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해서 일곱명이 다 모였다
"누구랑 문자해?"
"있어"
"오 여잔가보네 저번에 그여자?"
"아니야"
애들있는데 못하는 소리가 없어
여자라는 말에 지훈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나는 그래도 다리가 굵으면 싫던데"
"실없는 소리한다 자꾸 쓸데없는 소리하면"
"하면?"
"혼낼꺼야"
"퍽이나"
오히려 귀엽다는듯 콧방귀를 뀐다
맏형의 위엄이라곤 찾아볼수가 없다
"너 자꾸 까불래? 부스안에 들어가기나해"
"네네 잘부탁드립니다"
지호가 부스안에 들어갔다
"지호가 어떻게 하는지 잘들봐봐 너희들한테 도움이 될꺼야"
이윽고 반주가 깔리고 지호의 목소리가 들린다
"수고했어"
"응 형도"
지호의 녹음이 끝났다
끝날때까지 다섯멤버중 한명도 자리를 뜨거나 말한마디 붙이지않았다
멋있을테지
"왜 멋있냐?"
저 입만 아니였으면 더 멋있었을텐데
"별로요"
"너한테 안물어봤어 임마"
역시 깐족대는 김유권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아..배고프네"
생각해보니까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안먹었다
"나도!! 나도 배고파 형"
"저도요"
여기저기서 배고프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뭐 좀 먹고 할까? 뭐 먹고 싶어?"
"사주시는거에요?"
조용하던 비범의 눈이 빛난다
"그래야지. 지호빼고"
"아 왜!!"
"잘버는 주제에 어디서 얻어먹으려고 안그래?"
"아 진짜 쪼잔해 근데 나 밖에 나가서 먹는건 안돼"
"아...시켜먹을까 그럼?"
순간 실망한 표정들을 본 태일은 고민에 빠졌다
어쩌지..나갔다가 깔려죽긴 싫은데
괜히 지호가 미워졌다
"요 앞에 잘하는 초밥집이 있는데 근데 거기는 배달안돼"
"그럼 가서 가져와야겠네요"
"그렇지 너 똘똘하네"
지호에게 칭찬받은 지훈의 얼굴이 또 빨개졌다
"그런건 막내가 해야되지 않아요?"
"아 왜요 형!!"
요새 막내 부려먹기에 맛들린 박경이 얄밉게 웃었다
"그래 그런건 막내가 해야지"
지호의 말에 어쩔수없다는듯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위치가 어디라고요?"
"바로나가서 사거리 쪽으로 가면 보일꺼야"
"아 진짜 맨날 나만시켜"
투덜거리면서도 형들 말은 잘 듣는 지훈이였다
"다녀올께요"
"지갑가져가야지"
"예?"
엉겁결에 지호에게 떠밀린 태일이 일어났다
"나?"
"그럼 형이지 형 없으면 계산은 누가해"
"아 맞다 그래 다녀올께 지훈아 가자"
"다녀오세요! 형 이것 좀."
문을 닫으니 더 시끄러워 진다
으 시끄러워
"아 맞다 렌즈 안가져왔어"
시력이 지독히 나쁜 태일으로써는 렌즈는 필수품이었다
"시력이 그렇게 안좋아?"
"응 쫌 근데 너 왜 반말이야"
"뭐 어때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것도 아닌데"
그러면서 은근슬쩍 존댓말을 한다
"우리 일곱살 차이거든?"
"우리 키차이만 하겠어요"
실실웃는 지훈이 태일은 밉지않았다
"그래 너 마음대로 해라"
상관없다는듯 걸음을 빨리했다
총총 걸어가는 태일을 보고 지훈은 빙그레 웃었다
"너 왜 웃어"
"원래 잘웃어요"
"따라하기는"
날씨가 꽤 풀렸다고 생각했던게 잘못이었다
아직 바람은 매서웠다
"으 추워"
"얇게 입고다니니까 춥잖아요"
"너는 두껍게 입어서 곰같아"
"감사합니다"
둘 사이에 첫만남에선 찾아볼수없었던 묘한 기류가 흘렀고
태일을 바라보던 지훈의 눈이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너를 처음봤을때 진짜 좋았어"
"뭐가요?"
"그냥 다"
그리곤 웃어버린다
내가 좋다? 어떤 의미로?
자꾸 두리뭉실 말하는 태일때문에 지훈의 눈썹이 또 올라갔다
"뭐 저도 형이 여자였으면 괜찮았을것같기도해요"
이 발언에 당황한건 태일이였다
"여자?"
"네 형은 키도작고 하얗고 또 어떤면에서는 멋있어요"
그리고 귀여워요
마지막말을 일부로 뺀건 태일을 위한 배려였다
그 순간 지훈의 얼굴에 손을가져갔다
팀에서 형들에게 싸대기를 맞고있는 막내 지훈은
날렵하게 그 손을 피했다
"가만히 좀 있어봐"
"왜요"
"여기 뭐 묻었어 지지"
지지란 말에 웃음이 터지려했지만 애써 참았다
태일은 지훈의 입주면은 탁탁 털어주고는 그의 얼굴을 봤다
시원시원한 생김생김이 마음에 드는지 입이 귀에 걸린다
"아까부터 왜 자꾸 웃어요 내 얼굴이 재밌어요?"
"응 상당히"
그리곤 또 웃음을 터트린다
대답이 마음에 들지않았는지 지훈의 입이 삐죽나왔다
이럴때면 형들이 등치값 좀 하라며 핀잔을 주지만
태일의 눈에는 그저 귀엽게만 보인다
태일은 계속 지훈의 눈을 바라보았고 지훈은 애써 그 눈길을 피하지않았다
"너 꽤 멋있게 생겼다"
사실 전부터 느끼고있었다
입에발린말일진 몰라도 지훈은 기분이 좋아졌다
오랫동안 서로를 마주보다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태일의 얼굴이 너무 잘 보였다
하얀피부에 웃을때마다 예쁘게 접히는 눈 귀여운 콧망울 앙증맞은 작은 입술까지
"키스하고 싶어요"
"응?"
그말은 지훈의 입에서 나온 것이였다
"아 안한지 너무 오래됬어요"
거짓말
놀란 태일의 표정을 보고 그제야 자신이 실수했다는걸 깨달았다
하지만 남자끼리 뭐 이정도쯤은 말할수있는것이 아닌가
그생각을 태일의 입술을 보고 한것이 문제지만
"하..하긴 너가 그런거 밝힐것같이 생기긴했어"
당황해서 아무말이나 뱉어버렸다 기분 나쁘려나?
슬슬 눈치를 봤지만 그런기색은 전혀 없어보인다
"그래도 나름 순정파에요 어! 저기 맞죠?"
"응 그런것같네"
지호가 말한 초밥집이 보였다
태일은 콩닥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지훈이 그런 말을 했을때 태일은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것같아 뒤늦게 얼굴에 열이 올랐다
"여기 초밥 칠인분 주세요"
"아니 십인분주세요"
"왜요?"
"우지호 많이 먹어"
♪♬)난리 난리 난리나
지훈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들고나가는 지훈을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초밥 나왔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지훈에게 보였던것은 관심이었고
누구보다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태일은 알고있었다
자신이 지훈에게 호감이 있다는것을
고개를 저었다 남자라니
남자를 아예 만나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것도 아니였다
"어? 초밥 나왔네요 안가요?"
지훈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놓칠수없는 사람이다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가야지 가자"
"근데 가는길에 아이스크림 사주면 안돼요?"
"가는길에 먹고갈까?"
"네!!"
그렇게도 좋을까
집에 오는길 내내 태일은 생각했다
자신이 지훈에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든
절대로 지훈을 놓쳐서는 안된다
태일은 떠오르는 한사람의 기억을 애써 지우고 지훈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