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화는 여주와 세운의 에피소드 특별편입니다. 세운 시점 글은 아니에요. 실망하셨다면.. 포송합니다.. 독자님들.. 여주가 세운일 좋아하기 이전의 소소한 에피소드임니다..)
전교회장 정세운 w.리틀걸
특별편 (1). 김여주와 정세운 이야기.
# 이루펀트 - 화분 (Inst.)
(브금 없으니 심심한 것 같아서 추가함니다..)
1. 인기왕 세운이와 마냥 실없던 과거의 여주
여주가 세운이를 짝사랑하지 않을 시절, 여주는 종종 세운이 다른 여자 애들로부터 고백받는 장면들을 목격했다. 절대 뭐 훔쳐봤다거나 한 건 아니고, 단지 항상 세운과 붙어다녔기에 어쩔 수 없이(그러나 그걸 즐겼다.) 그 광경을 목격하곤 했다. 그리고 세운은 여주의 생각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
" 여주야, 미안한데 세운이랑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
오늘은 세운과 매점을 가는 길에 옆 반 여신이라고 불리는 주희가 세운을 찾아왔다. 아, 응! 심상치않은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눈치채고 자리를 비켜주자 주희는 그런 여주를 향해 고맙다며 웃었다. 와, 진짜 예쁘다. 제 나이 또래 답지않게 성숙하고 예쁜 주희를 보며 여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런 애랑 사귀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운동장 벤치에 앉은 여주는 잠자코 세운을 기다렸다. 그냥 교실로 돌아갈까 싶었지만, 오늘은 정세운이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로 했는 걸.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으로 수업 시간을 버텼던 여주는 그 유혹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벤치에 앉은 채 운동장 잔디를 바라보며 다리를 앞 뒤로 흔들었다. 그러기를 한 5분정도 지났을까. 풀썩, 옆자리에서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했다.
" 어, 벌써 왔어? "
세운이었다. 딱 10분까지만 기다려보고 안오면 교실로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세운은 참으로 타이밍 좋게 등장했다. 얼마 안걸렸네. 금세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에 들떴다. 그런데 슬쩍 살펴본 세운의 표정이 어쩐지 안좋았다. 무슨 일 있었나.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다시 아무렇지않은 본래의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세운을 보며 여주는 그 생각을 지워냈다.
" 가자. "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세운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점으로 향하는 동안 평소에도 말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더 조용해진 세운의 모습에 여주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 정세우이~ 주희가 뭐래? "
" 별 말 안했어. "
" 별 말은 안했겠지만, 고백은 받았겠지~ "
" 그런 거 아니.. "
" 다 봤거든? 너랑 걸어갈 때 주희 귀 엄청 빨개진 거. "
" ....... "
세운을 놀려대듯 여주는 웃으며 말했다. 세운이 당황한 듯 입을 디물었지만 여주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자랑스럽다. 세운아! 그 어이없는 모습에 세운은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여주의 추측은 사실이었다.
저를 학교 뒤 공터 쪽으로 이끈 주희는 세운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얼굴을 붉혔다. 쑥스러워 하는 그 모습에 세운은 제가 다 머쓱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어진 세운의 대답은 No. 미안하다며 곤란한 표정을 지은 세운은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거절 의사를 표현했다. 그 대답을 들은 주희가 좀 전보다 더 얼굴을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한 차례 입술을 깨물고 뒤돌아 가려는 세운을 향해 물었다.
혹시 여주 때문인거야?
.. 아니. 세운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됐어. 자존심 상할 뻔 했는데. 이어진 주희의 말이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세운을 붙잡았다. 뉘앙스가 찜찜하게 들리는 그 말에 세운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발걸음을 멈추고 주희를 바라봤다.
" 그게 무슨 뜻이야? "
" ....... "
" 주희야. "
" ..아니, 솔직히 그렇잖아. "
" ....... "
" 여주 성격 좋은 거 알지. 근데 너랑 그렇게 붙어다닐 급은 아니잖아. 오는 고백 다 마다하면서 붙어다니는 게 고작 여주라는 게.. "
잠깐만, 너 그 말.. 빠르게 이어지던 주희의 말을 끊어냈다. 이미 세운의 표정은 숨길 수 없을 정도로 구겨진 상태였다. 친구들 사이에서 저와 여주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간다는 건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던 터였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여주를 무시하고 있는 줄은. 주변에서 여주와의 사이를 물을 때마다 그런 거 아니라고 어색한 웃음만 흘리며 넘겼던 것을 세운은 후회했다. 저와 비교를 해가며 급 따위를 운운하는 주희의 모습을 보니 화가 났다. 하, 짧은 숨을 뱉어냈다.
" 방금 한 얘기. "
" ...... "
" 못들은 걸로 할게. "
" 뭐? "
애써 화를 참아가며 꾹 눌러 담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은 세운이 느리게 한 번 눈을 깜박이고 주희 쪽을 똑바로 바라봤다.
" 근데 여주 앞에서 한 번이라도 그런 얘기 하는 날엔, "
" 야, 정세운. "
" 너 다신 볼 일 없을 거 같다. 주희야. "
처음으로 마주하는 세운의 차가운 표정에 주희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김여주때문 맞네. 그리고 저를 그렇게 화가 서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세운의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뭐가 부족해서, 내가 김여주보다 못한 게 뭔데. 입술을 꽉 깨물고 부들거리는 주희를 세운은 그저 차갑게 식은 얼굴로 그 옆을 지나쳐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가볼게.
" ..짜증나. "
세운은 항상 그랬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예의 있고, 좀처럼 화를 내는 일이 없는 세운이었지만 늘 가까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가도 금방 멀어지곤 했다. 마치 아무리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신기루라도 되는 것처럼. 그럼에도 그 옆에서 늘 가깝게 지내는 여주가 부러웠다.
세운이 말이야. 주희랑 사귀면 되게 어울릴 것 같지않아? 둘 다 선남선녀잖아.
그래도, 희망이 있지않을까 생각했는데. 세운은 단호하게 제 마음을 거절했다. 게다가 한 번도 보인 적 없던 냉한 모습을 제게 보였다. 그 이유는 또제가 늘 부러워 하던 김여주였다.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과 시기심에 주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제 입술에서 피가 나는 것도 모를만큼.
" 그래서, 사귀기로 했어? "
" ....... "
" 뭐야. 거절했어?! "
매점으로 가는 길, 제 옆에 서 걸음을 옮기던 여주는 세운에게 주희와의 일을 물으며 쫑알쫑알 말을 걸어왔다. 사귀기로 한거냐는 물음에 입을 다문 채 대꾸를 하지않자 새삼 충격 받은 얼굴로 세운을 앞지른 여주가 그 앞을 막아섰다.
" 헐. 설마 진짜야? 거절했어? "
" 응, 여주야. 그러니까 이 얘기 이제 그ㅁ.. "
체념한 듯 세운이 말했다. 그러나 그 대답에 여주는 더욱 흥분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 주희 예쁘잖아! 너 3반 여신 몰라? 미쳤어, 정세운! "
예쁘긴. 걔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면서. 세운은 불과 몇 분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너 그러다 연애 못한다며 제 옆에서 실없는 잔소리를 늘어 놓는 여주를 보며 애꿎은 세운의 속만 답답해졌다. 묵묵히 발걸음만 옮기고 나니 어느새 매점에 다다랐다.
" 아이스크림 뭐 먹는댔지? "
잠시 고민하던 세운이 여주를 향해 물었다.
" 인기 많아서 좋.. 어..? 아! 나 메가톤바!! "
" 하나 집어. 계산하고 올게. "
" 응! 아싸, 잘먹을게. 세운아! "
그래도 다행인 건, 여주가 이리도 단순한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쉽게 대화 주제를 돌린 세운이 어느새 아이스크림 껍질을 벗겨내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여주를 바라보며 웃음을 흘렸다.
그 날의 일은, 그렇게 여주에겐 전해지지 않길 바라는 비밀로 남았다.
2. 유치찬란 김재환과 정세운
" 야, 김여주. "
" ..엉? "
" 솔직히 내가 낫냐 세운이가 낫냐. "
이게 뭔소리야. 여주가 인상을 찌푸렸다. 대뜸 저에게 다가와 묻는 말이 누가 더 낫냐는 질문이라니. 그와중에도 제가 더 낫지않냐며 자화자찬을 해대는 재환을 바라보다 얼이 빠졌다. 어이가 없어진 여주가 이를 무시하고 재환의 옆에 서있는 세운을 바라봤다.
" 야, 세운아. 쟤 왜저래..? "
" ........ "
" 진짜 황당하다. 하여간 김재ㅎ.. "
" 한 명만 골라야 돼. 여주야. "
턱으로 김재환을 가리키며 왜저러냐고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물으니 저를 똑바로 쳐다본 세운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런다.
헐, 대박.. 정세운도 정상이 아니었어. 이내 여주는 고민에 빠졌다. 둘 중에 누가 낫냐고?. 그리고 은근히 기대에 찬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 야, 성격 다 제끼고 외모만. "
" ... ? "
" 너 당연히 세운일거 아냐. 외모만 봐. 외모만. "
어떻게 알았대. 당연하게도 세운을 외치려던 여주가 재환의 말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성격까지 포함하고 봤을 때, 세운이 더 나은 건 당연했다. 착하고 다정한 성격인 정세운과 달리 김재환 저거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장난끼도 많고 저를 괴롭히는 데에 이미 선수가 되어있는 놈이기때문에. 그치만 그런 성격을 제외하면 조금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맨날 시비 걸고 욕을 하긴 해도, 김재환 외모와 허우대가 어디 가서 빠질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저런 성격인 재환도 뒤에서는 알게모르게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많았다. 츤데레 남사친 같다라나, 뭐라나.. (질색)
" 아, 몰라. 니네 다 똑같애. 나은 사람 없어. "
여주는 결국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내가 왜 저 녀석들을 두고 이런 고민을 해야 해.
" 아 왜, 객관적인 눈이 필요해. "
" 그러니까 그게 왜 궁금하냐고오.. "
" 그냥, 재밌잖아. 세운이도 궁금하다 그랬다니까? "
여주의 시선이 다시 세운에게로 넘어갔다. 눈이 마주친 세운은 재환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와, 정세운까지 왜저래. 결국 여주는 책상 위에 올려둔 포스트잇을 한장 떼어냈다. 말로 하긴 그냥 왠지 민망하니 종이에 적어서 줄테니까 알아서 확인하라는 거였다. 자꾸만 그런 제 옆에서 자신을 어필하는 재환을 향해 여주는 손을 휘휘 저었다.
여주는 고개를 숙여 작은 포스트잇 종이를 필사적으로 팔로 가려가며 이름을 적어내렸다. 꼬깃꼬깃, 종이를 접어낸 여주가 손을 내밀었다. 자, 저기 나가서 봐.
" 안봐도 나겠지. "
" ....... "
휙 낚아채듯 포스트잇을 손에 넣은 재환이 세운과 복도로 나가 꼬깃 접혀 있던 종이를 펼쳐냈다.
ㅡ
성격 안 봐도
정세운이 좀 더 나음
물론 도찐개찐 ^^;
ㅡ
쪽지를 확인한 후 재환은 울었고, 세운은 웃었다.
" 와, 말도안돼. "
" 재환아. "
" 와.. "
" 이제 조용히해. (웃음) "
얼이 빠진 듯 종이를 손에 든 채 입을 벌리고 서있는 재환의 옆에서 세운은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어느새 힘껏 올라간 광대가 그 기분을 말해주고 있었다. 제가 생각해도 유치하고 어이 없는 질문이었는데, 막상 제 이름이 적힌 걸 보니 이렇게나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 여주야, 매점 가자. 사줄게. "
본인도 여주 못지않게 단순한 세운이었다.
( 정세운 이름 세 글자 적은 걸로 과자를 손에 넣은 김여주 : 아싸, 과자!)
작가의 말 |
리틀걸이에요:> 아직 작가는 한국이 아니랍니다 ㅎ-ㅎ.. 내일 귀국이기도 하고 오늘 하루 혼자 돌아다녔어서 일찍이 숙소에서 쉬다가 전에 조금 써둔 걸 가져왔어요! ㅎㅎㅎ 역시 글 쓰는게 재밌네요 작가가 못 참겠어요 8ㅅ8.. 세운이편은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걸려서 내일 오후에나 올라올 거 같애요! 여행은 잘 마치고 돌아갈 예정이니 또 달려봅시다 ( ͡° ͜ʖ ͡°) 그리고 오늘 쎄씨랑 팡현이 세운이 인스타 올라온 거 보고 작가 주것슴ㄴㅣ다.. 관 짜주세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럼 본편 (세운이시점) 기대해주세운♡ + 아그리고 가끔 독방에서 제 글 재밌다고 해주시는 분들.. 감사...함니다.. 아이시떼루요.. - 독방 지박령 작가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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