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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뒷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버스의 흔들림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몸을 가누는 것도 지쳐갈때쯤,
한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고 사람들이 버스에 타기 시작했다.
내 옆자리가 비어있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주황빛이 도는 갈색머리에 눈썹이 보일듯 말듯한 일자 앞머리, 얇게 옆으로 찢어진 눈매, 묘한 분위기의 입꼬리.
왠지 모르게 나의 시선을 끄는 외모다.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시선이 가는 외모.
"나? 거의 다 왔어. 조금만 기다려"
친구와 통화를 하는 건지 입꼬리를 슬쩍슬쩍 올리며 전화하는 그에게 눈길이 간다.
그는 둔한건지 나에게 신경을 안쓰는 건지, 내가 그를 바라보고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통화를 마친 그의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 그 핸드폰이 너무도 탐이 난다.
핸드폰 가져가면 범죄지, 그건 도둑질이다 남우현..
아무리 스스로 범죄라고 생각하며 말려보지만 그의 전화번호가, 그의 이름이 궁금하다.
그가 패딩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는 걸 보았다. 패딩이 큰 편이라 내가 핸드폰을 가져가도 눈치채지 못하겠지.
슬쩍 손을 뻗어 핸드폰을 꺼내본다. 긴장하며 그의 옆모습을 보았다. 눈을 감고있다. 다행이군..
그의 핸드폰으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 번호를 알고, 카톡에 들어가 그의 이름을 안다. 성규, 김성규..
왠지 그에게 어울리는 이름인것같다. 김성규말고 다른 이름은 생각할 수도 없다.
이제 문제는 언제 핸드폰을 돌려놓느냐인데..이왕 이렇게 된거 착한척이나 해볼까?
"아, 내려야겠다."
김성규, 그가 내려야할 정거장인지 일어서서 뒷문앞에 선다.
나도 그를 따라 내릴 생각으로 그의 옆에 섰다.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않는 그가 왠지 야속하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나는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친구에게 연락하려는 건지 핸드폰을 찾는 그의 행동도,
핸드폰이 없자 당황하여 주변을 둘러보며 시무룩해지는 모습도. 모두 내눈에는 귀여워보인다.
성규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축 쳐졌다고 느꼈을때 난 그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가져갔다.
최대한 친절하고 다정해보이게, 더불어 지적여보이면 더 좋고. 라는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저기요"
친절하고 다정해보이려면 미소는 필수라고 생각하여 옅은 미소를 띄고 그를 바라보았다.
난 나의 미소가 어떤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지 잘 알고있다.
"네? 왜..그러세요?"
대답을 하면서 나를 훑어보는 그의 시선이 흥미롭다. 낯선이를 경계하면서도 반기는 듯한 느낌.
"이 핸드폰 그쪽 핸드폰 같아서 말입니다"
친절하고 다정한대다 예의까지바르면 정말 완벽하겠지.
평소 잘 쓰지도 않는 존댓말을 그를 위해 썼다. 존댓말은 역시 어색해..
내가 가져온 핸드폰이긴 하지만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핸드폰을 내밀었다.
자신의 것인지 유심히 보던 그가 제 핸드폰인걸 확인하고 환하게 밝아졌다. 축 쳐져있던 방금과는 다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나도 같이 따라 웃게 된다. 거 참 묘한 인간이네.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정말로. 답례해야할거같은데..어떻게.."
"답례요? 아, 지금은 좀 그렇고말입니다"
감사인사와 함께 답례를 하고싶다는 성규. 그런 그를 조금 놀려보고싶다. 어떡해, 내 성격이 이런걸.
나는 미소 짓고 있던 얼굴을 지우고 살짝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곤란한듯 손목에 찬 손목시계와 성규를 번갈아 바라보다 난감한듯 웃어보였다.
"핸드폰에 제 번호 저장되어있으니 연락 주세요 성규씨."
왠지 모르게 안절부절 못하는 성규를 보며 초등학교때 동생 달래듯한 말투로 말했다.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는 그가 너무도 귀엽다. 아 확 먹어버려..
"제 이름은 어떻게.."
이름 어떻게 알았는 지 알려주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간다. 그건 안될 일이다. 절대로.
그건 비밀이라며 온갖 폼을 다 잡고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일부러 애타라고, 난 그게 재미있으니까.
몇 발자국을 걷고나서 다시 성규에게로 돌아갔다. 아직까지도 멍하니 날 보는 그에 절로 웃음이 난다.
정말 진심으로 웃음이 난다.
"아, 제 이름은 남우현입니다. 기억해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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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저번편을 보신 분만 이해하실수 있을거에요!!
댓글조으다 눈팅 시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