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10년 뒤에 여기서 다시 만나는거다. 알겠지? "
" ...그래. "
추운 겨울, 이젠 10대의 끝인 졸업식이 끝났다.
우리도 그렇게 멀어졌다.
학교 앞에서 10년 뒤 지금 2월 26일에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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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에겐 추운 겨울이 드리운것만 같았다.
계절은 봄인데 난 왜 아직 그 날의 겨울에 멈춰 있는 걸까.
보고싶다. 칠봉아.
졸업식 날 너와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을 보고도 보고싶다.
넌 아무렇지 않게 그저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난..... 널 잊지 못한다.
아무래도 널 좋아하는 것 같아.
베스트 프렌드일줄만 알았던 너의 존재가
나의 봄날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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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5년이 지나고,
난 직장을 다니고,
대한민국의 흔한 한 회사원이었다.
넌 간간히 SNS에 소식을 올리곤 했다.
셀카도 올리고,
남자친구랑 같이 찍은 사진도.
나에 비해 여유롭게 사는 거 같다.
난 이렇게 바쁜데. 넌 잘 살고 있는 거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나의 봄날이 조금씩 추운 겨울로 변하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내가 변한건지 네가 변한건지... 알 수가 없다.
오늘도 여전히 네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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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한국을 떠났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지금 딱 우리가 보기로 한 10년 인데,
2월 26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네가 떠나서 미웠다.
근데 모순적이게 단 한번도 널 잊은 적이 없다.
얼마나 기다려야 또 몇 밤을 새워야
널 볼 수 있을까. 만날 수 있을까.
내 마음 속엔 눈꽃이 떨어지는데,
왜 내 감정은 따뜻한 봄이 아닌 시려운 겨울인건지.
영원한 계절은 없었다.
고로 너도 영원하지 않았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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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2월 23일.
조금만 기다리면,
며칠 밤만 새우면
널 볼 수 있다.
보고 싶다. 김칠봉.
이젠 벚꽃이 피나보다.
2월 26일,
널 만나러 간다.
데리러 간다.
아직 너의 온기가 머물러 있는지
추운 지금도 난 봄날처럼 따스하게 느껴진다.
땅에 신발 코를 툭툭 치며 널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내 눈에 들어온 낯선 검은 높은 구두.
김칠봉. 너였다.
나의 봄날.
" 칠봉아. "
" 승관아. "
" 잘 지냈어? "
" 뭐...나야... 넌? "
" 난....회사 다니고.. 바쁘게 지냈지. "
내리는 눈과 함께 겹치는 네 모습이 그리도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 .... 칠봉아. "
" 어..? "
" 할 말이 있는데. "
" 응. 뭔데? "
" 네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은 해볼게. "
" 응. "
너의 눈을 똑바로 보고 얘기하려니,
떨렸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 칠봉아. 내가 너 많이 좋아해. "
" 친구가 아닌 여자로. "
말하고 나니 눈물이 더 흐른다.
그새 넌 다가와 나의 눈물을 닦아줬다.
" 승관아... 왜 울어. "
" .....미안해... "
" 네가 왜 미안해. "
" 미안해.. "
너에겐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바보같이.
" 너도 알잖아. 난 이미... "
" .... 괜찮아 난. 널 보려고 왔으니까. "
" ... "
" 추운 겨울을 끝내려고 왔으니까. "
난 그렇게 너의 입술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을 맞췄다.
그리고 이 겨울도 끝이 났다.
너란 봄날, 꽃이 피었다.
*
독자님들한테도 빨리 봄날이 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