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남자
( 03 : 이제 좀 알겠네, 그치 )
W.310
"...예뻐"
그가 내 머리를 쓸어 넘겨준다. 두 시선은 둘의 사이 그 어디쯤 엉킨채로,
"..."
"..아 몰라"
부끄러운 마음에 이불을 끌어올려 제 얼굴을 가렸을까 니가 웃었는지 작게 네 소리가 들린다. 너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전과 다름없이 내 눈을 피하지않는다.
그덕에 나만 죽어날 뿐이고. '..아파'
달이 푸르게 식어 제 빛을 조금 내려놓았을 때, 그때 너는 나를 들어올렸다 제 무릎위로. 그렇게 한참을 서로에게 파고들었을까 우린 엉킨 실타래같았다. 이제 너와 나는 무슨 단어로 정의내려야 하나.
"얼굴 좀 보여주지 그래. 보고 싶은데, 응? 탄소야"
"..."
"자는거야?"
"..안 자"
"보자... 너 눈 부었어"
"..."
"부을만 했지, 그렇게 울었는데"
"하지마라.."
전정국 진짜..
다시끔 이불에 얼굴을 묻고 너의 대답에 웅얼거리며 답을 해주는 나를 너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실실 거리며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갑자기 휑해진 얼굴을 두 손바닥으로 가릴까해서 든 손을 곧 너의 손에 잡혀 너의 얼굴을 마주볼 수 밖에 없게 됐다.
"왜, 왜 나 안봐줘"
"...부끄럽다고"
부끄럽구나 우리 탄소가- 너는 왜 이렇게 귀엽고 그러냐. 아침부터.
쪽-
네 이마에 내 입술이 잠시 닿았다 떨어졌다. 아침부터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지 원,
-
"왜"
"..왜?"
"그니까 왜"
"왜냐는 말이 나오냐"
나도 남잔데, 탄소야.
"이번엔 뭐가 또 문제야"
"넌.. 아무데서나 옷 갈아입고 그러냐"
김태형얘기에 그제서야 이불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나를 봐주던 전정국이 급하게 고개를 다시 이불에 묻고는 웅얼거린다.
"처음도 아닌데 뭘 그래"
"..."
그땐 내가 너한테 아무런 마음도 없을때고, 지금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안그래?
"지금은 아니지"
"뭐가 지금은 아닌데?"
그렇게 위험한 행동은 자기가 다 해놓고 아무렇지않게 침대에 앉아있는 내 앞에 따라 앉아 눈을 가리고 있던 이불을 제 손으로 잡아 끌어내린다.
"정국아 지금은 뭐가 아니라는 거야?"
"..."
내가 미쳤지, 미친게 분명한지 좀 되긴 했는데..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됐어 임마-"
"아..! 잠시만 아 전정국! 너 무겁다고-"
마주보고 앉아있던 우리가 어느새 한 침대위에 누워있다. 나는 전정국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채로, 전정국을 내 머리위에 자신의 턱을 댄 채 다리를 올려 내 다리위에 감은채.
누가 보면 퍽 다정한 연인으로 오해하기 쉽상이겠다.
"아..진짜 뭐하냐고 너어"
"오늘따라 왜이렇게 애교가 많을까"
매일 좀 부려보지. 아 그건 나한테 손해이려나,
"뭔 개소리야"
"씁- 예쁜말해야지 풀어줄건데"
"...내가 무슨 애냐 어?"
"어- 너 애맞아. 지금 낮잠 잘 시간"
"..."
할말을 잃었다. 정말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보이는 전정국에 더이상의 반항은 그저 내 힘만 빠지겠다 싶어 잠자코 너에게 안겨있는다.
불편하게 놓여있던 내 두 손을 너의 허리를 감아 숨통을 틔워준다.
"..나 진짜 잔다. 이따 깨워줘"
"알았어"
이래야 김탄소지.
놓아달라고 칭얼거리던 여자는 어디가고 아이처럼 색색-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뱉으며 잠들어 무슨 꿈을 꾸는지 입술을 오물거리기도 한다.
"..."
"..잘자네"
예쁘네, 자는 것도 예쁘면 어떡하냐.
뜬 눈도 초롱초롱하니 예쁜데 감은 너의 두 눈은 그 나름대로 또 예쁘다. 작고 오똑하게 있는 코도 예쁘고 진한 립스틱을 바르지않아도 원체 붉은기가 도는 네 입술은 더할나위없이 예쁘다. 자신은 콤플렉스라며 틱틱대던 옅은 분홍빛 볼도 귀엽고, 귀걸이를 하고싶다면서 아플까봐 뚫지 못하겠다며 나에게 글썽거리며 손을 잡아달라해 겨우 뚫은 귀에 작게 반짝이는 작년 네 생일 때 내가 사준 귀걸이도 예쁘고.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귀걸이를 하고 있는 네 귀가 예쁘고 잃어버리지않고 자주 하고 다니는 니가 예쁜거다.
"..."
"..뭐야... 아 전정국 깨워달라니까.."
지가 자고 있네,
나를 감싸 안은 제 두 손을 풀지 않은채 양심은 있는지 다리는 내리고 잠이든 전정국이다. 내가 전정국을 이렇게 가까이 보고있던 때가 분명 있었던거 같은데 '너무 오래되서 기억도 안나네'
잠든 너를 이렇게 자세하게 찬찬히 내 눈으로 쓸어준 적은 없는거 같은데 새롭다. 이렇게 보니까.
잠든 너를 보고 있자니 괜시리 이상한 마음이 든다. 작은 별들이 마음속에서 이리저리에서 반짝이는거 같은 느낌이랄까-
'...'
뭘까 이 기분이. 여자만큼이나 긴 속눈썹, 크고 아주 높게 자리한 코, 얇지도 두껍지도 않게 적당히 도톰한 입술.
"예쁘네"
아, 나도 모르게 크게 얘기해버렸다. 그래봤자 평소 말의 크기보단 분명 작은 소리였지만 둘밖에 없는 아니 잠든 사람 얼굴에 대고 얘기했는데 안깰리가 없지.
"..깼어?"
"응.. 넌 언제 깬거야"
"나도 방금"
"...아, 몇 시야?"
그러게 몇 시지..
네 얼굴을 보고 있느라 시간을 확인할 생각을 하지못했다. 네 등 뒤에 놓여있는 너의 핸드폰을 잡기위해 너의 손을 내 어깨에서 내린 뒤 너의 쪽으로 조금 더 기대 팔을 뻗어너의 등 뒤의 침대 위를 더듬거린다.
"...뭐하는거야"
"너 뒤에 핸드폰있잖아"
"..."
"아, 여깄다. 헐 지금 9시 넘었어"
낮잠을 대체 얼마나 잔거야.. 이따 다시 잠들긴 글렀다.
낮잠을 잔건 정국도 마찬가지니 같이 밤을 새게되겠지, 같이 오지 않는 잠을 부르며.
"배고파"
"..."
"우리 치킨 시켜먹자!"
"..그러던지"
치킨을 시켜먹자며 내 품에서 나간 너를 보자니 너가 채우고 있던 너와 내 사이의 틈에 찬 밤공기가 들어차는 듯 하다.
.
.
.
"감사합니다-"
"정국아 우리 영화도 보자"
"뭐 보고싶은거 있어?"
"나.. 무서운거!"
"잠 안자려고 아주 작정을 했지"
"혼자 있으면 진짜 무서워서 못본단 말이야. 너있을때 봐야지"
"..."
..뭐 나야 좋긴한데,
아까부터 네 말이 왜이렇게 헷갈리게 들릴까. 서로가 옷갈아입는 것을 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이이며, 무서운걸 본다는 이유로 내 옆에 딱 붙어 가끔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땐 내 오른 팔뚝에 고개를 묻은채 도리질 하는 너. 그런 너를 내칠 생각이 전혀 없는 나.
'...김탄소 우리 무슨 사이냐'
"무슨 생각해 전정국-"
"...아니야"
"나 이거 보고싶었어"
니가 고른 영화는 다름아닌 무섭다고 별점을 5개나 받은 영화다.
"너 이거 진짜 볼 수 있겠어?"
"응! 너 있잖아, 너 무서운거 잘보니까 괜찮아"
"내가 잘보는 거랑 니가 무서운거랑 무슨 상관이야"
"음.. 보다 무서우면 너 보면 되잖아 응? 저거 보자-"
"..그래..."
네 말에 좋다고 넘어간 내가 문제지. 무서운 장면이 나올때마다 내 팔뚝에 고개를 묻어 얼마 보지도 않았으면서 이젠 눈물까지 글썽거린다.
"야 울어?"
"..정국아 저거 너무 무서워..."
"그만보자. 끌게"
"그래도.. 그래도 보고는 싶은데..."
"...알았어, 더 못보겠으면 진짜 그만 보는거야. 알았지?"
"알았어.."
이럴때보면 애가 따로없다. 괜히 보지도 못할거 왜이렇게 떼를 쓰는지.
눈가가 발갛게 되어 금방이라도 눈물 방울을 떨어뜨릴거 같은 눈을 하곤 치킨엔 맥주라며 신이 나 마시던 맥주 덕에 전보다 더욱 붉어져있는 볼과 입술.
'잘 참았다 전정국'
그 후로도 몇 차례나 더 내 팔이 모자라 내 허리까지 끌어안고 거의 품에 안긴채 고갤들어 나를 보는 너다.
"..이제 못보겠어"
"..."
"그만볼래"
"..그래, 끌게"
내 허리를 끌어안은 너의 등을 살살 쓸어내려주며 다른 왼손으로는 리모콘을 집어 서둘러 영화를 껐다.
"그니까 딴 거 보자했지"
"..그래도 저번부터 보고 싶었단 말이야"
"내일 눈 붓겠네-"
"집 안나갈거니까 괜찮아"
"눈 부어서 나보는 건 괜찮냐"
"하루이틀도 아닌데 뭐"
"그렇긴 하지, 너 못생긴거 하루이틀인가"
"죽어 진짜"
띠링-
"니꺼 아니야?"
"누구지 이 시간에"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나한테 연락올 사람이 누가 있지.
김태형
[번호 바뀐거 아니지? 오늘 재밌었어. 다음에 또 얘기하자, 전정국없이]
"누군데?"
"아.. 김태형"
"김태형?"
"응"
"뭐라는데"
"그냥 오늘 재밌었다고 다음에 또 만나자고"
전송-
[봐서]
"..."
"다음에 또 만나게?"
"봐서, 그냥 마주치면 만나게 되는거고 말면 마는거고. 귀찮아 나가기 싫어"
"아까는 재밌어만 보이더만"
"뭐래, 아 너 내일은 집 갈거지?"
"왜? 가지말까?"
"이건 또 뭐래.. 좀 가라고 한 말이야"
"가지말라면 안갈건데 내일은 갈거야"
"그게 무슨말이냐"
"..쨌든 김태형이랑 놀지마. 나랑 놀아, 나랑"
"너랑은 매일 놀잖아"
"그래서 싫어?"
"누가 싫대?"
너를 내일도 보고 싶고 모레도 보고싶을거 같거든, 내가. 이렇게 생각한지 벌써 4년이나 됐다. 그동안 너와 나는 많이 변했지만 우리 둘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고1때에 비해 키가 5센티는 더 컸고, 너는 짧은 단발을 고집했지만 지금은 팔의 중간정도까지 길어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참 많이 변했다. 근데 우리사이를 칭하는 단어는 아직까지도 변함없다. '친구' 그저 친구란 두글자에 너에 대한 마음을 꾹꾹- 눌러 잠궈놓았다.
이 자물쇠가 언제 풀릴지 몰라 아슬아슬 하지만, 지금은 너를 보고 있는 내가 더 아슬아슬한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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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편보다 재미는 있을까 싶지만 분량은 조금 더 많아 포인트를 5포인트 올려써여.. 이해부탁함! 미안함!
다음부턴 다시 10포인트만 받겠음!ㅁ!
♥ 감사한 암호닉 ♥
노츄 님 / 피치 님 / 꾸꿍 님 / 꾹스 님 / 김태형여사친 님 / 난나누우 님 / 국숭 님 / 내가그렇지민 님 / 봉석김 님 / 오빠아니자나여 님
핀아란 님 / 뿡빵빵 님 / 초코아이스크림2 님 / 코코몽 님 / ■계란말이■ 님
많이 서툰 글에 암호닉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굿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