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는 로망을 이뤄준다는 말과 맞지 않게 부탁하는 듯한, 어쩐지 간절해 보이기까지 하는 석진의 얼굴에 그의 말을 천천히 곱씹다 물었다.
“…뭘, 해주겠다는 거야?”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제가 듣고도 잘못 들었나 싶을 만큼 신빙성이 없었다. 더 신빙성이 없게 느껴지는 건 그의 얼굴도 한몫했다. 그런 말은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여주는 보이지 않게 몰래 손등을 꼬집었다. 아린 고통이 전해졌다.
“말 그대로 네 로망 내가….”
“…왜?…”
아린 고통과 함께 석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며 말을 듣고 있던 여주가 그의 말을 자르며 반문했다. 석진은 여주의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마땅히 할 대답이 없을 때 사용하는 ‘그냥’ 이라고 답하기엔 제 감정이 ‘그냥’에 담을 수 없었다. 그저 그런 감정이 아니었다.
그저 그런 감정이라 말하기엔 여주가 자주 떠올랐고, 떠올리면 제가 없는 시간의 여주가 궁금해졌고, 궁금해지면 보고 싶어졌으니까. 급기야는 여주가 죽는다는 것이 무서워졌으니까.
물론 주위의 어떤 사람이 죽더라도 그는 슬프고 괴로운 감정을 느낄 것이 분명했지만, 여주는. 여주가, 제 앞에서 사라진다는 건, 그렇게 놓쳐버린다는 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끔찍하고 무섭고 막막한 일이니까.
그러니까, 이런 감정은 여주를 좋아해서 생기는 감정인 걸까. 모르겠다. 좋아한다, 단정 지어버리기엔 이 감정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여주를 생각하며 제가 한 말들은, 이 마음들은….
왜냐고 물은 제 질문에 대한 석진의 대답은 없었지만 어렵고 복잡한, 하지만 저를 보는 따뜻한 눈빛이 무언의 대답이 되는 것 같았다. 여주는 속으로 그가 했던 말을 몇 번이나 곱씹다 허공을 응시한 채로 같은 질문을 계속했다.
“왜, 반장 너는….”
기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너의 말이 설령 동정이나 연민에 가득 찬 말이라 할지라도 네가 내게 한 말은 꿈에서도 들을 수 없는 정말 꿈같은 말이니.
그런데, 나는 왜 선뜻 대답하지 못할까.
석진에게 하던 말을 잇지 못하고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여주가 그를 향해있던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서 그가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 눈앞이 흐려졌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마음에 여주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자꾸 눈물이 많아져 큰일이었다.
고개를 돌리는 여주에 놀란 석진은 속이 탔다. 너무 내가 좋을 대로만 생각한 건가 싶은 마음에 어떤 말도 내뱉기가 어려워서 그는 애꿎은 제 손을 괴롭히다 들려오는 여주의 울음소리에 괴롭히던 행동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여주에게로 다가갔다.
네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널 울리려고 뱉은 말이 아닌데.
“…울지 마.”
“…….”
하지만 석진의 말에도 여주의 어깨는 계속해 떨려왔다. 들썩이는 어깨 언저리에서 서성이던 손이 어깨 위에 올라가 그대로 어깨를 끌어 여주를 품에 안았다. 작고 유약한 여주가 석진의 품에 안겨 들어갔다.
“…반장- 고마워. 너무 고마운데….”
조금 진정이 됐을까. 진이 다 빠진 목소리로 여주가 말했다. 제 가슴 언저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되면서도 막상 하는 말은 불길한 느낌을 전해 저도 석진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거절하지 마.”
“…반장.”
“네가 뭐래도, 난 그렇게 할 거야.”
거절의 뉘앙스가 분명한 여주의 말에 석진은 그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누가 듣기에도 억지라 생각될 만큼,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렸다. 여주가 거절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이상했다. 여주랑 제가, 아무 사이가 아니라면. 이렇게 여주를 보내버리면. 분명 후회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
“내가, 내가-.”
“…….”
“그 사람이고 싶어, 여주야.”
여주는 생각지도 못한 석진의 말에 놀라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석진이 올곧은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을 맞추고 있을 때 눈가로 그의 손길이 닿아왔다. 그 다정한 손길에 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아 고개를 숙이려 할 때 그가 여주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반장.”
“좋아해.”
입술이 닿았다. 석진은 제 입술에서 느껴지는 여주의 입술에 작게 웃었다.
좋아해. 울어서 빨개진 네 눈가도, 눈물로 들썩이는 네 어깨도, 따뜻하게 내 품에 들어오는 네 체온도. 네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져.
“…좋아해. 김여주.…”
오랜만입니다-!
오늘 내용에 짤이 없는 이유는
제가 짤 초이스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지금까지는 우리 침벌레 작가님께서 열심히 해주셨기 때문에 있었지만...!
껄껄껄...
석진이와 여주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여?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땅위], [디즈니], [열렬], [윤기윤기], [어른꾹꾹], [잠만보], [너만볼래♡] 고맙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