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봉아. "
" 이미 다 끝났잖아. 왜 자꾸 미련을 못 버리는데! "
" 내 얘기 좀, "
" 난 너 없어도 잘 먹고 잘 살아. 그러니까,
내 인생에서 좀 사라져줘 제발. "
.......그래. 애써 침착해하며 너에게 등을 보였다.
우린 그렇게 멀어졌다.
멀어져도, 아무리 잡을 수 없을만큼 멀어져도.
잡아야 하는게 맞는데. 난, 그럴 용기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널 다 잊을까,
그게 무서웠다.
그래서, 그때 널 잡지 못했다.
바보같이.
***
너와 헤어진지 6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나의 핸드폰 연락처엔 ' 이지훈 ' 이름 석자가
자리잡고 있다. 나 역시 미련을 버리지 못한걸까.
너한테는 그렇게 얘기해놓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게 내가 봐도 참 웃기다.
그렇게 센 척, 강한 척 다해놓고
이제와서 비련의 여주인공 행세라니.
헤어지자고 한 것도,
널 떠나보낸 것도.
나보다 더 좋은 여자 만나라고
결혼해서 잘 살으라고. 그런 뜻 이었다.
***
네가 없는 하루하루 살다보니,
너 없이 사는 건 쉽지가 않다.
내가 이 정도인데,
넌 얼마나 더 할까.
밥은 잘 먹고 다니나,
아프지는 않나.
하지만 난 계속 시간을 믿어본다.
다들.... 약이라고 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널 생각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행복하려고, 슬프지 않으려고.
너와 헤어지고 어느 날 하루는,
그냥 이끌리듯 너의 집 앞에 서있었다.
항상 밤 늦게 너를 데려다 주곤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러지 못한다.
너의 방 전등이 새벽녘에 꺼지고 나서야 난,
그제서야 난 집에 왔다.
***
" 지훈씨.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요... "
" 아.... 그런가요... "
" 이젠 정말 준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너와 이별한 다음 날,
난 말도 안 되게도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신은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을 겪게 하는거지,
왜 나한테만...! 하필이면...
왜 나인데.
그래, 어차피 너 없는 하루도 의미가 없으니
차라리 죽는게 마음은 편하겠네.
그렇지만..... 그래도 네 얼굴은 보고 싶은데.
길 가다가 마주치기라도 하고 싶은데.
난 아직 살 날도 많은데..
널 두고 이 세상을 떠난다는게 말이 되려나 싶다.
***
" .... 끊어. "
" 아...그게 저 지훈씨가... "
" 네? "
" 지금 위독해서.. "
너에게 전화가 왔다.
근데, 네 목소리가 아닌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
뭔가 이상하다.... 여자에게 어디냐고 묻곤 양말을 신을 새도 없이
집 밖을 나섰다.
발이 얼어 아픈줄도 모르고 달려온 병실엔 네가 죽을 듯 말듯 하며
위태롭게 산소 호흡기를 하고 있었다.
" ..... ㅈ...지훈아... "
" ..... "
" 이지훈....! "
불러도 대답 없는 너에 어깨를 흔들어보지만,
미동도 없었다.
그대로 너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
소리내어 울었다.
" 흐흑....흑.... "
병실이 떠나가라 우는 와중에,
무언가 내 머리에 손이 올라가 있는 것을 느꼈다.
너였다.
" 이지훈.... "
" ....칠봉....아 "
"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잘..있어 "
너의 손이 맥 없이 힘 없이 풀리며
침대 시트위로 떨어졌다.
" 이지훈!!!... 일어나...! 일어나라니까?
내가 미안해... 내가...어? 헤어지자한거 다 거짓말인데
진짜 제발 어? 일어나라고!!...흐흑... "
" ..... "
말 없이 나와 이지훈을 지켜보던 의사와 간호사들은 울고있는 날
진정시키지만 난 진정이 될 수가 없었다.
" 이지훈 돌려내!! 이지훈 돌려내라고....!!
당신들이 그러고도 의사야? 어?
돌려내...돌려내라고....! 흐어흑.... "
난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너의 몸 위에 흰 천이 덮히며,
" 2017년 2월 25일 3시 38분
이지훈님 사망하셨습니다. "
넌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간호사가 다가와 내 손에 한 CD를 쥐어줬다.
" 이거 환자분이 칠봉씨한테 남기고 가셨어요.... "
" ..... ㄱ..감사합니다. "
이걸 보니 더 눈물이 흐른다.
서러웠다. 무서웠다.
왜 하필 널 하늘로 데려갔는지,
이젠 영영 널 잊어야 해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까.
ㅡ
'어.... 내가 너한테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우선 이걸 보고 있을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랑 헤어지고 나서 되게 힘들었어. 널 항상 좋아하고 바라만 보다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는데.그렇게 되버리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무섭더라고.... 네 걱정도 되고.
밥은 잘 먹나, 다치지는 않을까. 좋은 남자는 만나고 있을까.
나를 잊었을까.... 저번엔 네 집 앞도 갔었어. 자는 거 까지 보고 왔는데.
나도 참 미련많지. 근데 너도 미련 많은 거 알아?
사실 그때 네 눈빛 보고 딱 알았어. 너도 헤어지기 싫어하는거.
보내기 싫은데 억지로.... 힘들어 보이더라 칠봉아.
그래도 어떡해 네가 가라는데... 그래서 헤어지고,
난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어. 참 어이가 없지..
무슨 이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야..
계속 널 보고 싶은데, 아직 살 날도 많고 앞길도 창창한데
왜 신은 대체 날 가로막는지.... 이 세상에서 데려가려고 하는지모르겠다.
근데 어쩔 수 없어. 이게 나의 운명이니까.
수술도 못 하고, 살 확률도 적으니까....
너는 꼭 좋은 남자 만나서 잘 먹고 잘 살고,
예쁜 아기도 낳아. 알겠지? '
' ....... 아 그리고, CD 하나 더 있지?
그건 노래 선물이야. 제목은 몰래 듣지 마요.
김칠봉, 너 위해서 만든 노래야.
꼭 들어줘. 이제 와서 대체 내가 뭐를 할 수 있겠어...
나 몰래 듣지 말고, 너한테 들리지 않을 노래가 돼도 들어줘.
모른 척 하지 말고 알겠지?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사랑해. 김칠봉.
안녕. '
칠봉아. 보고 싶을거야. 안녕.
*
아... 써놓고 부끄러워서 도망가야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훈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즘 슬픈 음악에 꽂혀서.... ㅠㅠㅠㅠㅠ
몰래 듣지 마요는 정말.... 명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