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안한데… ”
“ …… ”
“ 우리 헤어지자. ”
그렇게 임영민과 나의 연애는 끝이 났다.
여러분, CC는 절대로 하지 마세요.
EP.1
임영민과 헤어지고 난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페이스북 연애중 내리기.
페이스북 임영민 관련 글 삭제하기.
인스타그램 임영민 사진 삭제하기.
카카오톡 배경사진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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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지우고 있자니 자꾸만 눈물이 앞을 가려 잠시 멈추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보았다.
임영민이 헤어지자고 말할 때도 안 울었는데, 왜 지금 우는 건데.
스스로 다독이며 마음을 달래고 다시 고개를 내리자 눈에 들어오는 건 임영민이 선물해준 곰인형, 책, 목걸이…
내 방에 남아있는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자 다시 눈물이 차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렸다.
싹 다 가져다 버려야지.
오후 9:35 박우진 ㅇㄷ
15 박우진
집왜 오후 9:36
오후 9:36 나 헤어짐
15 박우진
?
ㄹㅇ? 오후 9:36
오후 9:36 ㅇㅇ
15 박우진
영민선배가 참? 오후 9:37
오후 9:37 ㅇ
15 박우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ㅊㅋㅊㅋ
술 ㄱㄱ 오후 9:37
오후 9:38 ㅗ
박우진한테 연락한 내가 병신이지.
물건, 편지들을 싹 정리하자 뭔가 휑하니 빈 것 같은 방에 울적한 마음이 남아 같은 과 동기인 박우진에게 연락을 하자,
역시나 생각했던 반응이 돌아왔다.
술… 그래, 술은 좀 땡기긴 하네.
사귈 땐 제대로 먹지도 못 했던 술이나 실컷 퍼부어야지.
나와
오후 9:43 술 ㄱㄱ
15 박우진
ㅇㅋ
포차로 갈게 오후 9:44
아직 박우진은 도착하지 않았는지 찾아봐도 없는 터라 미리 자리에 앉아 술 2병과 안주들을 시켰다.
헤어지자마자 술이라니. 앞으로의 제 모습이 눈 앞에 그려져 푹푹 한숨만 연달아 내쉬었다.
“ 땅 꺼지겠다. ”
툭- 제 머리에 무언가 얹혀진 느낌이 들어 뒤를 돌자 추리닝 바지에 후드티만 입고 온 박우진이 제 머리에 손을 얹고 서있었다.
남자친구랑 헤어진 날에 부를 사람이 얘밖에 없다니. 참, 내 사회생활도 볼만 하다.
“ 그래서 뭔데. 영민선배가 뭐라하면서 찼냐? ”
“ 앉자마자 너무 본론부터 꺼내는 거 아니야? ”
“ 아, 궁금하잖아. ”
그냥…, 미안하다고 헤어지자더라.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임영민의 말투와 마지막 모습들.
우울한 얼굴로 얘기를 꺼내자 박우진이 내 눈치를 슬쩍 보곤 내 빈 술잔에 술을 채워준다.
“ 야야, 널린 게 남자야. 뭘 그렇게 우울해하냐. ”
별일 아니라는 듯 툭툭 던지는 우진의 말을 듣고 있으니 점점 더 우울해지는 건 기분 탓일까.
그래, 널린 게 남자지. 근데 임영민 같은 남자는 없잖아.
말없이 술잔만 연달아 비우자 박우진이 급하게 내 팔을 잡아온다. 천천히 마셔라, 취해.
오늘은 좀 취하고 싶다니까. 박우진의 팔을 뿌리치곤 앞에 놓인 감자튀김을 하나 집어서 먹었다.
아, 영민선배가 감자튀김 진짜 좋아했는데.
“ 야, 근데 너 아까부터 뭔 연락이 그렇게 오냐. 핸드폰 터지는 거 아님? ”
“ …아, 진짜 짜증나. 내일 학교 가면 다 물어보겠네. 나 임영민이랑 헤어진 거. ”
아까부터 꾸준하게 오던 카톡들 내용을 어쩐지 알 것 같아 안 보고 있었는데 굳이 한 번 찝어주는 박우진 덕에 핸드폰을 켜 카톡을 들어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온통 학교 선배, 후배, 동기들 카톡이다.
나와 임영민의 페북, 인스타, 카톡이 텅텅 빈 걸 확인했는지 다들 헤어졌냐고, 무슨 일 있냐고 한 마디씩 거든다.
내가 이래서 CC 하기 진짜 싫었는데, 이 망할 오지랖들.
13 윤지성 선배
뭐야?
너네 헤어짐? 오후 10:27
오후 11:36 네 ㅎㅎ
15 박지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로의 길 같이 걷자
ㅊㅋㅊㅋ 오후 10:46
오후 11:36 ㄲㅈ
15 김동현
(사진)
(사진)
연애중 없는 거 설명 좀 오후 10:49
오후 11:37 헤어짐
16 유선호
엥?
선배 헤어지셨어요?
페북 들어갔는데 사진이 사라져서
놀랐어요 오후 11:04
응 ㅎㅎ
오후 11:37 헤어졌어~
카톡에 다 답장하고 있자니 속부터 열이 끓어오른다.
이짓거리를 당분간 반복해야 한다니…
내가 한숨만 푹푹 내쉬며 폰을 붙잡고 있자 박우진이 내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 자기의 주머로 가져간다.
술 마시려고 나 불렀으면서 폰만 하고 있냐.
그건 그러네. 내가 머쓱하게 웃자 박우진이 술잔을 들어 내 앞으로 내민다.
그래, 그래도 애인이랑 헤어졌을 때 이렇게 바로 나와서 같이 술 마셔주는 친구 있는 게 어디냐.
건배, 짠-
“ 야, 근데 사람들이 보면 너무 뜬금없이 헤어진 것처럼 보이겠다. ”
“ 뭐가 뜬금없어. ”
“ 아니, 그렇잖아. 원래 영민선배랑 너 완전 아주 서로 좋아서 안달이였는데. ”
“ 그거야 초반에나 그랬지. ”
임영민과 헤어진 가장 큰 이유.
권태기.
물론 그 권태기는 임영민한테만 해당되는 권태기였다.
사귄지 약 300일. 짧지고 길지도 않았던 시간에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권태기가 임영민한테 와버렸다.
점점 줄어드는 연락, 줄어드는 데이트, 잦아진 술자리.
다시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날 것 같아 괜히 하품하는 척, 눈가를 비볐다.
진짜 이제 끝인가, 임영민이랑.
“ 영민선배 그렇게 안 봤는데 나쁜놈이네. ”
“ …… ”
“ 야, 잘 헤어졌어. 나는 너 맨날 영민선배 때문에 울고 속상해하고 그러는 거 진짜 꼴보기 싫었다. ”
“ …… ”
“ 잘 헤어진 거야. ”
위로인지, 욕인지 분간할 수 없는 말이 계속 되고, 연거푸 들이키는 술잔만큼이나 머리도 점점 하얗게 변해갔다.
임영민 개새끼, 나쁜놈.
나 꼬실 땐 언제고 이제와서 권태기로 헤어지자고 난리야.
앞에 우진이 있음에도 자꾸 떠오르는 영민의 얼굴에 술잔을 들이키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결국 그대로 만취가 된 것 같다.
“ 아, 씹… 존나 무겁네. ”
끊긴 필름 사이로 드문드문 나타나는 박우진의 얼굴. 지금 무겁다는 소리 나한테 하는 것 같은데…
제가 취한 탓에 우진이 저를 들쳐업고 지금 자취방으로 향하는 길이다. 물론 내 자취방.
이렇게 업혀서 있으니까 새삼 또 박우진이 등짝이 넓긴 하구나.
맨날 영민선배도 나 취하는 날이면 이렇게 업어서 데려다줬었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젠 술에 취해 필터링도 되지 않고 바로 터져나오는 눈물에 박우진의 목을 끌어안고 꺼이꺼이 울었다.
나는 권태기 아닌데, 난 아직 좋아하는데.
“ 야, 우냐? 아, 씨… ”
“ …… ”
“ 정리하는 거 힘들겠지만 빨리 정리해라, 되도록. ”
“ …… ”
“ 그딴 새끼가 뭐가 좋다고 너는 대체… ”
박우진을 끌어안고 우는 사이에 도착한 제 자취방 앞에서 우진이 몸을 숙여 제가 내려오기 쉽게 해주었다.
박우진의 등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내딛자 우진이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에 쥐어주었다.
뭐야, 안 어울리게 이 손수건은.
가만히 들고 박우진을 쳐다보자 박우진이 자기 머리를 헝클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 집 들어가서 더 울지 말고 그냥 자라, 제발. ”
“ 잘 거야. ”
“ 그리고 너 영민선배랑 헤어진 거. ”
“ …… ”
“ 난 솔직히 진작에 헤어졌으면 했었다. ”
“ …뭐? ”
“ 임영민보다 좋은 남자 많아. ”
“ …… ”
“ 들어가라. ”
뭐야, 갑자기. 안 어울리게 진지한 척은.
훌쩍이며 가만히 박우진의 말을 듣고 있자 제 머리를 한 번 툭 치고선 뒤를 돌아 발걸음을 옮긴다.
멀어지는 박우진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자꾸 임영민이 생각이 나는지.
하지 말자, 임영민 생각.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저도 발걸음을 돌려 제 집으로 향했다.
제발 오늘 꿈에 임영민 안 나왔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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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새로운 글로 이렇게 왔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열심히 썼으니까 재미가 없어도 속으로만 욕해주세요 ㅠㅠㅠㅠ
재밌다는 분들 많으시면 다음편 빨리 가져올게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