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 김여주, 뭐냐. 갑자기 왜 헤어진 건데. ”
웰컴 투 더 헬.
어제 박우진과 너무 달렸더니 아침이 되어도 풀리지 않는 속에 끙끙 앓으며 겨우 등교를 했다.
학교에 도착을 하자마자 예상했던 대로 제게 쏟아지는 질문들에 머리가 더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 아, 뭐 헤어지는 거에 이유가 어딨어. ”
“ 왜 없어. ”
“ 남자랑 여자가 만났다 헤어지고 그러는 거지. ”
“ 그게 너랑 영민선배라면 말이 다르지. ”
우리 과 공식 커플이 이렇게 사라져도 되는 거냐?
진짜 지랄 옘병을 떨어요, 박지훈. 짜증난다는 얼굴로 박지훈을 쳐다보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저를 쳐다본다.
공식 커플은 개뿔. 우리 과에 CC가 몇 커플인데 뭔 우리가 공식 커플이야.
“ 야, 나 안 그래도 빡치니까 제발 좀 닥쳐줘. ”
“ 너 설마 차였냐? ”
“ 아, 이 새끼가 진짜... ”
점점 어두워지는 제 얼굴은 보이지 않는 건지 실실 웃으며 옆에서 깐족거리는 이 놈을 정말 세게 한 대 때리고 싶었다.
지금 놀아줄 사람이 없어서 이러는 거지, 어? 아직 오지 않은 박우진을 원망하며 조용히 속으로 화만 삼켰다.
박우진이 와야 박지훈이 좀 조용해질 텐데.
박지훈, 오늘 잘못 걸리면 진짜 뒤진다.
미디어과 임원방 (13)
13 윤지성 선배
얘들아
오늘 5시에 회의 있는 거 알지?
오늘 축제 준비 회의니까 빠지면...
^^
알지? 오후 1:30
15 김동현
빠지면 어떻게 되나요?
ㅎㅎ 오후 1:30
13 윤지성 선배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면
어디 빠져봐
ㅎㅎ 오후 1:30
15 박우진
저도 궁금합니다
ㅎㅎ 오후 1:31
13 윤지성 선배
이새끼들이
단체로 뒤지려고 오후 1:31
16 배진영
5시까지 과방으로 가면 되죠? 오후 1:31
13 윤지성 선배
환장을 했
응 ^^
역시 우리과 임원 비주얼 진영이 오후 1:31
14 황민현 선배
오늘 지각하는 사람이
아이스크림 쏘기 오후 1:32
14 김종현 선배
그럼 황민현이 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후 1:32
14 황민현 선배
ㄲㅈ 오후 1: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후 1:33 민현선배 아이스크림 잘 먹을게요
14 황민현 선배
여주야
뒤진다 오후 1:33
15 박우진
김여주는 꼭 대답 안 하다가
먹을 거 얘기만 나오면 톡하냐
ㅋㅋ 오후 1:34
15 박지훈
ㅇ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후 1:34
14 임영민 선배
저랑 재환이는 과사 좀 들렀다 갈게요
늦어도 10분까진 갑니다 오후 1:36
숨이 딱, 멈췄다.
방금까지 웃느라 올라갔던 입꼬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수평을 유지하고 있었다.
임영민.
세 글자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게 앞으로 나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핸드폰에 저장된 임영민의 이름은 분명 하트가 가득한 다정한 이름이었는데 다시 처음처럼 저장된 14 임영민 선배.
우리가 다시 선배와 후배로 돌아갔구나.
다시 한 번 실감나는 순간이였다.
“ …야. ”
임영민의 카톡을 보고 굳은 절 발견했는지 옆에 있던 박우진이 저를 조심스레 불렀다.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그대로 책상 위에 엎드리자 제 머리 위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아마 박우진의 손이겠지, 제 머리를 쓰다듬는.
“ 그럼 영민이랑 재환이 빼고는 다 온 거네? ”
수업이 끝나고 지성선배가 예고했던 대로 임원 회의를 위해 임원들만 모두 과방에 모였다.
아직 임영민이 오진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좁은 공간에서 임영민을 아무렇지 않게 마주할 생각에 벌써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였다.
“ 일단 이번 축제 때 우리가 과 주점을 할 거잖아. ”
“ 네. ”
“ 반은 안에서 음식 만들 거고, 반은 밖에서 서빙을 할 건데 일단 포지션부터 나누자. ”
“ 뭘 고민해요, 여기 비주얼들이 이렇게 널려있는데. ”
박지훈이 웃으며 손으로 꽃받침 모양을 해 자기 얼굴에 대자 지성선배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박지훈에게 손가락 엿을 선보였다.
지성선배, 나이스.
우리 학교에서 나름 비주얼 꽤 유명하다는 애들이 우리 과에 몰려있는 건 사실이다.
뭐, 솔직히 인정하긴 싫지만 박지훈도 그렇고, 민현선배, 종현선배, 후배들 중에선 진영이, 선호 등등.
물론, 나도… 라고 하고 싶지만 그건 양심에 많이 찔리니까.
우리 과 임원들 중 여자는 저 포함 셋.
나, 정수정, 박여시.
이중 최고 비주얼을 꼽으라면, 아마 제 생각엔 수정이 같다.
“ 주점 홍보할 때에는 수정이랑 자칭 비주얼이시라는 박지훈이랑 둘이 가면 될 것 같은데. ”
지성선배를 보며 말을 꺼내자 지성선배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수정이와 박지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격한 반응.
“ 아, 싫어. 작년에도 내가 홍보했잖아. 지성선배, 저 작년에 그렇게 고생시켜놓고 또 시키게요? ”
“ 아니, 수정ㅇ... ”
“ 이 날씨에 홍보하러 돌아다니다 죽어요. 쓰러져, 쓰러져. ”
“ 뭐야, 박지훈. 넌 아까 하고 싶다며. ”
“ 홍보 말고 서빙이요.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실내 주점에서 서빙하고 싶습니다. ”
수정이와 박지훈의 격한 거부 의사에 지성선배가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곤 다시 고민에 빠져 우리를 훑어보았다.
박지훈의 말대로 이 날씨에 홍보하러 돌아다녔다간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
아, 씨… 내가 이래서 박지훈이랑 정수정 추천한 건데, 들켰네.
제게로 이어지는 수정이의 강력한 째림의 눈빛에 애써 시선을 피하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미안하다, 미안해.
“ 그럼 홍보 저랑 영민선배랑 할래요. ”
애써 지성선배와 수정이의 눈빛을 피하고 있는데 제 귀를 강력하게 때려오는 말에 순간 고개를 벌떡 들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지금 이 과방의 공기가 싸한 건 제 기분 탓일까.
다들 제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것도 제 기분 탓일까.
“ 아, 어… 여시랑 영민이랑 하겠다고? ”
“ 네. 저랑 영민선배랑 할게요. ”
“ 그럼 뭐, 이따가 영민이 오면 영민이한테 물어보고 정하면 되겠네. ”
왜 굳이, 왜 하필.
제가 피해망상 환자가 아니라면 이건 분명히 저를 노리고 말한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박여시는 내가 영민선배랑 사귈 때에도 꾸준하게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으니까.
이제 뭐, 나랑 임영민이랑 끝났다고 막 나가자 이건가.
홍보 특성상, 종일 둘이 붙어 홍보를 하기 때문에 둘이서만 계속 같이 다녀야했다.
괜히 저 때문에 어색하진 과방의 공기가 싫어 핸드폰을 보는 척 고개를 숙였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
타이밍도 어쩜 그렇게 딱 맞게 들어오는지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과방의 정적을 깨고 임영민과 김재환이 들어왔다.
지금 빈 자리는 내 옆과 종현선배 옆 자리.
우릴 쭉 훑고 자연스럽게 종현선배의 옆으로 가 앉는 임영민을 보지 않으려 애꿏은 입술만 깨물고 시선을 핸드폰에 고정시켰다.
“ 어디까지 얘기했어요? ”
“ 아, 그 홍보 누가 할지 정하고 있었어. ”
임영민의 물음에 지성선배가 대답을 해주자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힐끔 쳐다보는 임영민이 느껴졌다.
뭐야, 왜 쳐다봐. 내가 모를 줄 아나.
“ 영민아, 여시가 너랑 홍보하고 싶다는데 넌 어때? ”
“ 아, 여시랑 저랑요? ”
“ 응. ”
“ 전 상관없는데. ”
사귀었다 헤어진 건 우리 둘인데, 왜 이렇게 나 혼자 죄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상관없다는 영민의 대답에 다들 내 눈치를 한 번씩 보곤 암묵적인 동의에 의했다.
임영민 잔인한 놈.
내가 박여시를 안 좋아하는 걸 다 알고 있으면서 이러는 건…
그래, 이제 남자친구 아니니까.
그래, 이제 나랑은 상관 정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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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씨씨입니다!
많은 분들이 첫화를 많이 좋아해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ㅠㅠ
감사한 댓글들과 추천들! 그리고 엄청난 신알신수까지!
그래서 얼른 2편을 들고 왔어요 ㅎㅎ
아마 3~4화부터 본격적인 러브라인 구도가 확실하게 들어가게 될 것 같아요!
계속 기대 많이 해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다들 잘 보셨다면 댓글 하나씩만 달고 가주세요 ㅠ.ㅠ
저에게 힘을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