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1010
꿈같았던 데이트 날을 뒤로 보충 수업도 끝났지만 권순영과는 간간히 연락을 주고 받을 뿐 별다른 약속이 없었다. 데이트 날 그 다음주에 권순영이 만나자고 했지만 우리 집에 일이 생기는 바람에 취소 되었다. 아, 다시 생각해도 아쉽다. 그 후에 편의점이라도 가볼까 했었지만 그만 두었다고 했었다. 하긴 고3이니깐. 알바를 더이상 할 수 없는 노릇이긴 하지. 근데 언제부터 그렇게 권순영을 만났었다고 한 번 제대로 만나니까 계속 만나고 싶어진다. 오늘도 애꿏은 카드지갑만 손에 쥐었다가 계속 쳐다보기도 했다가 정리도 하다가 온갖 짓을 다 해본다. 분홍색인 카드지갑을 보니 계속 권순영이 떠오른다. 그리고 데이트 날의 기억도 떠 오른다.
" 그럼 난 회색 할께. 넌 핑크색 해. "
" 어? 나는 핑크색 별로 안 어울려서…."
"아닌데"
" 응? "
" 잘 어울려. 원래 핑크색은 예쁜사람한테만 어울린다고 이석민이 그랬어 "
" … "
" 너 예뻐 "
아, 생각하니 또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 때는 나도 부끄러워서 경황이 없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말을 하면서도 권순영의 귀가 많이 붉어져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풉, 귀여워. 계속 기억을 되새김질 하다보니 정말 권순영이 보고싶어졌다. 역시 인간은 욕심이 끝이 없다. 이제 말 트고 만나기까지 했는데 이젠 아예 계속 보고싶다라니. 몇 개월 전의 나를 생각하면 이런 일은 상상하지도 않았다. 그냥 뒤에서만 좋아하고 그랬었는데.. 와, 내 친화력에 이정도면.. 물론 이 관계의 80% 이상은 순영이 덕분이긴하지만. 발전 좀 해라 김칠봉.
***
우와, 오늘도 아주 그냥 푹푹 찐다. 역시 나가자마자 땀이 바로 흘러버린다. 기분 나빠. 빨리 가야지. 에어컨 틀어져있겠지. 에어컨을 상상하며 빠르게 놀린 발걸음의 끝은 한 재활원이였다. 봉사시간도 채울겸 오랜만에 들리는 장소였다. 중학생 때부터 자주 봉사활동을 하러 왔던 곳이였다. 그곳에서의 사람들과도 꽤 친분이 두터워져버려 계속 발걸음을 하게 된 곳이였다. 하지만 3학년이 되고서는 오랜만에 찾은 곳이였다. 꽤 설레였다. 들어가니 역시 변함 없는 모습이였다. 사람들이 반갑게 날 맞이해주었고 나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봉사하러 갔는데 어떤 남자가 안에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보던 뒤통수인데. 난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몇 달간 지겹게 쳐다본 그 뒤통수를.
" …어? 칠봉이? "
시선이 느껴졌던 듯 고개를 돌아보는 권순영이다. 그리고 약간 놀라더니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갔다. 물론 나는 이미 속으로는 광대 승천 중이지만. 이게 웬 횡재일까. 우연히 봉사하러 왔던 곳에서 권순영을 만나다니. 신은 딱 죽지 않을 고통만 준다더니. 요 며칠새 권순영이 보고싶어서 미칠 노릇이였다. 편의점에 가도 권순영이 안보이니 원 살 수가 있나. 마치 진통제 한 방 놓은 마냥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 진짜 답도 없다. 얼굴 한 번 봤다고 이렇게 풀어지다니.
" 여기서 봉사해? "
" 응. 고등학교 때 부터 쭉 계속 왔어 "
" 아 진짜? 나도 중학교 때부터 다녔는데, 왜 한 번을 못 마주쳤지 "
중학교 때부터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왔었는데 어떻게 고등학교 2년동안 한 번도 못봤을까. 계속 엇갈렸나. 시간대가 안 맞았다거나. 근데 또 이게 뭐라고 기분이 좋을까. 같은 곳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다는 게. 괜시리 설레는 아무 잘못 없는 소매만 만지작 만지작 거려본다. 역시 운명인걸까라는 허튼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 얼른 소매자락을 놓고 같이 봉사를 하기 시작한다. 뭐, 봉사라고 해봤자 재활원의 자폐아들과 함께 노는 것 뿐이랄까. 같이 그림을 그리거나 색종이를 접거나. 오늘 봉사활동을 더 재미나는 것 같다. 그건 역시 내 옆에서 열심히 색칠을 하고 있는 아이 때문이겠지.
" 그럼 중학생 떄부터 계속 여기 다닌거야? "
" 응. 한 번 오니까 계속 가게 되더라고. 처음에는 봉사시간 목적으로 갔는데 이제 하다보니 재밌어서 "
" 나도 그래. 봉사시간 채울려고 왔다가 계속 오고 있어. "
이건 뭐 운명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부분인가. 내심 속으로 설레여하고 있었다. 근데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 걸 보니 운명은 아닌가. 에이씨, 나 혼자만의 상상으로 기분이 좋아졌다가 나빠졌다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바보 같아. 고작 봉사활동 장소 하나 겹쳤다고 나혼자 생각의 나래를 펼치는 게. 급 현자 타임이 시작된건지 갑자기 기운이 다운되었다. 뭐야, 이게. 조울증도 아니고!
" 근데 우리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네. "
" 그런가 "
" 응? 난 너 한 번도 못 봤었는데 넌 나 봤어? "
내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고 말을 하니 의미심장한 표정과 말로 대답하는 권순영이다. 뭐야, 저 뉘앙스는 마주친 적이 있다는 얘긴가. 아니면 만났는데 그 땐 너무 인생을 개썅마이웨이로 살고 있어서 권순영이 있단 것도 눈치 못 챈 거였나. 왜 그 때는 인생의 모토가 개썅마이웨이였을까. 지나가는 사람도 좀 둘러보고 그럴껄. 만약 내가 일찍 만났더라면 지금 보다 더 친해져있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었다.
" 음, 글쎄? 본 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하고 "
응? 분명 저 말은 봤다는 얘기 아닌가? 아, 정말 사람 헷갈리게. 나만 기억을 못하는 거면 좀 미안하잖아. 빨리 제대로 된 대답을 보이라는 식의 눈빛으로 쳐다보니까 아예 고개를 돌려 '아~ 잘 모르겠네~ 봤었나?'하며 능청을 떠는 권순영이다. 분명 이석민 외 다른 권순영 친구들이 했더라면 때리고 싶은 욕구가 미친듯이 상승하겠지만 벗겨질 기미가 없는 콩깍지는 그것마저 귀엽게 보인다. 물론 약간 얄미운 건 있지만..! 그래도 귀여운 걸 어떡해! 오랜만에 덕질하는 기분이랄까.
" 아 뭐야, 제대로 말해줘..! "
" 우와! 색칠 되게 잘했다! "
투덜대는 내 말투에 권순영은 그냥 웃어버리고 만다. 그러고서는 내 뜨거운 시선을 회피라도 하겠다는 듯이 다른 아이들에게 말을 건다. 아, 궁금해! 이 태도는 거의 날 봤다는 거지? 그런거지? 기억 못한다고 나한테 시위하는 거지? 그런 거라면! 할 말이 없다…. 정말 기억이 안나기 때문에…. 아니면 나는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본 적이 있다거나.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그러면 저렇게 안 알려 줄 이유가 없지.
" 그렇게 궁금해? "
" 응 "
" 어차피 기억 못할텐데 "
드디어 아이들에게 눈을 떼고 나한테 물어오는 권순영이다. 당연히 궁금하지!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내 모습을 보며 풉하고 웃어버리는 권순영이다. 아니야, 순영아. 내 기억력을 믿어봐. 니가 말해주면 바로 생각날지도 몰라.
" 중3 겨울방학 때, 그 때 너랑 만났어. 그 후로 여기 계속 다닌 건데 "
이 말, 나 때문에 봉사하러 계속 온다고 해석해도 되는 부분인거야? 이러면서도 그렇게 해석해버린 양 내 두 뺨에는 분홍빛이 물들어졌다.
네.. 저를 매우 치세요... 진짜 면목 없어여.. 변명이라도 들어주실래여..? ㅠㅠㅠㅠㅠㅠㅠㅠ 죄송해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정말 오랜만에.. 네..1년만에 온 십십입니다.. 진짜 저를 매우치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죄송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죄송하단 말밖에 드릴께없네요ㅠㅠㅠㅠ 말도 없이 1년이나 잠수를 타고 이렇게 똥글로 돌아오고..☆ 하지만 기다리신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네여... 변명을 대자면 슬럼프가 왔다고 할까요..? 다른 분들 글을 보면서 제 글이 너무 부족해보이고 소재도 없고(여고의 비애) 학교생활에 치이고 일단은 제일 큰 이유는 제 실력이 너무 부족해서 계속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보니 1년이나 지났달까요...
그래도 이렇게 돌아온 이유는 쪽지에 어제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 기다린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순간 각성이 되면서 엄청 휘갈겨 썼죠.. 11화 있었는데 임시 저장함에서 사라진지 오래더군여...ㅋ 그래서 급하게 꾸역꾸역 떠올리며 내용도 수정해가면서 올리는거랍니다..하하 (사실은 내용 전체가 다 바뀌었다고 한다.)
일단은 너무 죄송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잠수를 타더라도 말씀 드리고 타는건데... 아, 너무 면목이 없습니다. 두번 다시는 말 없이 잠수를 타지 않겠습니다!!! 글도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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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을 해야할까요..? ㅠㅠㅠ 기다리신 분이 없으실 것 같아서 일단은 비워두겠습니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