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아..니가 어떻게?"
놀란 태일의 눈이 동그래진다
달려왔는지 거친숨을 몰아쉬면서 말한다
"약...약 먹으러 왔어요"
말도 안되는 핑계지만 그러려고 왔어요
보고싶어서온건 아니에요
태일은 숨을 헐떡거리는 지훈을 바라봤다
무척 흐트러져있는 모습이였지만 누구보다도 반갑게 느껴졌다
"언제는 안먹겠다며"
좋으면서 말이 삐뚤게 나갔다 이것은 태일의 고질병이었다
그런 태일을 보며 문에 살짝 기댄 지훈이 웃었다
"그거 내꺼 아니에요?"
알면서도 묻는 지훈이 야속했다
"내꺼야 내가 먹을꺼야"
말도 안되는 태일의 고집에 지훈은 자꾸 웃음이 나왔다
아까부터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순간 자기의 행동이 무척 유치하다고 느낀 태일은 자괴감에 빠졌다
"아직도 아픈거야?"
"응 나 아파 아직"
"여기 물있어 약먹어 얼른"
물을 건넸다 그래도 아까보다 나아보이는 안색에
태일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형"
"응?"
"먹여줘요"
태일은 참새새끼마냥 입을 벌리고 있는 지훈을 남감하게봤다
"먹여달라고?"
"입으로라면 더 좋은데"
능글능글한 지훈의 말에 태일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나도 약먹어야 돼 바빠"
눈에띄게 허둥대는 태일이 귀여웠다
"무슨약이요?"
"두통약"
지훈은 한쪽면에 수북히 쌓여있는 두통약과 수면제를 보았다
"그런거 많이 먹으면 몸에 안좋은데.."
지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괜찮아 나 튼튼하잖아"
"내가 먹여줄까요?"
아까부터 놀리는듯한 지훈의 말투에 태일의 입이 삐쭉나왔다
"나 혼자 먹을수있어"
"형"
"왜"
아까부터 왜 자꾸 불러대
"열있는것같아요"
지훈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마라도 짚어주겠거니 생각하던 태일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여기를 눌러주면 두통에 좋대요"
하고 태일의 관자놀이에 자신의 입술을 꾹 찍어 누른다
놀란 태일이 자신을 바라보자 지훈은 천천히 입을뗐다
"왜 거짓말했어요?"
"응?"
"동생이라면서요"
아..들켰구나 권이가 말한것이 분명했다
"지금부터 내말 잘들어요 쉽게말하는것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에요"
진지한 지훈의 표정에 태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좋아해요"
방안에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태일이 놀라기 바쁘게 지훈이 말을 이어나갔다
"뭐라고 생각할지모르겠지만, 우리 만난지도 얼마되지않았지만
오늘 하루 내내 속이 뒤집어졌어요 사실 나 아픈거아니에요
유치해 보일지 몰라도 당신이 나를 걱정해주는게 좋았어요
그여자가 싫었어요 객관적으로보면 진짜 내 이상형이었거든요
가슴도 크고.. 나 지금 무슨 말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확실한거는 약먹으러 온거아니에요 보고싶어서 왔어요"
횡설수설하고 두서없는 지훈의 말이 끝나고
지훈의 손이 태일의 얼굴을 감쌌다
"키스해도되요?"
태일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지훈은 입술을 부딪쳐왔다
서로의혀가 엉키고 태일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걸 느낀 지훈은 살풋 웃었고 눈을 떠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감은 두눈이 어찌나 이쁜지 지훈은 태일의 눈을 어루만졌다
한참을 물고빨고 하던 둘은 태일의 호흡곤란 증세때문에 아쉽게도 떨어졌다
"하..하아.."
"숨차요?"
더운듯 이마에 땀까지 맺혔다
호흡이 흐트러진 태일을 보며 지훈은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말하면 부담스럽겠지?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지훈의 입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걸렸다
숨을 몰아쉬던 태일의 입에도 웃음이 번진다
"좋아해요"
행여나 잊어버릴까 다시 한번 말했다
잊을수없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