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soundcloud.com/wrokafella/jeff-bernat-cool-girls
노래를 들으면서 들으시면 더 쪼아요~~~^*^
투명한 콜라와 검은 포카리스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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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란 말을 듣고 잔뜩 얼어붙은 내가 한빈이와 나란히 걸으면서 말이 없자 한빈이가 나를 쓰윽 쳐다보더니 입을 뗐다.
" 우리가 무슨 입이라도 맞췄냐? 혼자 왜이렇게 쫄아있어. "
" 머, 뭐?! "
입, 입이라니! 괜히 상상하게 만들고 있어! 걸음을 멈추고 놀란 얼굴로 한빈이를 쳐다봤더니 저절로 입술에 눈이 간다.
귀까지 빨개졌다는것을 내 자신도 느낄 수 있었다.
" 뭔 상상하냐. 변태. "
한빈이가 내 이마를 콕 누르고 앞장서서 휘적 휘적 걸어간다.
덕분에 돌처럼 굳어있다가 3초 뒤에 로봇같이 뻣뻣한 걸음으로 걸음을 떼었다.
" 한, 한빈아. 같이가. "
내 말에 혼자 휘적휘적 앞으로 가다 잠깐 멈춰준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고 다시 앞만보고 걷는다.
근데 이쪽 길 우리 집 방향 아닌데….
" 한빈아 여기 우리 집 방향 아닌데? "
" 알아. 지금 밥 먹으러 가는거야. 나 배고파. "
역시 의견따위는 묻지않는 한빈이다.
한빈이랑 말 없이 온 곳은 동네에 그냥 조그만 백반을 파는 식당이였다.
들어가서 자리에 앉자 서빙해주시는 아주머니가 한빈이를 보고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셨다.
" 아이구! 우리 한빈이 왔네? 오늘은 색시 데리고 왔어? "
" 얘가 튕겨서 아직 색시는 아니에요. "
아주머니가 가져오신 물을 컵에 따르며 무덤덤하게 말을 맞받아친다.
한빈이의 대답을 들으신 아주머니가 깔깔 웃으시다가 나를 보며 말하셨다.
" 색시! 그만 튕기고 좀 받아줘~. "
" 아…. 아하하…. "
" 이모. 애 그만 놀려요. 아, 저희 불고기 두개 주세요. "
" 그래그래, 알았어! "
아주머니가 주문을 넣어주려 돌아가신 후 한빈이가 학교생활과 다르게 사교성이 있는 모습에 신기해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한빈이가 턱을 괴더니 똑같이 내 눈을 쳐다본다.
" 우리 엄마 가게야. "
" 응? "
뜬금없는 말에 다시 되물으니 한빈이가 턱을 괴던 손을 풀고 물을 마신다.
" 우리 엄마 가게라고. 엄마랑 아빠랑 이혼했고 이혼후에 엄마가 차린 식당이야. "
" 아…. 그렇구나. "
이혼이라는 얘기에 쉽게 반응을 못하겠어서 고개만 끄덕이며 듣고있는데 한빈이가 피식 웃는다.
"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드려. 엄마랑 아빠는 서로 죽을듯이 싫어하는데 나는 엄마가 좋으니까. 아빠 몰래 오는거지. "
" 어머니는 그럼 어디계셔? "
" 아마 주방에서 일하고 계실거야. 엄마도 내가 이렇게 많이 오는지 몰라. 주방에서만 일하셔서. "
한빈이는 말을 하면서 표정이 쓸쓸해 보였다. 누구보다도 이 마음을 이해 할 수있는 나이기에 한빈이의 손을 꼬옥 잡았다.
" 한빈이 너도 그때 윤형이때문에 나한테 들었겠지만 나도 이혼 가정이구…, 또 그게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
외롭거나 쓸쓸할때는 진환이가 옆에 있잖아. 너무 마음 아파하지말았으면 좋겠다. 나도 친구들하고 엄마덕분에 버틴거니까…. "
" 알아. 근데 너는 왜 빼. 네가 제일 큰 힘이 되는데."
" 내가? "
" 너랑 있거나 네 생각하면 난 하나도 안 외롭더라고. 근데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너도 나랑 있고 내 생각했으면 좋겠어. "
한빈이가 오히려 내 손을 더 꽈악 움켜쥐고는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뭐라고 대답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 거렸다.
" 뭐, 아직 갈길이 먼거 같기는 하다만. "
한빈이는 잡은 손을 놓고는 아주머니가 들고오신 음식을 받아주었다.
" 이모 오늘 나 온거 엄마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
" 응응. 그럼그럼. 당연하지. 천천히 많이 먹구가~ "
" 아, 넵! 감사합니다. "
나는 감사하다고 대답을 한뒤 한빈이와 나는 말 한마디 주고받는것 없이 조용히 밥을 먹었다.
-
한빈이와 밥을 먹고 한빈이는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는 윤형이에게 스킨십을 자제하라고 꼭 전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말하는 모습이 너무 진지해서 웃음이 터질뻔했다.
걸어가는 한빈이의 뒷모습을 보니 한빈이를 처음 봤을 때의 이미지와 지금이 너무나 달라서 신기하다.
진환이는 한결같이 착하고 다정한데 너무나 좋은 사람인데 한빈이와 요즘 같이 붙어다니면서 진환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집으로 들어가자 양푼에 비빔밥을 비벼서 먹고있는 윤형이가 보였다.
아이고 아주 백수나셨네.
" 야 너는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냐? "
" 왜 또 시비람~~~. "
" 그냥 시비람~~~. "
방으로 들어와 씻기도 귀찮아 침대에 누웠더니 마침 카톡 알림음이 울렸다.
' 잘 들어갔어? '
' 웅! 덕분에! 오늘 밥도 너무너무 맛있었고 정말 고마워..! '
' 그래 내일보자. 잘자. '
' 응응. 한빈아 너도 잘자! '
별거 아닌 대화인 카톡을 주고받았는데도 갑자기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게 느껴졌다.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누워 눈을 감고 심장소리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
" ㅇㅇ아. 안녕! "
아침부터 꽃 웃음으로 나를 반겨주는 진환이다.
" 안녕! 진환아! "
" 오늘 기분 되게 좋아 보이는데? 어제 빈이랑 되게 재밌었나보다. "
" 음…. 사실 한빈이가 지금까지 무섭고 차가운 사람인줄 알았는데 어제 막상 같이 있으니까 되게 재밌고 좋았어. "
" 그래? 잘됐다. "
" 응? 뭐가? "
" 아…. 아니 그냥 둘이 잘 되가는거 같다구. "
진환이는 말을 얼버무리더니 다시 싱긋 예쁘게 나를 보며 웃었다.
정말 옛날엔 진환이가 저런 얘기를 하면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오히려 아프지않고 기분이 오묘했다. 뭔가 싶지만 그래도 오늘 따라 기분이 좋은건 사실이였다.
한빈이는 어느 때와 다름 없이 쉬는시간마다 내 반을 찾아왔고 난 더이상 도망치지 않고 한빈이와 재밌게 얘기를 나눈다.
엄청난 변화에 주위 반 친구들도 놀라긴 했다.
" 너 한빈이랑 사귀어? "
" 응?! 나?! "
점심시간에 반 친구들과 모여서 밥을 먹는데 그 때 한 친구가 물었다. 덕분에 놀라서 수저를 떨어트렸지만….
" 그래, 너. 요즘 한빈이 안 피하고 잘 얘기하고 집에도 같이 가는거 같던데? "
" 그래보이나…. 근데 사귀는건아냐…. "
괜히 쑥스러운 마음에 허허 거리며 웃다가 수저 가지러 간다며 일어섰다. 왜 쑥스러워 하는거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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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ㅇ아. 혹시 내일 뭐해? "
" 내일이면 아마 집에 있지않을까? 하하. 나 거의 집순이거든. "
" 그래? 내가 사실 아버지한테 연극 티켓 두개를 받았는데 갈 사람이 없어서…. "
" 연극? 우와 무슨 연극인데? "
" 연극 좋아해? 관심 있으면 나랑 같이…. "
" 스탑. "
야자가 끝나고 가방을 싸고있는데 진환이가 뒤돌아서 연극에 대해 말하다가 한빈이의 목소리에 말을 멈췄다.
진환이가 한빈이를 보며 씨익 웃는다.
" 너 오는거 알고 장난친거야. 바보야 표정 풀어. "
아…. 장난이였구나. 난 또 혹시 데이트 신청인가하고 조마조마….
엥? 조마조마? 왜 어떻게 거절할지 걱정되서 조마조마했지? 내가 진환이한테?
" 둘이 갔다오라고 내가 티켓 구해왔어. "
" 고마워. "
진환이는 한빈이를 보고 뭘 인마. 하며 활짝 웃었다. 그러자 한빈이가 내일 시간 빼라. 라고 날 보자마자 말하길래 당황해서 알겠다고 대답해버렸다.
집가는 길에 진환이가 말을 하지 않으니까 정적이 꽤 길었다. 원래 이렇게 우리가 말수가없었나….
진환이의 표정을 살피자 알 수 없었다. 기분이 안좋은거같기도한데 그렇다고 표정이 어두운건 아니라. 어렵다.
진환이를 몰래 힐끔힐끔 쳐다보자 한빈이가 헤드락 걸듯이 나를 잡아댕기고는 손으로 눈을 가려버린다.
" 눈깔 원위치. "
" 넵…. "
작별인사를 하고 혼자 집에 들어가는데 진환이가 걱정되기도 하면서 내일 한빈이랑 연극 볼 생각을 하니 또 발걸음은 가벼웠다.
요즘 계속 이중적인 마음이 왔다갔다 하는게 복잡하다. 마음이 복잡한만큼 가슴도 콩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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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용용용~~~~ 제가 있는곳은 이제 따듯따듯해지길래
뭔가 설렘이라는 단어가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달달한 얘기를 빨리 빨리 더 쓰고싶어졌어요ㅠㅠ
언제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