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짝사랑 - 10cm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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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이의 부탁으로 알바 대타를 가는 길. 나는 지난 밤 보낸 카톡에 아직 답이 없는 황민현을 생각하다가 또 카페 앞에 바지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놓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익숙한 모습에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빼고야 말았다.
" ... "
" 어, 김여주. "
씩 웃으며 반갑게 손을 흔드는 옹성우를 보면서 얼마 전 나를 기다리고 있던 황민현의 모습이 떠올랐다. 옹성우에게 다가가자 옹성우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내 옆에 슥 다가왔다. 결국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지 못하고 카페 입구에서 멀찍이 떨어져 멈춰섰다. 옹성우가 내 걸음에 맞춰 자신의 발걸음도 멈췄다.
" 또 왜. "
꽤 딱딱한 목소리로 옹성우에게 말하자 옹성우가 멋쩍은 표정을 잠시 해보이더니 또 왜라니, 섭섭하게. 커피 마시러 왔지. 하며 씩 웃었다. 깊은 숨을 내뱉고 옹성우의 말에 답을 하지 않은 채로 카페로 들어섰다. 딸랑, 종소리가 들려고 어제처럼 지성 오빠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오...어, 여주! 빨리 왔네~ 지성 오빠의 말에 억지로 웃으며 카운터로 향하자 지성 오빠가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 어제 온 손님 아니야? "
" 누구요? "
" 너랑 같이 들어온... "
" 아, 네. 친구에요. "
친구에요.
나는 황민현이 그랬던 것처럼 마음을 애써 숨기고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친구라고. 지성오빠가 아~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참, 여주야. 내가 이럴 때가 아니다. 빨리 가봐야지. 하고선 익살스럽게 웃었다. 오늘도 수고해! 지성 오빠가 내게도 인사를 하며 옹성우에게도 꾸벅 인사를 했다. 옹성우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내가 있는 카운터 쪽으로 다가왔다.
" 오늘도 카페라떼. 마시고 갈거야. "
" 알았어. "
무심하게 말하며 옹성우가 건넨 카드를 받아들자 옹성우가 눈을 꿈뻑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계산을 하고서 옹성우에게 다시 카드를 건네고 커피머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옹성우가 날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카페에선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나는 옹성우에게 어떠한 불필요한 말도 걸지 않았다. 물론 옹성우도.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유리잔에 우유를 붓고 있는데 옹성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야, 김여주. "
애써 못 들은 척하며 라떼를 만들고는 뒤를 돌았다. 옹성우의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 그 모습을 무시하고서 여기 라떼. 하고 트레이를 건네자 옹성우가 트레이를 받지 않고서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 여주야. "
" ...왜. "
나에게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묵직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옹성우와 눈을 맞췄다. 옹성우가 너... 하고 말문을 열었다.
" 설마 황민현 때문에 나한테 이러는거야? "
" ... "
" 민현이랑 무슨 일 있는 것 때문에 나한테까지 이러는거냐고. "
" ... "
옹성우가 받지 않는 트레이를 옆으로 밀어두었다. 옹성우는 애초에 커피를 마실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냥 나와 얘기를 하려고, 내가 자꾸 자신에게 뚱하게 구니 그게 불만인 것 같았다. 하. 나도 모르게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 아니. "
" 그럼 왜 나한테 갑자기 이러는건데? 연락도 잘 안 되고, 지금도 은근 나 무시하고. 황민현이랑 싸운 것도 아니면서 나한테 왜 그러냐고. "
내가 너한테 이러는게 황민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거야? 황민현이랑 싸워서, 황민현 고백이라도 거절해서 너 보기 껄끄러워서, 소개시켜준 니가 미워서 내가 이러는 것 같아? 속에서 여러 말들이 뒤섞였다. 평소 같았으면 삼켰을 말들이었겠지만 오늘은 어찌 된 일인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민현이의 고백이 내게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건지는 몰라도 솔직하고 싶었다. 옹성우에게 지쳐가는 내가 불쌍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참고, 언제까지 이렇게 숨겨야할까.
옹성우가 조금 전보다 더 격앙된 표정으로, 그렇지만 체념하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소개 안 해줬어. 너도 평소처럼 그냥 소개팅 하라고 했을 때 거절하지 왜 받았어. "
나를 질책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모든게 나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옹성우는 이런 상황이 된 게 황민현과의 소개팅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전혀 아닌데. 나는 그저 내 마음에 솔직해지고 싶어서, 더이상 너의 뒤에서 서는 일을 그만하고 싶었을 뿐인데. 화가 났다. 내가 소개팅을 받지 않았다면 나는 몇 년이고 너를 앓았겠지. 지금까지 이랬던 것처럼 무수한 시간을 혼자 아파했겠지.
" ...너야말로 왜 그래? "
" 뭐? "
" 언제는 네가 신나서 소개팅 해준다며. 황민현이랑 잘 됐으면 좋겠다면서 네가 그랬잖아. 황민현 괜찮은 애라고 니가 잘해보라고 그랬잖아. "
손님이 없는게 다행이었다. 옹성우가 무슨 말을 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옹성우가 내 눈을 피했다. 조금은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너야말로 왜 그러는지 내가 이해가 안 돼, 성우야. 홧김에 받은 그 소개팅을 주선해준건 너였잖아. 너잖아.
" ...네가 지금 이렇게 나한테 쌀쌀맞게 구는게 "
" ... "
한동안 말이 없던 옹성우가 나를 쳐다보고 조금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옹성우에게 내가 정말 단 한번이라도 쌀쌀맞게 군 적이 있던가? 지난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바보같이, 정말 바보같이 옹성우의 뒤에서 늘 옹성우를 바라봤던 내 모습들이.
" 나는 적응이 안 돼. "
" ... "
" 네가 나를 이렇게 대하는 이유도 난 모르겠고, 그냥... 그냥 화가 나. "
" ... "
옹성우가 더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는데, 그냥... 그냥 네가 이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고. 옹성우가 그렇게 말하곤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한동안 또 정적이 일었다. 옹성우의 말에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몰랐다. 어쩌면 친구로서 느낄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인데, 내 마음이 혼란스러워서일까 아니면 옹성우의 저 표정이 뇌리에 박혀서일까 자꾸만 다른 의미로 해석을 하려는 내가 싫었다.
" ...그리고 "
" ... "
노래가 잠시 끊기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기 전 옹성우가 찰나의 정적을 깼다. 그리고 다음에 나온 옹성우의 말에 나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옹성우의 마음을 나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옹성우는 더이상 아무 말도 않고 커피를 마시지도 않은 채 나가버렸다. 옹성우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는 더이상 알 수가 없었고, 알고 싶지 않았다.
" 네가 황민현이랑 카페 앞에서 웃으면서 있었을 때 "
" ... "
" ...그 때도 화가 났어. "
나는 옹성우가 한 마지막 말을 곱씹다가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휴대폰을 확인하고선 그 자리에 한참을 서있다가 옹성우가 입도 대지 않은 라떼 잔을 비우고야 말았다.
미친놈.
성우가 버스정류장에서 앉아 있다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떨궜다. 왜 그 말이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왔는지 본인도 이해를 못할 노릇이었다. 아니, 전혀 대화 주제와는 관계 없는 얘기를 했잖아. 그것도 무슨... 사랑고백같은. 성우가 좀전의 모습을 생각하며 머리를 감쌌다. 아오, 미친 옹성우!!!!
" 하아아아... "
성우가 한숨을 크게 내쉬곤 눈을 다시 질끈 감았다. 왜 정말로 그 말이 튀어나왔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었다. 그냥... 그냥 갑자기 튀어나온 말이었다. 정말로 화가 났으니까. 여주가 그렇게 자신을 대하는 것도 화가 났지만 그 카페 안에 있으니 문득 민현이와 여주가 서로를 보고 예쁘게 웃던 모습이, 민현이가 여주를 안고 있던 장면이 생각이 나서 더 화가 났다. 그렇다고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냐? 옹성우 미친새끼.
" ... "
성우가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오는 버스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득 열일곱살, 처음 여주를 만났을 때가 생각이 났다. 버스비가 없는 자신을 대신해서 돈을 내준 여주의 모습. 성우가 버스에 올라타 텅텅 빈 자리에 앉고는 창밖을 보고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말을 할 타이밍도 아니었고, 그런 말을 할 상황도 아니었다. 요즘 조금 이상하긴 했다. 김여주가 예뻐보이고, 김여주와 잘 되고 있는 황민현이 아무 이유없이 밉고. 심지어 본인이 소개를 해준 사이인데도. 후회했다. 심지어는. 그 둘을 그렇게 이어준 과거의 자신을 원망했다.
" 미친놈... 옹성우 미친새끼... "
성우가 중얼거리며 버스 창문에 기댔다. 이런 마음이 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시작을 해서는 안 되는 감정이라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리고 시작할 일도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성우가 창 밖의 가로등을 보며 한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버스에서 처음 여주를 만났을 때가 기억났다.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 고마워. "
김여주는 첫인상이 되게 좋았다. 버스에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이면 김여주가 나의 버스비를 내준게 되게 고마웠다. 김여주는 지금이랑 다르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웬 쓰레기 새끼 때문에 그렇게 된 거지만.
" 아... 아니야. "
" 나중에 학교에서 만나면 버스비 줄게. "
김여주는 고개를 푹 숙이고서 나를 쳐다보질 않았는데, 그 땐 정말로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낯을 많이 가리는 앤줄 알았다. 명찰을 흘긋보니 나랑 같은 색이길래 동갑이겠거니 해서 반말을 했더니 김여주도 자연스럽게 반말을 했다. 아, 뭐. 내가 좀 잘생겨서 유명하긴 하지. 그 땐 어려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 아니. 괜찮아. 안 그래도 돼. "
" 그래도... "
갑자기 단호하게 말하는 김여주의 모습에 우물쭈물하며 말했지만 김여주는 한 번을 나를 쳐다보질 않고 그렇게 버스에서 내렸다. 내심 아쉬웠다. 착한 일을 했으면 보상을 받아야지. 김여주. 명찰에 적힌 이름은 '김여주'였고, 나는 그 모습과 그 이름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연히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달려가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김여주는 역시나 나를 피하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쪽팔렸을거란 생각이 들어서 미안하다.
아. 그리고 괜히 이름으로 부르면 스토커 같을까봐... 버스! 라고 불렀는데, 그것도 꽤나 창피했는지 매일 후다닥 도망가곤 했다. 아, 근데 그 반응이 진짜 웃겼다. 버스! 하고 부르면 갑자기 걸음이 빨라져선 슥 복도 코너를 꺾는게 엄청 웃겼는데.
" 버스? 사람 이름이 버스냐? "
매점을 가던 같은 반 친구가 나를 툭치며 물었다. 어? 아니. 이름이 버스겠냐. 내가 그렇게 말하자 뭐야, 그럼 뭐 애칭인가? 근데 쟨 돌아보지도 않는데? 하며 킥킥 웃었다.
" 그러게... 한번쯤은 인사 좀 받아주지. "
" 하긴 니가 복도에서 쩌렁쩌렁하게 버스버스 거리는데 나같아도 도망간다. 됐고, 매점이나 가자. "
아쉬웠다. 네가 그렇게 피하기만 하는게. 그냥 능청스럽게 못 이기는 척 인사라도 한 번 해주지. 이상하게 아쉬웠다. 그냥 그 때부터였나, 너랑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건? 그러다가 동아리 면접대기 교실에서 김여주를 봤다. 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는데... 김여주는 잔뜩 쫄아있었다. 지원한 사람도 겨우 5명 뿐인데 왜 이렇게 쫄았데?
" 안녕, 버스. "
내가 슬쩍 김여주의 옆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자 그제서야 김여주가 날 흘겨보며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나 버스 아니고, 김여주거든.
왠지 모르게 경계심을 푼 것 같아서 안녕, 김여주. 하고 부르자 김여주가 고개를 홱 돌렸다.
" 난 옹성우. 1학년 1반. "
그래도 꿋꿋이 내 소개를 했다. 통성명을 하면 또 금방 친해지거든! 나 혼자만의 이상한 철학이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김여주가 난 1학년 7반 김... 하고 자신의 소개를 하려 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 여주! "
하고 김여주의 이름을 말했다. 김여주는 내가 자신의 명찰을 그 때 보고서야 이름을 아는 줄 아는 눈치였다. 버스에서부터 이미 알고 있었는데. 김여주가 내 말에 그제서야 씩 웃었다. 맨날 피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만 보다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얘랑 나랑 앞으로 엄청 친해질 것 같다는 그런 이상한 느낌. 내가 자연스럽게 말을 걸자 김여주는 한결 편하게 내 말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역시나 이 옹성우님의 촉이 옳았다. 김여주는 점점 처음 만났을 때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나를 막 대하기 시작했고, 장난도 걸고, 자신의 얘기를 하기도 했다. 물론 내 얘기도 들어주고. 김여주에게 가장 고마웠던 점 중 하나는 이성친구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연애상담을 잘 들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여주는 한번도 자신의 연애상담을 내게 한 적은 없지만. 아, 연애상담 대신 가고 싶은 대학 얘기를 했었다.
" 넌 머리에 여자친구 만들 생각 밖에 안하지, 옹성우? "
" 그럼 넌? 연애 이런거에 관심 하나도 없고 뭔 재미로 학교 다니냐? "
" 좋은 대학 가려고 열심히 공부할려고 다니는거지. 학생의 본분이 뭐냐? "
" ...어디 가고 싶은데? "
" A대. "
그 날, 같이 노을을 찍기로 했었는데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하늘을 보면서 그런 말을 했었다. A대, 라고 말하는 김여주의 표정은 무척이나 희망차보였다. 야, 너라면 갈거야. 공부도 잘하잖아. 너. 내가 그렇게 말하자 김여주가 으이구,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떻게 아냐, 니가? "
" 딱 보면 알아. 내가 또 옹촉이라고... "
" 옹촉 같은 소리하네. 야. 지금 사진 찍자. 노을 엄청 이쁘다. "
김여주가 시덥잖은 소리를 하지 말라는 듯이 손을 내젓고는 카메라를 챙겼다. 아, 야. 그러면 너 A대 붙으면 나한테 제일 먼저 알리고 밥 사줘. 내가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기는 김여주를 보며 말하자 김여주가 그래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옹촉의 예언이 맞으면 그럴게. "
" 진짜지? 진짜다? 밥 사줘야돼. 가격 제한 없다? "
" 아, 예~ 알겠습니다. 옹촉님~ "
김여주가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카메라 렌즈 뚜껑을 열었다. 그 날 찍은 노을은 정말로 예뻤다. 축제 때 전시를 했는데, 다들 동네 하늘 같지 않다면서 막 칭찬도 하고 그랬었는데. 여튼 동아리 활동덕에 나도 모르게 김여주와 붙어다닌 시간이 늘게 되었다. 뭐... 가끔 친한 친구들은 김여주랑 사귀는게 아니냐면서 그런 말을 하고는 했는데 우리는 전혀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그냥 정말로 친한 친구 사이. 이런 친구를 알게 된게 참 행운이라 생각했을만큼 잘 맞았다. 김여주도 그랬던 것 같고.
" 진짜 데려다 주려고? "
야, 그럼 내가 너한테 그런 무서운 새끼 이야기를 들었는데 안 데려다 줄 수가 있겠냐?
그 말을 하려다 오버인 것 같아서 참았다. 매일 나만 얘기를 하는 것 같아 넌 관심있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냐고 묻자 김여주가 어렵게 꺼낸 얘기였다. 말을 하는 내내 힘들어보여서 도중에 힘들면 안 말해도 된다고 했는데 김여주는 끝까지 말을 이었다. 그럴 때보면 참 강한 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모두 듣고서야 김여주가 왜 처음에 내게 그렇게 대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남자애를 막역하게 대하겠어.
" 엉? 엉. 어차피 너네 집 데려다주고 바로 버스타고 집 가면 되니깐. "
" ...고맙네. "
김여주의 기분이 좋아보이질 않아서 평소처럼 재잘대니 김여주가 깔깔 웃었다. 아, 난 노잼이라는 말을 듣는게 제일 싫다. 사람들이 날 보고 웃는 모습이 좋기도 하고. 아, 그 중에서도 김여주는 뭐라고 해야할까. 처음에 웃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서 그런가, 김여주가 내 말에 웃는 걸 보면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런 과거 얘기를 듣고 난 후에 이렇게 깔깔 웃는 모습을 보는건 더 좋고.
김여주와 버스에서 내리고 집으로 가려는데 김여주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는데 김여주가 잔뜩 굳어 있는게 보였다. 김여주를 부른 사람이 우리 쪽으로 걸어왔고, 내가 김여주를 보고 놀라 왜 그래, 야. 야야. 김여주. 하고 부르자 김여주가 내 손목을 덥썩 잡았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 ...걔...
" ...어? 야. 너 왜 이래. 야. 여주야. "
그제서야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 김여주를 찬찬히 살피자 김여주가 몸을 심하게 떨었다. 걔야..아까 말했던... 걔... 김여주가 간신히 중얼거렸다. 아. 그 쓰레기 새끼. 조금 전 김여주의 이야기가 머릿 속을 스쳐지나가고 내가 김여주의 앞을 가로 막아섰다. 김여주가 내 등에 얼굴을 파묻는게 느껴졌다. 김여주의 떨림이 등을 타고 울렸다.
" 야. 여주야. 너 보지마. 여기 있어. 내가 알아서 해. 그 새끼라 했지? 아까 얘기한 그 집착남 새끼. 떨지마. 야. 아냐. 떨어도 되니까 너 보지마. "
횡설수설. 나도 모르게 마구 말을 뱉었다. 김여주를 진정시키고 싶었다. 김여주가 이렇게까지 바들바들 떠는 모습을 처음 봤다. 이상하게도 내가 김여주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조금 전까지 깔깔 웃던 김여주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지금 남자친구라고 말해버렸다. 김여주는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김여주 옆에 내가 있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 또라이 하거든, 이 새끼야. 마구 욕을 내뱉자 그 남자애가 당황한건지, 아님 똥을 밟았다 생각한건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가버렸다.
" 옹성우... "
긴장이 풀려 주저 앉으려 하는 김여주를 잡아주었다. 안쓰러웠다. 김여주가 내 품에 안기다싶은 모습으로 애처럼 엉엉 울었다. 강하다고 생각했던 김여주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게 낯설었고, 안쓰럽고, 지켜주고 싶었다. 김여주가 내 손을 잡고 있길래 더 꽉 잡아주었다. 괜찮아. 내가 옆에 있잖아. 하고 안심시키듯이.
" 야야. 괜찮아. 갔어. 진짜로 그냥 길 가다가 우연히 봐서 너 불렀나봐. 내가 저 미친놈보다 더 미친놈처럼 욕하고 그랬으니까 이제 올 일 없을거야. 응? "
달래듯이 김여주에게 말하고 김여주의 등을 토닥였다.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김여주는 다른 여자애들보다 체구가 작았다. 내 품에 기대서 고맙다고 말하는 김여주에게 어쩐지 조금은 이상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도 그 땐 그게 친구로서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처음보는 김여주의 모습에 내가 많이 당황해서, 내가 많이 낯설어서 그런 감정이 느껴졌다고 생각했다.
김여주에게 연애상담을 할 때면 김여주는 늘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곤 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별다른 해답을 얻진 못했지만 그냥 말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후련했다. 남자애들한테 이런 얘기하면 낯간지럽다고 꺼지라고 하는데. 김여주는 늘 묵묵히 잘 들어주었다. 고 3때인가, 축제에서 혼자 춤을 추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정말로 예뻤다.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 인기가 많은 애였다. 우리 반에 한 다섯명 정도는 걜 좋아했을거다, 아마.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걔가 날 좋아했다.
수능이 끝나고부터였나, 사귀게 됐는데... 음,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그냥 멋도 모르고 좋았던 것 같다. 걘 거의 내 이상형에 근접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주위에서는 우릴더러 선남선녀 커플인가 뭔가로 불렀다고 했다. 나도 걔 외적인 모습만 보고 좋아하긴 했지만, 그건 걔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몇 번 데이트를 해도 서로 시큰둥했다. 성격이 잘 안 맞았거든.
" 야. 대박. 그 2반에 네 친구 있잖아. 그 이름이 여주인가 걔. "
" 어. 김여주 왜? "
한참 대학 발표가 날 때였다.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는데 친구가 반으로 들어와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내게 김여주의 대학 합격 소식을 전했다. A대. 김여주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대학이었다. 사진 동아리 특성상 사진을 찍으려면 어디론가 가거나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었는데 그 때마다 나는 김여주에게 연애상담을, 김여주는 내게 대학 이야기를 마르고 닳도록 했었다. 그래서 알고 있었다. 김여주가 그 대학을 얼마나 가고 싶어했는지.
" 근데 넌 몰랐냐? 엄청 친한거 아니었어? "
친구가 그렇게 말하는데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김여주하면 옹성우, 옹성우하면 김여주. 그게 공식처럼 박혀있는 줄 알았는데. 아. 그러고보니 김여주는 통 카톡도 빨리 답하지 않았다. 평소엔 그냥 시시콜콜한 얘기더라도 답장하는 속도가 빨랐는데 이제는 기본이 몇 시간인데다가... 아. 생각해보니까 내 첫 여자친구였던 걔가 여주를 조금 고깝게 여겼었다. 그래서 김여주가 거리를 둔건가? 걔가 워낙 착하니까.
" 합격했다면서? "
그러다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여주를 만났고, 김여주에게 섭섭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여주는 아무렇지 않게 응. 하고 대답했고, 난 또 그 모습에 괜히 울컥했다. 왜 말 안 했어? 내가 따지듯 물어버렸다. 아니 그것보다 너 요즘 좀 이상해.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많이 섭섭했나보네, 옹성우. 김여주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 ...내가 뭘. "
" 너, 나한테 화난거 있어? "
김여주가 그렇게 말하는데 서운함이 폭발했다. 내가 뭘? 내가 뭘이라고? 너 요즘 연락도 잘 안 되고...
" ...합격한건 바로 말해줬어야지. 너 1학년 때부터 목표였던 대학교잖아. "
" 그래도 알게 됐잖아. 그럼 된거지. "
" ...너 진짜 나한테 화난거 있어? "
서운함을 넘어서 화가 났다. 김여주. 그러면 왜 그러냐고. 요즘 톡도 씹고, 인사도 잘 안하고. 복도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김여주가, 그리고 가끔은 날 피하는 것처럼 인사를 하려하면 금세 눈 앞에서 사라지는 김여주가 미웠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건가 싶어서 물으려고 할 때, 그 때 사겼던 여자애가 저 멀리서 걸어오는게 보였다. 내가 잠시 그 애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김여주는 버스를 타고 가버렸다.
" 성우야~ 왜 카톡을 안 읽어~ "
" 어? 아... 어, 미안. 근데 잠시만 나 친구랑 얘기 좀... "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김여주는 없었다. 서운하고, 밉고, 화가 났다. 너한테 나는 뭐야? 나는 너를 정말로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너는 아니었던거야? 서운함이 밀려오는 찰나, 김여주에게서 카톡이 왔다. 평소같은 카톡. 그리고 그 카톡에 조금 전에 느껴졌던 서운함은 없어지고야 말았다. 하긴 김여주랑 내가 그렇게 쉽게 깨질 관계는 아니니까. 그렇게 쉽게 깨질 친구 관계는 아니니까.
성우에게 여주는 그랬다. 잃고 싶지 않은 친구, 소중한 친구.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감정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거라고, 영원히 계속 될거라 그렇게 믿었었다. 그 때까지는.
" 안녕하세요! 옹성우라고합니다. 홍성우, 온성우 아니고 옹! 옹성우요! "
김여주의 부모님을 처음으로 만났던 곳은 고등학교 졸업식에서였다. 친구 부모님을 만나면 뭔가 심적으로 더 가까워지는 것 같고 그런 기분이 들곤 했다. 적어도 나한테는. 밝게 인사를 하자 김여주의 부모님도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셨다. 여주의 어머니는 아프다고 했다. 나에게는 밝게 웃어주셔서 그런줄 전혀 몰랐지만.
" 잘생겼네~ 성우. "
" 여주한테 이렇게 잘생긴 친구도 있었어? "
" 쟤가 뭐가 잘생겼어... "
김여주가 장난스레 말하고 자연스레 내가 김여주의 옆에 섰다. 어쭈, 야. 니가 이 얼굴에 면역력이 생겨서 그런가본데 나 쫌 잘생겼거든? 내가 그렇게 말하자 김여주가 혀를 끌끌 찼다. 중증이십니다. 정신 차리세요. 김여주가 그렇게 말하곤 다시 웃었다. 나란히 선 우리는 그렇게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이 우리가 처음이자 지금까지는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날 본 여주의 어머니 미소도 다시는 볼 수가 없었다.
스물. 김여주는 그렇게 바라던 A대학교에 입학했고, 나는 B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뭐, 대학이 달랐어도 동네 친구였고 자주 연락을 해서 멀어지거나 할 일은 전혀 없었다. 가끔 학교 끝나고 마치면 저녁을 먹기도 하고, 과 동기들에게 할 수 없는 얘기들을 하기도 하고. 김여주는 그 때도 내 말을 잘 들어줬던 것 같다. 자기의 얘기는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고.
" 그 여자애가 너 좋아하는거 아니야? "
" 좋아한다고? 아냐. 걔 다른 남자애들한테도 다 그래. "
" 아닌 것 같은데... "
하루는 내가 우리 과 여자동기랑 엮인다고 말을 했는데, 김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 여자애가 너 좋아하는거 아니냐고. 이 때까지 정황을 보면 걔가 애들한테 말해서 엮어달라고 한 것 같다고. 김여주의 표정이 새삼 심각해서 나도 모르게 덩달아 심각해졌다.
" 걔 엄청 예뻐서 좋아하는 남자동기들도 짱 많은데. "
" ...너도 잘생겨서 인기 많다며. "
김여주가 떡볶이를 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내게 말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진지했던 표정을 풀고 웃고 말았다.
" 뭐야, 이제 나 잘생긴거 인정하는거? "
김여주가 그 말을 듣더니 오뎅을 쿡 찍어 내 입에 넣었다.
" 이거나 먹어. 니가 하도 그렇게 말하니까 그런거지. 그리고 너 고등학교 다닐때도 뭐 한두명이 너 좋아했냐? 대학 들어가서도 똑같겠지 뭐... 아, 여튼 동기들이 자꾸 엮는데 여자애도 안 뺀다며. 그럼 맞겠지. "
" 무슨 엮는다고 다 사귀냐? "
" 그럼 그 엄청 예쁜 동기랑 안 사귈거야? "
김여주가 사뭇 굳은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 말에 천천히 오뎅을 씹으며 눈알을 굴리자 김여주가 한숨을 푹 쉬었다. 약간 체념한 것 같았다. 내가 이런 얘기를 너무 많이해서 지친건가? 덜컥 겁이나 김여주를 슬쩍 보자 김여주가 흘러내린 옆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다.
" 확실히 해. 애매하게 굴지말고. "
" ...내가 언제 애매하게 굴었냐? "
" 좋으면 사귀고, 싫으면 마는거고. "
짜증을 내는 것 같기도 했다. 포크를 내려놓고 미간을 좁히는걸 보니... 좀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너무 애매하게 굴었나? 하긴 얼마나 나쁜 남자 같겠어. 그럴 수 있지. 혼자 그렇게 생각을 하고 알았어, 알았어. 하며 씩 웃었지만 김여주는 웃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게 자꾸 덜컥 겁이 났다. 김여주가 똑부러지는 애니까 내 행동이 더 애매해서 짜증날 수도 있겠다. 내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김여주의 포크에 떡을 쿡 찍어 건넸다.
" 빨리 먹어. 떡볶이 먹자고 노래 부른게 누군데. "
" ... "
김여주가 못 이기는 척 포크를 집었다. 그 모습에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김여주는 참 신기했다. 내 감정을 이렇게도 만들고 저렇게도 만드는게. 이런 친구가 또 있던가? 김여주는 내게 그랬다. 고등학생 때도, 스무살 때도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친구였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또 들게 한 친구가 황민현이었다. 대학에서 만나면 진짜 친구가 아니라는데 그 말은 순 거짓말이라고 황민현을 만나고나서 느꼈다. 황민현은 나와 정반대였다. 내가 조금은 캐쥬얼한 스타일을 추구했다면 황민현은 댄디했고, 내가 조금 업되는 스타일이었다면 황민현은 적절한 선을 지키는 차분한 남자였다. 아, 뭐 공통점이 있다면 잘생겼다는거 정도? 잘난척이 아니라 황민현이랑 나랑 동기들이 개안즈인가 뭔가, 보면 눈이 트인다면서 그런 별명을 지어줬었다.
" 민현아. 넌 술 안 마시냐? "
" 아... 죄송해요. 제가 술을 잘 못해서. "
공통점이라곤 잘생긴게 다였던 우리가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새내기 시절 개강파티 때였다. 황민현은 내가 봐도 잘생겨서 약간 선배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았던 게 없잖아 있었다. 성격도 나처럼 아, 형~ 왜 그러세요. 하고 능글 맞은 타입도 아니었고. 심지어 황민현에게 술을 권한 그 형이 좋아하던 누나가 황민현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서아마 눈엣가시였을거다. 황민현이 눈 앞에서 찰랑거리고 있는 소주가 꽉 찬 잔을 어찌하지 못 한 채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 술도 못 마시면서 여긴 왜 왔냐? "
" 아... "
제대로 꼽을 주는데 보기가 좋진 않았다. 그리고 황민현이 워낙 잘생겨서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고. 같은 테이블에 있던 내가 아, 형! 제가 대신 마시겠습니다~ 하고 황민현 앞의 잔을 가로채 꿀꺽꿀꺽 마시자 황민현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 크, 형. 오늘 술맛이 죽이네요. 형도 같이 짠? "
내가 그렇게 말하며 소주병을 들자 그 선배가 내 쪽으로 몸을 틀었다. 황민현이 꿈뻑꿈뻑 나를 쳐다보다 씩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민현은 재수없게 그 모습까지 잘생겼었다. 우리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이 청춘물을 찍는 줄 알았다며 난리를 부렸었는데... 뭐, 여튼 그렇다. 황민현이랑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근데 알면 알수록 황민현은 진국이었다. 심지어 그 얼굴을 가지고 모쏠이었다. 가지지 않은 건 여자친구뿐인 완벽남이라 이 말이다.
" 와... 니가 어떻게 여자친구가 없냐. "
" 없을 수도 있지, 뭐. "
" 아. 너 보니까 생각나는데 내 여사친 중에도 되게 괜찮은데 남자친구 안 사귀는 애 있거든? 둘 다 진짜 미스테리야, 미스테리... "
황민현은 그런 말에 그냥 웃고 넘길 뿐이었다. 김여주가 언뜻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바른생활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격도 차분해 가지고. 그래서 황민현이랑 나랑 잘 맞다고 느낀건가? 김여주랑 비슷해서?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지금 떠올려보면 참으로 질투가 나는 생각이었다.
둘이 닮았다는, 그런 생각은.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겨우 보낸 카톡. 황민현에게 겨우 보냈던 카톡은 고작 여섯글자였다.
민현아. 고마워.
민현아. 고마워. 뭐가 고마운지 이유가 적혀있지도 않은 카톡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몇번을 지우고 썼다가 보낸 카톡이었다. 뜬금 없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황민현의 그 마음을 무시하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황민현에게 한참을 있다가 온 카톡의 답에 나는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다.
[ 여주야. 잘 지내? ]
같은 여섯글자. 그리고 조금은 뜬금없는 카톡이었다. 내 말을 무시한건지 아닌지 나도 알 수가 없었다. 감히 황민현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까. 어떻게 추측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한참을 보고 있다가 결국엔 또 한 번 솔직해지기로 마음을 먹고야 만다.
아니.
두글자. 여섯글자보다 한참 짧아진 두글자를 보내고 나는 폰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후우,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오후 11시 35분. 이제는 손님이 얼마 없는 카페에서 잔잔한 음악을 끄고 일부러 조금은 펑키하고 밝은 곡을 틀었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듯 싱숭생숭한 이 마음을 억지로라도 진정시키고 싶었다. 황민현에게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보낸 두글자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나는 정말로 황민현 때문에 잘 지내지 못했다. 그 따뜻한 위로에, 그 따뜻한 마음에 나는 오히려 잘 지내지 못했다. 불편하고, 열이 나는 기분이 드는 채로 그렇게 지냈다.
괜찮지 않아도 늘 괜찮다고 말하는 나였지만, 황민현에게는 솔직해지고 싶었다. 황민현의 빨개지는 귀처럼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우웅. 진동이 주머니 속을 타고 흐르고 나는 굳고야 말았다. 어떤 답이 올지 심장이 터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떨리는 손을 억지로 꾹 쥐고서 휴대폰을 꺼냈다.
[ 어디야 ]
아. 옹성우에게 느끼는 것과 다른 의미로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투두둑, 바깥에는 소나기인지 갑자기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펑키한 음악소리가 쏴아아, 빗소리에 묻히고 내 심장소리도 같이 묻혔다. 그 소나기에 완전히 묻혀 들리지 않았다. 내 심장소리마저 젖어버리게 한 소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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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너무 오랜만이죠.. 여러분 ㅠㅠㅠ 죄송합니다!!!
10편은 빠른 속도로 물고 오겠습니다 =3
8편 초록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ㅠㅠㅠ
댓글은 늘 다 챙겨보고 있어요!! 답글 달려고 항상 노력 중입니당 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추천도...16개.. 말잇못.. 사랑해요 열부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알신도 갑자기 확 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진자진짜 감사해요
근데 오랜만에 왔는데 내용도 별로 없고..
성우의 이야기는 아마 다음편에서 완전히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항상 댓글 달아주시고, 추천 눌러주시고, 읽어주시고, 신알신해주시는 착한 독자님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암호닉 안 받아요!
암호닉
호두 / 옹옹 / 요뎡 / 옵티머스 / 민트초코 / 콜국 / 푸름 / 빈럽 / 쩨아리 / 헬로키티카 / 꾸쮸뿌쮸 / 여름 / 루쇼 / 다녜리 / 뀨뀨 / 류제홍 / 포뇨 / 옹히 / 애플파이 / 여름동화 / 1111 / 밍밍 ♥ / 뚜기 / 두부 / 흰둥이 / 배배 / 갸똥이 / 윤윤이 / 충성황제 / 쥬쥬 / 옹기종기 / 즈쿠 / 0622 / 햄아 / 1232 / 김짼
님들 마지막까지 달려주세요!!!
다들 현생 사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우리 모두 화이팅
성우 민현 여주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