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Fragment-->
〈!--StartFragm
야한 남자
( 02 : 너만 모르고 있던거지 )
W.310
..하...하아- 정국아..
그의 품에 안긴채 옅은 신음을 내뱉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정국이다.
“더워,나 너무 더워 정국아”
“..조금만 조금만 참자"
내가 너때문에 더운걸 다 참는다. 근데.. 뭐 이런 뜨거움이라면 백번이고 더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다. 알 도리가 없다고 하는게 맞는건가. 너의 방에는 그 흔한 시계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네 침대 옆에 있는 협탁위에 있는 내 핸드폰에 손을 뻗기엔 너가 날 놔줄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니가 내 시간을 빼앗아간지 오래니까.
-
“우리 정국이 요리가 늘었네”
“내가 딱히 못하는 게 없긴하지”
“누나한테 장가와, 평생 밥 좀 해줘”
“지금 그거 같이 살자는거냐”
“밥 해달라했지 같이 살자곤 안했는데”
“야 장가가는게 같이 사는거지”
“진짜 같이 살 것도 아닌데 왜이렇게 과민반응이야”
“...”
전정국이 해준 밥을 다 먹고 다시 또 나는 소파에, 전정국은 거실 바닥에 누워있다.
‘선물사러 가야하는데..’
전정국이 우리집에 있으면 몰래 살 수가 없잖아.
“야 전정국”
“어, 왜”
“너 집 안가냐”
“나? 나 오늘 자고 갈건데?”
“....”
언제 약속이라도 해놨다는 듯이 우리집에서 자고 갈거라는 전정국이다. 그대의 당당함 닮고싶네요.
“멀쩡한 너희 집 놔두고 왜 우리집에서 자”
“너희 집이 시원하다니까”
“나 약속있어, 나가야 돼. 집에 있든지”
“니가 무슨 이 더운날에 약속이 있어. 뻥 치지마라”
“...있다고. 쨌든 있던지 집에 가던지”
내가 나갔다와도 전정국은 분명히 우리집에 있을거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 침대위에 있겠지. 한번 잠들었다간 세상 모르고 자는 애니까.
전정국에게 니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던져놓곤 나갈 채비를 한다.
‘...더우니까’
더우니까 입는거지 절대로 입고싶어서 입는게 아니다.
“갔다올게”
“너 설마 그러고 가냐?”
“내가 뭐 어떻다고 그러냐”
“...그거 몰라서 묻냐? 치마.”
“그니까 치마 뭐”
“..아 너무 짧잖아”
“바지 더워”
“...일찍 들어와”
그렇게 전정국이랑 실랑이아닌 실랑이를 벌이고 나혼자 번화가에 나왔다. 나오긴 했는데.. 생일이 내일 모레니까 빨리 사야되겠다는 마음에 뭘 사줄지 고민도 안하고 무턱대고 나온 나다.
“아, 생각 좀 하고 나올껄”
아, 카페. 그래 카페에서 고민 좀 하다 나오면 되겠다. 싶어 들어간 카페다.
음료를 받고 자리에 앉아 창 밖에 많은 사람들 구경을 하고 있었다. ‘시원하니 좋네’근데..
그냥 조금 더울껄 그랬다,
“...”
“번호 좀 알려주세요, 저 이상한 놈 아닌데”
“..싫은데요”
“그니까 왜 싫은데요?”
“아 저 남자친구 있어요. 됐어요?"
“에이- 그럼 진작에 거절했어야지, 거짓말이죠?”
“남자친구 있다구ㅇ..”
“미안해 내가 늦었지 자기야”
“..어,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나 심심했는데”
“..."
“그쪽은 누구? 안 가실겁니까?”
“..갈겁니다”
김태형 덕분에 살았다. 아, 김태형이 누구냐면 내가 전정국과 평소와 다르지않은 학창시절을 보낼 때 우리반에 전학온 애다. 아직도 간간히 연락은 하지만 전정국이 왜 김태형을 그렇게 싫어하는지 내 핸드폰을 가져가 자기 손으로 차단까지 했다. 나는 전정국이 김태형을 차단했다는 걸 까먹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고. 우연찮게 만난 지금은 연락 끊긴지 한 세 달은 된거같다.
“고맙다. 더럽게 안가서 짜증났는데”
“고맙지? 연락도 안 받고 난 너 유학이라도 간 줄 알았어”
“..아 연락, 미안해”
“ㅋㅋㅋ괜찮아, 이렇게 오랜만에 얼굴 보니까 좋네”
‘아 나 선물 사야되는데’
김태형과 마주보고 앉아 짧은 대화를 나눴을까 김태형 손목을 두르고 있는 시계를 보니 이미 내가 집에서 나온지 1시간이나 지나있었다.
“나 살 게 있어서 가봐야 되는데”
“뭐 사야되는데? 오랜만에 봤는데 얘기 더하자. 같이 갈래”
“...”
“나 안목 좋아-”
“..그러던지”
전정국도 남자니까. 남자가 갖고 싶은건 김태형이 더 잘 알겠지 싶어 같이 카페에서 나와 번화가를 걷고 있는 중이다.
“뭐 사는 건데?”
“전정국 생일선물”
“전정국? 아직도 연락해?”
연락이 끊겼던 적이, 아니 그냥 얼굴을 하루라도 안 본적이 없는 애다. 전정국은.
“뭐 어쩌다보니”
“그렇구나- 생일선물까지 챙길 정도면 만나기도 하나보네”
얘는 또 왜이렇게 전정국을 잡고 늘어지는지. 당연하지 전정국이랑 나는 불알친구니까.
“그것도 어쩌다보니”
“...”
“남자들은 생일선물로 뭐 받고싶어해?”
“...”
“야, 김태형”
“어? 아 남자들은.. 향수 좋아할껄?”
“그래?”
남자들은 향수를 좋아한다는 김태형의 말에 향수가게로 들어간 우리다.
‘무슨 향을 사줘야 되지...’
향에 예민한 전정국에게 나는 한번도 땀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다. 학창시절 운동장을 누비느라 머리가 땀에 젖어 이마에 조금 달라붙었어도, 지각까지 10분밖에 남지않아 내 손목을 잡고 뛰어 겨우 교실에 도착했을때도. 전정국에게 눈살이 찌뿌려지는 냄새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
아, 진짜 덥다. 여름엔 체육이란 과목이 제발 없어지길 원한다. 더워죽겠는데 무슨 야외수업이야.. 그냥 교실에서 자습이나 시켜주지.
하는 마음이 굴뚝같고, 목까지 차올랐지만 입 밖으로 꺼낼순 없는 노릇이다. 이 말을 했다간 체육이 날 가만두지 않을테니까. 그렇게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을까 들리는 종소리에 누구보다 빠르게 교실로 들어온 나다.
“전정국 넌 진짜 신기해”
“뭐가”
“너 지금 완전 땀에 쩔었는데”
“나한테 땀냄새나냐?”
“아니. 좋은 냄새나, 셔츠에서 나는건가-”
킁킁- 전정국 어깨부근에 내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옷에서도 미미하게 좋은 향기가 느껴지긴 하지만 ‘옷에서 나는 건 아닌거 같은데...’
“..아 뭐하냐, 우리집 구름이도 안그러는데”
“어디서 나는거지. 니 옷에서 그냥 옷냄새남”
“옷에서 옷냄새가 나지 그럼 무슨 냄새가 나냐”
“...”
응? 안그러냐. 당연한 얘길하고 있네 김탄소.
.
.
.
그랬던 적이 벌써 3년이나 지났다. 21살인 지금도 전정국에게 나는 좋은 냄새의 이유는 찾지 못했고.
“김탄소,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그냥 뭐..”
“이거 괜찮은거 같은데”
“이거?”
“응”
전정국에게는 무슨향이 어울릴까 싶어 고민하다가 빠진 18살의 추억을 잠시 떠올렸을까 김태형이 괜찮지않냐며 고른 향수를 맡아본다.
“오, 이거 괜찮네. 나도 쓰고 싶다”
“이거 여자분한테도 잘 나가요-”
“그래요?”
이거 두개 주세요. 아, 한개는 포장 부탁드릴게요.
-
“고마워 너 덕분에 빨리 골랐다”
“내가 안목이 있다니까-”
“ㅋㅋ그러네, 나 갈게 너도 잘가”
“잠시만”
뒤돌아 가려는 내 손목을 잡아 멈춰세운 김태형이다.
“저녁도 같이 안먹는데 데려다주는 거라도 허락해줘라”
“..뭐 그러던지”
집 안까지 들어가려는 것도 아니고 집 앞인데 뭐 어때, 전정국이 아주 만약에 나와있지만 않는다면.
-
“오늘 고마워, 너도 집 조심히 가”
“그래”
“뭐냐”
“..어? 전정국?”
“너가 왜 김탄소를 데려다줘”
“우연찮ㄱ..”
“너 약속있다더니 김태형 만난거야?”
“그냥 카페들어갔다가 우연히”
“아 그래?”
“어, 김태형 이제 가도 돼. 집 다왔어”
“전정국 너도 여기 살아?”
“아니? 김탄소 집이라고 방금 들었잖아”
“...”
뭐하는 거야 둘이.. 그렇게 나만 알 수 없는 얘기를 둘이 나누다 전정국의 한마디에 둘의 대화는 끝이 났고 다시 우리집으로 올라온 우리 둘이다.
.
.
.
“근데 너 왜 나와있었어?”
“너 하도 안오길래 그냥, 야”
“응?”
“...이거 무슨 냄새야”
“뭐? 뭐가”
“너한테 나는 냄새 누구꺼냐고”
“..."
아 맞다. 나 아까 향수뿌렸지, 역시 전정국이네.
그렇다고 이게 무슨 냄새냐 묻는 정국에게 생일선물 사러간거라며 말할 수는 없지않은가.
뭐든 기대도 안하고 있다가 받는게 더 좋은거니까-
“이거 무슨 냄새냐고”
“..어”
“...짜증나”
응? 뭐가 짜증난다는 거야 대체. 아까부터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만 하는 전정국이다. 짜증난다는 말을 하고는 내 방으로 들어간다.
‘아니 근데 왜 내방으로 가’
“..야 전정국”
“...”
“전정국- 대답 안해?”
“...”
“정국아- 나랑 말 안할거야?”
“..그건 아니지”
..허, 기가 차 나오는 헛웃음이다. 뭐.. 조금 귀여운거 같기도 하고.
“너 왜 삐친건데, 김태형봐서 그래?”
“...”
네게서 나는 낯선 향기때문에 잠시 김태형을 잊고 있었다. 김태형한테 나는 향은 아니였던거 같은데 말이야.
“그러게. 너 왜 김태형이 집을 데려다줘, 차라리 나한테 전화하던가 하지”
“너 잘 줄 알았지, 그리고 아직 밝은데 뭐 어때”
“...”
마음만 먹으면 밝던 어둡던, 아침이던 새벽이건 중요하지않단 말이다. 아직도 남자를 그렇게 모를까, 너는.
모르겠지 아마 너는, 그니까 지금 내가 힘든것도 모르고
“..김탄소”
-----------
♥ 감사한 암호닉 ♥
노츄 님 / 피치 님 / 꾸꿍 님 / 꾹스 님 / 김태형여사친 님 / 난나누우 님 / 국숭 님 / 내가그렇지민 님 / 봉석김 님
너무 늦게 돌아와서 죄송합니다ㅠㅁㅠ 글 올리려고 했는데 가족여행을 가게되서 거의 한달 만에 봽네요. 이제 놀러가지 않겠슴다..ㅎㅎ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내일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EndFrag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