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생존은 타이밍.
신문의 1면에 대정 건물이 크게 박혀있었다.
'주식회사 대정. 조폭의 후예였나' 라는 헤드라인을 시작으로 많은 신문과 인터넷기사에서 회장과 민윤기가 저지른 각종 만행들을 모두 터뜨렸다.
민윤기가 잡혀가는 것을 생중계로 보았고, 오피스텔에 김실장님이 찾아왔다.
"탄소야.가자"
"실장님!"
"이제, 오빠지."
밖에 가드들은 보이지 않았고, 나는 정국이를 보러 가겠다고 했다.
"일단은 호텔에 있어. 지금 민사장 구속되어서 정국씨 바쁠거야."
"네.."
"어디가지말고 좀 답답하더라도 방에 있어."
"알겠어요."
김실장님은 나머지 일을 처리할 게 있다며 나와 짐들을 방에 두고 나갔다.
나는 티비를 켜서 뉴스채널로 돌렸다.
-
[여보세요]
[탄소야.]
[응..피곤한 목소리네]
[방금 수사보고 마치고 돌아왔어. 곧 자정이네.]
[응...이제 자유인데 자유인 것 같지가 않아]
[아직 실감이 덜 나서 그런거야. 내일쯤 되면 엄청 기쁠걸?]
[그럴까...아직은 그냥 너랑 지민씨랑 김실장님이 많이 걱정되기만 해.]
[아직 지민이는 안들켰고, 실장님은 실장님쌍둥이한테 죄를 물으려고 서류처리하시는 중이야. 안심해.]
[밤샘근무인거지?]
[그렇지...]
[밥은 챙겨먹어가면서 해.]
잠깐의 통화가 끝난 후에도, 나는 잠에 들지 못했다.
-
"임금체불...?"
갑자기 TV에서 줄지어 대정이 임금을 체불했다며 노동자들이 데모를 하는 현장을 중계했다.
내가 재무팀장이었기 때문에 직원들의 정산내역은 다 꿰고 있었는데, 저들은 분명 조폭은 아니었다.
물론 내가 주식회사 직원 정산까지 맡아본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민윤기 원칙상 채무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직원과의 정산은 철두철미한
편이었기에 절대 체불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탄소야. 어쩐일이야?]
[실장님. 통화되세요?]
[급한 일이니?]
[조금요]
[뭔데. 누가 찾아온거야?]
[아뇨. 대정이 임금체불을 했다는 방송을 봤어요. 사장님이 아무리 나쁜 놈이어도 돈거래는 철저했잖아요.]
[그건, 민사장 죄로 물게 아니고 내 죄로 물어버리려고 일부러 사람들 불러모은거야.]
[...네..?]
[김석진 실장이 그동안 많은 노동자들 임금을 중간에서 가로챘다고.]
[...네?]
[나는, 김석현으로 돌아가야지]
[..아...!]
김실장님은 정말로 치밀하고 꼼꼼했다.
사람들을 모아 일을 크게 만들어 쌍둥이형을 매장시켜버리려는 계획이었다.
-
배고파서 음료수를 홀짝이고 있는데, 갑자기 띠딕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김실장님이었다.
"실장님..."
"반갑지?"
나는 배고픔에 실장님이 들고 오신 음식에만 눈길을 주었고, 실장님은 웃으면서 음식을 주셨다.
"나보다 음식이 더 반가운가봐?"
"실장님도 반갑죠~~~"
실장님은 확실히 전보다 많이 밝아졌다.
그전에는 항상 냉철한 모습만 보였다면, 지금은 자주 웃음소리를 들려준다.
민윤기의 부재 하나로 나를 비롯한 많은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게 놀라웠다.
-
(검찰청)
취조실은 조용했다.
갑자기 영장을 받아 체포되어 끌려온 이 곳에서 민윤기는 다만 변호사가 올 때까지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았다.
철컥-
"드디어 오셨네. 취조를 담당하게 된 검사 전정국이라고 합니다."
"...."
"무서우세요?"
"...."
"그러시겠죠. 그동안 툭하면 나탄소, 김석진실장에게 덮어씌웠으니 여기가 처음이라 무서우시겠죠."
"...."
"이런 일에 대비는 하신 모양이세요? 입 꾹 다물고 계신거 보면. 변호사의 입장에서 보면 참 잘하고 계신겁니다."
"..."
"근데, 내 입장에서는 아니야. 이 개새끼야"
정국이 무덤덤한 민윤기의 표정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악에 받쳐 민윤기에게 욕을 해버렸다.
"사람 인권 유린도 유분수지, 어쩜 사람을 그렇게 10년 넘게 인간 취급하지 않고 다룰 수가 있어."
"...."
"어차피 이것도 당신 죄목에 포함되어 있어. 너의 그 드럽고 추잡스럽고 새삼 끔찍하기까지 한 그 은밀한 사생활에 대해 변호사가 어떻게 변호할 지 궁금하네."
"....."
둘의 시선이 불꽃튀게 부딪히고 있는 와중, 민윤기의 변호사가 도착했다.
"자. 이제 취조 시작하겠습니다. 뭐부터 할까요? 납치,감금 및 폭행? 성폭력? 뇌물수수? 공금횡령? 살인교사? 불법 이자책정?"
"..."
"고르시죠"
변호사도 죄목이 이렇게 많았는지는 미처 몰랐는 듯 당황했지만, 준비한 문서들을 꺼내보였다.
-
"탄소야."
"네. 실장님"
"정국이 취조 끝났대. 성공적이라고 하더라구. 변호사를 이겼다는데."
정국이는 원래 말을 잘했다.
타고난 말솜씨였고, 자신도 그걸 알고 있는지 더 갈고닦기 위해 책을 참 많이 읽었다.
취조 중에 변호사를 이겼다는 건 거의 모든 것을 성토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인데...
-
"김석진이 잡혔대."
"정말요?????"
"사설도박장에서 폭행사건에 연루되어서 유치장에 있다가 손쉽게 검찰로 송치했나봐. 이제 됐다."
"와...그러면 우리 나가도 돼요?"
"너무 멀리 나가진 말고, 이제는 쫓기는 입장이 아니라 괜찮겠다"
행복했다!
일단은 호텔 내에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한 잔 하고 싶었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지만 민윤기가 그렇게 할 때마다 참 부러웠었다.
"어서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드시고 가세요?"
"네."
"머그잔에 드릴까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커피가 나올동안 나는 카페주위를 둘러보았다.
확실히 스카이라운지에 있어서 그런지 배경이 참 예뻤다.
커피를 받아들고 가장 전망 좋은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김실장님께 연락을 드리니 올라오신다 했고, 기다릴 겸 정국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금 뭐해?]
[취조자료 정리하고 조금 쉬려고.]
[호텔로 올래? 잠깐 만났다가 방에서 쉬다 가.]
[..그럴까?]
김실장님이 오셨고, 우리는 정국이를 기다렸다.
지민씨에게는 연락을 했지만, 자고 있는건지 일을 하는 건지 연락을 받지 않았다.
-
김실장님이 오시길래, 이쪽으로 오라고 손을 흔들려다가...
나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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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에만 답글 달아드리기엔 너무 아쉽고 모든 댓글에 다 답글을 달아드리기엔 너무 댓글 남발인 것 같아서 고민끝에 한번 생각해봤는데...
감상평 뒤에 "♥"를 붙여주시면 답글 달아드리겠습니다!!! 굳이 저의 답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자분들은 그냥 감상평만 남겨주셔도 감사하게 두번씩 읽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