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1010
" 아, 역시 남자는 에스프레소지. 권순영 멋지다 "
" 입 닥.. 아니, 입 닫아. "
" 응 "
응? 이 분위기 뭐지? 권순영이 에스프레소를 다 마시자마자 박수갈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뭐야. 왜그러는거야. 꼭 에스프레소 못 마시는 사람이 다 마셨다는 것 처럼. 불안한 눈빛으로 권순영 얼굴을 보니 내 말이 조금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표정이 안 그런척하지만 슬쩍슬쩍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에스프레소 못 마시는 건가? 뭐야, 아까는 좋아한다며!
" 에스프레소 좋아하는 거 아니였어…? "
" 어…? "
설마해서 물어봤는데, 뭘까. 저 동공지진은. 설마 진짜 못 마시는 데 좋아한다고 거짓말치고 먹은거야? 그래. 어쩐지 생긴 건 딱 바닐라라떼 먹게 생겼었다니까? 하, 너세봉 병신. 딱 봐도 못 먹게 생긴 애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은 내 잘못이지. 근데 도대체 왜 그런 거짓말까지하면서 먹었던거야? 에스프레소 도전 욕구가 막 피어올랐었던건가.
" 사실 권순영 에스프레소 못 먹어, 에스프레소는 무슨, 쓴 거 안 먹어 "
" 야, 그걸 왜 말 해! "
" 이미 너세봉 눈치챘어, 임마. "
" ... "
그래 이석민 말대로 이미 눈치챘어, 인마. 아니, 좀 늦게 눈치 챈 거지. 아까 김민규인가 김민구인가 쟤가 권순영한테 맛있게 먹어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아니, 아까 권순영이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끊고 들어왔을 때부터 눈치 챘어야했어! 아니, 그냥 처음부터 눈치챘어야 했어. 흐엉. 결론은 너세봉이의 눈치는 이석민 코딱지보다 없다. 이건가. 아, 너무 자괴감 들어. 이석민 코딱지보다 못하다니….
" 너세봉이 에스프레소 좋아한다니까 안 좋아한다고 말도 못하고. 어휴 "
" 이러다가 진짜 솔로 두 명 떠나가겠구먼 "
이건 또 뭔 소리래? 전자는 부승관이고 후자는 이석민이다. 근데 진짜 무슨 소리야. 내가 에스프레소 좋아한거랑 권순영이 에스프레소를 꾸역꾸역 마신거랑 무슨 상관.. 아, 설마 내가 에스프레소 좋아한다고 같이 좋아한다고 했던건가. 마치 오늘 아침에 권순영이 겨울 좋아한다고해서 나도 좋아한다고 했었던 것 처럼? 아, 눈치없게 얼굴이 빨개지네. 얼굴색아, 돌아와.
***
" 아, 걔네 진짜 시끄러웠어. "
" 너도 한 시끄러움하잖아? "
" 아니거든! 나 안 시끄럽거든? "
카페에 나가면서 그 셋은 노래방간다며 우리를 같이 데려가려고 했지만 권순영과 내가 극구 거부하며 헤어졌다. 평상시에 말할 때도 시끄러운데 마이크를 잡으면 얼마나 시끄러울지 상상이 갔다. 어우, 벌써부터 음성지원이 되네. 그 셋이 가자마자 권순영이 한탄을 했다. 그 셋이 너무 시끄러웠다고. 풉. 자기도 같이 떠들었으면서. 우리반에 시끄러움 탑쓰리 아니였나. 장난스레 권순영에게 말을 건네자 엄청나게 화를 낸다. 꼭 그렇게 화를 낼 필요가 있나?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그래도 권순영은 귀여우니까 넘어가주지 뭐.
" 자, 이제 데이트의 정석은 다 했는데 이제 뭘 하지. "
" 데,데이트…? "
" 어? "
데이트…? 데이트라니. 나만 데이트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권순영 입에서 직접 데이트란 말이 나오다니. 진짜 권순영이랑 나랑 데이트란 걸 한건가. 묘하게 설레어져서 슬슬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데 데이트의 정석이라니. 그런 것도 있었나. 궁금한듯이 친절히 대답해주는 권순영이다.
" 밥 먹고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이게 데이트의 정석이지. "
" 아…."
" 우리 이제 뭐 할래? "
그러게 뭐 하지. 그냥 그 셋을 따라가는 게 나았었나...는 무슨. 내 고막이 남아나지 않았을꺼야. 아까도 말했지만 안 그래도 큰 목소리들인데 마이크를 쥐면…. 어후,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그냥 서로 아무 말 없이 시내를 걸었다. 이대로 헤어지기는 조금 아쉬우니까. 조용한 가로수길을 걷는건 아니었지만 아까 이것보다 더 시끄러움을 맛봐서 그런가 시끄러운 시내길을 걷는 것도 꽤 괜찮았다.
" 어? 이거 하나 살래? "
아무 말 없이 걷다가 갑자기 옆에서 들려 오는 권순영의 목소리에 따라 옆을 쳐다보니 카드지갑을 들고 있는 권순영이였다. 표정을 보니 매우 사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뭐야, 왜 저렇게 귀여워? 마치 간식 먹어도 되냐고 눈빛으로 물어보는 한 마리의 강아지 같달까. 집에 있던 카드지갑이 생각났지만 애써 지워내며 웃으면서 사자고 했다. 집에 있는거는 뭔가 마음에 안들었어. 새로 사고 싶어했었어.
" 무슨 색 살꺼야? "
" 너는? "
" 남자는 핑크색이지 "
이상한 논리를 펼치며 핑크색을 선택하는 권순영이다. 정말 진지하게 말을 뱉으며 핑크색을 고르는 권순영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크게 웃어본 적은 이번 년도에 처음이였을거다. 너무 웃어대서 그런가 눈물이 나왔다. 눈물을 닦고 권순영을 쳐다보니 뭐가 그렇게 별로인건지 입술이 댓 발 나왔다. 아, 내가 너무 웃었나. 근데 어떡해. 너무 귀여웠는데. 다시 그 모습을 생각하니 또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권순영이 삐진 상태이므로 웃음을 참기로 했다.
" 왜 웃어. 별로야? 남자는 핑크인데… , 지금 보니 나는 별로 안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
" 아니야! 귀, 귀여워서… "
으아, 오글거려. 그래도 권순영 + 핑크의 조합은 최고일 것인데. 권순영에게 귀엽다는 말을 저번에 학교에서 실수로 귀엽다고 한 후로 내가 솔직하게 귀엽다고 말한 적은 처음이다. 귀엽다고 말하자마자 바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어우, 더워. 안 그래도 여름이라서 또 땀이 나네. 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양손으로 꽃받침자세를 시전하더니 눈을 꾹 감으면서 '나 귀여워?'라고 말하는 권순영이다. 이건 무슨 예기치 못한 덕통사고인거지? 지금 권순영의 꽃받침 자세를 일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본 거야? 지금 신께서 아까 그 셋한테 당한 거에 대한 보상을 해주신거야. 고진감래를 이때 쓰는 말인건가.
" 핑크색 하고 싶은데… 그냥 안 할래. "
" 응? 핑크색 괜찮은데 왜? "
" 나랑 핑크색이랑 안 어울려서 웃었던 거 다 알거든? 나는 그냥 다른색 할래. 너는 무슨 색 좋아해? "
난 귀여워서 웃은건데. 권순영은 입을 삐죽삐죽거리면서 할 말은 다 한다. 참새 같아. 결국은 다른 색을 선택하겠다는 권순영이다. 그러더니 무슨색이 좋냐고 물어본다. 흠, 딱히 좋아하는 색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무채색 계열을 좋아하긴한다. 옷장을 열어보면 거의 무채색밖에 없으니까. 그럼 그냥 무난하게 회색?
" 나 회색 좋아해. "
" 그래? "
" 그럼 난 회색 할께. 넌 핑크색 해. "
" 어? 나는 핑크색 별로 안 어울려서…. "
핑크색? 순영아, 잠시만 나랑 핑크색의 조합이 무슨 말이야. 생각치도 못한 핑크색에 멘붕이 왔다. 내가 핑크라니. 어릴 때도 핑크색이랑 관련된 거 다 거부했었는데. 내가 권순영때문에 핑크색을 접하게 되는구나. 핑크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뭔가 거부감이 들었다. 뭔가 나랑 어울리지 않는 색이라고 여태껏 생각했었다. 나도 한번쯤은 그런 밝은색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끝내 행동으로 옮기지도 못한다. 오히려 핑크색은 권순영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딱 그래 보이지 않나. 나는 무채색. 권순영은 유채색. 그냥 순영아, 니가 핑크색 하는게 어때.
" 아닌데 "
" 응? "
" 잘 어울려. 원래 핑크색은 예쁜사람한테만 어울린다고 이석민이 그랬어 "
뭐? 이석민, 이 새끼는 얘한테 뭐라고 해댄거야? 아, 그래 핑크색이 예쁜 사람과 있으면 색이 더 예뻐보이긴하지. 근데 나는 그 예쁜 사람이 아니잖아? 그래도 별로 좋지않다는 신호를 보내자 권순영이 웃으면서 '너 예뻐'라고 말한다. 귀에서 뜨거움이 느껴졌다. 순간 부끄러워져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해맑게 웃으면서 핑크색과 검은색을 고르더니 자기가 다 계산해버리는 권순영이다. 아니, 잠깐만. 아까 영화표도 자기가 다 계산하더니 왜 또 자기가 계산하는거야…. 나 돈 있는데. 또 미안한 감정이 들어서 권순영을 쳐다보니 내 미안한 마음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아까 입을 삐죽거리던 애는 어디가고 싱글벙글 웃고 있다. 아, 그렇게 웃지 말란 말이야. 더 미안해지잖아.
" 왜 니가 다 계산해. 나도 돈 있는데 "
" 이 오빠는 돈을 벌잖아? "
" 오빠는 무슨… "
" 아까 말했잖아. 다음에 니가 쏘면 된다고. 다음주에 시간 꼭 비워. "
" …응 "
설레기는 해도 뭔가 석연치 않았다. 그래도 대답을 하니 듣고는 환하게 웃는 권순영이다. 그러다가 카드지갑을 목에 걸어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이내 카드지갑을 목에 걸었다. 핑크색이 거부감이 들다가도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는 권순영을 보니 좀 괜찮은 것 같기도하고.
" 너 이거 맨날 걸고 다녀야 해. 나도 맨날 걸고 다닐거니까. "
" 알겠어 "
***
" 넌 몇 번 버스타고 가? "
" 나 17번. 넌? "
" 아, 난 13번 "
" 어? 저기 13번 온다. "
몇 번 시내를 둘러보고 난 후에 집을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를 생각해보니 권순영이랑 나랑 오늘 한 게 많았다. 밥도 먹었고 영화도 봤고 커피도 마셨고 시내도 둘러보고. 꽤 많이 친해진 것 같아서 뿌듯했다. 저 멀리서 오던 13번 버스가 도착했고 난 버스 위에 올라탔다. 교통카드를 찍자 '안녕하세요'라는 기계음이 울려퍼진다. 그리고 뒤에서 한 번 더 퍼진다. 응? 버스정류장에 나랑 권순영밖에 없었는데 누가 탄거지? 호기심에 뒤를 돌아보니 권순영이 뒤에 있었다. 응? 아까 17번 버스타야된다고하지 않았나? 13번도 권순영 집을 가는 건가. 놀란채로 권순영을 보고 서 있으니까 '앉자'하면서 내 손목을 잡고 2인용 좌석에 앉았다. 지금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임에도 불구한데 설레어하면 이건 병인거겠지.
" 뭐야, 17번 타야한다고 하지 않았어? "
" 응. 17번 타야돼. "
" 근데 왜 탔어? "
" 정석대로 데이트했으니까 마지막도 정석대로 해야지. "
" 응? "
" 집에 데려다 줄려고 "
아, 마지막까지 심쿵할 요지를 주는 권순영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올린줄 알았는데 안 올렸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울먹) |
+ 아, 너무 늦게왔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미리써놓고 올린 줄 알았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나도 바보스럽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죄송합니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버스번호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아무 번호나 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눈에 띄는 숫자 대충..ㅎ 절대 의도해서 13과 17을 쓴게 아니양!!(모른척)
댓글보니 지난 9.5화에서 영화내용을 다 보셨더군요...ㅎㅎㅎㅎ 왜 봤냐구! 왜 봤어! 그 똥글을!(찡찡)
어쨌든 우리 독자님분들은 좋은 사랑 이뤄지기를! (일단 나부터...)
+ 암호닉이 안보여서 꽤 당황했네요....다시 보여질겁니다! (아마!)
사진,움짤 출저 - 지식인, 텀블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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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들! | |
♡ 일공공사 체리 샘봄 레인보우샤벳 비망 자까님♡♡ 순영워더 집으로돌아오는길에 햄찌 권호시수니 지유 오링 간장밥 2929 ^0^ 녕지 1600 가마 뿌뿌뿌 고망맨 순영아 뿌야 가마 블루레몬 닭키우는순영 바람우 바람순영 초코 계란초밥 수녕요정 부부승관 마이클찬슨 쿱쿱 문현 홉푸 0526 부수녕 수박 권쑤녕 찬찬 밍쩡 풀네임썬키스트 후니 꿀벌 J 아자뿅 지금몇시 ♡아카쨩우리지훈이♡ 호우쉬 순뿌 달마시안 호시십분 치즈 오메기떡 짹짹이 ♡♡♡♡♡ 뿌나뿌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