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디/내 옆집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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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의 일상은 항상 피곤하다. 어제도 수업에 보충, 그리고 야자까지 지겨운 하루를 마치고 꿀같은 주말을 보내기위해 티비로 영화한편을 노곤하게 때리고 두 눈이 무거울때까지 핸드폰을 했는데 아침부터 누가 이사하는지 영 시끄러웠다. 부스스한 머리를 대강 정리하고 거실로 나와 시계를 보니 아침 8시다. 보통 이사를 아침에 하긴 하는데 내 입장에선 영 반갑지않아 물 한컵을 크게 들이키곤 다시 포근한 침대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소음과 함께 강하게 들어오는 햇살은 날 가만히 두지않았다. 시발, 육두문자가 절로 나오네.
" ♩♪ - "
" 아, 귀찮아 "
" ♩♪ - "
" 누구세요 - !! "
" 옆집요 "
듣기 싫은 종소리에 신경질이나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성큼성큼 가서 도어락을 푸니 멀끔하게 생긴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고있었다. 내가 작은건지 남자가 큰건지 고개를 올려다보니 남자는 히죽웃으며 일회용접시에 정갈하게 올려져있는 떡을 내민다. 이미 잔뜩 신경질이 난 상태라 인상을 팍 쓰고 뭐 어쩌란식으로 쳐다보니 좀 민망했는지 남자가 입을 열었다.
" 오늘 이사왔어요. 앞으로 잘지내봐요! "
" ...네 "
" 중학생이야? 형은 22살이야 자주 놀러와 친해지자! "
"저기요, 미안한데 나 고등학생이거든요? "
" 아...하하, 미안해 귀엽게생겨서 중학생인줄알았는데... 기분나빴어? "
" 아, 됐고요 지금 시끄러워가지고 깼거든요? 빨리 짐정리하셨으면 하는데 "
" 어,그래 미안하다 "
제일 싫어하는게 중학생이냐고 묻는건데 남자는 그걸 콕 집어 말한다. 떡을 가로채듯이 뺏고는 문을 쾅 닫았다. 요즘은 술떡으로 돌리나, 대충 식탁에 올리고 시계를 봤다. 8시 10분이였다. 학원이 3시까지지만 일어난김에 씻어야겠다는 생각에 속옷과 옷가지를 챙겨 샤워 준비를했다. 이삿짐을 옮기는 소리는 아까보다 더 커진 느낌이 들었지만 기분탓인가 하고 대수롭지않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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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를 보며 깔깔거리니 벌써 오후 2시가 됬다. 학원이 시내쪽으로 나가야되서 금방 나갈채비를했다. 오늘 날씨가 쌀쌀하다던데, 춥다. 옷깃을 더 여미곤 신발을 신고 집안을 나섰다. 도어락을 푸니 옆집남자가 아침과는 사뭇다른 깔끔한 모습으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있었다. 남자는 입꼬리를 시원하게 올리며 안녕! 인사를했지만 그저 무미건조하게 고개를 꾸벅내리니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푸흐흐 웃는다. 왜 웃는지 도통 이유를 몰라 그냥 정면을 주시했다. 별안간 시끄러운 사람이 이사온것같다.
" 어디가? "
" 학원요 "
" 주말인데?! "
" 평일엔 야자해야죠 "
" 음, 그런가 요즘 얘들은 야자 잘 안한다던데 "
" 하는얘들은 쭉 해요 "
" 음... "
내 말에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리고 곧이어 엘레베이터가 도착했다. 서로 어색한 기류가 흘렀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데 따가운 시선이 느껴서 훽 돌아보니 나를 보고있었던 남자는 좀 놀란듯 큰 두눈을 파르르떨며 벙찐표정을 짓는다. 허우대는 멀쩡한데 하는 행동은 그냥 내친구들 같아 피식 웃어버렸다.
" 데려다줄까? 추운데 "
" 이사왔는데 여기 지리알아요? "
" 근처에서 온거야, 데려다줄께 "
" 뭐, 그럼 저야 감사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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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ㅏ아ㅏ 생각이안난드아아ㅏ아ㅏ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