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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녤국/녤콜] 절대적 을(乙)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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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다니엘은 조금 이상했다.
아니, 사실 누가 보기에도 많이 이상했다.
다니엘은 누가 봐도 매우 착한 아이였다.
데면데면한 같은 과 동기와도, 친한 친구와도,
심지어 자기를 욕하다 들킨 사람에게도 그는 한결같이 친절했다.
미련한 성격과 북극곰을 닮은 외모 덕에 다니엘의 별명은 '미련북극곰탱이'였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까칠하게 대하는 사람은 '김용국'이라는 학생이었다.
학교 학생들은 다니엘이 까칠하게 대하는 사람은 그 뿐이라, 그를 처음에는 좋지 않게 생각했다.
일부 다니엘 추종자들은 김용국의 성격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으려 감시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아쉽게도 그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유일한 흠이라고는 낯을 굉장히 많이 가린다는 것이었다.
고양이를 닮은 성격과 사막여우를 닮은 외모 덕에 용국의 별명은 '사막고양이'였다.
용국은 항상 맹한 얼굴이지만 알게 모르게 다니엘을 의식하고 있었다.
모두에게 친절하기로 유명한 미련북극곰탱이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은 생각보다는 슬픈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그에게 잘못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서러웠지만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굴었다.
그게 그가 생각한, 북극곰에게 잡아먹히지 않는 방법이었다.
'북극곰이 절 싫어하나봐요.'의 '북'만 입 밖으로 내뱉어도 자신은 북극으로 내몰려 얼어죽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교양 수업이었다. 용국은 뒤에 자리를 잡았다. 숨을 죽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노트에 스펀지밥을 그렸다.
해면 조직 하나, 해면 조직 둘......
그러다 망했다 싶어서 스펀지밥 얼굴에 x자를 그렸다.
그러던 도중 누군가 그의 옆에 앉았다. 북극곰이었다.
"저... 다니엘.. 안녕?"
용국은 언급했듯이 사막고양이었다. 눈치가 굉장히 빨랐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인사를 걸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
예상 적중이었다. 용국은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x자를 그린 사람이 다니엘, 자신은 낙인이 찍힌 스펀지밥 같았다.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를 부인당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용국은 참았다.
곁눈질로 본 다니엘은 태연했다.
그날 밤, 용국은 집에서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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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사막고양이의 두 눈은 살짝 부어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용국이 다니엘과 싸웠다,
또는 용국이 다니엘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용국이 어제 밤 내내 울고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다.
'먼저 말을 걸지 않고 피한다.'
용국은 최대한 자신을 숨겼다.
다니엘이 근처에 온다 싶으면 무조건 몸을 숨겼다.
최대한 조용히 살았다.
등을 한 층 굽히고 살았다.
그럴 때마다 코 끝이 찡해졌다.
'내가 다니엘때문에 뭐 하는 짓이야.....'
그래도 용국은 자신의 행동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관계성 면에선, 아니 적어도 학교에서는
절대적 '을(乙)'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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