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이별의 비밀
석진 실장님의 앞에서 서로 하하호호하고 들어오던 그 사람들은.....나의 부모님이었다.
"엄마..."
"....!"
내가 다가가서 엄마라고 하자, 나를 돌아본...엄마, 아니 그 여자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탄소야..!"
"엄마...아빠..."
둘은 서둘러 나를 피해 나가려고 하고, 나는 붙잡았다.
민윤기가 수도 없이 나의 양부모가 나를 팔아넘기고 둘이 도망간거라고 말해줘도 절대 믿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그들의 눈빛을 보고 알았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
내가 그동안의 사정이라도 말하고 가라고 울먹이며 붙잡았다.
선심을 쓴다는 듯 부모였던 작자들은 자리에 앉았고, 김실장님은 어떤 분위기인지 눈치를 챈 듯 옆에 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건지 말해주세요."
"...못들었니?"
".....그동안 어떻게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으실 수가 있어요..."
"우리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쁜데 너를 어떻게 챙기니.탄소야."
"...."
"미안하게 됐다. 얘."
아빠의 미안하게 됐다는 말에 나는 눈물을 떨궜다.
정말로 그들은 나에게 일말의 정도, 그리움도 남아있지 않았다.
"탄소야. 늦게 와서 미안"
"어..정국아."
"혹시...전명건 검사장님 아드님 아니세요?"
"네..맞습니다. 누구세요...?"
"명함 받으세요. 근무하시는 부서는 어디신가?"
"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커피만 홀짝이며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 여자가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으며 울먹였다.
"탄소야...우리가 너를 잃고 얼마나...그동안..."
"...."
"그 쪽은 우리 탄소랑은 어떤 사이세요?"
"결혼할 사이입니다."
내 부모였던 이들도 놀라고, 나도 마찬가지로 놀라서 정국이를 쳐다보았고, 정국이는 자연스레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나를 일으켰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깐 더 얘기하다 가지?"
"조금 있다 다시 출근해야해서 이만.."
나는 정국이의 손에 이끌려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우리는 김실장님이 앉아계시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자. 이제 읊어봐 이게 무슨 상황인지."
"별거 아닙니다. 탄소한테 프러포즈하고 오는 길입니다."
"뭐??"
실장님은 깜짝 놀라서 커피를 잘못 넘긴 듯 연신 헛기침을 해댔다.
우리는 실장님의 모습이 웃겨서 서로 막 웃었다.
그렇게 웃고 있는데, 갑자기 부모가 찾아왔다.
"우리 탄소얘기도 좀 할 겸, 시간 좀 내주겠어요?"
"...저는 별로 할 얘기가 없습니다. 탄소에 대해 다 알고 있지만, 더 할 얘기가 있다면 본인에게 듣겠습니다."
"검사님께 긴히 드릴 말씀도 있..."
"검찰청 외부에서는 업무얘기 하지 않습니다."
"그럼 연락처라도..."
"검찰청 특수부로 연락주십시오."
나의 부모들은 정국이가 차갑게 나오자 나를 불러내었다.
"왜요."
"잘 구슬려봐. 이번에 아빠가 하는 사업이 조금 문제가 생겼는데.."
"저를 버렸으면, 그리고 그렇게 매정하게 대했으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대해선 안되는거 아니예요?"
"우리가 너를 언제 버렸니? 얘 말 그렇게 하는거 아니야~"
"정말 엄마...아니..너무하시네요 사모님."
나는 눈물을 흘리며 실장님과 정국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둘 다 내가 울며 들어오니 자리에서 일어나 놀란 듯 쳐다보았다.
"울지 말고 일단 진정하자."
실장님이 달래주니 더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
사실은, 많이 그리워했다. 엄마, 아빠가 보고싶었다.
이렇게 내가 이미 잊혀지고 내쳐진 줄은 미처 알지 못한 채 나는 그들을..그리워했었다.
내 마음을 털어놓는동안, 두 남자는 고맙게도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
"미안해..좀 쉬어야되는데 쉬지도 못하고 보내네..."
"아냐. 탄소야. 마음 추스리고, 그 분들? 네 부모님 아니야 이제"
정국이의 단호한 말은 나를 안심시켰다.
정국이가 나가고, 나는 그제야 완전히 나의 부모였던 자들을 떠나보낼 수 있었다.
-
[여보세요]
[탄소야,나야]
[응~바쁘지 않아?]
[민윤기 방금 구치소로 돌아가서 이제는 업무만 하면 돼.]
[밥은 먹어가면서 하는거 맞지?]
[그럼~]
[잘했어!]
[그..내가 좀 알아봤는데..]
[응?]
[너희 양부모님..너 파양한지 조금 됐더라구..게다가 그 분들 사업이 한두번 망한게 아니더라..]
[아...]
[근데...그동안 너를 담보로 대정에서 계속 돈을 대줬어..특히 민윤기가..]
[뭐?]
[민윤기 사비도 빌려갔어. 너희 양아버지가.]
[....]
[너의 선택에 맡길게.탄소야. 처벌을 원한다면, 내가 따로 영장심사받아서 기소를 할게.]
[정국아...난....]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생각같아서는 제일 강력한 벌을 주라고 하고 싶었지만, 나를 그래도 5년이나 키워주셨다.
정도 주셨고, 사랑도 주셨다. 아낌없는 지원도 받았다.
아버지를 처벌하라고 하면, 잠시나마 행복했던 그 유년기를 모두 부정하는 것 같았다.
[그냥..내버려두자.]
[그래.알겠어.마음 편히 푹 자.]
속깊은 정국이는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한 건지 더 물어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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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에만 답글 달아드리기엔 너무 아쉽고 모든 댓글에 다 답글을 달아드리기엔 너무 댓글 남발인 것 같아서 고민끝에 한번 생각해봤는데...
감상평 뒤에 "♥"를 붙여주시면 답글 달아드리겠습니다!!! 굳이 저의 답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자분들은 그냥 감상평만 남겨주셔도 감사하게 두번씩 읽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