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남자
( 05 : 이제 )
w.310
'..."
나쁘지 않네, 혼자 보는 겨울밤의 바다도.
"..."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켠다. 여전히 너한테서 온 연락은 없었고,
예전엔 내가 아니라 너가 여기 앉아 있었던 적이 있다. 20년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연락을 주고받던 너와 나였는데 그런 네 쪽에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린 날.
너와 내가 친구한 이후로 그런 적은 처음이었기에 너가 제 전화를 안 받는다는 화보다는 걱정이 앞선 날이기도 했지.
-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뭐하는거야 대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오늘은 너희 부모님께서 결혼기념일이시라며 너를 두고 여행을 가신 날이라 너 혼자서 3일을 보내야되는 그런 겨울방학이다.
근데 여자애 혼자 전화도 안받고 하루종일 코빼기도 안보여주고. 아마 내 걱정의 8할은 너 김탄소 일 때문일거다.
그렇게 너와 연락이 안닿은지 하루를 꼬박 채우기 40분 전에 너에게 전화가 왔다.
"어- 전정국, 전화했었네"
"전화했었네? 지금 너.."
"그러게 너 왜이렇게 전화를 많이 했어!"
"너 뭐하는거야 지금. 하루종일 전화도 안되고"
"우리 정국이 누나 보고싶었어?"
"..장난할 기분 아니야, 너 지금 어딘데"
"..뭘 또 화를 내고 그러냐"
"그니까 너 어디냐고 지금"
"정동진..."
"..정동진?"
내가 방금 무슨 말은 들은건지 싶네. 하루종일 전화도 안받고 문자 답장 안 온건 당연한거고, 그 작은 점 하나도 안 보내 줬으면서 지금 자기 혼자 정동진이라는 말이..
"...그니까, 혼자 겨울 바다 보러 정동진까지 갔다?"
"응! 전정국 미안해- 엄마아빠 없을때가 기회니까.."
"..너도 참 진짜,"
사람 걱정은 다 시키고 아주 맘편히 아침 점심 저녁까지 다 챙겨먹고 사진까지 찍었다. 이 말이지 지금,
...밥 챙겨먹은건 잘했는데 그래도 말도 없이 간건 너 진짜 혼나야 돼.
"미안해 정국아- 다음엔 같이 오자"
"그건 당연한 거고"
"나 이제 자려고 누웠어! 전화했으니까 걱정말고 잘자 우리 정국이"
"...언제 올건데"
"오늘 새벽 기차타고 바로 갈거야!"
"출발할 때 연락해"
"됐어- 자는애 깨울일 있냐"
"자는애 깨워도 되니까 연락하라고"
"..알았다 알았어, 나 진짜 잔다 끊어-"
.
.
.
역시 김탄소 말 하나 틀린거 없다. 너 없이 혼자 찬 모래 위에 앉아 보는 겨울 바다도 꽤 나쁘지 않다.
"겨울이라고 밤도 더럽게 기네, 길긴"
아까 분명 숙소에서 나올 때 본 시간은 모두 잠들고 달이 더욱 차게 식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는데 이제야 달빛이 서슬퍼런 푸른빛을 내뿜고 있다.
밤이 왜이렇게 기냐 탄소야.
아무리 겨울이라고 해도 말이야 이건 너무 길잖아,
니가 내 곁에 없어서일까 오늘따라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겨울의 밤이다. 낮에는 그래도 그냥 아 겨울이긴 하네- 이 정도였는데 밤이 되니 겉옷을 수시로 여며도 틈새로 들어오는 차가운 겨울 바람에 속수무책이다.
그렇게 한참을 더 보고 있었을까 저 멀리서 해가 뜨는거 같다. 아까와는 또다른 푸른 하늘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벌써 해 떴네"
이상하게 밤이 짧게 느껴지기도 하고. 밤을 새워 찬 겨울 바다를 보고 있던 한 줄 소감은 '너와 함께 하지못해 추운 짧은 밤이었다.' 이렇게 정리하면 될 거 같다.
-"
"내가 너한테 해준게 많았으면 좋겠어. 너가 이 목걸이 볼 때마다 너도 모르게 내 생각나게"
"..."
"다른 남자 향수 냄새 나는 것도 싫어. 내가 너 좋아한다고"
"...전정국"
"...김탄소, 지금 말은 알아들었을거 같은데"
"..."
"..."
"...미안해"
너는 내게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아마도 거절이겠지, '전정국 너랑은 이제 친구 못하겠어' 뭐 이런 뜻이겠지 지금 너의 말은.
"..."
"미안해 정국아"
미안하다는 너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꺼내도 지금 너와 나의 사이의 간격을 좁혀줄 수 없을 거 같아서. 그런 나에게 너는 다시한번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곤 등을 보였다.
너가 너의 집을 향해 곧장 뛰어가보였다. 너의 왼손엔 나에게 줄 것 같았던 작은 쇼핑백을 꼭 쥔 채. 그렇게 너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니가 내게 제 등을 보이곤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질때까지 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
괜히 너에게 솔직해보였다. 그냥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너에 대한 마음을 꾹꾹-눌러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낄 정도로 눌러담아 숨겨놓을 껄 그랬다. 이렇게 너와 그 흔한 친구도 못하게 될 바엔.
-
목걸이를 보고 내 생각이 나 샀다며 내 목에 채워준 이 반짝거리는 예쁜 목걸이가 지금 내게 천근처럼 느껴진다.
네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고백의 무게일까,
좀 걷자는 너의 말에 그저 집 앞 공원을 걷던 중이었다. 나도 나름 여잔데 눈치가 있지 평소완 묘하게 다른 너의 모습에 나또한 괜시리 긴장이 됐던것은 너에게 비밀이다.
내 촉이 오늘만큼은 비껴가길 나도 모르게 바라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갑작스레 너에게 들은 고백에 긍정의 대답은 물론 생일축하한다는 말까지 못하고 온 나다.
"...."
미안하다. 너에게 당시의 내가 할 모든 말을 담고 있는 말이였다, 적어도 아까 전의 나에겐.
여태 너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다면 거짓말이겠지. 어쩌면 나는 너의 고백을 듣기 한참 전부터 알고있었다. 내가 자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나서야 제 집으로 향하는 정국이었으니까.
.
.
.
"..."
"..잘자네, 아무 것도 모르고"
"..."
'..모르고'
전정국 또 뭘 모른다는 거야...
잠귀가 그리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내 귀에 너의 말이 스쳐가듯 들렸다.
"좀 지치네"
"...이렇게 보고만 있는 것도"
잠에 옅게 젖은 나를 네가 안아들어 어딘가에 놓아주는 느낌에 그 때 깨었을지 모른다.
딱히 잠든척하며 너의 속마음을 들으려던 건 아니고 그저 내 눈꺼풀이 무거웠을 뿐인데.. 들어선 안될 걸 들은 것 같다.
그게 작년 이맘때 쯤이였던 거 같은데. 내가 너의 맘을 알게 된지도 일년정도 되었구나, 너의 속마음을 듣고난 후에도 매일보는 얼굴에 사실 잊고 있었던거지만 너가 나를 아직까지도 좋아해줄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급하게 집으로 뛰어와 침대에 털썩 앉아버린 나다. 아직도 내 왼손엔 너에게 줄 쇼핑백을 쥔 채로.
"..."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너와 내 사이를,
침대에 걸터앉자 앞에 화장대거울이 보인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너의 흔적을 따라갔을지도.
네게 받은 목걸이의 팬던트를 만지작 거렸다.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걸까,
점이 되어 사라지는 너를 한참이나 보고있다가 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까 너의 집을 올때는 발걸음이 가벼웠던거 같은데 말이지,
"...."
집에 들어와 곧장 침대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 흰 천장을 바라보자니 네 생각이 더욱 간절하게 나를 감싸온다.
"보고싶다"
속도 없이, 제 앞에서 웃는 니가 또 보고 싶다.
오늘도 잠을 자긴 글렀다. 어제 새벽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미안하다며 내게서 멀어져간 너를 잡으려는 시도조차 하지못했다. 미안하다는 너의 말을 듣고는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간 듯 했으니까,
너에게 연락을 하지못한지 오늘이 지나면 꼬박 3일이 된다. 물론 나에게 너의 연락이 오지않은 것도.
보고싶어 죽겠는데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지 너와 끝이 되지않을까 고민하느라 너를 못 본 2일 동안 나는 꽤 많이 힘들었다. 눈을 감으면 계속 아른거리는 너의 얼굴에, 노래라도 듣자해서 귀에 넣은 이어폰에선 네 목소리가 흘러나왔으니까.
"..보고싶어 죽겠다 김탄소"
그렇게 너와의 연락없는 하루가 3일째로 넘어가기 약 40분전에 너에게 전화가 왔다.
'받긴 해야하는데, 받으면 무슨 말을 꺼내야되지"
"..여보세요"
"...정국아, 국아"
"...뭐야, 너 울어 김탄소?"
"지금.. 지금 나보러 와주면 안돼..?"
"...기다려"
금방 갈테니까.
무슨 일인데 그렇게 우는거야, 나와 연락이 없던 이틀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간만에 듣는 너의 어여쁜 목소리가 눈물에 흠뻑 젖어있을까.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너의 전화를 끊자마자 너의 집으로 곧장 뛰어갔다.
쿵쿵-
"김탄소 나야, 문열어"
"...정국아"
전화기 너머로 들렸던 너의 젖은 목소리가 장난은 아닌듯 대체 뭐가 너를 이렇게나 울게했는지 붉어진 네 눈가와 코 끝이 내가 너의 집에 도착하기 방금전까지도 그 큰 눈망울에서 맑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고 말해주고 있다.
"왜 그래 탄소야, 응? 왜 우는건데"
"..."
"무슨일인데 걱정되게 이렇게 우냐고 김탄소"
"..."
"..."
문을 열자 보이는 네 조금 야윈 모습에 놀란것도 잠시 내 허리를 제 두 팔로 끌어안아오는 너의 행동에 더욱 놀랐다.
"..국아"
"..."
...내가 많이 고민해봤어. 너랑 연락 안한 이틀동안.
하루도 니가 없이 지나간 내 하루는 존재하지않았다. 어쩌면 맞벌이이신 부모님보다 너와 함께했던 시간이 더 길수도 있겠다. 얼굴을 못 본 날이면 전화와 문자는 꼭 했으며 매일 나를 데려다주고 데릴러 오는 것은 물론 내가 집에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가던 너였으니까.
너와 연락이 끊긴지 하루가 되던 날 물이라도 마실까 싶어 연 냉장고 안엔 너가 장봐온 갖가지 음식과 재료들이 가득 채우고 있더라. 그에 물마시고 정신차리려던 내 바람은 깡그리 사라지고 되려 니 생각만 가득 내 안에 채우게 됐다. 별 다른 소득없이 돌아서 다시 누운 침대도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누워있던 너와 내 모습이 생각나 다시끔 침대헤드에 기대 앉아버렸고 네 생일인데 못봐서 미안하다고 전해주라는 엄마의 전화와 너가 좋다고 했던 노래인 내 벨소리에 네 생각은 더욱 짙게 나에게 배었다.
그런 탓에 나는 쉽게 잠을 잘 수도 냉장고를 열어 뭘 먹을 수도 티비를 켤 수도 없었다. 나에게 너의 의미를 찾는것이 3일째 되려는 오늘 나는 너에 대한 마음을 정리했다.
좋아하는구나. 내가 너를,
그것도 아주많이. 너가 없는 내 하루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만큼.
나의 마음에 대한 확신이 서자 나는 너에게 이틀의 어색함도 생각치않고 전활걸어 그저 너의 이름을 불렀다. 지금 나에게 와주면 안되겠냐는 말과 함께.
"..."
"..다 울었어?"
"응..."
"왜, 왜 운건데"
허리에 두 팔을 감고 제 가슴팍에 얼굴을 기대어 불규칙적인 숨소리를 뱉으며 아직도 작게 떠는 네 등을 천천히 쓸어주었다.
"...나 너 좋아해"
"..."
방금전까지도 울며 제 품에 안겨오는 너를 달래주고 있었을까 아직도 내 품에 파고들어 작게 웅얼거리는 네 목소리에 내가 잠시 잘못들었구나 싶었다.
"..뭐?"
"..나 너 좋아한다고...."
"..."
"정국아 잠깐ㅁ.."
내 품에 안겨 고개만 들어 나를 바라보며 좋아한다는 너의 말에 곧장 너의 아랫입술을 물었다. 너를 안아들어 네 방으로 향해 너의 침대의 너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잠시 너의 눈을 바라보았을까 다시끔 너와 나의 입술이 맞물려 방안에선 꽤나 젖은 너와 나의 숨 소리만 날 뿐이다.
너의 입술을 탐하는 나의 입술과 너의 혀를 감싸안는 내 혀는 멈추는 법을 모르는 채로 너의 머리칼을 넘겨주며 그 머리칼 사이에 내 손가락을 넣어 너의 머리를 쓰다듬는 나다. 나의 품에 안겨 불규칙적이고도 격양된 숨소리를 내뱉는 너가 조금은 걱정되어 중간중간 미안하다 달래는 말을 건넨다. 좋아해가 아닌 사랑한다는 말도 너의 귓가에 흘려보내주며, 그런 너의 허리를 단단히 잡아주는 나의 행동에도 너의 허리는 활처럼 휘어 중심을 못잡고 자꾸만 내 가슴에 쓰러지듯 안긴다.
"..하.. 정국아..."
"..하- 응 탄소야"
"....국아 나 더워, 너무 더워"
"..조금만, 조금만 참자"
너의 입은 덥다하지만 너의 몸은 나를 더욱 끌어안는다. 더운걸 싫어하는 너를 덥게하는게 미안하지만
"...야해 김탄소"
감당안되게.
너를 달래주듯 나의 손으로 너의 머리와 등허리를 쓸어주지만 미안하게도 그와는 반대되게 내 몸짓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계속해 신음을 흘리며 내 어깨를 제 두 손으로 잡고 내 움직임을 따라 움직이는 너의 행동이 꽤 맘에 들어 작게 조소를 띄운다. 멈추지 않는 나의 몸짓에 제 몸을 맡긴채 움직이는 너의 뒷 목과 허리를 감싸고 전보다 더 격하게 허리짓한다.
참지못하고 신음을 내는 너가 맘에 들어 다시한번 터져나오려는 너의 숨을 내 입술로 막아내었다. 갈구하는 듯이 서로의 입술을 탐하면서도 멈추지 않는 나의 행동에 너는 더이상은 버틸 수 없다싶어 힘을 빼고 그냥 내 품에 더욱 쓰러지듯 파고들어 내 귀에 나의 뜨거운 숨을 뱉는다. 그런 숨이 나를 자극하기엔 너무나도 충분하다.
...
얼마나 우리가 깊은 밤을 보냈을까 지났는지 가늠조차 되지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시간을 가져간지 오래며, 나는 너를 놓아줄 생각이 아직은 없으니까. 시간이 꼭 중요한가, 너와 내가 함께하는 밤은 어떤 계절이든 길텐데.
"..."
"..예뻐"
"..."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입술도 예뻐"
"...하지마"
"그래서 내가 너 좋아하나봐"
예뻐서.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예쁘고 나한테 안겨서 우는 건 더 예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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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화를 기대한다는 분들이 조금 계셨는데 허허헣 기대에 부응했는지 모르게써여- 그리고 오늘은 포인트가 두 배가 되어써요... 왜냐하면... 분량도 우리 여주님들한테 조금은 예쁨받을 수 있는 정도구, 무엇보다 헣 우리 여주님들이 원하는대로 이뤄졌으니까여!!!!! 워후!!!
오늘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을텐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게써여ㅎㅋ 그래도 예쁘게 봐주시라구여~♥
다음편부터는 이제 달달구리 할 것 같네요! 모두들 자고 계실텐데 저는 왜이렇게 잠이 안오는지 모르겠슴다. 지금은 오전 5시 23분이래요(소근소근)
벌써 1분이 또 갔슴다 허허 다들 계속 좋은 꿈 꾸시고 또 일요일이 되어버렸네요! 굿 일요일 보내고 한 주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랄게요^ㅁ^ 이만 뿅☆!
아, 맞아. 저 태어나서 초록글 처음 올라가봐여.. 감동 대잔치.. 풍악을 울려야 해여.. 저는 꽹과리할게여...♡
♥ 감사한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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