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결국 회식에 끌려오고 말았다.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장본인은,
13 윤지성 선배
여주야
회식 올 거지?
ㅎㅎ 오후 4:15
여주야? 오후 4:18
설마 안 올 거니?
응?
여주야??????? 오후 4:23
그래
오늘 회식은 나 혼자 할게
안녕 오후 4:25
진짜 너네 단체로 짰냐?
왜 다같이 답이 없어? 오후 4:29
그래...
이게 내 위치지...
무시당하는... 오후 4:31
이렇게 5분도 안 되는 간격으로 카톡을 보낸 지성선배 덕에 안 가면 진짜 무슨 나쁜 사람처럼 될 것 같아 결국 오고야 말았다.
아니, 일부러 씹은 게 아니라 과제 중이라서 못 봤던 건데.
저 말고도 다른 애들한테도 다 그렇게 보냈던 건지 다들 입에 불평을 하나씩 달면서 회식에 등장했다.
회식 참석은 자유라며, 이건 그냥 강제잖아.
“ 아니, 분명 오늘 아침에 카톡에서 회식 강제 아니라고 봤던 것 같은데요. ”
“ 응. 강제 아니라니까. ”
“ 와, 선배 진짜 뻔뻔하다. ”
다들 저와 같은 생각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생글생글 웃는 지성선배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성선배의 열정적인 카톡 덕분인지 결국 1명도 빠짐없이 회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역시 윤지성 짱짱맨.
“ 자, 다들 축제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다. 너네 아니였으면 망했을 거야. ”
그래도 다들 즐겁기는 한지 진심으로 짜증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지성선배의 말에 다들 자신 앞에 놓인 술잔을 들고 다같이 건배를 하며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물론 저도 지금 이 자리가 너무 즐겁긴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두 사람.
임영민과 박우진이 제 앞, 옆에 앉아있는 탓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느라 바빴다.
“ 오늘 내가 쏘는 거니까 막 마셔. ”
“ 여기 있는 술 다 털고 갈게요, 선배. ”
“ 다 털진 말고. ”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다들 술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저도 그리 주량이 센 편은 아니라 대충 분위기만 맞추며 한 모금씩 홀짝이며 마시고 있는데 옆에서 박우진이 어디서 난 건지 사이다를 건네왔다.
원래 술을 마실 때 탄산음료와 함께 마시는 터라 사이다를 건네 받아 제 앞에 올려두고 고맙다는 의미로 박우진의 어깨를 한 번 토닥였다.
아까 식당에서 그렇게 임영민에게 폭탄을 투척한 박우진은 임영민이 수업 때문에 강의실로 돌아가고 나서도 제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행동해 저도 딱히 박우진에게 뭐라 하진 못 했다.
다만 지금 제 앞에 앉아있는 임영민의 눈빛이 너무 불편할 뿐이었다.
“ 야, 내일 다 자제휴강 때려라. ”
“ 저 내일 1교시 수업 있다고요. ”
6시에 시작된 술자리는 11시가 되어서도 끝날 줄을 몰랐다.
이제 슬슬 막차 끊길 사람들 몇몇 있을 텐데.
갑자기 중간부터 술게임에 불이 붙어 미친듯이 마시고 게임하고 마시고 게임하고를 반복한 결과 어마어마하게 쌓인 술병과 거의 1인 2안주처럼 시킨 안주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들 미쳤다, 정말.
저는 다행히 술게임에 별로 걸리지 않아 생각만큼 마시지 않아 아직까진 다른 사람들보다 정신이 멀쩡했다.
그리고, 제 옆에 앉아있던 박우진은 거의 뻗기 직전이였다.
워낙 술게임을 못 하는 타입이라 걸리는 족족 다 마시는 바람에 이미 주량을 넘은지 한참이였다.
나 챙기러 회식에 온다더니 개뿔, 지금은 내가 박우진을 챙겨야 될 상황인 것 같은데.
“ 야, 우진이 기절한 거 아니지? ”
“ 여주야, 우진이 좀 챙겨라. ”
박우진이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자 다른 선배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고개를 벌떡 들더니 박우진이 제 쪽으로 몸을 기울여 머리를 제 어깨에 기대왔다.
진짜 많이 취했구나, 박우진.
속으로 얘를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다른 선배들을 쳐다보다 제 앞에 앉아 저를 빤히 바라보던 임영민과 눈이 마주쳤다.
저도 모르게 시선을 아래로 피하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직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 거 적응 안 된다니까.
“ 우진이 저래서 집에 들어가겠냐? ”
“ 그냥 우진이 지훈이네서 재워. ”
“ 아, 저희 집 좁다고요. ”
“ 너 지금 우진이 버리냐? ”
“ 아니, 왜 말이 그렇게 이어져요. ”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집이 박지훈네 자취방이라 다들 종현선배의 말에 동의하는 듯 했다.
물론, 정작 그 집의 주인인 박지훈은 아닌 듯 했지만.
“ 진짜 이거 숙박비 받아야 돼요. ”
“ 우진이 깨면 우진이한테 받아. ”
민현선배의 명쾌한 대답에 할 말이 없어진 박지훈이 입술을 한 번 삐죽거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제 쪽으로 다가왔다.
박지훈은 어차피 선배들이 뭐라 안 해도 박우진을 챙겨서 본인 집에서 잘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들 별 신경 안 쓰는 듯 했다.
저에게 기대있던 박우진을 일으켜 세운 박지훈이 선배들에게 고개를 꾸벅이곤 손을 휙휙 흔들었다.
“ 그럼 저는 얘 데리고 먼저 사라지겠습니다. ”
“ 오냐. ”
“ 안녕히 가세요. ”
“ 다들 빠이요. ”
박지훈이 낑낑거리며 박우진을 부축하고 술집 밖으로 사라지자 다들 집에 갈 준비를 하는 듯 주섬주섬 각자 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진짜 많이도 먹었다.
“ 또 술 너무 마셔서 집에 혼자 못 가겠는 애 있어? ”
“ 아, 저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요… ”
지성선배가 애들을 둘러보며 묻자 제 대각선 맞은 편, 즉 임영민 옆에 앉아있던 박여시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원래 술도 엄청 잘 마시는 게 오늘은 별로 마시지도 않았구만 어지럽긴 개뿔.
“ 여시네 집이랑 같은 방향인 애 없냐? 여시 좀 데려다줘. ”
“ 여시 집이 어디 쪽ㅇ… ”
“ 영민선배, 저 데려다주시면 안 돼요? ”
“ 어? ”
다들 누가 같은 방향인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박여시가 임영민의 팔을 붙잡고 몸을 가깝게 붙였다.
임영민은 난감한 듯 박여시를 쳐다봤고 다른 선배들과 애들도 박여시의 말에 당황한 건지 말없이 나와 임영민을 번갈아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임영민 이제 내 남친 아니잖아. 저런 거에 빡치면 안 돼.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애써 고개를 돌려 아무 연락도 없는 핸드폰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박여시가 임영민이랑 뭘 하든 알 게 뭐야.
“ 그래, 그럼. 영민이가 여시 데려다주면 되겠네. 둘이 같은 방향 아니야? ”
“ 네, 저 영민선배랑 집 방향 비슷해서… ”
“ 둘이 택시 타고 가. 내가 택시비 줄게. ”
다른 선배들이 서둘러 상황을 정리하고 임영민과 박여시를 같이 보내려 하자 임영민이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인 박여시도 임영민이 먼저 갈까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곤 다른 선배들에게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했다.
뭐야, 진짜 둘이 가는 거야?
신경을 쓰고 싶지 않지만 자꾸만 눈길이 가는 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임영민과 사귈 때, 제가 그렇게 박여시랑 붙어서 있지 말라고. 박여시가 선배한테 마음 있는 것 같다고 그렇게 말을 했었는데.
이젠 헤어졌잖아. 둘이 뭘 하던 내가 상관할 일 아니잖아.
“ 우리도 슬슬 갈까? ”
“ 네. ”
그렇게 임영민과 박여시가 먼저 나가고 다른 선배들과 애들도 각자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우진은 왜 이런 날 뻗어서 그러냐.
유일하게 박우진과 집 방향이 같은 터라 다른 사람들과 따로 떨어져 혼자 집으로 가야했다.
그래도 밤이라 좀 무서운데.
“ 다들 조심해서 들어가고. ”
“ 내일 꼭 학교에서 만나요, 자체로 집에서 휴강하지 말고. ”
“ 너나. ”
다들 한 마디씩 건네며 화기애애하고 인사를 하곤 각자의 집 방향으로 떨어져서 갔다.
지하철은 나만 타네.
쓸쓸하게 혼자 터덜터덜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며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 앞으로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임영민과 박우진.
그 사이에 내가 얼른 마음을 잡아야 우리 셋 다 편할 텐데.
머리 아픈 고민을 하다보니 진짜 머리가 점점 아파지는 기분이 들어 이마를 손바닥으로 두어 번 문질렀다.
취기가 이제 올라오는 건가.
“ 미친, 13분이 뭐야. ”
다행히 제 막차는 끊기지 않았지만 다음 지하철까지 13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안 좋은 소식이 있었다.
막상 의자에 앉으니 솔솔 밀려오는 졸음에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안 돼, 여기서 자면 집에 오늘 못 간다.
근데 너무 졸려.
결국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 하고 고개를 꾸벅꾸벅 움직이며 저도 모르게 졸고 있는데 순간 머리가 편하게 어딘가에 기대어지는 느낌을 받고 순간 눈을 번쩍 떴다.
3초간 상황파악을 끝내고 지금 누군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구나, 하는 생각에 재빨리 머리를 들고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려 옆을 보는 순간,
익숙한 옆모습이 제 옆에 앉아있었다.
“ 아직 차 안 왔어. ”
“ …선배. ”
임영민은 대체 왜 이렇게 사람을 못 살게 만드는 걸까.
사귈 때도 못 살게 굴더니, 이젠 헤어지고도 나를 못 살게 군다.
“ 먼저 갔을까봐 뛰어왔는데 다행히 아직 있었네. ”
“ 박여시는요? ”
“ 택시 태워서 보냈지. ”
“ 선배는 왜 여기 왔는데요. ”
“ 너 혼자 갈 거 아니까. ”
집 이쪽 방향 아니면서.
어색한 기분에 눈만 데굴데굴 굴려 시선을 피해 가만히 앉아있자 저를 힐끔 쳐다보는 임영민이 느껴졌다.
뭘 또 여기까지 오고 난리야.
“ 선배는 왜 고생을 사서 해요? ”
“ 어? ”
“ 선배가 먼저 헤어지자고 해놓고 왜 이제와서 다시 만나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데요. ”
“ …… ”
“ …그러니까 애초에, ”
“ …… ”
“ 안 헤어졌으면 됐잖아요. ”
짜증나기도 하고 울컥하는 마음에 임영민에게 쏘아대자 임영민은 입술만 꾹 다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진짜 나쁜 새끼.
“ 맞아, 진짜 내가 고생을 사서 하네. ”
“ …… ”
“ 근데 사실 고생도 아니지, 뭐. ”
“ …… ”
“ 내가 너한테 했던 거 그대로 돌려서 받는 건데. ”
담담하게 말하는 임영민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때, 다음 열차가 들어온다는 안내가 나오고 자리에서 일어나 임영민을 쳐다보았다.
“ 이제 가요. 저 갈게요. ”
“ 같이 가. 나 지하철 탈 거야. ”
“ 선배 이거 안 타잖아요. ”
“ 오늘은 탈 거야. ”
이게 또 무슨 억지야.
이 지하철을 탈 거라며 막무가내로 저와 함께 지하철에 올라탄 임영민을 말릴 방법은 없었다.
집 이 방향 아니면서 왜 이걸 타는데.
“ 선배 지금 어디 가는데요. ”
“ 너 데려다주러 가잖아. ”
“ 선배. ”
“ 너 데려다주고 나는 근처 친구네 집에서 자면 돼. ”
“ 거짓말. ”
“ 아닌데. ”
“ 우리 집 근처에 친구네 집 없잖아요. ”
“ …… ”
“ …… ”
“ …응, 거짓말이야. ”
임영민을 빤히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임영민이 제 눈치를 보며 옆자리에 앉더니 저를 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 왜 쳐다봐요. ”
“ 안 쳐다봤어. ”
“ 또 거짓말. ”
“ 미안해. 쳐다봤어. ”
지금 무슨 말장난 하러 온 것도 아니고 뭐하는 건데.
임영민을 한 번 흘기며 입술을 앙 다물고 말없이 핸드폰을 켜자 잘 들어가고 있냐는 단톡방에서의 알림이 계속 울렸다.
귀찮아, 이따 읽어야지.
“ 여주야. ”
“ 네. ”
“ 박우진이 너 좋아하는 거. ”
“ …… ”
“ 솔직히 난 대충 눈치 까고 있었어.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제가 방금 제대로 들은 건가 싶어 임영민을 쳐다보자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임영민과 눈이 마주쳤다.
아, 씨… 얼굴 보면 마음 약해진다고.
“ 솔직히 내 눈엔 딱 보였다. ”
“ …… ”
“ 니가 박여시 싫어하는 것처럼, ”
“ …… ”
“ 나도 우진이 별로 안 좋아해. ”
임영민의 말을 듣다 보니 대충 수긍은 갔다.
박우진이 나한테 사심 있는 것 같아서 별로 안 좋아한다는 소린데.
근데 뭐, 이제 와서 어떡하라고.
“ 그럼 더 헤어졌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
“ …… ”
“ 내가 헤어지고 바로 우진이랑 잘 될 줄 어떻게 알고. ”
“ 그러게. ”
“ …… ”
“ 내가 진짜 정신이 나갔었나 보다. ”
불편한 침묵이 흐르고 서로 말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징- 울리는 진동에 제 핸드폰을 확인하자 카톡이 온 건지 연속해서 울리는 핸드폰에 결국 화면을 켜 카톡을 들어가 확인했다.
15 박우진
야
잘 들어가고 있ㄴ냐?
아
속쓰려 뒤지겠다
오늘 데려다주려고ㅗ 했느데 오전 12:04
아 ㅗ 오타임
망할 게임
꼭 들어가면 연락ㅎㅐ
무서우면 전화하ㅗㄱ
고 오전 12:05
박우진이 잠에서 깬 건지 제게 카톡을 보내왔다.
그러게 술을 누가 그렇게 마시랬나.
답장을 보내려 자판을 누르려 핸드폰을 들자 옆에서 임영민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 신경 쓰여.
“ 우진이야? ”
“ 네. ”
“ …… ”
“ …… ”
“ 그렇구나. ”
반복 되는 어색한 침묵에 결국 답장을 보내려던 손을 멈추고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었다.
집에 도착해서 답장해야지.
“ 근데 선배 진짜 계속 가실 거에요? ”
“ 어. ”
“ 저 혼자 가도 되니까 중간에 갈아타세요. ”
“ 싫어. ”
“ 선배 저희 집까지 가면 돌아갈 차 없어요. ”
“ 택시 탈 거야. ”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라, 임영민아.
굳게 다짐한 듯 제 말에 끄덕도 않곤 가만히 앞만 보고 앉아있는 임영민을 보고선 결국 체념을 하고 고개를 돌렸다.
내 말 죽어도 안 듣는 건 하나도 안 변했네,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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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씨씨입니다 ^.^
또 왔어요. 짱 빠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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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제 공지로 암호닉 신청을 받았는데 사실 중간에 마감 댓글을 달았어요.
근데 많은 독자분들이 제 댓글을 못 보시고 (^^...) 계속 신청을 해주셨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그 뒤에 해주셨던 분들도 받기로 했습니다.
단, 이번만 그렇게 하고 다음 신청부턴 아예 받을 인원을 정해야겠어요 !
암호닉 확인하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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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 글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려요 !
댓글은 정말 제게 힘이 되고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됩니다 ㅠ.ㅠ
다들 좋은 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