을 미뤄두고 애써 웃으며 담요를 머리까지 끌어올렸다.
"역시 밥보단 잠이지!"
친구들과 함께 노을이 번진 복도를 걸어나가던 U가, 복도 끄트머리에서 교실을 뒤돌아봤다. 그리고 친구들이 뭘 놓고왔냐고 물어보는 소리에, U는 작게 웃으며
"아니".
노을을 등지고 다시 급식소로 향했다. U의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뭐가 신나는지 흥분하다, 한 눈을 판 U에게 말을 걸었다.
"너네 반에 전학생 온대!"
"진짜?"
"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면 엄청 놀랐겠다."
"누구길래?"
"내일 보면 알 걸~?"
휴대폰을 들고 작은 하나에도 꺄르르, 즐거워하는 친구들 사이에 끼지 않고 U는 시원하게 웃지 못 했다. U는 어두운 얼굴로 떨떠름하게 무리에 섞여, 돔으로 된 건축물에 노을이 가려진 급식소로 향했다.
여름 석식 시간의 고요한 교실.
네번째 줄 중 두번째,
앞에서 두번째 자리.
의자 침대에 누워 담요 위로 삐져나온 부스스한 머리. 한 가닥, 한 가닥, 점점 주황색으로 진하게 물들이는 태양이 교실에 머물러 쉬었다. 태양은 어둠의 세계가 다신 안 올 듯, 더 붉고, 밝게, 교실을 비춘다. 햇빛이 차오르는 교실 안, 낡은 것들은 따스한 귤즙이 묻는다.
빛바랜 태극기 아래
잘 작동되는 아날로그 시계.
5:40
오래된 액자의 식상한 급훈
「시간의 귀중함을 알라」.
물칠 자국이 남은 칠판.
칠판 받침대에 누운 칠판 지우개.
교탁 위 동강난 분필들.
기름칠이 벗겨진 바닥.
정갈한 책걸상 줄들.
바깥에 노란 복도를 뛰어다니며 장난치는 아이들도.
방송실에서 틀어주는 잔잔한 노래도.
음침한 소문이 돌았던 미술실 조각상과 음악실도.
학교 뒷뜰에 파릇파릇한 복숭아 나무들도 노랗게 물들었다.
노을에 곁들어 잔잔하게 부는 바람에 복숭아 잎사귀가 흔들렸다.
학교를 노을로 물들인, 지금. 이 노란 시간이 지루할지라도 푸른 여름의 나이는 영원할 것처럼 찬란하다.
다시 돌아온 조용한 교실.
어느새 태양의 노란 그늘 아래에는
나란히 붙어있는 세 의자 위 흐트러진 담요만이 남아있었다.
뒤돌아보면, 생각보다 푸른 나이는 영원하지 않았다.
다음 이야기는
2. 무관심.
드디어 정국이가 나옵니다.
이번 제가 작업하는 글은 고민이 많은 분과, 또는 학창시절을 그리워하는 분, 재학생인 분들에게 뜻이 깊을 작품입니다.
자라처럼 더디게 가더라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번 업데이트는 기대보다 분량이 좀 작죠?
제가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거북뎐보다 더 촘촘히 가고 있어서 느리네요...
좀 더 빨리 작업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는데 그래도 느리네요... 하...
거북뎐 이야기가 나오니까 다시 떠오르는데,
저는 거북뎐이 제 졸작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진짜 머리 터지는 글이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농도 해보네요.
그만큼 고민 많이 하고 썼습니다.
더 복잡하게 쓰면 글을 안 볼 것 같아서 최대한 간편하게 적었고 감정 위주로 적었죠.
그래서 제겐 거북뎐이 졸작이에요.
허접하고 빈 틈이 많죠.
그 틈을 채워줄 이번 글도 저는 졸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망작을 면하려고 거북뎐 때보다 더 열심히 쓰고 있어요.
그러면 언젠간 나름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믿어요.
독자님들께서 좋아해줄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글은 오미자 맛입니다.
짜고 시고 맵고 달고 떫어요.
개인차로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질 글로 탄생할 거라 감히 추측합니다.
주제는 정해져있지만.
그리고 작가가 쓰기 차단 걸린 사이 저를 응원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독자님, 작가가 줄 게 없으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절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손을 놓지 않아주셔서 고마워요.
이만 그루잠이었습니다.
효인/깨알/뫙뫙이/깨알친구/둥둥이/매직레인/보솜이/짐빈/양양/코카/비비빅/토마토마/퓁시/소녀/사랑해/국쓰/youth/발꼬락/숩숩이/호올스/좋남자/사탕/하람/천해랑/요망개/마틸다/빙그레/본시걸/핑퐁/travi/돌고돌아서/빙봉/뽀아/리자몽/빠숑/민트초코칩/태태한침침이/식빵/설탕의단맛/증원/지민아/공공이/마르살라/치카초코/슈가맨/쓴다/뭐하는고삼/0207/0814/슙기력/워더/뷩꾹/주황자몽/코카콜라/박여사/아이쿠야/헐랭방구/열꽃/섹시태형/헠헠/참기름/핑콩이/참기름/청보리청/바나나/오호라/꿀/민트/지안/콩콩꾸/맙소사/호석이두마리치킨/계피/당근/꾸꾸야/0103/라일락/첼리/꾸깃꾸깃/핑슙/호비/1031/마운틴/혱짱/슙큥/자몽쥬스/두부/댐므/닭키우는순영/오레오/0818/윤슬/밍/숲/망개야/로렌/막꾹수/꾸기쿠키/꽃잎놀이/정체구간침침/이부/818/민빠답/고무고무열매/윤기야밥먹자/7/복동/돌하르방/꾱이/하울/청량/슈룹/쿠앤크/빠밤/토토잠보/창작/골드빈/Blossom/싸라해/꾹/곰씨/ㅊㅊ/꾸르잠/아이닌/날봐태태/0612/자판기/삐용/흥탄♡/달빛/빠네빠네/애플앤시나몬/퐁당/꿍따리샤바라/윤기모찌/매직핸드/현지짱짱/쿠마몬/1013/내손종/군주님/찐빵/부산의바다여/심쿵요정/0314/707/미니미니/어디가/0613/태태요정/쿨피스/여하/그뉵쿠키/병아리콩/꼬끼오/태꾹/새우양/마름달/창가의토토/코난/
작가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이번 화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