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미디어과 임원방 (13)
13 윤지성 선배
얘들아
진짜 고생 많았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전 11:13
15 박지훈
선배도 고생하셨어요~ 오전 11:13
14 황민현 선배
저 지금 몸살 나서 뒤질 것 같아요
ㅋㅋ 오전 11:14
15 박지훈
오
그런 의미로 오늘 술 ㄱㄱ 해요 오전 11:15
14 황민현 선배
꺼져
미친놈아 오전 11:15
15 박지훈
네 ㅎㅎ 오전 11:15
13 윤지성 선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회식인데
민현이 못 와? 오전 11:16
14 황민현 선배
아 뭐야
진짜 해요?
오늘?
왜? 오전 11:16
15 박지훈
역시 지성선배 배우신 분
bb 오전 11:17
15 박우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언제요? 오전 11:18
13 윤지성 선배
오늘 6시까지 학교 앞 포차
강제 아니니까 안 올 사람은 안 와도 된다
근데 막상 갔는데 나 혼자 있는 거 아니지?
ㅎㅎ 오전 11:19
16 유선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꼭 가겠습니다 오전 11:19
“ 아, 시끄러워… ”
계속해서 울리는 카톡 알람 소리에 떠지지도 않는 눈을 떠 대충 핸드폰을 훑어보고 다시 눈을 감았다.
오늘 회식하는구나, 진짜 대단한 사람들.
집에 들어와 오전 9시가 되서야 겨우 눈을 감고 잠에 들었나 싶더니 2시간 좀 지나 금방 깨고 말았다.
복잡한 머리 덕에 잠도 얕게 자서 아팠던 머리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온통 임영민과 박우진 생각에 빠져있던 탓인지 깨고 나서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두 얼굴에 절로 한숨부터 나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버렸다.
“ 짜증나. ”
시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덮었던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나 침대 위에 앉아 머리를 쓸어넘겼다.
얼른 준비하고 학교나 가야지.
“ 김여주 얼굴 왜 이렇게 부었냐. ”
“ 좀 꺼져. ”
강의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날아오는 박지훈의 태클에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해주곤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이 수업 과제 발표만 하면 일찍 끝나니까 이거 끝나고 점심 먹으면 되겠다.
점심… 아, 맞다. 점심.
문득 떠오른 박우진과 임영민의 점심 약속에 다시 한숨을 내뱉고 자리에 엎드렸다.
아, 누구랑 먹냐고. 그냥 나 혼자 먹을까.
곧 박우진도 올 텐데 그냥 박우진이랑 먹어야 되나.
“ 하이. ”
“ 야, 박우진. 너 잠 못 잤냐? 눈 존나 빨개. ”
엎드려 있는데 박우진이 들어온 듯 주변이 시끄러웠다.
아, 지금 얼굴 보면 완전 민망할 것 같아.
“ 김여주 안 자는 거 안다. ”
“ …안녕. ”
엎드려서 어떡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제 마음을 꿰뚫어본 것처럼 제 옆에 앉아 말을 걸어오는 박우진에 슬그머니 숙였던 몸을 일으켰다.
아, 어색해서 죽겠네.
손을 들어 박우진에게 대충 흔들어주곤 애써 시선을 피해 아무 연락도 없는 핸드폰 잠금만 풀었다 잠궜다를 반복했다.
“ 잠은 잘 잤고? ”
“ 그냥 잤지, 뭐. ”
“ 이거 끝나고 같이 점심 먹자. ”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제게 대화를 건네는 박우진을 힐끔 쳐다보며 대답을 해주고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아, 점심…
거의 확정이 된 듯한 점심 약속에 딱히 반박을 못 하곤 그냥 가만히 앉아있었다.
임영민한테 점심 못 먹겠다고 말해야겠다.
선배
오후 1:23 저 오늘 점심 같이 못 먹을 것 같아요
14 임영민 선배
왜? 오후 1:24
원래 점심 선약이 있었는데
오후 1:25 깜빡하고 말을 못 했어요
14 임영민 선배
그렇구나
어쩔 수 없지
점심 맛있게 먹어 오후 1:25
아, 불편해.
이것도 불편하고 저것도 불편하다.
불과 1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관계는 상상도 못 했는데.
임영민과 헤어지고 박우진에게 고백을 받은 상태라니.
“ 뭐 먹을래? ”
“ 그냥 간단하게 먹자. ”
“ 학식? ”
박우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곤 곧 들어오는 교수님에 의해 대화는 이어지지 못 했다.
그래, 아직 임영민보단 박우진이 더 편하지.
“ 야, 둘이 뭐냐. ”
“ 둘이 아주 수상해. 왜 너네끼리 밥먹어. ”
또 시작됐다, 또.
저 놈의 주둥이들을 그냥 콱 어떻게 해버릴 수도 없고.
수업이 끝나고 박우진과 학교 식당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있는데 민현선배와 박지훈이 언제 저희를 발견한 건지 득달같이 달려와선 아주 의심의 눈초리로 저와 박우진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대충 휘젓고 다시 먹는 일에 집중을 하자 이젠 아예 옆자리에 앉아 착 달라붙어 대놓고 깐족거리기 시작했다.
아, 제발 밥 좀 먹자.
“ 둘이 아주 수상해. 그쵸, 민현이 형. ”
“ 설마 둘이 썸? ”
“ 진짜 너네 썸이면 리스펙트다. 김여주 영민선배는 완전 잊은 거야? ”
“ 박지훈 뒤진다. ”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사람 속을 긁어대는 소리를 하는 박지훈을 보고 있자니 먹던 음식들이 다 체할 것 같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런 저를 눈치챈 건지 박우진이 저를 슬쩍 쳐다보곤 손을 들어 박지훈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우진아, 더 세게 때려야지.
“ 박지훈 좀 작작해라. ”
“ 아, 왜 때려. 너네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
“ 아니라고. 닥치고 좀 사라져. ”
박우진이 무표정으로 말을 하자 삐친 건지 입을 삐죽이던 박지훈이 저와 박우진을 번갈아 째려보다 민현선배를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가라 좀. 제발 꺼져줘.
앞으로 자기한테 말도 걸지 말라며 박지훈이 식당 밖으로 민현선배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웃기네, 저래 놓고 지가 먼저 말걸고 그럴 거면서.
“ 아, 체할 것 같아. ”
“ 박지훈 저건 진짜… ”
속이 답답해져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자 박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기 쪽으로 향했다.
두 손에 하나씩 컵을 들고 돌아와 제 앞에 하나, 자기 앞에 하나를 놓고는 다시 제 앞에 놓인 컵을 들어 제게 내밀었다.
얘는 또 왜 갑자기 잘해주고 난리야.
아니, 원래 잘해주긴 했지만… 여튼, 그래도 지금은 상황이 다른데.
“ 어제 내가 했던 말 있잖아. ”
“ …어. ”
“ 신경 안 써도 돼. ”
“ …… ”
“ 그냥 말하지 말았어야 되는데 홧김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
“ 야. ”
“ 어? ”
“ 사람 신경 다 쓰이게 만들어놓고 뭘 이제와서 아니래. ”
제가 박우진을 대놓고 어색해하는 게 느껴졌는지 애써 담담하게 말을 꺼내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져왔다.
사실 이런 박우진의 모습이 좀 낯설게 느껴졌다.
대체 나를 언제부터 좋아한 건지, 왜 좋아하는 건지, 얼마나 좋아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니까 박우진의 마음을 도통 짐작할 수가 없었다.
“ 내가 너한테 신경이 쓰인다는 게 좋은 쪽으로 신경이 쓰였으면 좋겠다. ”
박우진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자 박우진도 제 눈을 피하지 않고 말을 건네왔다.
진심이 담긴 박우진의 눈빛에 순간 목까지 차올랐던 말이 그대로 삼켜졌다.
나한테 너는 이제까지 항상 친구였는데 이게 어떻게 한 번에 바뀔 수가 있겠어, 우진아.
“ 여주야. ”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 선약 있다더니 우진이였네. ”
임영민이다.
아, 망했다.
아차, 싶은 기분에 고개를 돌려 임영민을 쳐다보자 어느새 제 옆까지 와 서있는 모습에 다시 시선을 피했다.
셋 사이에서 흐르는 어색한 공기가 저를 더욱 숨이 막히게 만들었다.
“ 아, 선배. ”
“ 선약이 우진이였으면 나도 같이 먹지. ”
“ 그건 선배가 불편할 것 같아서요. ”
눈을 도르륵 굴려 박우진을 쳐다보자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말없이 밥만 먹는 중이었다.
마치 지금 제가 꼭 바람피다 걸린 사람처럼 느껴지는 게 기분이 점점 가라앉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편한 두 사람이였는데, 이젠 가장 불편한 두 사람이 되어버렸다.
“ 이따 회식은 와? ”
“ 아, 시간 봐서 되면 갈 것 같아요. ”
“ 우진이는? ”
화제를 돌려 회식 이야기를 꺼내자 박우진의 고개가 다시 정면을 향했다.
아마 박우진은 간다고 하겠지. 워낙 술을 좋아하니까.
“ 전 여주 가면 가려고요. ”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뭐가 저렇게 당당한데.
박우진의 대답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 임영민이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곤 다시 박우진을 쳐다보았다.
이 분위기 뭔데,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 여주 안 오면 안 오게? ”
“ 네. ”
“ 왜? ”
“ 여주 없으면 챙길 사람이 없으니까요. ”
손발이 차가워지고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그냥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그런 얘기 아닌가.
분명 어제 임영민과 제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고 박우진이 말을 했었다.
그 말은 지금 임영민이 저한테 마음이 있는 걸 다 알고 있을 텐데 저렇게 말을 하는 건…
“ 니가 왜 여주를 챙기는데? ”
“ 제가 제일 가까운 사람이니까요. ”
임영민과 박우진 둘 다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이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강렬했다.
말리고 싶은데 끼어들었다간 제게 욕이라도 할 것 같은 느낌에 그냥 가만히 앉아 안절부절하며 쳐다보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싸우는 게 되게 로맨틱하고 부럽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깨달았다, 현실은 다르다.
숨이 막히고, 어색하고, 불안하고, 화가 난다.
대체 왜 나한테 이래.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자기들끼리 나 때문에 왜.
“ 너 여주 좋아하냐? ”
임영민이 박우진에게 폭탄을 건넸다.
“ 네. ”
그리고, 박우진이 폭탄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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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씨씨입니다 ^.^
! 꼭 읽어주세요 !
일단 암호닉 공지부터 드릴게요.
제가 지난 편에 암호닉 신청은 글에서 더이상 받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댓글에 암호닉 신청해주신 독자분들이 많더라구요.
다시 말씀을 드리지만 글에서는 암호닉 신청을 받지 않습니다.
4화에서 받았던 분들은 제외하곤 모두 받지 않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제가 암호닉 공지를 따로 올려드린다고 했기 때문에 오늘 새벽 1시쯤에 암호닉 신청 공지글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그때, 미처 신청하지 못하셨던 독자분들은 신청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나중에 암호닉분들께 따로 외전이나 특별편 같은 감사의 선물을 드릴 예정이라서 암호닉 명단 관리를 할 예정입니다 :-)
제 글에 관심과 사랑을 남겨주시는 분들을 위한 선물이라서 암호닉만 신청을 하시고 따로 댓글을 달지 않으시는 분들은 한 번에 싹 정리할 생각입니다.
정이 없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그래야 제 글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을 합니다.
^.^
댓글을 볼 때마다 굉장히 즐거워요.
제가 생각했던 반응이 나올 때도 있고, 전혀 제가 생각치도 못했던 반응이 나올 때도 있어서 항상 궁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댓글을 읽고 있습니다.
관심과 사랑 가져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