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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어, 여주야? "
" 응, 많이 기다렸어? "
" 아냐. 나도 방금 왔어. 많이 덥지? "
임영민, 23세. 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돌아 보게 만드는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 그래. 지금 내 앞에서 열심히 손으로 부채질을 해가며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 남자가 바로 나 김여주의 남친 되시겠다.
범상치않은 외모의 소유자답게 임영민이 내 남자친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조금, 아니 많이.
요란했다.
임영민 조각글(이라쓰고 단/중편이라 읽는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날이었다. 아, 집 밖을 잘 나서는 법이 없는 내가 그 날 따라 분주하게 움직였던 걸 보면 시작부터 조금 평범하지 않은 하루이기는 했다.
[ 여주야 미안한데 오늘 못 볼 거 같애 ㅠㅠ ]
[ 다음에 보자. 내가 맛있는 거 살게 진짜 미안.. ]
물론 그 노력이 순식간에 목적을 잃어버렸지만.
약속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잠시 잊고 있던 친구로부터 온 메세지를 확인하고는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방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버렸다. 미친. 약속 취소라니.(우울)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하니 약속시간까지는 30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아, 너무하잖아.. 밀려오는 좌절감에 평소답지 않게 깔끔하게 차려 입은 옷을 메만지며 중얼거렸다.
" ..카페라도 갈까. "
어디든 좋으니 한껏 꾸민 내 모습을 뽐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무작정 자취방에서 나와 걸으니 바깥 공기를 맞아서인지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듯 했다. 어느새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길거리에 있는 옷가게 창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향한 곳은 학교 앞에 위치한 카페였다.
"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
아는 사람을 마주칠 수도 있지 않을까. 카페에 앉아서도 괜히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아는 사람은 개뿔. 주말인데도 카페는 한산했다. 시불. 꼭 이런 날에는 아는 사람을 마주치는 법이 없지. 얼마 전, 후줄근힌 차림으로 동네 슈퍼에 생수를 사러 갔을 때 마주쳤던 전남친 생각이 확 떠올랐다. 어, 여주야. 오랜만이네.. 아.. 다시 생각해도 엿같애. 그날의 아찔했던 기억에 고개를 절레 젓고 커피를 들이켰다.
째깍째깍,
카페에 혼자 앉아 있은 지 어느새 1시간 30분 째. 슬슬 핸드폰을 만지는 것도 지겨워진 시간이었다. 습관적으로 빨대로 입을 갖다댔지만 다 녹은 밍밍한 얼음 물만 넘어온다. 아,.. 인생. 그래도 여기서 포기할 순 없지. 나 김여주, 오늘 제법 예쁘게 꾸몄단 말이다..! 결국 비장한 얼굴로 컵을 내려놓고 가방을 챙겨 카페를 빠져나왔다. 기분 전환 겸 쇼핑이라도 할 생각으로 거리에 있는 옷가게들을 들락거렸다.
그리고, 진열되어 있던 옷들 중 마음에 차는 걸 발견하지 못해 세 번째 가게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에.
" 저기.. "
낯선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옷자락을 붙들렸다.
" 아까부터 지켜봤는데요. 아, 그.. 불쾌하시면 먼저 죄송해요. "
미친, 개잘생겼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에 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숨을 히익, 들이켰다. 그러니까, 이렇게 미남이신 분이 왜 누추한 저에게.. 눈을 동그랗게 떠보이자 제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미소 짓는 남자였다. 데구르르. 눈알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한 그 모습이 귀여워 처음 본 남자를 보고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붉게 물들여진 머리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 그 쪽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요..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
횡설수설 수줍게 얼굴을 붉히던 남자가 옅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어, 그러니까 지금 이 남자.. 내 번호 따려는 거 맞지..?
" 아, 부담 되시면 제 연락처 드릴테니까─ "
잠시 머리가 멍해져서 아무 말도 안하고 남자를 빤히 쳐다보자 내가 부담을 느꼈다고 오해한 건지 순간 동공지진을 일으킨 남자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순간 튀어나온 사투리로 느껴지는 억양은 당황한 감정이 더 드러나게 느껴졌다.
" 핸드폰 주세요. "
수첩과 펜을 찾는 듯 뒤로 메고 있던 백팩을 앞으로 넘겨 가방을 뒤적거리는 남자의 모습에 웃음을 띄우며 손을 내밀었다. 어... 당황한 듯 눈을 깜박인 남자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 임영민이에요. 제 이름. "
" 아, 저는 김여주에요. (웃음) "
손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가져가 내 번호를 찍어주자 남자는 입꼬리를 예쁘게 말아올리며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인생에 찾아온 최고 존잘남. 임영민과의 첫 만남이었다.
*
[ 안녕하세요 여주씨. 임영민이에요. ]
[ 집에 잘 들어갔어요? ]
영민과 헤어지고 집에 도착했을 땐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아까는 도도한 척 새어나오는 웃음을 숨기느라 죽을 뻔했는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가방과 악세사리들을 이리저리 벗어 던지고 침대에 뛰어들었다. 어떡해. 난 몰라. 침대에 엎드려 누운 채로 발을 동동거렸다. 곧이어 핸드폰 화면을 밝힌 새 카카오톡 메세지는 그런 날 더 흥분 상태로 만들었다. 헐. 카톡 왔어.
[ 네! 방금 막 도착했어요 ㅎㅎ ]
미친, 떨려ㅠㅠ 이제는 급기야 베개에 머리를 두어번 박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답장을 보낸 후 눈에 들어온 영민의 프로필 사진을 누르자 훈훈하게 입은 영민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 화면에 꽉 찼다.
지져스.. 이 사람, 보통 훈남이 아니잖아?
영민과 메세지로 이런저런 대화들을 나누었다. 나이라던가, 좋아하는 취미라던가 하는. 남자의 나이는 나보다 1살 위였다. 솔직히 어리게 생긴 외모때문에 조금 놀랐지만, 서로에게 나이를 밝힌 후에도 말을 가볍게 하지 않는 것이 또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 와중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 난 친구들과 있는 단체 톡방에 들어가 메세지를 보냈다.
[ 야 ]
[ 야 ]
[ 얘들아 ]
[ 이거 봐 ]
[ 빨리 ]
[ (사진) ]
[ 나 오늘 이 사람한테 번호 따임 ]
[ 시파ㅜㅠㅠㅠㅠㅠ ]
예상대로 친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온갖 욕들이 난무하며 남자의 외모를 칭찬하는 카톡들이 쏟아졌다. 그와중에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영민이 우리 학교를 다니는 유명인이라는 것이었다. 암, 그래. 저 와꾸로 안 유명할 수가 없지. 한 친구의 말에 의하면 경영학과 훈남으로 통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따끈따끈한 정보를 입수한 나는 다시 영민과의 카톡으로 넘어와 대화를 이어갔다.
[ 근데 혹시 ##대학교 다니세요? 제 친구가 안다고 그래서요! ]
[ 아 네! 여주씨도 같은 학교에요? ]
[ 네 ㅎㅎ! ]
[ 우와 저희 인연인가봐요. ]
영민이 학교 내에서 유명하다는 사실이 딱히 부담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그런 사람이 내 번호를 따갔단 말이다! 심지어 이 남자, 맞춤법도 딱딱 맞춰 지키는데다가 담백하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한마디로 완벽하다는 거지.
영민과의 달달하고 풋풋한 대화들을 이어가며 만족감에 저절로 현실 미소가 지어졌다. 간만에 느끼는 설렘이었다. 자세를 똑바로 고쳐 눕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데, 뒤늦게 단톡방을 확인한 친구로부터 온 심상치 않은 메세지는 그런 들떠 있던 내 마음을 착 가라앉히게 만들었다.
[ 근데 저 선배 여친 있지않아? 페북 봤을 때 어떤 여자랑 찍은 사진 되게 많던데.. ]
[ ㅁㅈ 나도 본 적 있음 ]
미친. 이게 무슨 소리야..
[ 그럼 학교에서 봐요. 우리. ]
그리고 동시에 도착한 임영민의 메세지에 나는 더욱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시발. 뭐가 맞는거야. 대체.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리틀걸입니다 ㅎㅡㅎ 약속드린대로 영민이 글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전교회장 정세운도 몇시간 뒤에 연재해오도록 할게요 눈썹 휘날리며 바쁜 주말을 보내느라 부득이하게 또 새벽에 글을 들고 오게되었네요 조각글로 짧게 쓰려 했었으나, 내용 설명이 좀 필요한 소재라서 아마 3화 이상은 연재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도 장편으로는 세운이 글을 연재중이라, 아마 단/중편으로 끝낼 거 같아요.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ㅎㅎ 아참, 오늘 에필로그가 없는 이유는 딱히 영민이 입장에서 쓸만한 내용이 없어서 (코쓱).. 다음 편부터는 있을 거 같으니 기대해주셔요 아 그리고 독자님들 댓글 읽을 때마다 롬곡 줄줄입니다ㅠㅠ 감사해요 진짜 제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아시져 다들? 그럼 기분 좋은 한 주 되세요♡ 굿밤되세운 ㅎㅎ |
♡ 독자님들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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