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1010
* 중3 겨울방학, 순영이 시점입니다 *
춥다. 추워. 이석민 이 새끼는 왜 20분 째 내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 거지. 아, 이러다가 늦겠는데? 그냥 확 놓고 가버려? 나는 봉사시간 다 채웠는데…, 이석민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야. 어제 이석민이 갑자기 치킨 먹고 싶다고 해서 치킨을 사준다고 하길래 아무 생각 없이 얻어먹었는데 갑자기 봉사활동을 같이 가자고 했다. 그 때 든 생각은 씨발..당했다..였다. 어쩐지 순순히 치킨 사주더라. 에이씨, 어제 그 치킨만 먹지 않았어도! 아! 권순영 병신아! 이석민이 왜 갑자기 사주는지 물어봤어야지! 하…, 이런 검은 속내가 있는 지 모르고! 아씨! 바람 분다! 졸라 추워! 5분만 더 기다려보고 안 오면 나는 집에 갈꺼다. 흥!
" 야, 오늘 진심 개추워! "
오냐, 드디어 왔구나? 오늘 진심 개추운걸 알면서도 이렇게 늦게 오냐? 마음 같아선 부승관한테 배운 족발당수를 날리고 싶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날렸다간 이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위에서 내 몸이 깨질 것 같아서 참기로 했다. 그 대신 내 찢어진 눈으로 이석민을 째려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겠다. …씨벌. 진짜 어제 그 치킨만 아니였어도. 내가 원래 욕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닌데! 이석민, 감히 내 아름다운 입을 더럽게 만들다니! 복수 할거야!
" 많이 기다렸냐? "
" … "
" 아니..! 나도 니가 좀 늦을 줄 알고 늦게 나왔지..! "
…? 이 새끼는 저랑 처음 약속을 잡아봤나봐요. 항상 저는 제 시각에 왔을텐데 말이죠. 내가 조용히 째려보자 변명을 미친듯이 하던 입이 그제서야 조용해진다. 시간을 보니 뛰어야 제 시간안에 도착할 정도인 것 같다. 나는 봉사시간 다 채웠는데 도대체 왜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것인가! 진짜..! 이석민..!
***
결국 아슬아슬하게 늦는 걸 면했고 봉사 활동 장소는 재활원이였다. 재활원이길래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 계신 줄 알았는데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더 많이 보였다. 담당 선생님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생각보다 젊어 보이는 여자분께서 우리가 해야할 건 그냥 애들이 열심히 놀아주면 된다고 하셨다. 하, 열심히 노는 게 저희가 제일 잘하는 거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교실처럼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 이번에는 뭐 그려줄까? "
안으로 들어갔는데 우리 또래로 보이는 여자애 한명이 있었다. 그래서 약간 주춤하고 있었는 데 이석민은 여자애고 뭐고 들어가서 애들한테 다가가기 바빴다. '얘들아, 안녕! 나는 이석민이라고 해!'하면서 뛰는 것도 잊지 않고. 잠깐만 새끼야..! 그렇게 달려서 들어가면 애들 울면 어쩌려고..! 다행히 내 걱정과 다르게 애들이 울진 않았다. 그냥 무시할 뿐. 애들은 더더욱 여자애한테 다가갔다. 그에 이석민은 '얘들아.., 얘들아.. 나도 있는..데..' 를 무한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게 막 뛰어들지 말라니깐. 이석민을 하찮게 바라보고 있지만 나도 뭘 해야 할 지 몰라서 그냥 멀뚱멀뚱 여자애만 쳐다보고 있었다. 애들한테 둘러 쌓여져 웃고 있는 여자애 모습이 참…
" 너희 둘도 같이 그릴래? "
예쁘다.
***
" 야, 그 때 간 재활원 무슨 재활원이냐? "
그 날 이후로 간간히 그 여자애 생각이 났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자꾸 생각이 났다. 예뻐서인가. …그렇게 막 '우와 여신이다! 개예뻐!'이런 느낌은 아니였는데 왜 그렇게 예뻐보였을까. 그냥 그 분위기가 너무 예뻤던 탓인가. 하얀 교실에 웃으면서 여자애 한테로 모여드는 어린이들,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 그와 대조적인 흰 피부, 환히 웃고 있던 얼굴. ...뭐, 충분히 예뻐보일 수 있는 분위기네! 그러니까 생각날 수 밖에! 이 칙칙한 남중생활만 3년째인데, 그런 분위기를 처음봐서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래! 내가 너무 남중생활에 적응되서 그런거야! 그런 여자애를 처음봐서 그래!
" 몰라, 그냥 봉사종이에 써져있는 거 아무거나 골라서 전화했는데? "
" 에이씨, 도움 안되는 새끼! "
" 제가 당신을 도와드려야 하는 사람입니까? 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
" 네네~ 제가 잘 못 생각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에게 도움이 되신 적이 한 번도 없으시네여 "
꼭 쓸려고하면 도움이 안돼요, 도움이!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넌 개똥도 아니야! 넌 말똥이야, 임마! 하…, 결국 그 재활원 우리집에서 멀리 있는데 다시 찾아가서 봐야하는건가? 우와! 이거 너무 귀찮은 일인걸? 우리 집에서 얼마나 걸리더라 …, 족히 20분 넘게는 걸리... 포기할래. 여자애고 뭐고 포기다! 포기! 그러고보니 왜 내가 이름도 모르는 여자애를 신경써야하는거야? 혹시 권순영, 너 임마, 금사빠냐? 내 철칙이 금사빠는 되지 말자였는데..! 수많은 금사빠들 그동안 욕해서 죄송합니다. 저도 금사빠였네요! 하하! 거 참….
" 내가 금사빠라니! "
" 쟤 왜저럼? "
" 몰라, 미쳤나봐 "
" 쟤 미친짓이 한 두번이니, 쯧쯧. 어후, 아이스티 맛 떨어져! "
" 닥쳐! 한겨울에 아이스티 먹는 새끼한테 비아냥 당하는 거 사절이다! "
그래, 차라리 금사빠가 될 바엔 그럴 요지도 주지 말자! 그 재활원을 갈 생각도 하지말고! 여자애 생각도 하지말자!
**
그렇습니다. 제가 와 있는 곳은 그 날 봉사활동 갔던 재활원입니다! 하하! 원래 사람은 작심하루라고 하죠? 그렇습니다. 옛선조들 말 하나 틀린 거 없어요~...작심삼일은 가야될 거 아니냐, 권순영아! 작심하루만에 오냐..! 에이씨, 몰라. 여기까지 왔는데 연락도 드렸으니 어쩔 수 없어.-이석민한테 전화번호를 캐서 연락했다.- 그냥 들어가는 수 밖에!
" 감사합니다. 혹시 싶었었는데 "
아, 그 여자애다. 근데 오늘도
" 그래, 그 날 흘리고 갔더라. 지갑 좀 비싸보이는 데 관리 잘 해야지 "
" 네 "
참, 예쁘다.
..? 유독 제 글은 항상 석민이가 하찮게 나오는 거져?ㅋㅋㅋㅋㅋㅋㅋ? |
고멘나사이, 석민상. 의도치 않게 항상 너는 왜 하찮아 지는 지 모르겠어…☆ |
오늘도, 내일도 예쁜 사람들 (암호닉 신청 다시 받습니다ㅠㅠㅠ!)
♡ 일공공사 호찡 햄찡이 뿌뿌젤라 순갱이 도리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