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잘 풀리고 하루하루가 순조롭게 흘러가던 어느 날. 여주는 부서질 정도로 크게 울리는 현관문 소리에 곱게 감고 있던 눈을 찌푸리며 떴다.
“누나!!!”
쾅쾅쾅!!! 여전히 문을 엄청난 굉음을 내며 울리고 있었고 거기에 한술 더 떠 목청 큰 정국의 목소리까지 겹쳐왔다. 모처럼의 휴가여서 밀린 잠을 자고 있던 여주가 펴질 생각 않는 얼굴로 문을 열자 활짝 웃고 있는 정국이 보였다.
“누나!”
“뭐야, 왜.”
천성이 잠이 많은지라 누가 잠 깨우는 걸 제일 싫어하는 여주가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물었지만 정국은 문이 열리자마자 재빠르게 신발을 벗어던지고 집으로 들어갔다. 제 말에 대답도 않고 집으로 들어가는 행동에 안 그래도 좋지 않던 여주의 얼굴이 더 험악해졌다.
“후…. 참자. 동생이다. 막내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나가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4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팀 내 막내에게 버럭 화를 낼 수는 없어 있는 힘껏 화를 참아낸 여주가 옷 방에서 부스럭대고 있는 정국에게 다가갔다.
“막내야. 너 왜 왔냐고-. 이게 뭐냐.”
“옷이요!”
옷더미에 파묻혀 열심히 옷을 헤집는 정국의 뒷모습을 보며 문틈에 기대선 여주가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묻자 그제야 제가 원하던 걸 해냈는지 정국이 한 꾸러미의 옷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갈아입는 시간만 해도 한참은 걸릴 것 같은 많은 옷에 여주가 다시 깊은 숨을 들이쉬고 뱉어냈다.
“…혹시 나 화나게 만들기 그런 내기라도 했어?”
“아니요!”
“그럼 뭐하자는 걸까?”
“일단 얼른 씻고 이거 입어요!”
무슨 일을 벌이는지 알아야 동참을 해주던 말든 하지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고 등을 밀며 화장실로 넣는 정국의 행동에 여주가 인상을 굳히고 돌아서 정국을 마주하며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전정국.”
“데이트 하러 가요!”
“데이트?”
싸늘해지는 분위기를 파악한 건지 아까와 다르게 재빠르게 정국의 입에서 목적이 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의 데이트란 단어에 여주가 표정관리도 하지 못한 채 정국을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마음과 답답하단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여주의 숨김없는 표정에 여태 웃음을 유지하고 있던 정국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잔뜩 시무룩해진 얼굴과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정국이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동생이 데이트 하자고 하는 건데.”
“…….”
“한명 뿐인 누나랑 놀고 싶은데 한명 뿐인 누나는 놀아주지도 않고….”
평소에는 일부러 막내인 티를 내지 않는 성격이면서 이럴 때만 치사하게 막내인 티란 티는 다 내는 정국에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두 손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자 그제야 정국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기다리고 있는 동생을 위해 초스피드로 머리를 감고 나와 정국이 미리 꺼내둔 옷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정국이 짝짝 소리 내며 박수치며 말했다.
“누나! 완전 예뻐요!”
“오늘은 칭찬이 후하구나.”
“그럼요! 데이트 하는 날이니까요!”
토끼 같은 웃음을 보이며 말하는 정국에 여주가 별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화장대 앞에 앉자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정국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드라이기와 수건을 찾아여주에게로 다가왔다. 거울로 보이는 드라이기와 수건을 든 정국의 모습에 여주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설마… 머리 말려준다고 하는 건 아니지?”
“맞아요! 저만 믿어요. 누나.”
아니요! 그냥 누나 갖다 주려고요! 하는 참한 대답을 기대했건만 듣기 싫었던 대답을 놓은 정국에 여주가 나오는 헛기침을 참아내고 눈만 끔뻑이며 정국을 보자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제 뒤에 선 정국이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조심스럽게 할 필요는 없건만 그래도 여자 머리를 만진다고 한없이 조심스러운 행동에 경악으로 물들었던 여주의 얼굴도 조금씩 풀려갔다. 머리칼에 묻어있던 물기를 어느 정도 닦아낸 정국이 이번엔 드라이기를 켜 여주의 머리칼에 대고 살살 흔들었다. 두 손을 놀고 있고 엉덩이는 의자에 붙이고 있고 머리칼 사이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들어오니 깬 줄 알았던 잠이 다시 몰려왔다. 참을 수도 없이 순식간에 잠에 빠진 여주의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는 걸 발견한 정국이 작게 웃으며 살며시 여주의 턱 밑에 제 손을 받쳤다. 손바닥 위로 숨결이 닿았다. 같이 지내면서 몇 번 볼까 말까한 아이 같은 행동에 정국이 기분 좋게 웃었다.
“뜨거!”
그 사이 움직이지 않는 드라이기는 한 곳에만 계속 바람을 불어넣고 있었다. 화끈거리는 두피에 여주가 어깨를 떨며 잠에서 깨자 그제야 정신 차린 정국이 서둘러 드라이기를 끄고 여주의 머리칼 안에 손가락을 넣고 흔들었다. 화끈함을 식히는 바람에 잠이 확 달아난 여주가 고개를 돌려 정국을 보며 말했다.
“정국아.”
“네.”
“두피 데이는 줄 알았어.”
언성을 높인 것도, 심하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제 말에 풀이 죽은 정국의 모습이 귀엽고 대견하고 영락없는 꼬마애로 보여 여주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정국의 머리를 헝클이며 말했다.
“너무 좋았다고. 야, 너무 좋아서 잠도 잘 오더라.”
“아직도 뜨거워요?”
“아니야. 괜찮아~ 진짜 좋았다니까~?”
약간 과장된 여주의 말투에 정국이 배시시 웃었다. 금세 기분 좋아진 정국의 모습에 그의 손에서 드라이기를 빼앗아온 여주가 이번에는 제 손으로 머리를 말렸다. 꼼꼼히 머리를 말리고 옷에 맞게 손질을 하고서야 제가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여주가 거울을 들여다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화장을 해야 할까?”
“선크림만 발라요. 화장 안 해도 예뻐요.”
“우리 정국이 너무 잘 컸네!”
드라이기를 여주에게 넘겨주고 화장대에 걸터앉아 있던 정국이 거울을 통해 여주를 보고 말했다. 사실 화장하기가 귀찮아서 풀 메이크업을 하라고 했어도 간단하게 하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제 마음을 알고 있는 듯 예쁜 말을 할 때면 여주는 저도 모르게 나오는 부모님 같은 말과 엄마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정국은 저를 아기처럼 대하는 여주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금방 풀고 화장대 앞에서 선크림을 바르는 여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누나 민낯도 예뻐요.”
“응. 정국이 너도 예뻐.”
“…난 남잔데….”
“응. 그래도.”
남자라고 소심하게 반박해도 예쁘다는 말에 정국이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다가 준비를 마친 여주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날씨 진짜 좋다.”
“그렇죠? 이런 날에는 집에만 있기 아까워요.”
“그것도 그렇지. 그나저나 어디 가려고?”
“음- 저만 따라 오세요!”
드디어 집을 나온 여주가 얼굴에 내려앉는 햇살을 맞으며 말하자 정국이 옆에서 거들고 저만 따라오라며 어깨를 쭉 피며 앞으로 걸어갔다. 여주가 웃으며 정국을 뒤 따랐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정국을 따라 도착한 곳은 화장품 가게였다.
“이리 와 봐요.”
예상치 못한 장소에 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먼저 걸음을 옮긴 정국이 향수가 늘여져 있는 곳으로 가 여주를 불렀다. 정국에게로 다가가자 시향지에 향수를 뿌린 정국이 그녀의 코 밑에 시향지를 갖다 댔다. 코끝으로 달고 은은한 향이 닿았다.
“향 좋다.”
“다행이다. 딱 누나 향 같아요. 이거.”
“내 향?”
“네. 뭔가 분홍색 배경에 몽글몽글. 아- 뭐라고 하지. 솜사탕 같고.”
“음- 미안, 뭔지 모르겠다. 근데 이건 왜?”
여주는 몽글몽글을 표현하려는지 손가락을 꼬물거리는 정국에게 미안하다는 얼굴을 해보였지만 정국은 애초부터 별 상관없었던지 향수를 계산하고 여주에게 건네며 신난 얼굴로 말했다.
“커플 향수!”
“커플?”
“네! 누나! 여기 봐요!”
뜬금없는 커플 향수라는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미는 정국에 여주가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직업정신을 발휘하며 카메라를 향해 예쁘게 웃어보이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국이 셔터를 눌렀다.
“아니, 정국아 누나 이해 좀….”
“올려야지~ 누나랑 데이트중이라고~”
여주는 제 손에 들린 향수와 열심히 자판을 누르는 정국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었지만 정국은 그녀의 이해를 도와주지 않았고 대신 SNS에 머리를 맞대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멘트와 함께 올리고 환히 웃을 뿐이었다.
[제일 소중하고 민낯도 예쁜 우리 누나랑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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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방탄소년단 홍일점 시즌2 ?ㅅ?
♡--☞ [너만볼래♡]. [너만보여], [힐링미], [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